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후반, 한국으로 돌아와서 시작한 첫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

내가 정말 열심히 일했던 곳이고 내 집처럼, 내 가족처럼 생각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그대로 가져가며 떠나길 원했지만 모든게 내 마음같지는 않았다.

말이 참 많았다. 내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돌이켜보면 머리가 컸다고 생각한 이 후부터 참 많이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혼자서 또는 다른 이와 함께.

 

해외에도 나름 일 년에 한두번 정도는 나갔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 없었다.

4월에 떠날 한 달간의 쿠바여행, 나의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다른 사람이 아닌 엄마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장소는 3월말~4월초 벚꽃이 예쁘다는 일본, 후쿠오카로 결정했다.

 

 

 

 

사실 50대 중반을 넘긴 엄마와 함께 가기에 가장 중요한 건 이동편이었다.

좀 더 편리하게 돌아볼까 싶어서 가능한 모든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투어를 찾아봤지만

벚꽃시즌을 2주 앞둔 상황에서 이미 예약이 마감되어 출발 가능한 상품이 없다.

 

결국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비행기, 호텔, 패스 등을 따로 구입을 했는데

사랑하는 우리 엄마 말씀이, 남들과 함께 따라다니는 여행보다는

우리 둘이서 보고 싶은 것 보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더 좋다고 하셨다.

 

대구에서 KTX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동안 내가 나갈 때 배웅하러만 왔었는데, 이번에는 엄마도 출국심사를 받는다.

항공편 수속부터 짐 붙이기, 소지품 검사, 자동입출국심사 등록 및 심사, 엄청난 면세점 구경까지

사실 1시간 비행치고는 탑승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출발 전에 지치지 않으실까 걱정이 많았는데 엄마가 하나 하나가 재미있다며 너무 좋아하신다.

 

비행기가 뜨고나서 1시간이 지나서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하카타역 까지 바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갔는데, 방금 전에 출발했다며 다음 차가 40분 후에 온단다.

캐리어가 있어서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이 참 막막하다.

결국은 기다리기 싫어서 공항순환버스를 타고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하카타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올라오니 바로 하카타역 JR선이 눈 앞에 보인다.

어차피 JR패스를 바꿔야 하는데 호텔에 들어갔다가 다시 여기까지 나오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아

엄마에게 짐을 맡겨두고 창구로 가 예약확인증을 주고 패스로 교환했다.

 

내가 구입한건 북큐슈 3일패스, 다양한 기차를 타기위해 정말 노선 공부를 많이 했다.

예상했던 대로 유후인노모리는 3일후까지 매진이다. 이럴줄 알고 난 반대노선을 택했다.

타임테이블을 보고 노선, 시간 등을 적어서 전달하니 그대로 예약하여 티켓을 준다.

제일 걱정했던 유후인노모리 기차까지 모두 예약 완료했다.

 

우리가 머물 호텔은 ANA CROWNE PLAZA HOTEL.

NIKKO 호텔에 투숙하고 싶었는데, 위치 때문에 고민하는 이틀 사이에 예약이 마감되어버렸다.

아나 호텔은 니코 호텔과는 하카타역을 기준으로 반대 방향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3일간 있다 보니 니코 호텔보다 이동하기가 훨씬 편리했던 것 같다.

직원들 서비스도 너무 좋고, 객실 및 화장실도 생각보다 많이 넓은 편이었다.

지난번에 오사카-교토에서 머물었던 뉴한큐 호텔에 비하면 한참 업그레이드 된 룸 같았다.

 

여담이지만 원래 공항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탈 생각이었기 때문에

호텔에 메일로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지를 물어봤었는데,

친절하게 에키마에욘초메역에서 내리면 호텔이 보인다고 답이 왔다.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니,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며 다시 한 번 메일이 왔다.

그동안 까칠한 남미사람들만 상대하다보니 이런 사소한 일에도 감동을 받는다.

 

 

 

 

대충 짐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하카타 쪽으로 나갔다.

사실 근처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마땅한 식당이 보이질 않았고...

웬만큼은 한문에 자신이 있었는데도 도무지 글자를 읽을 수가 없다.

결국은 후쿠오카의 명물이라는 곱창전골(모츠나베)가 적혀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주문은 했는데, 뭘 더 추가해야되는지를 몰라서 그냥 먹었다.. 푸하하

 

엄마가 그동안 잘 돌아다니길래 일본어를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이러고 다녔구나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정규과정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지 않은 야매입장에서는

내 할말은 하는 이정도 일본어도 잘하는 거라고 대답했다. 키키

어쨌든 배부르게 저녁식사를 마무리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드러그스토어에 잠깐 들려서 구경을 했는데,

내가 그동안 사들고 온 화장품, , 과자들을 여기서 본 엄마가 웃으신다.

다 이런데서 구입한다구~~

 

엄마와 함께한 첫 해외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아사히 프리미엄을 사서 들어왔다.

부드럽다 부드럽다 엄마와 함께라서 더 즐겁고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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