내 머릿속의 넷째날 계획은 그러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9시쯤 교토역으로 가서 캐리어를 맡긴 후

아라시야마를 갔다가 점심을 먹고 우지로 가서 오후를 보내는 것.

시간이 남는다면 후시미이나리나 토후쿠지를 잠깐 들리는 것도 좋겠다는 것.

 

현실은 10시에 숙소를 나섰고, 교토역에는 남은 코인라커가 없다.

지하에있는 캐리어 보관소에 짐을 맡기는 데만 30분 이상이 소요된 것 같다.

겨우겨우 JR패스를 교환하고 11시쯤 아라시야마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그 특유의 평온함으로, 내가 사랑했던 아라시야마는 거대한 관광지가 되어있었다.

이미 상점가가 있는 모든 길들은 사람이 가득했고, 모든 곳에 줄이 있었다.

뭐 어쨌든, 늦게 나선 벌로 더 천천히 움직여 보기로 했다.

 

비가 세차게 오는 날씨라 두손과 몸이 자유롭진 않았지만

오히려 잔잔해진 주위의 분위기와 어울러 사찰의 고즈넉함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텐류지로 들어가는 입구.

날씨가 꽤 쌀쌀하다. 비도 꽤 내리는 편이다.

도롯코열차를 탔을때 지쿠린-텐류지로 이어지는 길은 매우 가까웠는데

정문으로 가려니 왠지 모르게 조금 더 멀게 느껴진다.

한참을 걸어가서 나타난 텐류지.

 

 

 

 

곧게 뻗은 소나무의 자태가 멋지다고 아빠가 찍어두라고 하셨던 소나무.

 

 

 

 

 

 

 

 

저번에 왔을때 여긴 정말 신선놀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붉은 단풍들 가운데 걸려있는 구름이 너무 예쁘다.

구름도 멈춰가는 텐류지의 풍경.

 

텐류지의 뒤쪽으로 가니 올라가는 산책로가 있다.

단풍이 우거진 길을 걸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

 

 

 

 

지쿠린 대나무 숲으로 향하다.

엄청난 인파에 바닥을 보기도 힘들었는데 어느순간 조금은 나타나기도 했다.

저녁에 왔으면 더욱 기가 막혔을 것 같은 지쿠린.

 

 

 

 

대나무 숲을 가로질러 가다-

 

 

 

 

 

 

내 기준에서, 갔던 곳만 가면 재미가 없으니,

꼭 가보고 싶었던 조잣코지로 엄마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향했다.

 

가을의 조잣코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왜냐면 입구에 "조잣코지는 가을이 가장 예쁩니다"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에.

 

단풍 숲을 지나며-

 

 

 

 

 

 

입구를 들어서서 계단을 오르려는 찰나,

빨간 옷을 입은 여성분이 걸음을 내딛는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오르기를 멈추를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저 아리따운 여성분이 중국인이라는 건 안비밀.

마찬가지로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남자분과 매우 크게 대화를 하셨다.

 

 

 

 

 

 

조잣코지의 숲은 매우 아름답다.

규모보다는 아기자하게 꾸며놓은 작은 길들이 매력적이다.

 

 

 

 

 

 

 

 

 

 

조잣코지에서 만난 가을의 흔적들.

비가와서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비가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그 가을의 색이 더욱 더 선명하다.

 

 

 

 

다시 아라시야마의 메인 거리로 나가서 늦었지만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본다.

히로카와 장어덮밥집에 가보고 싶었지만 이미 CLOSE되어 불가능했다.

차선책으로 찾은 곳은 유도후 정식 전문점!

 

생각보다 맛도 있고 찬도 잘 나와서 한끼를 든든하게 먹었다.

날씨가 쌀쌀해서 몸도 좀 으슬으슬 했었는데 따뜻한게 들어가니 몸도 따뜻해진다.

 

대기 30분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20분, 먹기까지 20분.

우리는 여기서 우리의 여행은 여기까지라는 건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다른 곳은 제쳐두고 아라시야마의 마지막 코스인 도게츠교로 향했다.

 

 

 

 

 

 

 

 

어마어마한 인파를 제치고 걸었던 도게츠교다.

아라시야마의 산이 단풍으로 덮여있으니 동글동글한게 귀엽다.

 

 

 

 

 

 

비가 꽤 세차게 내렸다.

평소 같았으면 우산이 원망스러웠겠지만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우산이 묘하게 분위기에 잘 녹아들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교토역으로 가서, 캐리어를 찾은 뒤 하루카를 타고 간사이공항으로 향했다.

JR패스로 본전을 빼려고 했는데 오히려 마이너스만 맞았다.

공항으로 가는 길엔 갑자기 여행이 짧아진 듯 하여 아쉬움이 가득했다.

 

엄마는 유도후 식당에서 2박 3일 동안 우리가 지낸 일정을 모두 되새겼고,

아빠는 기차에서 다녀왔던 곳들의 이름을 한번씩 더 읊어보셨다.

생각해보면 모든건 보여드리겠다며 나 혼자 쓸데없는 애를 쓴게 아닌가 싶다.

같이 지냈던 그 시간 자체가 좋았던 건데, 혼자 관광에 의미를 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루종일 바삐 돌아다니다가도 숙소에 셋이서 앉아있으면

여기에 함께 있다는 그게 너무 좋아서 엄마한테 안기고 했는데,

다음날이면 또 잊어버리고 이리저리 쫓아다니곤 했던 것 같다.

바보같은 딸이구만!

 

간사이공항은 여행내내 "사람이 많다"라고 말한걸 무색하게 만들었다.

2시간 반 전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출국수속을 받았는데

수속이 끝나니 보딩타임이어서 바로 게이트로 직행을 했다.

두시간 정도를 줄서서 기다린듯...

 

줄이 어마어마한데 보안검색대가 단 2개만 오픈이 되어있었다.

간사이 공항 문제가 많다. 당장 개선하라!!

 

대구는 어찌나 가까운지 한시간만에 환한 불빛을 나타내며 땅에 바퀴를 내렸다.

 

 

 

 

다음날, 짐정리를 했더니

쇼핑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 가방안에 든건 다 뭐지?

어마어마한 물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사진찍겠다며 펼치고 있으니 아빠가 더 예쁘게 나열해주신다ㅋㅋ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남기는 최초의 쇼핑샷이다.

주변에 다 나눠주고 나니 내건 없다는게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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