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한달 그리고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시간이 가는게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쿠바에 오기 위해서 혼자 많이도 준비했었다.

지난 일년간 나의 기준은 모두 쿠바였고, 이번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추억들을 가지고 간다.

 

오늘 그 마무리를 해야한다.

 

 

 

 

아침부터 한국에서 가지고 갈 커피를 사러 나왔다.

오늘도 하늘은 참 맑고 카피톨리오는 항상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절반은 보수가 끝나서 말끔하니 참 예쁘다.

 

내년 쯤에 오게 된다면 삐까뻔쩍한 카피톨리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시 여기에 올 수 있을까?

 

 

 

 

 

 

비에하 광장에 있는 Cafe Escorial.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풍기는 커피 향이 너무 좋다.

한쪽에서는 열심히 커피를 볶고 있고 한 쪽에서는 열심히 갈고 있다.

 

이 커피가게는 유럽인들에게 소문이 나서 아침부터 줄을 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금만 늦으면 커피가 없어서 못 판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나게 한다.

실제로 나도 아바나에 막 도착했을 때 친구와 사러 왔을 때 다 떨어져서 사질 못했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내일은 일요일이라 커피콩을 팔지 않는다. (커피는 판매한다.)

나는 어차피 내일 떠나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경서오빠는 월요일에 떠나기 때문에 내일 사질 못한다.

그래서 여기 온 김에 경서오빠에게 줄 커피도 함께 구입했다.

250g 기준으로 콩은 3.25쿡, 갈아서 가면 3.5쿡이다.

 

맛은 꽤 괜찮다. 사온 커피를 지금은 거의 다 마셨다.

난 케냐에서 사왔던 AA를 정말 좋아하는데 내 입 맛에는 쿠바 커피가 조금 더 맞았다.

조금 더 사올걸 후회도 들긴하다.

 

 

 

 

 

 

대성당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재작년에 왔을 때는 여기 광장에 테이블이 많아서 사진이 가린다며 좀 마음에 안들어 했었는데,

이번에는 이 곳의 존재 자체를 잊었던 거다. 커피를 사고 집으로 가는 길에 표지판을 보고서 아차 싶어 찾아왔다.

 

마침 미사가 있는 시간이라 성당 내부에도 들어가봤다.

미사가 없는 시간이면 문도 닫혀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오늘 운이 참 좋다.

한국 단체여행팀을 만났는데 그냥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는데 멀뚱멀뚱 쳐다보고 마신다.

갑자기 뻘쭘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집으로 오는 길로 빠르게 걸었다.

 

길거리에 온통 꽃이다.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니 내일 5월 10일이 어머니의 날이라고 한다.

지난번에 코코택시를 탔을 때 아저씨한테 어머니의 날이 언제냐고 물으니

아저씨가 너는 언제 떠냐나는 물음에 5월 10일 아침에 간다고 하니

넌 어차피 못봐~ 이러셨는데, 딱 5월 10일이 어머니의 날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보름가량을 함께 한 이오바나 아주머니인데 꽃을 챙겨드리고 싶었다.

아주머니가 조금 차가운 면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의 온갖 질문에 모두 대답해주시고

거의 나를 직원처럼(?) 다루셨기에 여기가 나의 집 같다는 생각은 항상 들곤했었다.

예쁜 핑크색 꽃 두송이가 담긴 작은 화분을 구입했다. 아주머니한테 드렸더니 말을 잇지 못하신다.

더욱 좋아하셨던건 조화가 아닌 생화였다는 거다. 너무 고맙다며 진열장 맨 앞에 올려두셨다.

 

얼마전 아주머니가 생각이 나서 안부 메일을 보내드렸더니,

아주머니가 여기 너의 집이 있으니 언제든지 편하게 오라며 답장을 보내주셨다.

 

 

 

 

난 혼자 여행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돈을 좀 넉넉히 준비를 해왔었는데

친구를 만나고,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를 만나고, 경서오빠를 만나면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절약했다.

물론 내가 현지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모네다를 많이 쓴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이동식 환전상이 된 것 처럼 여기저기에 환전을 해주었는데 그래도 돈이 많이 남았다.

다시 환전하기에는 애매한 금액이라 일단 오늘 다 쓰기로 했다.

 

경서오빠와 만나고 오늘은 내가 못 가본 곳들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했더니 오빠도 함께 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혁명광장으로 고고! 이유는 저번에 들어가지 못했던 호세마르티 기념탑에 올라가려구!

 

막상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려니 계단을 올라가는데 1쿡, 기념관 안에 들어가는데 3쿡이다.

기념탑 안에 엘레베이터가 있는데 거기를 타고 올라가면 아바나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입장료를 주고 안으로 들어간건데 지금은 못 올라간다고 한다.

언제부터 못 올라갔냐고 물으니 2년 정도 되었단다. 그것도 모르고 찾아간거다.

어쩔 수 없이 1층에 마련되어 있는 호세마르티 기념관만 둘러보고 나왔다.

호세마르티의 생애, 업적, 그리고 여기 혁명광장의 조성까지의 기록이 있다.

 

 

 

 

 

 

밖으로 나와서 호세 마르티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오른쪽에 시엔푸에고스, 왼쪽에 체 게바라의 얼굴이 함께 위치하고 있다.

마치 호세마르티가 이 둘을 내려다보는 모습 같다.

 

아래로 내려가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정말 안잡힌다.

마침 경서오빠가 코코택시를 한번도 타본 적이 없다고 하여 코코택시를 타기로 했다.

존레논 공원까지 협상을 하려고 하는데 택시메트로(기계)로 간다며 협상을 안하려고 한다.

보통 6~7쿡 정도가 나온단다. 입시름을 하기 싫어서 그냥 타기로 했는데

이것이 빙빙 둘러가는지 내릴때 보니 8쿡이 넘게 나왔다.

택시기사도 좀 민망했는지 8쿡만 받겠다고 한다. 으이구~!

 

 

 

 

 

 

가이드북에도 나와있지 않는 존 레논 공원을 찾아간 이유는 하나다.

피델 카스트로가 이 곳에 존 레논의 동상을 세우게 하였는데 관광객들이 늘어감에 따라

누군가가 계속 존 레논의 안경을 빼가는 바람에 계속해서 분실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안경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관리인을 두었고

관광객이 여기에 찾아올 때마다 나타나서 사진을 찍는 동안 안경을 끼워주고는

사람이 없으면 다시 빼서 보관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소 황당한 이 장면을 직접 보고 싶어서 찾아간거다.

 

우리가 도착해서 존 레논이 앉아 있는 벤치 앞으로 갔더니 한 쪽에서 책을 읽으시던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사진찍으러 왔냐고 묻는 말에 그렇다고 하니 가방을 주섬주섬 거리더니 안경을 꺼내신다.

그리고는 존 레논의 얼굴에 안경을 끼워주신다.

 

뜨거운 벤치위에서 잠깐 포토 타임을 가지고 일어섰는데

아주머니가 안경을 빼가시면서 이렇게 안하면 안경이 없어진다며 웃으신다.

우리도 이 장면이 너무 웃겼다 하하

 

 

 

 

 

 

재작년에 왔을 때 문이 닫겨서 들어가지 못했던 헤밍웨이 박물관을 가보려고

택시를 잡는데 다들 요금도 너무 비싸게 부르는데다 잘 모르기도 하다.

어느 아저씨가 안다며 가자고 해서 얼마냐고 물으니 8쿡이라고 한다.

이게 왠 횡재냐 싶어서 덥썩 택시에 올라타고 이동을 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헤밍웨이 박물관이 아니고 꼬히마르였다.

여기가 아닌데.. 아저씨는 여기에 헤밍웨이에 관련된 게 모두 있다고 한다.

에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왔으니 둘러보기로 했다.

잠깐 가이드로 변신을 해서 La Terraza 레스토랑과 꼬히마르 해변을 안내해줬다.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헤헤

 

 

 

 

너무 더워서 3MN를 주고 마신 생과일 파인애플 주스.

물을 많이 타서 약간 연하긴 했지만 냉장고에 있던 거라 정말 시원하다.

단숨에 들이키고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헤밍웨이 박물관을 갈 수 있을까 싶어서 택시도 섭외해보고 버스도 섭외해봤는데

결국 마음대로 되지를 않았다. 이미 너무 멀리와서 교통편이 변변치가 않다.

우리는 그냥 카피톨리오 쪽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카피톨리오에 내린 다음 걷기가 싫어서 비시택시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짧은 거리라 마음의 부담을 덜고 슝슝~

 

점심을 먹으러 Crepe Sayu에 갔다.

와 오늘 노리코의 남편도 같이 있다! 왕 신기하다.

 

메뉴가 점점 더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고민 고민하다가 지난번에 먹었던 돈카츠로 주문!

오늘 먹은 돈까스는 지난번에 먹은 것 보다 고기가 훨씬 연하고 맛있다. 덥지만 달콤한 돈까스 소스가 꿀 맛이다.

노리코가 화요일에 스시를 만들거라며 꼭 오라고 한다. 그리고 아는 한국인들에게 소문도 좀 내달라고 한다.

흔쾌히 알았다고 대답을 했는데 나는 내일 떠난다. 키키

 

다시 비시택시를 타고 산호세 시장으로 갔다. 기념품 구입하러!

나는 꼬히바 시가 모양의 마그넷과 나무로 만든 목각인형을 구입할거라고 지난번에 왔을 때 찜을 해두어서

이번에 도착하자마자 이 것들을 사수하러 돌아다녔다.

 

지난번에 진이누님이 목각인형을 정말 싸게 샀다며 네고를 해서 2개 30쿡에 샀다고 했던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 금액을 기준으로 두고 작업에 들어갔는데 처음부터 1개 15쿡을 부르는 것이다.

으응? 첨부터 그렇게 싸게 부르다니ㅋㅋ 내가 10쿡에 하자고 하니깐 12쿡까지 해주겠다고 한다.

10쿡으로 해달라고 하니깐 그 가격에는 절대로 못 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럼 12쿡에 마라까(악기) 하나 선물로 해줘~ 했더니 오케이 한다.

아 정말 저렴한 가격에 잘 산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다!

 

경서오빠는 작은 북이 2개 붙어있는 것을 골랐는데 그것도 처음부터 너무 싸게 불러서ㅎ

북에 작은 악기 2개정도를 선물로 받아서 왔다. 의외로 쉽게 잘 풀린다.

그리고 어설프지만 쿠바임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마그넷을 여러개 사왔다.

지금 내 방 냉장고에 붙여놨더니 자석이 약한지 계속 미끄러지면서 내려온다.

역시 쿠바는 뭔가가 부족한 것이 매력이야!

 

나가려는 길에 자꾸 머리를 땋으라고 붙는 사람들-

내 머리가 까만 긴 생머리이다 보니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참 많다.

특히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흑인들은 내가 어딘가에 앉아있을 때 와서

너무 예쁘다며 머리카락를 만져봐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이니.

속아주는 셈 치고 몇가닥만 하기로 하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머리를 맡겼다.

 

총 15센치 정도의 길이로 20가닥 정도를 했는데 1가닥에 1쿡, 고무줄이 개당 0.5쿡으로 총 30쿡을 달란다.

도둑놈도 이런 도둑놈이 없다 싶어서 못 준다고 계속 웃으면서 얘기가 오갔는데

직원은 자기는 지금 임신해서 돈 필요하다고 돈을 달라고 했고,

나는 금액에 대해서 들은 적인 없으므로 못 준다고 하니 20쿡만 달라고 한다.

그제서야 내가 돈 없다고 그랬더니 계속 경서오빠를 가리키며 돈을 빌리라고 한다 푸하하

마음씨 착한 경서오빠 또 돈을 빌려주려고 한다. 헤헤

내가 10쿡을 손에 꼭 쥐어주면서 이것도 많이 준거야~ 하니깐 입을 삐쭉삐쭉 거리며 돈을 받아간다.

머리 진짜 예쁘다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마음에는 안들지만 알았다는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말레꼰으로 가기 전에 잠깐 쉬고 있을 때 다니엘이 생각이 났다.

바라데로 이 후로 아직 다니엘을 만나질 못했다. 인사를 해야하는데 걱정이다.

그래서 방에서 다니엘에게 줄 편지를 쓰고 있는데 그 순간 누가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었더니 다니엘이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그 분들 모시고 다니느라 며칠간 집에 못 들어왔다는 거다.

잠깐 집에 들리면서 내 방에 찾아왔다고 한다. 너무 반가웠다. 못 보고 가는 줄 알았어!

 

나름 오랜만에 만난지라 얘기가 길어졌고, 경서오빠 방으로 찾아가서 다시 수다의 꽃이 피었다.

말레꼰을 가기에는 이미 일몰시간이 지났고 우리는 계속 안부를 주고 받곤 했다.

오늘 저녁에 Jazz Cafe에 다시 가자는 얘기가 나왔고 다니엘도 함께 가기로 했다.

대신에 손님들이 호텔에 있어서 다시 가봐야 한다고 Jazz Cafe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갑자기 우리에게 저녁을 먹었냐고 묻는 다니엘, 안먹었다고 하니깐 귀하디 귀한 신라면과 햇반을 챙겨준다.

이건 다니엘에게 더 귀한 음식일텐데 선뜻 우리에게 주다니 마음씨가 너무 예쁘다.

 

정말 고맙게 먹었다. 역시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는 라면이 최고다. 너무 고맙다 정말.

(난 항상 여행을 다닐 때 라면을 챙겼지만, 이번에는 너무 바빠서 잊고 못 챙겨왔다)

 

아침에 이오바나 아주머니한테 내일 새벽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예약해달라고 했더니

저녁이 되었는데 예약을 못했다고 한다. 가격을 25쿡으로 너무 비싸게 부른다.

예전에 황미가 갈 때는 15쿡에 예약을 해주시더니.

내가 나도 15쿡 해주면 안되냐고 하니 그런 적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에혀

일단 째즈카페로 가는 길에 택시기사들과 흥정을 좀 해보는데 도무지 흥정이 안된다.

다행이 마음씨 좋은 아저씨 한분이 20쿡에 해주시겠다고 해서 내일 아침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문제는 택시비 15쿡과 공항세 25쿡을 제외한 나머지 돈이 15쿡 정도 남아있었고

그 돈을 경서오빠한테 오늘 밤 책임지라며 다 준 상황이 었는데 택시비에서 5쿡이 오버가 된거다.

경서오빠가 나한테 5쿡을 돌려줬다. 아 부끄럽다. 오늘 하루종일 돈을 그렇게 쓰고 다니더니 헤헤

결국 째즈카페로 오고 가는 택시비는 경서오빠가 모두 부담을 했다.

 

 

 

 

내가 째즈카페를 다시 찾은 이유는 Jazz en Trance 공연을 한번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갔을 때 5월의 라인업을 사진찍어 왔었는데 토요일은 이 그룹이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와서 보니 라인업이 바뀌어 있다. 아예 Jazz en Trance 이름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 다른 스케줄이 생겨서 일정을 모두 뺀 모양이었다.

아 이 밴드의 음악을 경서오빠한테도 들려주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한지라 자리가 이미 꽉 찼다. 무대가 보이지 않는 쪽만 남아있다.

어떡하지.. 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 무대 앞의 테이블에서 사람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쪽으로 후다닥 달려가서 나가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며 앉으라고 한다.

우리의 아바나에서의 행운은 마지막까지도 계속 되었다.

 

먼저 나왔던 팀은 저번에도 나왔던 보컬팀이다. 찐한 음악들이 흘렀다.

 

 

 

 

째즈카페의 매력은 입장료로 낸 10쿡안으로 음식을 마음껏 시켜 먹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요즘 빠져있는 다이끼리를 주문했다. 살얼음이 들어간 다이끼리는 정말 최고의 칵테일이다.

가벼운 샐러드 하나와 먹으니 너무 좋다. 마지막은 역시 부까네로다.

 

중간에 누군가가 우리 테이블로 왔다.

옆에 호텔에서 머물던 다니엘이 우리의 약속을 지키고차 찾아온 것이다.

사실 오늘 다니엘의 입장료를 내가 내주고 싶었는데 이미 빈털터리의 상태라 생색을 낼 수가 없었다.

밥이라도 한 끼 사줬어야 했는데 지금까지의 고마움을 갚지 못한게 너무 마음에 남는다.

내년에 한국에 올 때 내가 거하게 한턱 낼께 다니엘!

 

 

 

 

뒤에 나온 메인 그룹 Real Project의 연주-

잘은 모르겠지만 실력은 상당한 것 같았다. 특히 드럼은 연주할 때마다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Trance처럼 시원하면서도 화려한 음악 스타일은 아니고 약간 다운된 분위기의 음악을 연주했다.

이들의 음악도 매우 좋았다. 다시 듣고싶은 음악도 있을 정도여서 녹음도 해왔다.

이 공연이 쿠바에서의 마지막 나이트 라이프였다.

 

그리고 아바나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이제 집으로 가서 짐을 싸고 나갈 준비만 하면 된다.

다니엘은 다시 호텔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는 내일 새벽 출발이니 이게 마지막이다.

서로의 행운을 빌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

오늘은 어버이날인데 나는 집에 전화도 못했다.

엄마 아빠는 항상 날 걱정하고 계실텐데 말이다. 나는 나쁜 딸이다.

 

사실 변명거리가 좀 있다.

아침부터 비자연장 때문에 엄청나게 정신이 없었다.

도움을 좀 받고 싶었는데 이오바나 아줌마도 다니엘도 없어서 고생을 조금 했다.

아무튼 이러한 핑계들로 인해 집에 연락을 못했고 이틀 후 캐나다에서나 나의 존재를 알렸다.

 

 

 

 

어제 숙소에 도착했을 때 잠깐 봤던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쿠바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다가 아침식사가 너무 적게 나온다며

빵 세쪽에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는 거다. 빵세쪽? 여긴 항상 빵에 햄을 끼워줬었는데.

오늘 아침 조식을 먹을 때야 이해가 갔다. 나름 예쁘게 비쥬얼을 바꾼 것 같은데 부실한건 동일하다.

 

난 쿠바에서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체류를 했다.

쿠바에 입국할 때 작성하는 비자는 30일까지만 가능하고 이 후 부터는 연장을 받아야 한다.

사실 난 불법체류자였다. 진작에 이민청에 갔어야 했는데 돌아다니느라 시간을 놓친거다.

그래서 오늘은 반드시 연장을 해야했다.

 

우선 우표(수입인지)를 사야해서 나갈 채비를 하고 은행으로 갔다.

은행은 안에 있는 경비아저씨가 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는데 앞에 서 있으면 문을 열어준다.

아무 은행이나 가서 앞에 서 있으니 아저씨가 문을 빼꼼히 연다. 우표를 파냐고 물으니 판다고 한다.

들어가려고 하니 나보고 못 들어온다고 한다. 이유는 내가 반바지를 입어서라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반바지가 무슨 문제냐고 하니 옷을 갈아 입고 오라는 것이다.

화가나서 옆으로 빠졌더니 문 앞에 반바지 착용금지 표시가 떡하니 있는 것이다.

 

할 말도 없고 해서 일단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긴 바지로 갈아입었다.

너무 더운데 여기서 긴 바지를 입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어쩔 수가 없다. 다시 은행으로 가서 아저씨한테 긴 바지를 입고 왔다고 얘기를 했더니

아저씨가 하는 말이, 이제 들어올 수는 있지만 정전이 되서 시스템이 꺼졌다는 거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우표를 사야지 뭐든 할 수 있는 건데 모든게 멈췄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일단 오비스포 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비자연장에 대해서 좀 물어보려고 이오바나 아주머니를 찾았더니 병원에 갔다고 한다.

아저씨가 암에 걸렸다고 해서 수술을 받으러 간다고 했는데 그게 오늘이었나 보다.

급한 마음에 다니엘을 찾아가서 방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역시 인포투어였다.

 

인포투어에 찾아가서 이민청의 위치와 필요한 준비물을 다시 안내받았다.

일어나려는 순간 설문조사를 해줄 수 있냐고 하길래 나도 도움받은게 있으니 흔쾌히 작성을 해주었다.

 

이 후 근처에 있는 은행을 두 곳 방문하였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은행에서는 더이상 돌아다니기가 힘들어 한 시간 정도를 앉아있었던 것 같다.

전기는 계속 들어오지 않았다. 더 앉아 있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시간이 아까워서 밖으로 나갔다.

지난번에 다녀오지 못했던 혁명박물관이 갑작스럽게 생각났다. 여기로 가기로 했다.

 

 

 

 

혁명박물관은 예전에 대통령궁이었던 곳을 혁명 이후에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의 외관은 굉장히 화려하다.

 

 

 

 

입장료를 물어보니 8쿡이라고 한다.

나는 처음에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비싼 입장료가 없었다.

그래서 돈을 내지 않고 뒤로 빠져서 둘러보니 정말 8쿡이었다. (현지인은 8MN)

울며 겨자먹기로 8쿡을 지불하고 티켓을 받았다.

 

 

 

 

 

 

 

 

내부도 굉장히 정교하고 깔끔하다.

예전에 대통령 집무실이었던 곳과 의회실도 그대로 자리잡고 있다.

1차, 2차 혁명에 대한 사건과 인물들에 내용들도 굉장히 충실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 있었던 자료들은 이 곳의 일부인 듯 하니 아바나를 봤다면 산티아고는 안봐도 좋을 것 같았다.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는 1층에 있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코너였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사진 하나 찍기 조차도 힘들었다.

쿠바의 전 대통령이었던 독재자 바티스타, 레이건 전 대통령, 아빠 부시, 아들 부시 의 그림이 있는 곳이었다.

각각의 그림 옆에는 이 들을 비꼬는 글귀가 적혀져 있다.

 

Fulgencio Batista : 혁명을 일으키게 해줘서 고마워 (a Hacer la Revolucion)
Ronald Reagan : 혁명을 강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a Fortalecer la Revolucion)
George Bush Sr. : 혁명을 강화하게 해줘서 고마워 (a Consolidar la Revolucion)
W.Bush : 돌이킬 수 없게 해줘서 고마워 (a Hacer Irrevocable el Socialismo)

 

 

 

 

잠시 밖으로 내다보니 쿠바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건물 밖으로 나와 외부전시관으로 이동해서 그란마호를 보러 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곳에 그란마호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다양한 항공기와 전투용 차량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한 쪽에는 새로운 나라를 만든 영웅들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그란마호는 유리창 안에 있어서 계단을 올라가야만 볼 수 있다.

실제로 사용했던 그란마호는 아니고 모형이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보관을 하는지 참.

 

 

 

 

그 옆으로 항공기들과 탱크, 장갑차들이 있어서 돌아다니며 볼 수 있다.

 

구경을 하던 중 사람을 부르는 소리- 츳츳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을 보니 여기를 지키고 있는 군인 한명과 나 밖에 없다.

잘 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또 츳츳 소리가 들린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 서 있던 군인이 고정된 자세에서 눈만 나를 향하고 왔다.

 

푸하하 정말 너무 웃겼다.

직업상 열중쉬어 한 자세에서 움직이지는 못하고 동양인 여자애가 있으니

신기한데 다가올 수는 없고. 그래서 츳츳거리며 내가 자기를 보도록 했던 것이었다.

가는 길에 군인앞을 지나며 올라하고 인사를 해주었더니 그제서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한다.

 

 

 

 

지금쯤이면 전기가 들어왔을까 싶어서 밖으로 나갔더니 은행은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

가는 길에 문이 열린 한 은행에 들러 우표를 구입했다.

그리고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인포투어에서 알려준 곳으로 이동했다.

 

내려서 내가 알고있는 곳 주변을 얼마나 돌았는지를 모른다. 아무리 봐도 못 찾겠다.

여기를 가려고 10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물어봤던 것 같다.

마지막에 물어본 할아버지가 길을 가르쳐줘서 찾아갔는데 거기에도 없다.

그 자리에서 서 있었더니 그 할아버지가 다시 와서 나를 이 건물에 데려다 주었다. 울뻔 했다.

간판도 아무것도 없는 이 건물이 이민청이라고 한다.

 

사람이 엄청 많다. 쿠바에서 줄을 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언뜻 보기에 줄이 없기 때문에 안 설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아주 큰일이 나는거다.

반드시 누가 마지막이냐고 물어보는 "울띠모?"를 외쳐야 한다.

그러면 누군가가 "울띠모"라고 말하면 그 사람 다음에 들어가면 되는거다.

 

그렇게 한시간을 기다렸고, 내 차례가 되어서 비자연장 업무는 2분만에 끝이 났다.

 

** 비자를 연장하는 방법

 

쿠바 비자는 기본이 30일이며, 이 후는 연장을 해야만 한다.

연장은 최대 2번까지 가능하다. 즉, 쿠바에서 관광비자로는 최대 90일까지만 체류할 수 있다.

아마 인터넷을 찾아봐도 잘 없을 정보인 것 같아서 고급정보 풀어봅니다.. 헤헤

 

이민청 주소 : Calle 17 y J (e/ K y J. 번지가 없다. 베다도에 위치하고 있다)

가는방법 : 택시가 가장 편리하다. 주소를 보여주고 데려달라고 하면 된다.

               나처럼 콜렉티보 택시를 탈거면 Linea 방향으로 가는 택시를 탄 후에 Calle 17로 와야 한다.

               간단히 보자면, 지도에서 나시오날 호텔 뒤로 2블럭 정도를 걸어올라오면 된다.

               간판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건물 사진도 함께 올린다.

 

준비물 : 가장 먼저 은행에 들러 25쿡짜리 우표(Sello)를 사야한다.

            여권, 비자(입국신고시 돌려받은 절반), 우표, 여행자보험 증서, 까사 영수증(주인에게 써달라고 하면된다)

            항공권은 혹시 모르니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발급방법 : 이민청 안으로 들어가서 건물의 끝까지 들어가면 Extranjeria라고 적힌 곳이 있다.

               여기서 "울띠모?"를 외친 다음 대답하는 사람 옆에 앉은 후 그 사람 다음으로 들어가면 된다.

               내 차례가 되면 서류를 주고, 비자종이 뒷면에 30일 연장스티커를 붙여주면 완료된다.

               대기시간은 무한대이며, 비자연장 시간은 5분 이내로 완료된다.

 

 

 

 

택시를 잡으려 나시오날 호텔 앞으로 가서 손을 흔드니 금방 콜렉티보 택시가 잡힌다.

카피톨리오에서 섰다가 앞으로 조금만 더 가자고 해서 중국촌쪽으로 갔다.

이유는 점심을 먹으려고. 아침부터 비자때문에 정신없이 돌아다닌 탓에 배가 너무 고팠다.

 

 

 

 

 

 

전 날 들렸던 빨간집의 중국집으로 향했다.

밖에 앉기 보다는 에어컨이 절실해서 물어봤더니 내부에 에어컨이 나온다고 한다. 얼른 들어갓다.

나 혼자 먹는거라 메뉴를 많이 시키는 못하고.. 달콤한 춘권과 돼지고기 볶음밥을 주문했다.

음료수까지 내가 먹은 음식의 모든 금액이 6쿡이다. 중국집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집에 가지고 갈 Legendario 럼주를 한 병 사들고 숙소로 들어갔다.

바라데로에 다녀온 후 아직까지 다니엘을 만나질 못해서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다.

다시 내 방으로 와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

문을 여니 경서오빠와 뉴페이스가 찾아왔다.

 

아침부터 찾았는데 어디갔었냐며 걱정했다고 한다.

에고 오빠한테 인사할 정신도 없었구나. 오늘 하루의 일들을 풀어놓았다. 오늘 정말 힘들었다.

조금 있다가 함께 어제 못 본 일몰을 보러 말레꼰에 함께 가기로 했다.

 

 

 

 

 

 

오늘 구름이 별로 없다. 조금 일찍 도착을 해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서오빠는 처음에 말레꼰으로 오는 길에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돈도 뺏겼다고(?) 한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우리 앞에 다가와서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절하는 방법은 우리 앞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No Gracias"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도 알았다며 쉽게 물러선다.

 

 

 

 

 

 

 

 

뉴페이스가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 앉아 있으니 참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 수다를 떠는 사람들, 그냥 멍하게 앉아 있는 사람,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ㅋㅋ

 

 

 

 

어느새 해가 구름뒤로 넘어가고 그 길로 사라졌다.

이 날이 나의 마지막 말레꼰이었다. 다음날 다시 오려고 했으나 오지 못했기에.

 

다음 코스를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데 이 남성 두분은 아직 말레꼰의 치맥을 못 먹었다고 한다.

저번에 먹으러 왔었는데 닭이 떨어졌다고 못 먹었다고 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나랑 가면 먹을 수 있어"라는 뜬금없는 나의 말을 믿고 치맥집으로 향했는데

역시 나는 쿠바와 잘 맞다. 푸짐한 치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인 1치킨(닭다리2개)을 주문하고 맥주는 만장일치로 부까네로 푸에르테를 시켰다.

쿠바 맥주는 역시 부까네로다. 맛있는 맥주도 없지만 그나마 이게 가장 맛있다.

 

옆 테이블에서 기타를 가지고 와서 노래를 불러서 공짜로 음악도 듣는다.

조금 있으니 건너편 까바냐 요새에서 9시를 가리키는 대포 소리도 들린다.

주변에 돌아다니던 개들이 모여든게 조금 흠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뉴페이스는 말레꼰을 걷는게 무서웠다고 했다.

그 이유인 즉슨 혼자 걷다보면 어느새 사람들이 다가와 "치카치카"한다는 것이었다.

"치카"는 스페인어로 여자라는 뜻인데,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몸을 파는 여자들이 참 많다.

남자들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삐끼들인데 남자들이 좋다고 하면 연결을 시켜주는거다.

이게 얼마나 귀찮은 건지, 쿠바를 여행한 모든 남자들이 대부분 이 때문에 쿠바가 싫다는 거다.

실제로 우리 숙소에 머물던 캐나다인 필립은 이것 때문에 질려서 일찍 쿠바를 떠버렸다.

 

경서오빠가 겪은 일은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흑인여자 괜찮냐고 물어봐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인종차별이 될까봐 흑인여자 괜찮다고 대답을 했더니

아주머니가 놀라면서 연결을 시켜준다고 했다는 거다.

그제서야 이해를 한 오빠는 아니라고 자기는 관심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듣다가 우리는 너무 웃겨서 쓰러질 뻔 했다.

 

 

 

 

 

 

집에 가기 싫어서 택시를 타고 째즈클럽으로 갔다.

오늘 간 곳은 "La Zorra y El Cuervo"라는 곳인데 아바나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다.

입장료는 10쿡인데 칵테일 2잔이 포함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가 꽤 멋있다.

생각보다 아담한 분위기였는데 벽에 걸린 액자들이 굉장히 멋있다.

 

** La Zorra y El Cuervo

주소 :  Avenida 23, entre N y O

위치 : La Gruta 옆에 있다. 택시타고 이름을 말하면 다 안다.

 

 

 

 

첫 잔은 시원한 다이끼리로, 두번째 잔은 모히또로 마셨다.

다이끼리의 맛을 너무 늦게 깨달은 나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 본 째즈그룹은 Oscar Valdes이다.

그룹이 아니라 리더인 아저씨 이름인 것 같은데 여러 연주자들이 함께 한다.

째즈라기 보다는 쿠바 악기를 이용한 쿠바 음악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놀랍게도 퍼커션을 연주하는 사람은 일본인이었는데 이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지금까지 본 퍼커션 연주자 중 가장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연주속도와 정교한 박자들 정말 놀라웠다.

 

 

 

 

우리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멕시코에서 온 째즈 밴드였는데 앞의 공연이 끝나고 같이 연주를 했다.

앞 팀의 실력이 너무 뛰어났던지라 조금 어설프게 느껴졌고

급조한 느낌이 확 나서 조금 아쉬웠다.

 

쿠바의 색소폰 연주가 기가 막혔었는데, 멕시코 연주자들이 들어오면서 음이 좀 방해된 느낌이다.

조금 듣다가 숙소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나와서 일어섰다.

 

지금 며칠째 하루에 한명씩 쿠바를 떠나고 있는데, 내일은 뉴페이스가 떠난다.

그 다음 날은 나, 그 다음은 경서오빠 차례이다.

우리들 나름대로 마지막을 잘 준비하고 있었다.

,

바라데로에서의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내가 예정했었던 쿠바에서의 마지막 도시가 바로 바라데로 였다.

오늘 아바나로 이동하니 이제 더이상 장거리 이동은 없다.

 

여행의 막바지라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

 

 

 

 

오늘도 역시 푸짐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이번 여행에서 먹는 마지막 만찬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천천히 다 먹었다.

이유는 아바나의 아침식사는 당연히 부실할거고 캐나다에서는 아침을 안먹을거니까.

 

 

 

 

 

 

 

 

그냥 가기에는 아쉬우니깐 바다를 한번 더 보고 가자고 했다.

 

바라데로 센트로는 굉장히 깨끗하고 잘 정돈이 되어 잇따.

기념품 거리도 잠깐 걸어보기도 하고. 살게 별로 없긴 하다.

다른 곳과 다르게 관광객들이 타는 말마차가 많다.

 

 

 

 

 

 

 

 

 

 

 

 

바다가 꼭 하늘을 닮았다.

물이 너무 예뻐서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를 모르겠다.

 

 

 

 

 

 

해가 나타났다가 숨었다가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구름이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있다.

구름에 가리면 또다시 어두워지고, 해가 나타나면 눈이 부실정도로 예쁜 바다가 나타난다.

 

놀기에는 어제 우리가 놀았던 날씨가 딱이었던 것 같다.

역시 우리는 운이 좋아!

 

 

 

 

 

 

한창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20명쯤 되는 남자들 한 무리가 막 달려오더니 깊숙히 계속 들어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운동부였던 것 같은데 정말 먼 거리를 헤엄쳐갔다.

 

이렇게 바다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다른 지역들과 다르게 택시삐끼가 없어서 일단 걸어가보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를 몰라 비아술 쪽으로 가보자고 해서 걸어가던 중

택시기사들과 흥정을 했는데 보통 70~90쿡 정도를 부른다.

차마 그 가격으로 갈 수는 없기에 그냥 계속 터미널 쪽으로 걸어갔다.

 

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다행이 버스는 있다.

택시타는 곳을 아냐고 경서오빠가 한 남자에게 물었더니 안다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다.

우리가 바꾸나야구아 전망대에도 잠깐 들렀으면 좋겠다고 하니

"피냐콜라다 먹을려고 가지?"라고 말한다. 귀찮아서 그냥 "응"이라고 대답했다.

 

조금 있으니 택시기사를 데리고 오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아바나까지 30쿡이라고 한다.

이게 왠 횡재냐며 바로 OK를 했다.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해서 택시로 가니 완전 좋은 차다.

경서오빠랑 나랑 여행 마지막에 운이 터진다며 얘기를 하고나서는 너무 좋아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가는 길에 아저씨가 점심을 먹을건데 샌드위치 먹을거냐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했더니 먹고오겠다며 잠깐 차를 세웠다. 아저씨가 우리 샌드위치를 사오셨다.

어머, 너무 감사해요! 이거 그냥 햄이 아니라 칠면조라며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한다.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바꾸나야구아 전망대에 들리고 싶다고 다시 얘기를 하니

"피냐콜라다 먹을려고 가지?"라고 말한다. 응? 여기 피냐콜라다가 유명한가봐!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갔다.

오늘 날씨 정말 좋다!

 

 

 

 

 

 

Mirador de Bacunayagua.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꾸나야구아의 모습-

1959년에 세워진 높이 110m의 쿠바에서 가장 높은 다리이다.

유무리 분지를 가로질러 세운 다리로 마탄사스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기도 하다.

 

옆으로 보이는 유무리 분지도 너무 아름답다.

 

 

 

 

전망대 BAR에는 이렇게 파인애플이 쭉- 놓여있는데 알고보면 속이 빈 껍데기이다.

 

피냐콜라다를 주문했더니 그 자리에서 파인애플과 아주 약간의 럼을 넣고 갈아준다.

그리고는 저 파인애플의 두껑을 열고 맛있게 만든 피냐콜라다를 붓는다.

다시 두껑을 덮은 후 한쪽에 나 있는 구멍에 빨대를 꽂으면 완성된다.

 

럼의 진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옆에 마련되어 있는 Havana Club을 더 넣으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피냐콜라다는 이 곳의 명물이 되었다.

 

 

 

 

1잔에 5쿡으로 저렴하진 않다.

우리가 아바나까지 가는 택시비가 올 때 10쿡, 갈 때 15쿡이니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우리 기사아저씨도 마시라고 하니 안 마신다고 한다. 아마 아저씨더러 돈을 내라고 이해를 한 것 같다.

경서오빠가 그게 아니라며 하나를 주문해서 드리니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우리는 땡볕에 있는 테이블에서 피냐콜라다를 마셨다.

아주 더웠지만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하하호호 흡입했다.

 

 

 

 

돌아가기 전에 아이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

 

 

 

 

와 여기 주차장에 소나타가 주차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한 새 차다. 너무 너무 신기하당!

 

 

 

 

드디어 아바나에 도착했다.

우리 숙소에는 지난밤 함께 했었던 그 뉴페이스 분이 마침 계셨는데..

통성명을 하지 않아서 성함을 아무래도 모르겠다. 아무튼 트리니다드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맛있는 중국집이 있다고 해서 같이 저녁을 먹고 말레꼰으로 가기로 했다.

빨간색 분위기의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 유명하다고 해서 지난번에 내가 갔던 가게인 것 같아 앞장을 섰다.

그 집으로 잘 찾아갔는데 우리는 식당이 아니라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무슨 소리인지.. 분명 여기서 밥을 먹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중국 무예같은 수업을 하고 있다.

식당을 그만두고 이런 교습소(?)로 바꾼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찾아갔더니 뉴페이스 분이 얘기했던 그 식당이 나왔다. 헤헤

 

 

 

 

여기가 아바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다른 집과 다르게 요리사가 중국인이라 맛이 더 뛰어 나다고 한다.

 

 

 

 

 

 

 

 

볶음면요리 하나와 국물요리 하나, 그리고 탕수육을 주문했다.

 

볶음면요리는 간은 굉장히 좋았으나 역시 재료의 부실함으로 면이 찰지지 못하다.

국물요리 역시 시원한 맛이 끝내주었지만 면이 문제였다.

쿠바는 정부에서 발 벗고 음식재료의 업그레이드에 앞장 서야 한다.

탕수육은 고기도 맛있고 새콤달콤 소스로 기가막히다!

 

수다를 떨면서 먹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갔고 이대로면 일몰시간에 못 맞출 것 같았다.

서둘러 말레꼰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다.

 

 

 

 

걸어가는 도중에 이미 해는 지고 있었고 하늘은 더욱더 어둑어둑 해졌다.

말레꼰을 두고 길만 건너면 되는데 이미 해는 반쯤 저물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길도 건너지 않고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길을 건너서 방파제에 앉으니 이미 해는 사라지고 없다.

오늘은 구름도 거의 없어서 붉은 빛도 거의 나타나질 않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은 계속되었고 우리는 말레꼰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뭐니뭐니해도 아바나는 말레꼰이 최고다.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는 왠지 아쉬워서 어디로갈까 얘기를 하다가

비에하 광장에 있는 맥주집에 못 가봤다는 남성 두분의 고백에 따라 우리는 맥주집으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 2쿡에 협상을 하고 슝~

 

 

 

 

 

 

Factoria Plaza Vieja

가격면에서나 양 면에서나 1잔씩 먹는게 훨씬 이득이었지만,

마침 인원도 세명이고 하니 큰 기둥에 나오는 맥주를 주문했다.

 

첫 잔을 직원이 따라 주었는데 한잔 가득 담아도 거품이 꺼지니 어처구니 없는 양으로 변한다.

그런데 우리 분명히 흑맥주를 시킨 것 같은데 색깔이 맑다. Oscuro 맥주가 나온거다.

얘기하려다가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맛있어서 그냥 먹기로 했다.

 

고소한 땅콩과 함께 한사람 당 2잔씩 마시니 맥주가 끝났다.

기분좋게 수다를 떨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

아침에 일어나니 믿을 수 없을 만큼 구름 한 점 없다.

 

어제 도착 하자마자 주인 아저씨한테 태풍이 언제 지나가냐고 물었더니

이미 어제 지나갔다면서 이제 비가 안온다고. 전기만 들어오면 된다고 했었다.

그 말이 정말인 듯 태풍은 정말 물러간 것 같았다.

 

덕분에 '내가 가면 날씨가 좋다'라고 뻥쳤던 나의 말에 신뢰가 쌓였다.

 

 

 

 

아침식사는 푸짐하다.

우리가 어제 저녁에 들이닥친터라 아저씨도 재료를 얼마나 구할지 모르겠다고 반신반의했었는데

다행히 과일도 나오고 부드러운 빵, 계란까지 준비되었다.

여기 사진 위의 것이 1인분 아침식사이다.

 

서둘러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해변으로 향했다.

까사에서 해변까지는 길을 건너서 풀숲으로 들어가면 된다. 약 100미터 정도 거리이다.

 

 

 

 

 

 

 

 

 

 

여기가 바라데로의 해변이다!

 

물이 정말 맑고 예쁘다. 정말 에메랄드 빛의 바다이다.

너무 신이나서 물로 뛰어들어서 혼자 계속 첨벙첨벙 대어본다.

뜨거운 햇볕에 비치는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다.

 

먼저 다녀온 박수오빠가 생각보다 물이 별로 였다고 해서 어쩐일이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오빠가 갔던 그 때는 태풍이 왔을 때라서 바닷물에 모래도 많이 섞인데다가

햇볕도 별로 없어서 시종일관 물 색깔이 칙칙했던 거였다.

 

 

 

 

한 쪽에 선베드를 대여해주고 있어서 찾아갔더니 의자 1개당 2쿡이라고 한다.

2개를 빌려서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누워서 신선놀음을 하기로 했다.

 

 

 

 

누워있는 동안 경서오빠가 사다준 크리스탈과 모히또-

바라데로의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느낌이란!

안그래도 시원한데 정말 맛도 짜릿하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너무 더워서 그대로 바다로 뛰어 들었다.

아무리 들어가도 깊이가 가슴위를 넘지를 않는다. 한 30미터 정도를 들어가니 그제서야 물이 찬다.

목아래까지 오는 물 깊이에도 얼마나 물이 맑은지 내 발이 다 보인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서 파도도 알맞게 쳐준다.

그냥 바닷물에 내 몸을 맡기니 저 앞으로 밀려났다가 들어왔다가 한다.

정말 놀기 좋은 바닷가다.

 

벌써부터 이런 곳에서 놀다가 한국의 바닷가에서 어떻게 놀지가 걱정이 된다.

이런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한다.

 

11시쯤 나와서 오후 4시 정도까지 놀았으니 정말 실컷 놀았다.

저 쪽 한편에서 먹구름이 보이길래 비가 올 것 같다며 자리를 접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한 다음에 밖으로 나오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경서오빠가 비가 안그치면 어떡하냐며 밥을 사오겠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을 봤더니 저 멀리는 햇볕이 들고 있다. 그래서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한 30분 정도 비가 더 내리더니 그치기 시작했다.

기다렸던게 다행이었다. 다시 해가 들었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식당을 좀 찾아봤는데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어제 갔었던 그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다시 찾아갔다.

어제와 다른 돼지고기 메뉴를 주문했는데 역시나 너무 맛있다.

쿠반소스라고 해서 그냥 시켜봤는데 짭조롬한게 딱 내 입맛이다.

 

근처를 조금 둘러보니 호수 공원같은게 나온다.

이쪽으로 오니 그나마 레스토랑들이 나오는데 이미 저녁을 먹어버려서 웃으면서 패스를 했다.

산책을 하다가 지금 쯤 일몰이 시작될 것 같아서 다시 해변으로 향했다.

 

 

 

 

 

 

 

 

황금빛 태양아래에 아름다운 석양이 펼쳐졌다.

 

일몰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되새겨 본다.

너무 아름다운 바다를 보게되어 행복했다. 내가 바라본 바라데로는 천국같았다.

언제 다시 이 바다를 볼지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뒤를 돌아보니 정적인 모래사장이 보인다.

 

 

 

 

해변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방역차가 지나간다.

추억의 방역차, 느낌이 새롭다.

 

 

 

 

 

 

바로 까사로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조금 걷기로 했다.

바라데로는 길쭉하게 반도모양을 하고 있어서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데 그 사이가 3~4블럭 정도로 매우 좁다.

그래서 가로질러서 반대쪽 바다로 가보기로 했다.

 

쌩쌩달리는 도로를 건너 바다를 바라본다.

삼발이(테트라포트)가 우리나라보다 작고 많이 낡아있다.

 

 

 

 

숙소로 오는 길에 굉장히 큰 쇼핑몰이 있다.

쇼핑몰 안을 구경하니 마트와 옷가게, 오락실, 카페 등 없는게 없다.

 

그 중 우리의 눈길을 끌었던 건 볼링장이다.

쿠바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볼링장인데 시설도 굉장히 깨끗하다.

저녁시간인데도 볼링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의 끝은 역시 맥주다.

방 앞에 있는 의자에서 음악을 들으며 수다의 꽃을 피웠다.

태풍이 오지 않아 너무 행복했고 아무것도 안하고 제대로 쉴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멋진 대화의 파트너가 되어준 경서오빠가 있어 너무 즐겁고 고마웠다.

,

오늘은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멕시코로 떠나는 날이다.

무려 28일 동안을 함께 했다. 그러면서 나는 국제적인 민폐녀가 되긴 했지만.

혼자서 다닐거라고 생각한 쿠바에서 함께 할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나에게 축복이다.

올해부터 귀인이 계속해서 나타날거라고 하더니 분명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나에게 귀인이었을 것이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한국으로 보낼 작은 짐을 나에게 전해주고 남은 페소들도 모두 주었다.

박수오빠 덕분에 마지막까지 부자가 되었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 물 한병을 사려고 했는데

물 구하기가 힘든 쿠바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힘겨운 일정을 보냈다.

 

카피톨리오 뒤쪽을 보고 맨 오른쪽으로 가면 콜렉티보가 많이 서 있는데

여기로 가면 저렴한 가격으로 공항에 갈 수 있다. 보톤 6~7쿡 정도라고 한다.

박수오빠가 탄 택시는 7쿡, 평소의 오빠였으면 어떻게든 6쿡으로 깎았을 것 같은데

마지막 협상이라 그런지 7쿡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떠나는 박수오빠와 류씨언니-

두분 계속 즐거운 여행하세요! 장기여행에 건강은 필수구요!

 

손을 흔들고 떠났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된 기분이 든다. 숙소로 떠벅 떠벅 걸어갔다.

 

난 혼자가 아니다. 오늘 경서오빠와 함께 바라데로로 떠나기로 했다.

내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꾸브레(Cubre) 역으로 가면 바라데로로 가는 택시가 있다고 했다.

비아술이 10쿡이니 거기까지 가는 택시비까지 합하면 그냥 택시를 타고 바라데로까지 가는게 더 나았다.

그래서 경서오빠를 부르러 이오바나 아주머니네 집으로 찾아갔다. (경서오빠 방은 메인 하우스에 있다)

아주머니는 날씨가 안좋고 태풍이 몰려와서 바라데로에 가도 바다를 제대로 못 볼거라고 한다.

더욱 힘든건 태풍 때문에 바라데로에 전기가 안 들어와서 생활이 불편하다는 거다.

그러면서 산타마리아 해변도 바라데로와 똑같이 생겼다며 계속 남아있으라고 한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록 아주머니가 우리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최근 한국 손님들을 받으며 경제적인 상황이 굉장히 좋아진 편이다.

그런데 이번주 들어 한 두명씩 계속 떠나고 있으니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하늘은 파랗다. 과연 바라데로도 여기처럼 파란색깔일 것일까.

경서오빠와 함께 바라데로에 갈지 말지를 한참 고민하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가면 날씨도 좋을거예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며 경서오빠를 꼬셨다.

일단 떠나기 전에 801호로 내려가서 너무 즐거운 추억을 준 누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비시택시를 타고 2쿡에 기차역 뒤에 있는 꾸브레역으로 갔다.

내리자마자 행선지를 부르는 삐기들이 모여든다.

우리가 가는 바라데로는 '마탄사스' 위에 있으니 마탄사스 행 택시로 향했다.

 

정원은 4명인데 현재 모객은 1명, 우리까지 3명이다.

원래는 1인당 10쿡인데 현재 3명밖에 없으니 우리더러 15쿡씩을 내라고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우리가 10쿡인거 안다고 못 낸다고 했더니

15쿡을 내면 바로 출발이고, 10쿡이면 1명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기다리자고 하니 이내 시무룩해진다. 다행인건 바로 1명이 추가되었다.

 

바라데로까지는 3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가는 길에 바꾸나야구아 전망대에 들리려고 했는데 내가 잠시 잊어버리는 탓에 지나쳐버렸다.

이런.. 나는 가는 길은 택시를 타고 가고, 돌아 올 때는 마탄사스에서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바보같이 여기 전망대를 놓치는 바람에 올 때 기차를 탈 것인지 전망대를 볼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다.

방심이 이 상황을 만들었다.

 

 

 

 

 

 

가는 길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우리가 탄 택시는 멀쩡해 보였지만 창문이 올라가지 않았고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덕분에 차 안에 있었음에도 옷이 홀딱 젖었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길을 위험하게도 열심히 달렸다.

 

바라데로에 도착을 하니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원했던 바다가 보이는 숙소는 이미 다 차서 들어갈 수가 없다.

몇군데 까사를 들렀지만 비싸기만 하고 마음에 차질 않는다.

2~3시 정도에 도착을 한 것 같은데 5시가 넘도록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배가 고파서 길에 보이는 햄버거 가게로 갔더니 전기가 없어서 음식을 못한다고 했다.

설상가상인 시간이 이어지고, 바다나 보자 싶어 해변으로 가니 에메랄드 빛 해변 위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그렇지만 이 어둠 속에서도 바다 하나는 끝내주게 예쁘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곳은 다니엘이 추천해 준 까사였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 아니라서 안가려고 했는데 지쳐서 더 찾기가 힘들었다.

까사로 들어가니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정말 반갑게 맞이해준다.

금액도 1박에 아침 포함해서 26쿡이다. 나름 잘 구한것 같다.

 

** 내가 머물렀던 바라데로 까사

 

Wicho & Karen

주소 : Calle 54 #103, Varadero

전화 : +53 045-614924

휴대폰 : +53 52701873

이메일 : wichokaren96@tyahoo.es

 

장점 : 주인부부 마음씨가 좋아요, 아침식사가 잘 나와요.

         해변에서 가까워요. 센트로 상점들과 가까워요.

         바디워시, 샴푸, 린스, 비누 등 호텔에서 사용하는 어메니티가 준비되어 있어요.

단점 : 바다뷰가 아니라는거~! 이것 말고는 나쁜 점이 없어요.

 

 

 

 

숙소를 잡고 잠깐 쉬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오늘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올인클루시브 호텔이 많은 휴양지이다 보니

변변한 레스토랑이 거의 없다. 결국은 작은 호텔 내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돼지고기 요리가 다양하게 많이 있는데, 뭘 시켰는지 모르겠다.

레모네이드와 함께 먹는데 정말 너무 맛있다.

저렴한데다 양도 푸짐해서 정말 기쁘게 마셨다. 좋아!

(돼지고기 요리가 5쿡, 레모네이드가 3쿡)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해변에 잠깐 들렀다.

구름이 많고 해가 잘 들지 않는 일몰이었지만 그래도 일몰은 그 자체많으로도 아름다웠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옆으로 보는 각도에서는 이 어둠속에서도 푸른 빛깔을 내보이고 있었다.

 

바다에 발을 잠깐 담근 후에-

 

 

 

 

들어오기 전 맥주를 두 병 사서 왔는데, 우리 방 옆 나무에 물이 들어와있다.

어머, 우리가 예쁘다고 좋아하니 주인 아저씨가 더 좋아하신다.

불은 밤 10시 정도가 되니 아저씨가 나오셔서 끄고 가셨다.

 

경서오빠와는 산티아고에서 한번 봤었고 아바나에서 다시 만난거였다.

박수오빠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나랑 별로 이야기 할 일이 없어서 사실 조금 서먹했었다.

바라데로로 같이 가자는 얘기는 조심스럽게 꺼냈었고, 오는 길에도 별로 말이 없었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다행이 좋은 사람같고 유쾌한 사람인 것 같아서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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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타마리아 해변으로 가기로 했는데,

아침을 먹을 때부터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같은 방을 썼던 혜원이는 오늘 떠난다고 어제 정성스레 빨래를 해서 널었건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그 옷들을 몽땅 적셔버렸다. 서둘러 걷어 방법을 찾아본다.

급한 마음에 류씨언니에게 드라이기를 빌려서 말려보지만 그리 쉽게 마를 것 같진 않다.

어쩔 수 없이 옷가지들을 챙겨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누군가가 떠난다는 사실은 많이 아쉬운거다.

혜원이가 떠났고, 배웅을 해준 경서오빠는 혜원이가 20MN에 공항까지 갔다고 한다.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가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바로 가는 건 아니고 합승은 당연하고 여기저기 들려서 가는데

공항 출국장 입구가 아니라 먼 곳에서 세워주는 곳도 많다고 한다.

돈을 아끼기에는 정말 좋은 방법이지만 사실 무거운 짐을 가지고 가기엔 힘들다.

 

아무든 어린 나이에 혼자서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한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남미를 여행했을 때 23살이었는데 혜원이는 22살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여행 인프라가 정말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이렇게 장기간을 홀로 다닌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쿠바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난 쿠바만 한달 여행을 왔다고 하니 다들 남미로 내려가고 싶지 않냐며

남미가 더 좋다며 꼭 가보라고 하던 이야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운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남미를 무려 9년전에 다녀왔다. 조금만 지나면 10년이다.

그 덕분에 일찍 제 3세계라고 하는 남미를 경험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이 쪽으로)

9개월 간의 남미 여행동안 만났던 한국 여행자가 총 4명이었으니 참 많이도 변했다.

지금은 쿠바의 우리 숙소만해도 엄청나게 많은 한국 여행자가 있다.

 

 

 

 

 

 

아쉽지만 일단 산타마리아로 가기로 한 계획은 취소되었다.

누님들께서 점심 때 수제비를 할거라며 801호로 초대해주셨다.

아침밥을 먹고나서 이오바나 아줌마네 거실에서 빈둥빈둥 거리다가 점심때가 되어서야 밑으로 내려갔다.

 

들어가니 따끈 따끈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파전이 놓여있었고

가지무침과 양배추로 만든 귀한 김치도 있었다.

재료가 없으니 없는대로 준비하셨다고 한다.

 

 

 

 

 

 

국자 대신 커피잔으로 수제비를 그릇에 담아주시는 이선 누님.

한달 동안 더운 나라에 있다보니 따뜻한 국물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것도 비오는 날에 먹는 수제비라니 금상첨화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난 김치를 안먹기 때문에 해외에 나와 있어도 한국음식을 많이 그리워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그리고 쿠바로 올 때는 한식당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음식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님들이 준비해주신 수제비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여기서 한국음식을 먹을 줄은 정말 몰랐었다.

 

감사 또 감사하게 한입 한입 먹었다.

 

 

 

 

어제 체게바라가 그려진 3페소짜리 지폐에 대한 이야기나 잠깐 나왔었는데

나는 구겨진 지폐밖에 구하질 못해서 깨끗한 지폐를 가지고 싶다며

어디서 구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다니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다니엘이 선물이라며 '짠!'하고 무언가를 나누어 준다.

엄머, 3페소짜리 새 지폐다. 함께 적어준 다니엘의 메모가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쿠바에 와서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난다.

이번 여행에 있어서 나의 목표는 여기서 함께한 사람들을 잊지 않는 것이 되었다.

지금도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생각이 나는 대로 계속 전하고 있다.

 

점심식사가 끝났지만, 우리는 어디로도 나가지 않고 모두들 801호에서 떠들고 놀고 있다.

누님들이 정성스레 태워준 모카골드 커피를 후르릅하며 쿠바에서의 여유를 즐겼다.

비는 멈췄지만 우리의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쿠바의 먹거리라고 하면 역시 대표적인 것은 랍스터다.

그만큼 여기가 저렴하기 때문에 얼마에 먹었나, 얼마나 먹었나가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맛있는 랍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다가 다니엘이 추천하는 레스토랑에 전화를 했더니

오늘 랍스터가 들어왔다는 아주 행복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 모두는 박수를 쳤고, 오늘 저녁식사는 랍스터로 정했다.

두시간 정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6시 반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아바나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Los Nardos.

우리가 갔을 때는 줄이 없어서 바로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줄이 정말 길었다.

(가실 분들은 6시 30분 이전으로 가세요!)

 

이유는 홀 서비스가 느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주문하기까지 30분, 그리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30분이 걸렸다.

우리가 식사를 다하니 약 2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더 웃긴 건 계산서를 달라고 하니 1분도 안걸린 것 같다. 하하

 

 

 

 

레스토랑 분위기는 정말 좋다.

쿠바에 와서 가장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인 것 같다.

손님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빵과 함께 먹는 콩요리, 랍스터 구이, 크림소스 랍스터, 빠에야를 주문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빵과 콩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콩 안먹는데 고소한게 정말 괜찮았다.

랍스터는 안타깝게도 오늘 생 랍스터는 없고 냉동만 있다고 하여 그것으로 주문했는데

냉동이다보니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짠 맛이 그대로 난다. 좀 많이 짰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빠에야다.

어제 Europa에서 먹었던 빠에야보다 더 저렴했는데 맛이나 비주얼은 훨씬 뛰어나다.

오늘 저녁 식사는 대만족이다. 기분 넘 좋아!

 

어제 저녁식사가 너무 부족했다며 박수 오빠가 오늘 식사도 사주셨다.

오빠와 언니가 어떻게 여행하는지를 내가 다 봤는데..

얻어먹기가 굉장히 죄송했지만 그래도 넙죽 넙죽 받아먹었다..

사실 오늘이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와 함께 먹는 마지막 식사였다.

우리의 일정도 이렇게 모두 끝나갔다.

 

 

 

 

우리 뒤에 있던 테이블에서 계산서를 두고 가고 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오더니 뚜껑을 연다. 알고보니 피아노였다.

우리 지금 엄청 분위기 좋은데 이 분이 부드러운 음악까지 선사해주셨다.

 

 

 

 

 

 

 

 

 

 

밖으로 나오니 우리 전부다 소리를 질렀다.

마침 해가지고 있는데 석양이 정말 아름다웠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카메라를 들었고 의도치 않게 포토타임이 진행되었다.

다니엘은 능숙한 솜씨를 모두의 전신샷을 촬영해주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슈퍼에 잠깐 들러 누님들이 한국으로 가지고 갈 데낄라를 구입하고

오늘 밤 우리가 먹을 맥주로 대량 구입을 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어제 호아끼나에 머물다 오늘 여기로 옮긴 뉴페이스 2분이 나타났고

우리는 오늘 밤도 역시 801호로 모였다.

 

사진의 순서대로

다니엘-박수오빠-경희누님-진이누님-이선누님-경서오빠-류씨언니-나-뉴페이스1-뉴페이스2

뜨거운 수다의 밤을 보낸 즐거웠던 멤버들이다.

 

알고보니 바텐더를 했었다는 뉴페이스2 분은 트리니다드에서 잠깐 마주쳤던 분이었다.

그 때 다른 일행들과 함께 있는 걸 봐서 친구들과 같이 온 줄 알았는데

호아끼아에서 만난 인연들이라고 했다.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정말 신기했다.

 

저녁때 먹은 랍스터와 칩들을 포장해왔었는데 이 걸 멋진 안주로 바꾸워 주셨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인데, 이렇게 기분 좋을 때 술이 빠질 수가 없다.

계속해서 먹다 보니 술이 부족해졌고 결국 누님들이 한국에 가지고 가려고 했던 데낄라도 오픈을 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각자의 생각이 있다. 모두가 서로의 상황을 들어주고 공감했다.

너무 너무 즐거웠던 밤이다. 이런 시간이 될 수 있게 같은 날 모여준 모두가 고맙다.

 

마지막 기념촬영은 브이를 비롯하여

지긋지긋한(?) 쿠바를 기념하며 1쿡 포즈를 취하고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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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이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날짜나 요일에 둔감해지기 마련인데

아바나에서 일요일을 기다린 이유는 "까예혼 데 아멜"

일명 아프리카 거리라고 불리는 곳에서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날에 가도 괜찮다만, 왠지 이런 곳을 날짜를 맞춰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언제나 그렇듯 부실한 아침밥을 먹는다.

그렇지만 요즘 그나마 좀 나았던게 아마 계란이 많이 들어가서 노란색을 띄는 빵이 부드러웠던 데다

빵 속에 텁텁했던 햄이 아닌 계란 프라이를 넣어줘서 목이 막히지 않고 꼭꼭 씹어먹고 있다.

 

이 다음날이었나, 계란 대신에 매일 우리에게 주었던 햄이 들어가 있던 날에

햄 대신에 계란을 주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지금 아바나에 계란이 없어서 줄 수가 없다고 한다.

쿠바가 괜찮다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쿠바에서 살겠다고 말한 나이지만,

결정적으로 못 살겠다라는 반응이 나왔던게 바로 식량문제였다. 먹을 것이 없다.

계란을 800만개(엄청난 규모다) 빼돌렸던 양계장 일당에게 횡령죄로 15년을 구형했다니,

이 곳 쿠바의 상황이 그 정도로 어렵다는 거다.

 

오늘 일정은 아프리카 거리와 산호세 기념품시장으로 계획이 되어 있어서

시간에 맞추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찰나, 박수오빠가 찾아왔다.

언니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멀리 나가기가 좀 힘들어 간단하게 주변을 돌아볼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갑자기 일정이 바꾸는 것에 대해 요며칠 조금씩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이건 어쩔 수가 없다.

하루이틀 집 밖에서 지내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각자 계획한 일정이 있으니 거기에 맞추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다닐 때 가장 중요했던건 바로 배려였다.

생각해보면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도 계획에 없었지만 내가 가고싶다는 곳에 일부러 따라와 줬었고

나도 언니 오빠와 가장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길을 찾았던 것 같다.

우리가 한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렇게 즐겁게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말은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니었나 싶었다. 잠시나마 불편했던 마음을 "이해"로 풀었다.

사실 고마웠던 것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므로-

 

그러다가 우리는 일정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구입했던 국립미술관 티켓이 오늘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유효기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박수오빠의 출국날짜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일이 휴관일인 월요일이니, 갈 수 있는 날이 오늘 일요일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일정을 잠깐 접고 1순위로 박물관으로 이동을 했다.

 

국립미술관 국제관은 중앙광장 근처에 있었다.

내가 당연히 거기라고 생각했던 곳에 갔더니 박물관이 아니다.

그래서 그 앞에 있는 사람에게 위치를 물으니 맞은편 건물을 가리키며 오늘 휴관이라는 거다.

순간 가슴이 덜컹거려서 정말이냐고 물어보니 당당하게 우리에게 확실하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세상에 일요일이 휴관인 박물관과 미술관이 어디있냐는 것이었다.

갑자기 상황이 너무 웃겨졌다.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고 갔더니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어제 구입한 티켓을 내미니 반틈 쭉 찢어버린다.

국제관은 크게 유명한 작품들은 없었지만 역시나 그 규모는 정말 대단했다.

미술전문가(?)인 류씨언니의 말에 따르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감처리가 잘 안된것이 많다고 했다.

내가 봐도 좀 부족하게 느껴지긴 했는데 작품들 제목을 보면 대부분 학원의 것들이 많았다.

하긴 유명한 작품들이 왜 여기있겠냐하는 생각도 좀 들긴했다.

 

 

 

 

 

 

박물관을 나와서 아프리카 거리로 가기로 했는데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도 선뜻 같이 가자고 했다.

중앙공원 앞에서 콜렉티보 택시를 잡은 후에 San Lazaro 거리의 아멜거리로 가자고 하니 그 앞에 세워준다.

길을 건너서 한블럭 안으로 들어가면 Callejon de Hamel이 나타난다.

 

그 전에 우리는 그 앞에 보이는 Cafe Brown으로 찾아갔다.

원래 박수오빠는 아침에 카페에 가서 쉬려고 했는데 일정이 바뀌면서 가지 못하게 되었었고,

대신 지금 가는 곳 어디에서 쉬자고 했었다. 그런데 오빠의 Maps Me 어플에 여기가 떡하니 찍혀있었고

우린 고민도 하지않고 여기로 가기로 만장일치를 했다.

 

메뉴판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다양한 메뉴들이 MN로 표기되어 있었고, 금액도 정말 저렴하다.

산티아고에서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커피가 Cafe Vatido여서 Vatido가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서 설명을 들어보니 얼음을 넣고 간 음료를 바띠도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즉 슬러시(쉐이크)다.

그러고보니 Cafe Vaido에도 맨 밑에는 아이스크림, 중간에는 커피 슬러시가 있었던거다.

 

나는 바나나, 언니는 딸기, 오빠는 초코 바띠도를 주문했는데 정말 극강의 맛이다.

세가지 모두 엽기적인 표정이 나올 정도로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 바나나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 정말 이런집이 우리 숙소 앞에 있었다면 정말 단골이 되었을 텐데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가격은 1잔에 20MN, 천원이 안되는 금액에 이렇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기분좋게 직원 언니와 인사를 하고 나오며 또 오겠다고 인사를 했다.

 

 

 

 

큰 길에서 Cafe Brown 뒤 쪽으로 한 블럭을 들어오니 그제서야 까예혼 데 아멜이 나타난다.

벽을 꽉 채운 화려한 무늬의 그림들이 벌써부터 우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 곳의 그림은 한 사람의 예술성을 발휘하면서 만들어지기 된 것이다.

 

'쿠바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 인종이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인데

카리브해이니 캐리비안의 해적?, 스페인 식민지이니 라틴계 백인들?,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 이쪽 백인?

 

정답은 모두 맞다.

쿠바라는 섬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고, 당연히 이 섬에 살던 원주민(타이노족 등)도 있다.

어느 날 스페인의 크리스토발 콜론(콜럼버스)라는 사람이 바라코아의 땅에 도착하였고,

이 후 섬의 존재가 서방국가에 알려지게 되면서 물자 약탈을 위한 스페인의 침략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식민지로서의 역할을 하다보니 순수한 원주민들은 사라졌다.

1차 독립혁명 후 프랑스인들이 새로운 땅인 쿠바로 들어와 사탕수수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는데

원주민들이 줄어감에 따라 인력이 부족한 탓에 아프리카로부터 값싼 노예들을 이 먼 곳까지 데리고 오게 되었고 

산업이 망하고 나서도 돌아가지 못한 그들은 이 땅에 남아서 쿠바라는 나라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요즘 세상에 단일민족이라고 할 만한 곳도 거의 없다는 것도 맞은 말이지만,

쿠바는 정말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중미속의 인종의 도가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스페인계 이름을 쓰는 사람, 프랑스어 이름을 쓰는 사람, 영어 이름을 쓰는 사람

그리고 아프리카 이름을 쓰는 사람까지 이 곳의 뿌리는 한 곳이 아니다.

 

까예혼 데 아멜은 "살바도르 곤살레스 에스깔로나 (Salvador Gonzáles Escalona)"라는

까마구에이 출신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쿠바 화가가 그린 벽화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 후 아프로쿠반(아프리카계 쿠바인)를 상징하는 장소로 탈바꿈하였고 매주 일요일마다 룸바 공연을 하고 있다.

 

 

 

 

 

 

 

 

 

 

 

 

까예혼 데 아멜 거리는 1블럭 사이의 골목 길에 있는 곳이라 굉장히 거리가 짧다.

그냥 걸어보자면 1~2분 안에 통과할 정도이지만 하지만 그 안에 볼거리는 굉장히 많다.

알록달록한 그림과 조형물부터 음악,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조차 새로운 쿠바를 보는 것 같다.

 

이 길 속에 갤러리와 카페들이 많이 있었다.

갤러리들에서는 삐끼들이 나와 들어와서 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카페는 분위기 한번 내볼까 생각해서 1초정도 고민도 했지만 에어컨이 없으므로 패스했다.

 

한 쪽에는 욕조로 만든 조형물이 참 많았다.

벤치로 추정되는 욕조의 단면은 우리의 엉덩이가 익을까봐 일단 지나쳤다.

 

 

 

 

 

 

 

 

 

 

이 거리로 들어올 때 음악소리가 났었는데 지금은 멈춰있다.

공연이 끝난게 아닐까 조마조마 했는데 공연장소로 와서 보니 잠깐 쉬는 시간인 것 같다.

다음팀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악기도 맞춰보고.

 

얼떨결에 정말 좋은 자리에 서게 되었다.

지금 자리를 비우면 저 뒤에서 공연을 보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계속 여기서 대기를 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다. 모두들 우리처럼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 거리는 좁은데 사람은 굉장히 많아요. 항상 소지품에 주의합시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멋진 스냅백에 선글라스를 낀 보컬을 보니 꽤 간지나는 음악을 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아프리카 스타일의 외치는 노래를 부른다. 캬캬

 

퍼커션의 음악과 보컬의 목소리에 흥이나고 몸을 들썩 들썩이는 순간에

남자와 여자 댄서가 나타나서 같이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든다.

비록 강렬한 군무는 없지만 음악에 맞추어 들썩이는 몸짓은 신이난다.

문제는 저 여자분 알바로 오신 것 같은데 더워죽겠다는 표정으로 억지로 춤을 추는 느낌이다.

뭐 어때. 상관없이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쿠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뒤쪽으로도 가보자 싶어서 나갔는데, 엄머 여기가 입구이다.

요즘따라 나의 감이 떨어졌는지 뒤로가서 앞으로 나오는 일이 즐비하다. 헤헤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좀 더 둘러보고 나왔다.

비록 인위적으로 만든 곳이지만 다양한 쿠바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참 마음에 든다. 여기.

즐거운 사람들과 그 장면을 보며 여유를 느끼는 사람들. 생각에 잠긴 사람들.

까예혼 데 아멜은 겉모습 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은 오늘도 엄청나게 맑았다.

항상 파란 하늘이 내비치고 있는 만큼 쿠바에 푸른 미래가 오길 바란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다시 Cafe Brown으로 찾아갔다.

아까 여기에 있을 때 옆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음식이 참 맛있어 보였기에 여기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친절했던 여직원과 다시 인사를 하고 추천해주는 피자를 주문했다.

 

와 피자 정말 거대하다!

토핑도 정말 많이 올라가는데 맛도 쿠바피자 답지 않게 정말 맛있다!

반죽은 어쩔수 없지만, 토핑이 너무 맛있어서 반죽의 아쉬움이 그나마 덜했다.

 

맛있게 잘먹고 기분도 굉장히 좋았는데

계산할 때 우리가 가진 모네다가 부족해서 쿡으로 지불하려고 계산하면서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1쿡=24MN이라는데 170MN를 9쿡으로 내라는 거다. 내가보기엔 7쿡정도 나올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5쿡(120MN)을 내고 남은 50MN를 모네다로 내겠다는데 4쿡인 96MN를 더 내라는 거다.

무슨 이런 계산이 있는지 다시 물어보니 9쿡 중에 남은 4쿡을 내라는 거다.

설명을 아무리해도 이해를 못하고..

 

사실 설명하는 우리도 여기 주인이 계산을 정말 못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돈을 더 받으려고 일부러 우기는 건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결국 옆에 테이블에 있던 아주머니가 와서 우리 얘기를 듣고 주인에게 설명을 해주니 그제서야 알았다고 한다.

괜히 기분 좋았는데 돈때문에 분위기가 나빠진 것 같아 우리도 주인도 속이 상한다.

아무튼 이 일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더 생각하면 우리 속만 터질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와서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원래 목적지였던 산호세 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그냥 택시를 타려다가.. 일단 저렴한 콜렉티보 택시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보통은 콜렉티보 택시를 타면 카피톨리오 근처까지 10MN이고,

이 후 다른 택시로 갈아타야 하는데 사실 이게 더운 날씨에는 굉장히 귀찮다.

박수오빠의 네고 실력으로, 1인당 1쿡에 산호세시장 앞까지 가기로하고 택시에 탑승했다.

 

산호세 시장은 다니엘이 추천해 준 곳으로 기념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했다.

들어보니 도매시장인 것 같은 개념으로 길에 있는 상점들이 여기서 물을 많이 떼간다고 한다.

 

내려서 시장을 찾아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길가에 펼쳐져 있는 시장은 없고

창고같은 곳만 있다. 안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건물 안에 부스처럼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기서 본 중국인들은 대부분 단체여행으로 온 듯 했는데, 여기가 방문코스인 듯 엄청나게 많았다.

아! 생각해보니 재작년 아바나에 왔을 때 들어가려다가 문이 닫혀있어 못 들어갔던 그 곳이었다.

2년 후에 여길 다시 오다니 생각하니 너무 웃기다.

 

대부분 밖에서 봤던 기념품들인데 가격을 물어보지 않아서 저렴한지는 모르겠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살게 없다고 계속 얘기를 해서 나도 그렇다면서 아무것도 사질 않았다.

쿠바는 기념품들도 뭔가 하나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게 정말이다.

사실 난 이때 사갈 기념품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다음에 와서 사가야지라는 마음을 먹고 키키

 

** 산호세 시장 (Almacenes San Jose)

- 주소 : Avenida del Puerto, La Habana (지도상으로 오른쪽 아랫부분)

- 매일 10:00~18:00 오픈

- 확실히 저렴합니다. 흥정은 필수입니다!

- 시장자체가 여러개의 건물로 엄청 큰데 이 중에서 공예품 판매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Mercado Artesania)

 

 

 

 

밖으로 나와서 땡볕을 걷던 중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덥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뒤로 돌아서 그들을 바라보니 모두들 미미한 그림자 아래에 서있다.

사람은 다 똑같다. 이 모습이 너무 웃기다.

 

 

 

 

 

 

걷는길에 갑자기 우리 눈에 띈 곳은 다름아닌 Luz 항구다.

루스 항구에서는 바다를 건너 카사블랑카로 가는 페리가 있다.

또 여기로 오기에도 귀찮고, 온 김에 타볼까 싶어서 박수오빠에게 말했더니 흔쾌히 OK해준다.

 

무슨 이유인지 선착장과 돈을 내는 곳은 사진을 못 찍게한다.

관리인들도 일반 사람들이 아닌 군인들이다. 아마 정부에게 관리를 하고 있는 교통수단인 듯 했고

페리인 만큼 테러 등의 일에 대비하고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 페리의 요금은 1인 10센타보이다. (0.1MN)

한국돈으로 3~4원 정도 되는 금액인데 이렇게 저렴한 교통수단은 지금까지 처음이다.

보통 외국인들에게는 1쿡 또는 1MN를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의 박수오빠 무려 센타보를 가지고 계신다.

우리에게 1인당 10센타보를 나누어 주셔서 우리는 당당하게 돈을 내고 탔다.

 

페리의 내부는 굉장히 조촐하다.

앉아가는 자리는 없지만 비교적 안정되게 흘러가고 있다.

 

 

 

 

 

 

페리에서 내리니 이 곳이 요새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옛 것으로 보이는 대포들이 눈에 띈다.

한 쪽에는 낚시를 하고 있는 아저씨가 있어서 가봤더니 물고기를 엄청나게 잡았더라.

 

 

 

 

카사블랑카로 들어오고 있는 기차.

이 기차는 아까 갔었던 산호세 옆의 기차역에서부터 출발하는 거라고 한다.

내가 쿠바에서 유일하게 못 타본 교통수단이다. 흑흑

(바라데로에서 타려고 했지만 나의 선택미스로 인해 실패)

 

 

 

 

 

 

예수상이 바로 위에 있는데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올라갔다. 이 더운 날씨에 말도 안하고 낑낑대며 올라갔다.

난 이게 워낙 작아보여서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는 컸는데, 박수오빠의 생각보다는 안큰가보다 크하하

이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어대다가, 칠레 사람이 사진을 부탁해서 내가 또 작품사진을 남겨주었다.

산티아고에 가봤다고 얘기를 하니 엄청 놀래던 칠레사람ㅋㅋ

 

그런데 여기에 올라와서 바라 본 아바나의 전경이 너무 별로다.

재작년에 와서 봤던 전경은 정말 멋있었는데. 왠지 왼쪽으로 가면 더 멋있을 것 같았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에게 얘기를 했더니 잠깐 고민을 하고 한 번 가보자고 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아무리가도 그 때 봤던 전경들이 나오지 않는다.

어느 지점까지 가니 까바나 요새가 시작되었고, 그 앞에서 더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까바나 요새 입장료는 6쿡, 주변 공원만 둘러보려면 1쿡씩을 내라고 한다.

 

1쿡을 내고 계속 걷는데 아무리가도 공원만 나오지 바다가 보이질 않는다.

막혀있는 곳 앞에서 관리인 아저씨에게 저 앞까지만 가게 해달라고 하니 선뜻 보라고 하신다.

좋아서 막 달려가서 내려다봤더니 꽉 막힌 요새의 내부만 보인다. ㅋㅋ

실망 또 실망.

 

우리는 화장실을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요새 내부에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해서

직원용 화장실을 오픈해주셨다. 캬하하. 그러고 우리는 또 열심히 걸었다.

 

결국 우리가 다다른 곳은 모로요새였다.

정말 많이 걸었는데 아바나에 도착한 날 일몰을 보러 온 그 곳이었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우리는 허탈한 마음으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왜 계속 우겼냐면 재작년에 왔을 때 정말 뷰가 좋은 곳이 있었고 거길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싶었던 거였는데

현실은 2년이 지난 지금 그 곳이 모로요새 옆이었다는 것이고 나무가 무성해서 그 전경이 가려졌던 것이다.

이 날 우리가 걸었던 거리는 쿠바에서 다니던 중 가장 오래 걸었던 거리였다.

두손을 삭삭 빌며 빌어야 하는데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서 입으로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흑흑

 

 

 

 

오늘 저녁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와 함께 말레꼰에 가자고 했는데

요새공원에서 느닷없이 페이스 오버를 하는 바람에 류씨언니가 지쳐버렸다.

더 늦으면 일몰을 못 볼 것 같아서 결국은 나혼자 뚜벅 뚜벅 걸어왔다.

걸어오는 길에 나도 정말 힘들었다. 이 날 정말 많이 걸었다.

 

하지만 말레꼰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늘따라 구름이 정말 멋있다. 너무 멋있어서 눈를 돌릴 수가 없다.

방파제 한 쪽에 자리를 잡고 해가 떨어지길 계속 기다린다.

 

 

 

 

 

 

 

 

 

 

 

 

오늘 태양의 색은 빨간색이 아니라 황금색이다.

말레꼰을 바라보기에 가장 가슴 벅찬 날이 아닌가 싶다.

내 옆으로 커플이 웃으며 앉아있고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기타치는 소리까지.

그냥 여기에 앉아있는데 기분이 너무 좋고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혼자오니 다른 사람들 눈치 안보고 내마음대로 사진 찍는 것도 좋다.

항상 아이폰으로 말레꼰을 찍다가 카메라로 찍으니 빛번짐이 없어서 더욱 좋다.

 

 

 

 

그때 어깨를 툭 치는 사람, 박수오빠와 류씨 언니가 왔다.

조금만 더 일찍오지~ 해가 거의 다 져버렸다. 오늘 일몰 최고였는데!

알고보니 오빠와 언니사이에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흘렀고 둘이서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다가 괜한 참견 같아서 모르는 척 계속 딴 소리만 내뱉았다.

 

내가 볼때는 안그래도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오늘 유독 많이 걸으면서 체력도 떨어진데다 예민해져가면서

지금까지 묵혀있던 감정들이 터진 것 같았다. 뭐 어쨋든 나는 모른척 하는게 답이었다.

나의 공(?)도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계속 모른척....ㅎㅎ

 

내일 모레면 오빠와 언니가 멕시코로 떠난다.

그래서 오빠가 오늘 맛있는 저녁을 사주겠다고 한다. 속 없는 사람처럼 또 쫄래쫄래 따라갔다.

평소에 지나다니면서 봤던 Europa 레스토랑에 갔는데 우리한테 서비스하는 직원도 없고 메뉴도 썩 맘에 안든다.

그래서 평소에 오빠가 칭찬을 하던 랍스터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랍스터가 없다고 한다.

허탈한 마음에 다시 Europa로 돌아왔고, 치킨요리와 직원이 추천한 빠에야를 주문했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는데 다들 너무 지친지라 내가 평소의 오버스러운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돌아왔다.

오늘 다니엘, 누님들, 오늘 도착한 경서오빠와 혜원이, 호아끼나 까사의 뉴페이스, 그리고 캐나다 친구까지

모두 함께 1830 살사바로 놀러가기로 한 10시 반이 다되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이미 시간이 늦어서 바로 1830으로 출발!

이동은 당연히 콜렉티보 택시다! 10MN를 지불하고 고고!

 

 

 

 

도착해서 건물을 보니 당황스럽다.

여기 재작년에 왔을 때 호텔을 이탈해서 혼자 택시를 타고 놀러왔던 그 곳이다.

고급 레스토랑처럼 보였던 이 곳이 바로 1830 살사바였던 것이다.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고 입장료 3쿡을 지불하고 입장!

 

※ 1830 살사 바

- 주소 : Malecon 1252, esqina a 20, Vedado

- 큰 가방은 맡기고 들어가야 합니다!

 

 

 

 

 

 

먼저 맥주부터 사고나서 무대 앞쪽으로 갔다.

밴드의 음악소리도 너무 흥겹고 그 옆에서 춤을 추는 프로댄서의 모습도 너무 신난다.

몸치인 나도 댄서의 움직임에 따라 신나게 흔들었다.

 

그리고 정기 공연이 끝나고나니 자유롭게 춥을 추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다니엘과의 기본 살사 스텝 과외를 마치고 나서 음악에 몸을 맡겼다.

아이 씐나!

 

숙소로 돌아와서 우리는 801호에서 2차가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다니엘이 아르헨티나에서 가져온 육포를 개봉한다는 것이었다.

나 정말 아르헨티나 너무 사랑한다. 이유는 다 치우고 육포라는 얘기에 밑으로 내려갔다.

엄청난 에피소드가 쏟아지고 술은 멈출줄을 모른다. 시간은 우리도 모르게 계속 흘러갔다. 

내일 산타마리아로 가자는 얘기가 나와서 모두가 오케이 하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우리의 밤은 끝났다.

 

나 오늘 정말 힘들었는데,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은 모든 걸 무색하게 만들었다.

,

솔직히 말하면 아바나에 오면서 긴장이 풀어졌다.

괜히 여기가 너무 익숙하면서 꼭 고향집에 온 기분처럼 느껴졌다.

여행의 막바지가 되어가면서 뭘 하겠다고야 말겠다는 의식도 많이 사라진 것 같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뭘 해야지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맛없지만 일단 아침은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빵과 주스는 꼭꼭 챙겨먹었다.

 

 

 

 

베란다에 서서 파노라마로 돌려본다.

크게 볼 것은 없지만 10층인 이오바나 숙소만의 매력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베란다에서 하늘과 땅을 내려다보는 것.

 

아바나에서 이렇게 흐린 날씨를 볼 줄이야.

어제는 비가 왔구나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 하늘을 보니 뿌연 하늘이 참 생소하다.

 

 

 

 

꾸물대다가 국립미술관으로 가기로 결정!

힘들게 집을 나섰다.

 

우리 숙소앞에 아스팔트를 새로 깔아놨다.

지금 쿠바는 어딜가든 보수 및 유지 작업이 한창이다.

몇번씩 이야기한 것 같지만 쿠바는 지금 변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는데 가격이 6MN이다.

아직까지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니어서 미술관에 갔다가 오는 길에 들릴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쿠바에서는 뭐든 눈에 보일 때 해야한다. 다음에-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단 아이스크림 먼저 시식을 하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중앙공원에 있던 호세마르티의 동상인데, 한 손에 새가 앉아있다.

쿠바를 다니면서 워낙 돈을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든 생각은

우리가 사진을 찍는 순간에 누군가 다가와서 자기새라며 1쿡 달라고 하는거 아닌가- 라는 우스운 오해였다.

 

다행이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

 

 

 

 

 

 

아바나에는 두 곳의 국립미술관이 있다.

한 곳은 세계의 작품을 모아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쿠바 예술인의 작품을 모아둔 곳이다.

오늘 먼저 찾아간 곳은 쿠바 국내 전시품이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각각 5쿡, 만약 2군데의 입장료를 한번에 내면 8쿡이다.

그런데 티켓이 나누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식으로 생겼길래 어떻게 구분을 하는건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입장권을 산 날짜 기준으로 계산을 하는가 싶기도 해서 기한이 언제냐고 물어보니

아무때나 원할 때 다른 미술관에 가면 된다고 한다. 응?? 도대체 어떻게 구분을 하는거얌!

다음에 국제미술관에 갈 때 알게되었는데 들어갈 때 내밀었더니 반을 쭉 찢어버린다.

 

쿠바의 미술관은 정말 흥미롭다.

특유의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묘하게 어두운 느낌과 밝은 느낌이 함께 있다.

그리고 톡톡튀는 생각들이 보인다. 예상외로 정말 재미있게 보고 나왔다.

 

※ 관람순서는 맨 위층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국립미술관을 자세하게 다 보려면 반나절로도 부족한데,

비교적 재미있는 아래층부터 보게된다면 지루한 윗층의 작품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볍게 윗층을 보고 난 후 내려오면서 재밌게 즐기면 된다.

 

 

 

 

 

 

 

 

 

국립미술관 앞에 혁명박물관이 있다.

난 여기에 가고 싶었는데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별로 가고싶지 않아해서 일단 나도 패스.

다음에 혼자일 때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란마호에 잠시 안녕을 하고.

 

햇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날씨가 개인다.

역시 쿠바는 햇볕이 좋다. 더워진 날씨를 안고 우리는 초콜렛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리어카에 앉은 강아지.

 

강아지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가끔씩 길에 새끼 강아지 또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귀여운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계속 쳐다보거나 사진을 찍으면 돈을 달라고 한다.

이 더운 날씨에 괜히 땡볕인 길가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받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강아지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말도 못하는데다 아직 새끼라서 면역력이 안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 전에 점심을 먹으러 들린 크레페 사유.

사유언니는 일본으로 갔다. 8월초에 온다고 한다.

지금 이 곳을 맡고 있는 사람은 노리코언니다. 강렬한 포스의 소유자다.

 

돈까츠벤또를 주문하고 여기서 먹고 가겠다고 하니 저렇게 큰 접시에 돈까스와 샐러드를 잔뜩 올려준다.

이 요리가 2쿡이라니, 정말 행복함이 막막 느껴졌다.

아무리 싼 나라라고 해도 일식 요리 한 그릇이 2000원 정도인 곳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돈까스도 맛있고 소스도 듬뿍, 샐러드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있는데 한 현지인 아주머니가 카베츠야끼를 사러 왔는데

손에 패션왕이라고 적혀있는 씨디를 들고 있다. 넘 웃겨서 말을 걸었는데.

우리보고 한국인이냐고 물어본다. 맞다고 하니 거짓말을 하지 말란다. 응??

이 분 우리를 연예인 보듯이 보고 있다.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며 너무 반갑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이 분의 휴대폰 속에는 온통 K-POP 음악과 연예인 사진이 들어있다.

열쇠고리도 한복 열쇠고리다. 세계박람회 같은 행사가 있었는데 그 때 구입했었다고 한다.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감사하게도.

나처럼 애국심이 없는 사람도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초콜렛 박물관에 도착을 했는데, 저 줄은 뭐지?

난 비교적 운이 좋았던게 쿠바에서 줄을 선 기억이 거의 없다.

그 줄이 길다던 초콜렛 박물관에서도 서 본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저렇게나 길게 서있다.

우리 오늘 츄러스에 초콜렛 찍어서 먹기로 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츄러스도 줄을 서있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초콜렛 박물관 앞에서, 박수오빠는 츄러스 가게에서 줄을 서기로 했다.

 

 

 

 

 

 

그리고 츄러스 구입에 성공!

아이스초코를 주문해서 함께 냠냠냠

 

누구야 두개를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했던 사람! ㅋㅋ

아이스초코는 우리가 알던 그 맛이었지만, 문제는 츄러스였다.

찰짐(?)이 없는 쿠바에서 먹는 츄러스는 퍽퍽해도 너무 퍽퍽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늘 미술관을 본 것 빼고는 한 것도 없었는데 그냥 피곤하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숙소에서 뒹굴뒹굴이 더 재밌겠다 싶어서 돌아갔다.

 

 

 

 

 

 

 

 

저녁에 모두들 모였다. 오늘 째즈카페로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같이 Neptuno 거리로 이동하여 가이드(?) 다니엘의 오더에 맞추어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Linea 거리에 내려서 뚜벅뚜벅, 째즈카페로 향했다.

 

입구 앞에는 공연을 하는 밴드 라인업이 나와있다.

오늘 우리가 만날 밴드는 Jazz en Trance다.

 

9시부터 공연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자리를 좋은 곳으로 잡기위해 조금 일찍 나섰다.

입장료는 1인당 10쿡인데, 여기가 좋았던 건 이 10쿡으로 음료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거였다.

단, 10쿡 이상의 식음료를 먹게되면 추가 비용만 되면 된다.

 

** Jazz Cafe

Melia Cohiba 호텔 맞은 편 건물이예요.

주소 : Galerias del Paseo 3층, Avenida Paseo e/ 1ra y 3ra, El Vedado.

전화 : TEL : +53 333636

 

 

 

 

간단한, 아니 간단하지 않은 식사를 끝내고 맨 처음에 나온 팀은 3인조 그룹이다.

보컬 목소리가 매력적이긴 한데 좀 튀는 경향이 있어서 좀 아쉬웠던 느낌.

보아하니 메인은 아니고 시작전에 바람잡이 형식으로 나오는 팀인 것 같았다.

 

 

 

 

드디어 나타난 Jazz en Trance.

사실 내가 쿠바 음악을 뭘 알겠는가. 그저 좋으면 좋고 말면 말고였다.

이 밴드의 음악을 듣고나서 인식이 바뀌었다. 음악이 너무 좋았다.

 

음악 스타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째즈그룹 Pe'z와 비슷하다.

시종일관 관객을 사로잡는 리더의 능숙함, 노련한 연주실력,

무엇보다도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소리가 너무 좋았다. (난 멜로디가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째즈음악인데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서 춤을 췄다. 하하

이런 음악에 몸이 가만히 있는게 더 이상하다. 음악에 맞추어 흔들어줘야 한다.

 

 

 

 

그러던 중 장렬히 전사하신 두분이 계셨으니-

큰 누님과 일본인 친구이다. 큰 누님께서 우리 숙소에 있는 일본인과 캐나다인을 데리고 오셨다.

그런데 이 친구들도 정말 심심했는데 우리를 따라 나오는게 너무 웃겼다.

음주가무를 열심히 즐기시더니 공연 중에 저렇게 쓰러지셨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난 정말 감동했다.

무대를 정리하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음악씨디를 구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있단다.

그 자리에서 씨디를 구입하고 멤버들마다 싸인도 받았다.

 

아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쿠바에서 이런 음악을 들을지는 몰랐다.

한번 더 이들의 공연을 보고싶었는데, 안타깝께도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질 못했다.

지금은 아쉬운대로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하지만 라이브의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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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고 짐을 맡긴 후 버스에 올랐다.

비아술은 지정좌석이 아니라 빈 좌석에 앉으면 되는데 버스에 사람이 꽉 차있다.

빈 자리에는 비교적 덩치가 있는 현지인들이 앉아 있어서 비켜주질 않는다.

겨우 한 자리를 차지 했는데, 의자를 뒤로 젖히니 뒤에서 좁다고 뭐라 한다.

나도 자야된다고 말하니 흥분하면서 젖히지 말란다. 서러웠다.

 

맨 뒤에 의자 3개가 연결된 자리가 있었는데 차라리 거기에 누워서 가야겠다 싶었다.

가방을 머리밑에 두고 누웠는데, 이런 시트가 붙어 있지를 않고 브레이크를 잡을 때 마다 앞으로 쏠린다.

야간버스라 지금 자둬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1시간쯤 가서 버스가 잠깐 섰을 때 기사 아저씨한테 자리가 없다고 얘기를 했더니

방금 사람이 조금 내렸다며 다시 올라가서 자리를 찾아보란다. 기록상으로는 8개의 빈자리가 있단다.

다시 자리를 찾으니 다행이 아가씨 한명이 자리를 내어준다. 드디어 잘 수 있다.

 

한참을 자다가 사람들 말 소리에 눈을 떴다.

창문으로 보이는 모습은 여기가 쿠바인가 싶을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여긴 어디지 하는 순간 아바나라는 것을 알았다. 4~5월에 비가 온다더니 정말 오고 있었다.

 

터미널에 내려 짐을 좀 맡겨 달라고 하니 5쿡을 내란다.

비아술은 짐 보관료가 1쿡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니 3쿡을 내란다.

싫다고 하니 너 알아서 하라며 안된다고 한다. 혀를 내둘렀다.

터미널 대합실에 있는 티비를 보니 한창 행진을 하고 있었다.

8시부터라고 들었는데, 지금이 8시인데 벌써 저렇게 하고 있다고?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8시가 아니라 7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혁명광장까지 가도록 하자.

 

터미널 밖으로 나서니 무수한 택시삐끼들이 달려든다. 혁명광장에 데려다 준단다.

오늘은 5월 1일 노동자의 날로 혁명광장은 차량진입이 제한되어 있다.

분명 멀리서 내려줄 것이 뻔한데 이렇게 말하는 삐끼들이 너무 미웠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이었던 건 그 순간 비가 그쳤다는 것이다.

 

길을 걸어가면서 중간 중간에 혁명광장으로 가는 빠른 길을 알려달라고 하니 전부다 놀라는 표정이다.

여기서 20~3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는데 게다가 내 손에는 캐리어도 있다.

할 수 없다. 나는 열심히 또 열심히 걸어갔고 이윽고 혁명광장에 도착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사람들은 열심히 행진을 했을 것이다.

내가 저 멀리서부터 광장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점점 해산을 하고 있다.

마음이 너무 심난했다. 이런 기회를 이런식으로 보내다니.

혁명광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을 때는 행사 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평소 1쿡을 내야 올라갈 수 있는 호세마르티 기념탑이 이 날은 오픈이 되어 있다.

여기에 의자가 쭈욱 늘어져 있는데 물어보니 정부기관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라고 한다.

라울 카스트로도 왔을까? 이 장면을 보지 못한게 너무 아깝다.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다.

한 눈에 들어오는 체게바라와 시엔푸에고스다.

구름은 점점 걷히고 있었고 파란 하늘이 구름사이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세마르티 기념탑이다. 안쪽에는 기념관(박물관)이 있다.

들어가려고 했더니 오늘은 공휴일이기 때문에 오픈을 안한다고 한다. 내일 오라고 한다.

한 번에 들릴 수 있으면 좋겠건만, 여길 다시 또 와야한다.

 

 

 

 

행사장 철거 작업 모습.

제단으로 사용했던 것들, 도구들 모두를 해체하고 있다.

 

이 아래로는 차량들이 행사 물품들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다. 

 

 

 

 

나처럼 놀러온 외국인들.

해외로 나오면 애국자가 되듯이 외국인들도 저마다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한국인 단체도 봤는데 인사하려다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지나쳤다.

 

 

 

 

숙소로 가기위해 택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가는 길에 드디어 차량 진입이 허용되고 몇몇 택시가 다가왔다.

그런데 오늘 내가 타고 싶었던 건 코코택시, 오토바이 택시였다.

코코택시 정류장으로 가서 네고를 시도, 6쿡에 카피톨리오까지 가는 것으로 합의했다.

5쿡으로 맞추고 싶었는데.. 그래 택시기사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코코택시는 코코(코코넛)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흥정이 아니라 미터기로 요금이 책정이 된다. 하지만 흥정도 가능하다.

왠만하면 흥정이 좋은 것이, 미터기로 가게되면 요금을 많이 받기 위해 둘러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혁명광장에서 카피톨리오까지는 7쿡이다. (미터기 기준)

 

이오바나 아주머니 까사에 도착!

한달만에 재회를 했다. 아주머니도 너무 반가워 하신다.

10시쯤에 숙소에 도착을 했는데 아주머니가 아침 먹으라며 차려주신다.

아침은 계란을 끼운 빵과 커피, 그리고 과일 주스다. 부실한건 여전하다. 하하

 

다시 예약장부에 이름을 남기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넌 1번이니 찾기 쉽다며 날짜만 업데이트를 하신다.

푸하하 이 장부를 만들 때 내 이름을 제일 먼저 썼더니 No.1로 남아있다.

내가 떠난 뒤로도 찾아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잊지 못하는 이유가 1번이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한국인 손님을 생각할 때 마다 너 생각이 날거라고 하신다. 푸하하

실제로 내가 여기서 14박을 했기때문에 잊기가 힘들것이다.

 

꽤 좋은 객실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버스에서 새우잠을 자서 그런지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잠이 들었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문을 열어보니 박수오빠가 나타났다. 와!! 오빠!!!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무사히 바라데로에서 신혼여행을 보내고 막 도착한거였다.

그런데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어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전력이 약하다는 거다.

그 탓에 전기가 오락가락 하면서 엘레베이터가 멈췄다는 것이다. 헉 여기 10층인데?

어떻게 될지를 몰라 류씨언니는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내가 먼저 밑으로 내려가서 류씨언니와 상봉을 했다.

그리고 다니엘이라는 친구, 어제 도착하셨다는 포스있는 누님 3분도 만났다.

아래에서 한참을 수다떨고 있으니 박수오빠가 다시 내려왔다.

여기를 올라 갈 것인지, 다른 까사로 갈 것인지 고민중이었는데 결국 나를 택했다. 오예!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짐을 올려놓고 6시 반에 만나서 말레꼰에 함께 가기로 했다.

일단 나는 오늘 아침 이후로 먹은게 없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일단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먹으러 가려고 한다.

마침 다니엘과 누님들도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함께 이동!

 

다니엘이 여기에 메디아루나(반달빵,크로와상)가 있다고 해서 사먹었는데 엑 이게 머야ㅋㅋ

이건 그냥 튀긴 빵이야! 다 알면서도 메디아루나를 기대한 내 잘못이다.

한입 먹었더니 퍽퍽한 느낌이 오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꼭꼭 씹어먹으니 맛있다.

10개 샀는데 내가 3개를 먹었다. 헤헤

 

 

 

 

길에 있던 동상 코스프레와 꼬마.

꽤 그럴싸하게 하던데 분장이 너무 허접했다. 색칠이 안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또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항상 쿠바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하나가 부족한 것이야 말로 쿠바의 매력이다" 

 

실제로 쿠바는 뭐든지 하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좋은 차에 손잡이가 부숴졌다던지, 창문이 안 올라간다던지, 와이퍼가 안된다던지.

좋은 집에 문이 안 닫힌다던지, 벌레가 많다던지, 변기뚜껑이 없다던지.

이 외에도 모든 것에 하나가 부족하다.

 

이게 매력이다. 물자가 부족한 쿠바에서는 완벽함을 찾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 할 수 있다.

부족함 속에서 최대한으로 채우려고 하는 그 모습이 쿠바이다.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서 위로 올라가니 바로 말레꼰이 나온다.

저녁에 박수오빠와 만나기로 했는데 다시 까사로 돌아가려니 시간도 거리도 참 애매하다.

고민하던 차에 다니엘에게 부탁해서 숙소에 전화를 해서 메모를 남겼다.

박수오빠에게 내가 여기에 있으니 여기로 바로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저녁 무렵의 말레꼰에는 바람쐬러 나온 사람들, 낚시하는 사람들, 수영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서 아바나의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고기를 잔뜩 잡은 아저씨에게 보자고 하니 통을 보여준다. 10달러란다. 사가라는 뜻이다ㅎ

 

 

 

 

아바나에 있을 동안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원동력. 우리의 누님들!

한국에 오면 인사를 드릴려고 했는데 연락처가 없다. 받은 줄 알았는데 안 받았나 보다.

 

뒤에 모로성을 배경으로 멋진 구도로 기념촬영을 했다.

 

 

 

 

 

 

 

 

 

 

 

 

말레꼰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말레꼰의 매력이다. 몰아치는 파도들.

바람이 부는 날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광경이다.

 

시간차로 파도선물은 면했다. 조금만 빨리 걸었어도 파도 샤워를 할 뻔했다.

 

 

 

 

말레꼰의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턱에 올라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중.

뒤로 돌아보니 말을 타고 지나는 가족들이 보인다.

가족끼리 이렇게 여행오면 정말 재미있겠다.

 

나도 꼭 우리가족들 데리고 남미로 올 것이다!

 

 

 

 

 

 

 

 

 

 

말레꼰의 일몰-

 

밥만 먹고 까사로 들어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카메라를 두고 나왔었는데,

생각해보면 난 항상 일몰 때 카메라를 안가지고 나온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인지..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아쉽게도 태양 빛이 좀 번진다.

 

하지만 누가 말레꼰의 일몰을 속일 수 있으랴.

말레꼰은 그 자체 만으로도 아름답다.

 

그때 누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와! 박수오빠다! 언니는 피곤하다고 오빠 혼자 왔다.

같이 여기서 수다도 떨고 누님들의 화보촬영도 구경하고. 정말 재미있게 깔깔댔다.

 

 

 

 

다니엘이 찍어준 말레꼰 기념샷-

쿠바의 태양을 내 손에 담았어. 정말 기분 좋다.

 

 

 

 

누님들은 오늘 랍스터를 드시러 간다고 해서 헤어지고 나와 오빠는 까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해가 저물고 분위기 있는 쿠바의 뒷골목을 걷는다.

 

항상 들리는 신나는 음악소리와 길에서 추는 사람들의 모습은 덤이다.

 

 

 

 

저녁은 피자로 결정! 저번에 먹었던 맛있는 피자집으로 가서 MIXTA 피자를 주문했다.

파인애플, 참치, 페퍼로니, 소세지 등 4가지가 들어있었는데 와 정말 맛있다!

 

여기에 더욱 기분을 돋우었던 것은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가져온 바라데로 호텔의 무료제공 맥주였다.

무거웠을텐데 이것들을 여기까지 가지고 오셨다 나준다고~ 흐잉 너무 좋아 좋아.

시원한 맥주와 피자.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언니와 오빠. 기분 정말 좋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저녁에 박수오빠는 계속 나를 숙소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 연락이 되지 않는 쿠바이니 그냥 말레꼰으로 나온거라고 한다.

그런데 웃긴건 오빠가 밖으로 나오니 주인 아주머니가 나한테서 전화왔었다고 했다는거다.

이런, 내가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서 미리 전해달라고 전화한거였는데 그걸 그때 전하다니!

나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말레꼰에서 다른 사람들과 깔깔대고 있었으니, 박수오빠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생각해보니 우리끼리 알 수 없는 오해도 생긴 것 같고. 진심이 아니었으니 오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싫었다.

늦었지만 오빠에게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정말 미스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물론 오빠도 상황은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 마음이 쉽게 사라질수가 있을까.

아무튼, 나도 오빠도 마음은 좀 불편했지만 서로를 이해하기로 했다.

 

아바나와의 재회한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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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벌떡 일어났다.

엄마한테 25일쯤에 전화한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벌써 30일이다.

집에 보내려고 써놨던 엽서를 들고 일단 전화국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인다.

전화, 팩스, 인터넷, 메일보내기 등등 통신과 관련된 건 모두 다 여기서 처리한다.

인프라가 잘 되어있지 않다보니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여기에 올 수 밖에 없다.

국제전화카드를 사고 싶다고 하니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야한단다.

이 더운 날씨에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 큰길로 한참가야 된다.

한숨을 쉬며 지도를 보니 여기서 알려준 그 곳에 전화국 표시가 되어있다.

그냥 지도를 볼걸, 어제 지나가면서 봤던 곳을 찾았던 것이다.

 

다행이도 우체국은 이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 바로 가서 엽서를 넣었다.

이 엽서는 여행이 끝난지 2달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고 있다.

 

한시간을 기다린 후에 전화카드를 구입하고 전화를 했다.

엄마는 25일 밤에 밤새도록 전화를 기다렸다는데, 전화가 안와서 상황이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하셨단다.

오늘은 밖에 놀고 계신다며 엄마 잘못이 아니라고 하신다ㅋㅋ

이어서 지방에 계신 아빠랑도 통화를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쇼파에 신문이 도착해있다.

내일은 5월 1일 노동자의 날인데, 쿠바의 국경일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날은 일반적인 국경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나와 행진을 한다.

이 엄청난 행사를 꼭 보고 싶었다. 사실 아바나에 일찍 가는 이유도 아침에 이걸 보기 위해서이다.

아무튼, 신문에서 이런 글을 보니 드디어 내일이구나-하는 생각으로 두근거렸다.

 

어제 까사에서 일하는 세뇨라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시킨 일이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만 없어지면 나에게 다가와 "Regalito(작은선물)"을 좀 줄 수 없겠냐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물건을 달라는 이야기였다.

쓰다 남은 샴푸나 비누, 아니면 과자 등등 너무 필요하니 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것도 한두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말을 걸어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주인 아주머니가 알면 이 일에서 잘린다며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한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닐수가 없다.

 

나중에는 정말 너무 귀찮아서 알았다 알았다라고 했는데 좀 있으니 또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보니 천으로 된 장바구니 같은 걸 방으로 던진다. 여기에다 넣어달라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서 정말 큰마음 먹고 물건을 조금씩 넣었다.

산티아고에서 구입했던 샴푸의 절반, 빨래를 하고 남은 비누, 일회용 면도기, 커피 믹스 등등

그리고 5쿡을 넣었다. 돈은 왜 넣었냐면... 샴푸와 비누 등은 CUC으로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CUC을 손에 넣기 정말 힘들다. 그래서 길에서 비누를 달라는 현지인들이 참 많다.

내가 당장 줄 물건이 없으니 이걸로 사서 쓰라는 생각이었다.

 

조금있으니 다시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었더니 다 넣었냐며 물어본다.

바구니를 주니 홱 채어가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지 이 상황은.

밖으로 나가는 길에 세뇨라에게 내가 물건이 별로 없어서 안에 돈을 넣어두었으니

그걸로 샴푸나 비누를 사서 쓰라고 얘기를 했더니 세뇨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Si~(응)" 이렇게 대답을 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건 줘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인도에서도.

이번에는 이 세뇨라가 정말 절실하게 말을 하는 것 같아 팽겨준거였는데 주지말걸 그랬다.

그닥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을 뿐 더러 내 마음도 불편해졌다.

 

그리고... 내가 실수한 것 같았다.

이렇게 자존심을 버리고 말을 걸어도 이번과 같은 수확(?)을 얻었다면

한번 보고 말 외국인에게 그런 것 쯤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들은 아마도 그러면서 이러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한 번이면 되니깐. 그러면 되는 거였다. 나 역시 그러고 말았던 거다.

 

 

 

 

찜찜한 아침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왔다.

오늘은 어제 대충봐서 아쉬웠던 산 후안 데 디오스를 다시 둘러본 후 시장에나 가볼까 했다.

여기 시장이 그렇게나 크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

 

산 후안 데 디오스로 가는 길에 뭔가 복잡하게 생긴 길을 보고 거기에 잠깐 있었다.

사진도 찍다가 이길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다시 저 길로도 가보고.

4거리인듯 4거리가 아닌 길이다.

 

아까 그 길 앞에 앉아있었던 한 남자애가 있었는데 포대자루에 과일을 팔고 있었다.

난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쳤었는데, 저쪽길로 갔다가 다시 나오니 내 쪽에 서 있었다.

얼굴을 보고 웃으며 지나가는데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일본과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며 잠깐만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나도 이야기하는 것 좋아해!

 

외모는 아르헨티나 사람같이 보인다. 아니면 이탈리아 사람 정도?

내가 아르헨티나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막 웃는다. 까마구에이 사람이라고 한다.

엥? 정말 쿠바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되질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쿠바 사람은 처음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나 스페인어도 잘 못하지만 영어는 정말 못해ㅋㅋ

그랬더니 그 때부터 스페인어로 말을 해준다. 고마워!

 

길 건너편에서 엄마 심부름으로 과일을 팔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서 건너왔다고 한다.

오늘 저걸 다 팔아야 된다며 귀찮으면서도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나도 오늘 구경하러 다닐거라면서 아쉽지만 헤어졌다.

잠깐이지만 너무 반가웠어!

 

 

 

 

 

 

 

 

까마구에이의 골목길은 몇번을 봐도 너무 예쁘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더더욱 예쁘다.

 

 

 

 

 

 

 

 

 

 

그리고 개성이 넘치는 갤러리들을 지나고-

창문을 바라보는 쿠바 사람의 모습조차 그림같이 보인다.

 

 

 

 

어제와 달리 화창한 모습의 산 후안 데 디오스다.

해가 구름에 가렸다 떴다 하고 있어서 한쪽의 그늘 계단에 앉아서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맞은 편에서 누군가 이 쪽으로 다가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제 만났던 레게머리의 펠리페다.

놀라움의 반. 사실 놀랄 것도 없다. 펠리페는 이 곳의 터줏대감인 것 같았다.

어제 함께 길을 걷는 동안 아는 사람을 20명정도 만난 것 같다.

걸어갈 때 마다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데, 어디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제 일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정말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고 변명을 했다.

밤에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오질 않아서 숙소로 찾아갔는데 주인이 자고 있다고 얘기를 했단다.

그래서 펠리페라고 얘기를 하면 알거라고 말을 좀 해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내 손님이고 깨울 수 없다고 했단다.

역시 어제 찾아온 그 사람이 펠리페였다. 너무 미안하면서도 주인 아주머니가 고마웠다.

 

펠리페는 오늘 아침에 우리집 앞에 갔다며 친구에게 물어보니 내가 아침에 나갔다고 말을 하더란다.

아마 아침에 전화국에 갈 때를 본 것 같은데 이 말을 들으니 뭔가 오싹해졌다.

그러면서 점심때 초대할테니 집에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자고 한다.

괜찮다고 하니 부담갖지 말라고 한다.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지금까지 괜한 약속을 했다가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일이 많았으므로..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오늘은 정말 혼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싫은거냐며 계속 물어본다. 싫은 건 아니지만 난 까마구에서의 시간은 오늘이 전부라고 얘기를 했다.

 

그 순간 구세주같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아까 잠시 만났던 그 친구였다.

내게로 다가오며 능숙한 영어로 "준비 다 했어? 아까 말한 거기로 가자"라고 말을 걸어왔다.

펠리페는 다른 친구를 사귀었냐며 정색하며 묻는다.

미안하지만.. 응 나 저 친구랑 다른 곳으로 가기로 약속했어. 미안해.

그랬더니 펠리페가 "OK"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나의 시간은 정말 오늘이 전부였어.

 

 

 

 

아까 그 친구가 와서 내가 불편해보여서 일부러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응 너무 고마워.

그러고는 과일을 한 뭉치만 빼고 다 팔았다며 남은 과일을 하나 꺼내준다.

빨갛게 잘 익은 이 과일,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배"라고 한다.

쿠바에서만 나는 특이한 색깔의 배다.

 

그늘에 앉아서 이 친구와 한참을 놀았다.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이 친구의 보물이었다. 이걸로 게임도 하고 노래도 듣고.

이 친구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 기계 안에 무수한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한국 노래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갑자기 나오는 "판타스틱 베이비"노래에 연신 몸을 흔들어 댄다. 으하하

내가 싸이 노래는 없냐고 하니 갸우뚱거리며 그런 가수는 모르겠다고 한다.

"강남스타일 모르니?" "아 피에스와이!!" 강남스타일에 젠틀맨에 맞추어 춤까지 춘다.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나까지 덩실거리게 만든다.

 

까마구에이에 대해서 잘 아냐고 묻길래 모른다고 했더니 오늘 가이드를 해주겠단다.

이런, 오늘도 혼자 다니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뭐 어때. 이렇게 좋은 친구가 생겼는데!!

 

 

 

 

 

 

재미있는 곳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해서 따라간 곳은 어제 갔던 까르멘 광장이다.

처음 온 척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어제보다 더 좋았던 건 날씨가 더 좋았다는 거다.

 

내가 밋밋하게 동상들을 찍어대자 친구가 뭐라뭐라 한다.

왜 여기에 와서 이걸찍냐며, 널 찍어야 된다고 한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프레디!" 허세가 잔뜩 들어간 이름이다.

 

내가 포즈를 취하면 프레디가 사진을 찍어준다.

엉덩이가 너무 뜨거워 안 앉는다고 했더니 아까 과일을 팔던 포대자루를 꺼내서 깔아준다.

덕분에 여기저기 다 깔고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이 상황이 넘 웃겨서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안 쪽에 신물을 보고 있는 아저씨는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매일 같이 여기에 나와 저 자세로 앉아있던 아저씨를 보고 작가가 동상으로 만든거라고 한다.

나도 기념으로 아저씨 옆에 앉아 지도를 펼쳐서 봤다.

 

 

 

 

 

 

 

 

그 다음에 간 곳은 고양이 공원이다. 아까 스쳤던 그 갤러리의 작가가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특별한 것은 없고 고양이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프레디의 사진을 올렸지만 나도 저러고 놀았다.

(내 사진을 올리기엔 부끄러워서)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아그라몬테의 집이다.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그라몬테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위한 전쟁을 펼쳤던 1차혁명 당시의 영웅이다.

이 사람이 까마꾸에이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까마구에이에는 무수한 이름의 아그라몬테를 볼 수 있다.

쿠바 500페소의 돈에 이 사람의 얼굴이 있다고 하던데 이 돈은 본 적이 없어 알 수가 없다.

 

외국인은 입장료가 1쿡, 쿠바인은 1MN이다.

내가 다른건 못 해줘도 입장료는 내줄 수 있다. 나 때문에 돌아다니는 건데 뭐.

아그라몬테 살던 시절의 물건들이 그대로 있다. 고급스러운 도자기가 눈길을 끈다.

사진을 못 찍게 하는데, 찍을 생각도 없지만 직원 한명이 계속 따라 다닌다.

테라스 쪽으로 가서 외부 풍경을 찍는데도 직원이 따라온다.

찍어도 되냐니깐 된다고 해서 급히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색감 좀 보소.. 

컴퓨터에 올렸더니 카메라랑 너무 비교된다. 흑흑

 

아무튼 위에서 내려다 보니 시원한게 너무 좋다.

그러던 중 코펠리아가 눈에 띈다! 여기 코펠리아 있다며 너무 좋아하니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한다.

오키 나 아이스크림 정말 좋아해. 얼른 내려가자!!

 

 

 

 

위에서 내려다봤던 그 광장인데 역시 카메라로 찍으니 사진이 산다.

한 쪽에 체 게바라가 웃고 있다. 여러번 말하는 것 같지만 체게바라는 쿠바에서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프레디에게 사진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폴라로이드를 꺼냈다.

그랬더니 길 가던 사람을 잡아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아.. 나 아무한테나 기계 안넘기는데..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이 너무 신기하다며 자기도 찍어달라고 한다.

일단 하나를 선물해주고, 우리 사진은 프레디에게 줬다.

 

맘에 안들었는지 프레디가 갑자기 너 카메라로 다시 찍으면 안돼? 묻는다.

알았다고 했더니 내 카메라를 또 지나가는 사람에게 주면서 찍어 달라고 한다.

아.. 정말 이 순간이 일년같이 느껴졌다. 아무한테나 주지마...

이 사람 역시 정말 친절하게 찍어주고는 굳!을 외치고 간다.

십년 감수했다.

 

 

 

 

 

 

 

 

코펠리아에 입성했다. 내가 아이스크림 주문하라고 20MN를 줬더니 능숙하게 주문을 한다.

엔살라다(Ensalada) 4개요!를 외치고는 티켓을 4개 받아온다.

나에게 2개를 주며 아이스크림을 받을 때 내면 된다고 한다.

줄을 서고 내 차례가 되어 티켓을 줬다. 맛은 한가지이기 때문에 고를수는 없다.

 

저 큰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저렇게나 많이 퍼준다. 1그릇에 5MN.

티켓을 두 개 줬기 때문에 2그릇을 받았는게 이게 내 몫이다. 프레디 역시 2개를 먹는다.

엄청난 양에 내가 너무 놀라하니 왜 그러냐고 도로 물어본다.

2개를 다 먹냐고 하니 이거 얼마 안된다며 원래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먹는거라고 한다.

그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다들 2그릇씩 먹고 있다. ㅋㅋ

에라 모르겠다 나도 먹었다. 근데 다 먹어버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헤헤

 

 

 

 

 

 

프레디가 아까 찍었던 사진이 더 예쁘다며 갖고 싶다고 했다.

사진관에 들어가서 메모리카드를 건넸더니 인식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진관으로 들어갔더니 내 눈으로 봐도 신식 기계를 구비하고 있었다.

칩을 건네고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쪽 벽면에 액자에 넣은 사진들이 걸려있었는데, 어멋 보니깐 구혜선의 얼굴도 있다.

구혜선을 아냐고 물어보니 꽃보다남자의 여주인공이라며 안다고 한다.

얘 나랑 동갑이라고 했더니 너무 놀라는데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내가 많아 보인다는거야, 구혜선이 많아 보인다는 거야 흥

 

드디어 사진이 나왔다.

프레디가 약간 못나온 감이 있긴 하지만 예쁘게 나왔다. (프레디는 실물이 훨씬 낫다)

연락처를 주고 받자고 해서 내가 이메일을 적어주었더니 프레디는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전화는 너무 힘들다며 이메일을 달라고 했다니 이메일이 없다고 한다.

컴퓨터는 친구집에서 음악을 복사할 때 말고는 사용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에고.. 연락하기가 어렵겠고만.

 

 

 

 

맑은 날의 아그라몬테 광장을 지나서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으로 가는 중.

프레디가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따라간 곳이다.

여기도 입장료 1쿡과 1MN을 냈다.

 

 

 

 

 

 

좁은 통로를 겨우겨우 올라가 드디어 종탑에 다다랐다.

바람이 엄청세다. 기분은 너무 좋다. 소리를 질러댔더니 속이 시원하다.

 

여기서 프레디와 이야기를 하면서 쿠바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풀어냈다.

 

먼저 배급에 대한 것을 물었더니 쌀, 콩, 설탕, 기름은 보름치가 제공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샴푸와 비누 같은 생필품도 줬었는데 현재는 지원이 끊겼다고 한다.

지금은 이걸 사서 써야하는데 쿡으로만 팔고 있어서 너무 힘들다는 거다.

쿠바인들에게 쿡이라는 돈은 벌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다.

 

너의 직업은 뭐냐고 물어보니, 세제를 각 집에 배달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것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일이 생기면 한다고 한다. 월급은 한달에 10쿡 정도.

산티아고 버스에서 만난 아저씨도 전기전문가인데도 월급이 20쿡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쿡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은 분명 난감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 프레디와 돌아보면서 어린이집을 봤는데, 거기는 어떻게 돌아가냐고 하니 당연히 무료란다.

그게 왜 당연한거냐고 하니, 나라에서 "노동"을 장려하고 있으니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나라에서 아이를 봐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실제로 쿠바에는 "일을 하자"라는 문구를 굉장히 볼 수 있다.

나라 자체가 산업이 없다보니 무엇이든 생산력을 높여야 할 수 밖에 없다.

일을하여 나라를 살리는 것이 가장 급하다. 식량도 그렇고 산업도 그렇고.

 

레게머리 펠리페는 여기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이는 40인데, 직업은 히네떼로이다.

히네떼로란 쉽게 말해서 전문 삐끼라고 할 수 있는데 까마구에이에서는 대체적으로 레게머리의 흑인이

서양 외국인들을 꼬셔 BAR나 클럽같은 곳에 데려가고 수수료로 돈을 받는데,

운이 좋으면 외국인들과 2차까지도 간다는 거다.

아바나에서는 조금 다르게 럼이나 시가 등을 파는 삐끼를 히네떼로라고 부른다.

아무튼 그들은 놀면서 돈을 벌며 쉽게 살려고 하는데 프레디는 그게 싫단다.

노력하고 뭔가를 얻어가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쿠바에서는 그게 힘들다고 한다.

 

프레디의 영어 실력의 배경이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따라했단다.

학교에서는 너무 간단하고 딱딱한 영어만 가르쳐주는데, 학교 말고는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단다.

그래서 그냥 영화와 자막을 보며 무작정 외웠다고 한다. 영어를 쓰고 싶어서 외국인에게 자주 말을 건다고 한다.

프레디는 영어 말고 일본어 단어를 나 정도 수준(?)으로 굉장히 많이 알고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배웠다고 하는데 정말 적절하게 잘 쓴다.

 

소원이라면 쿠바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나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해외의 초청을 받거나

외국인과 결혼해서 출국허가를 받는거라고 한다. 이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서의 삶이 절망적이라고 한다.

 

뭔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할 말은 많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프레디의 집은 어제 갔던 그 공동묘지의 옆에 위치하고 있다.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환경이 너무나 안타깝다.

 

프레디 덕분에 까마구에이에서 정말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간다.

꼭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란다. 너의 미래에 빛이 들기를 응원할께!

 

 

 

 

 

 

 

 

 

 

프레디와 헤어진 후 집에서 에어컨을 좀 쐬고 숨을 돌렸다.

오늘 시장에 가려고 했는데, 프레디와 노느라 가질 못했다. 못 가도 아쉽지가 않다.

그 덕분에 더 좋은 것들을 느낀 듯해서.

 

오늘 저녁식사는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 식당인 El Patio로 결정했다.

이름에서 부터 정원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전에, 아주머니가 나의 지도를 보더니 새로 나온거냐며, 자기도 하나를 달라고 한다.

아침에 잠깐 안내소에 들려 받은 새로운 버젼의 지도였는데 내용이 괜찮은 걸 보니 탐이 났나보다.

어차피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인포투어가 있으니 가서 받아서 주겠다고 했다.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엄청 밝은 표정으로 날 본다.

내가 뛰던 중이라 "올라"하고 그냥 스쳤는데, 아마 내 옆방에 온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밤에 아줌마가 일본인이 준거라며 초콜렛 두개를 줬거든. 키키

이럴줄 알았으면 낮에 지나치지 말고 정보나 좀 줄걸 그랬나보다.

 

인포투어는 영화의 거리 안에 있다.

예전에는 출구가 없어서 "Callejon sin Salida(출구 없는 거리)"라고 불렸는데

얼마전에 새롭게 단장을 하면서 새롭게 길이 나서 이제는 출구가 있다고 했다.

현재는 "Callejon de los Milagros(기적의 거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 앞에는 극장들이 모여있어 물씬 영화의 거리 분위기가 나고 있다.

 

 

 

 

인포투어에 가서 새로나온 영어지도를 요청했더니 안내원 아저씨가 창고에 찾으러 가셨다.

아저씨의 딸인지 계속해서 빤히 쳐다본다.

사진찍어 줄까? 했더니 금새 포즈를 취한다. 귀여운 것ㅎㅎ

 

 

 

 

 

 

역시 예쁜 정원이 있는 식당이었다. 한편에는 새장이 모여 있는데 엄청 시끄럽다.

아주머니가 여기에 1그릇에 30MN하는 메뉴가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오랜만에 밥이 먹고싶어서 돼지고기 볶음밥을 주문했다.

 

으음 너무 맛있다.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

양은 거의 2인분이라 반만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혼자라 메뉴를 하나만 시킨게 가장 아쉬웠던 점 크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지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다시 영화의 거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영업이 끝난 시간에 걸어가니 뭔가 느낌 있다 좋다.

 

 

 

 

 

 

이 길 끝에는 낮에 갔던 아그라몬테의 집 앞 광장이 있다.

사진을 찍다가 조금 앞으로 갔다가 뒤를 돌아보니 이 건물에도 체 게바라가 있다.

알고보니 아침에 엽서를 넣었던 우체국 건물이다.

앞만 계속 봤다면 여기가 거기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 집에가자 싶어서 몸을 돌리려는데 한 할머니가 말을 건다.

저널리스트라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사실 내가 하루종일 못하는 스페인어를 하느라 피로도가 쌓인 상태다.

말을 섞기가 싫어서 대충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이 분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오신다.

갑자기 쿠바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이런건 내가 대답하기도 너무 힘들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건 역시 자본주의와 북한이다.

내가 은근슬쩍 어려워하는 모습을 비추니 그제서야 말을 끌지 않는다.

집 앞까지 같이 왔는데 내 지도에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못해도 나이가 70이 넘어보였는데 이메일을 쓴다는 것, 정말 저널리스트 같았다.

 

힘들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아바나로 갈 채비를 했다. 이제 여기를 떠난다.

까마구에이에서 후회없이 즐기다 간다. 너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밤 11시가 되니 어제 나를 여기로 데려다 주었던 택시 아저씨가 왔다.

 

나가기 전에 아주머니와 못다한 이야기를 잠시나마 나누었는데,

아까 프레디가 우리집에 잠깐 들렸을 때 아주머니가 여긴 여행자 숙소라며 차갑게 나가라고 했었다.

분명 프레디가 아주머니랑 아는 사이라고 해서 들어온거였는데 물을 주고 나서 5분 이내로 나가라고 한 것이다.

 

나는 외부인을 데리고와서 화가난 걸로 생각을 했었고, 마음대로 데려와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했는데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그게 아니라고. 대낮에 돌아다녔으니 정말 힘들었을 텐데

프레디가 눈치없이 계속 여기에 눌러 앉아 너랑 놀려고 하는 것 같아 일부러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는 사이가 맞다고, 여기에 세제를 배달하러 자주 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 잘해주면 상황이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집에 가기 싫어서) 계속 있으려고 한다는 거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차갑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절대 나 때문이 아니라며.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쫓겨나듯이 나간 프레디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짐을 가지고 내려가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아주머니가 엄마처럼 느꼈졌다. 날 꼭 안아주고 건강을 빌어주었다.

 

터미널로 가는 길-

역시나 아저씨는 땀을 많이 흘리신다.

아저씨는 까마구에이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냐며 가는 내내 말벗이 되어준다.

네! 정말 좋았어요 까마구에이!

 

아저씨와 헤어지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뭔가 차가운게 느껴진다.

아저씨에게 주려고 음료수를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들고 온건데 그새 깜빡한거다.

아차 싶어 밖으로 나갔더니 아저씨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갔는지 5분 정도를 헤매었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나의 작은 정성이었지만 주고 싶었는데, 전해주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아저씨에게도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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