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고 짐을 맡긴 후 버스에 올랐다.

비아술은 지정좌석이 아니라 빈 좌석에 앉으면 되는데 버스에 사람이 꽉 차있다.

빈 자리에는 비교적 덩치가 있는 현지인들이 앉아 있어서 비켜주질 않는다.

겨우 한 자리를 차지 했는데, 의자를 뒤로 젖히니 뒤에서 좁다고 뭐라 한다.

나도 자야된다고 말하니 흥분하면서 젖히지 말란다. 서러웠다.

 

맨 뒤에 의자 3개가 연결된 자리가 있었는데 차라리 거기에 누워서 가야겠다 싶었다.

가방을 머리밑에 두고 누웠는데, 이런 시트가 붙어 있지를 않고 브레이크를 잡을 때 마다 앞으로 쏠린다.

야간버스라 지금 자둬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1시간쯤 가서 버스가 잠깐 섰을 때 기사 아저씨한테 자리가 없다고 얘기를 했더니

방금 사람이 조금 내렸다며 다시 올라가서 자리를 찾아보란다. 기록상으로는 8개의 빈자리가 있단다.

다시 자리를 찾으니 다행이 아가씨 한명이 자리를 내어준다. 드디어 잘 수 있다.

 

한참을 자다가 사람들 말 소리에 눈을 떴다.

창문으로 보이는 모습은 여기가 쿠바인가 싶을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여긴 어디지 하는 순간 아바나라는 것을 알았다. 4~5월에 비가 온다더니 정말 오고 있었다.

 

터미널에 내려 짐을 좀 맡겨 달라고 하니 5쿡을 내란다.

비아술은 짐 보관료가 1쿡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니 3쿡을 내란다.

싫다고 하니 너 알아서 하라며 안된다고 한다. 혀를 내둘렀다.

터미널 대합실에 있는 티비를 보니 한창 행진을 하고 있었다.

8시부터라고 들었는데, 지금이 8시인데 벌써 저렇게 하고 있다고?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8시가 아니라 7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혁명광장까지 가도록 하자.

 

터미널 밖으로 나서니 무수한 택시삐끼들이 달려든다. 혁명광장에 데려다 준단다.

오늘은 5월 1일 노동자의 날로 혁명광장은 차량진입이 제한되어 있다.

분명 멀리서 내려줄 것이 뻔한데 이렇게 말하는 삐끼들이 너무 미웠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이었던 건 그 순간 비가 그쳤다는 것이다.

 

길을 걸어가면서 중간 중간에 혁명광장으로 가는 빠른 길을 알려달라고 하니 전부다 놀라는 표정이다.

여기서 20~3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는데 게다가 내 손에는 캐리어도 있다.

할 수 없다. 나는 열심히 또 열심히 걸어갔고 이윽고 혁명광장에 도착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사람들은 열심히 행진을 했을 것이다.

내가 저 멀리서부터 광장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점점 해산을 하고 있다.

마음이 너무 심난했다. 이런 기회를 이런식으로 보내다니.

혁명광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을 때는 행사 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평소 1쿡을 내야 올라갈 수 있는 호세마르티 기념탑이 이 날은 오픈이 되어 있다.

여기에 의자가 쭈욱 늘어져 있는데 물어보니 정부기관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라고 한다.

라울 카스트로도 왔을까? 이 장면을 보지 못한게 너무 아깝다.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다.

한 눈에 들어오는 체게바라와 시엔푸에고스다.

구름은 점점 걷히고 있었고 파란 하늘이 구름사이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세마르티 기념탑이다. 안쪽에는 기념관(박물관)이 있다.

들어가려고 했더니 오늘은 공휴일이기 때문에 오픈을 안한다고 한다. 내일 오라고 한다.

한 번에 들릴 수 있으면 좋겠건만, 여길 다시 또 와야한다.

 

 

 

 

행사장 철거 작업 모습.

제단으로 사용했던 것들, 도구들 모두를 해체하고 있다.

 

이 아래로는 차량들이 행사 물품들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다. 

 

 

 

 

나처럼 놀러온 외국인들.

해외로 나오면 애국자가 되듯이 외국인들도 저마다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한국인 단체도 봤는데 인사하려다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지나쳤다.

 

 

 

 

숙소로 가기위해 택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가는 길에 드디어 차량 진입이 허용되고 몇몇 택시가 다가왔다.

그런데 오늘 내가 타고 싶었던 건 코코택시, 오토바이 택시였다.

코코택시 정류장으로 가서 네고를 시도, 6쿡에 카피톨리오까지 가는 것으로 합의했다.

5쿡으로 맞추고 싶었는데.. 그래 택시기사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코코택시는 코코(코코넛)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흥정이 아니라 미터기로 요금이 책정이 된다. 하지만 흥정도 가능하다.

왠만하면 흥정이 좋은 것이, 미터기로 가게되면 요금을 많이 받기 위해 둘러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혁명광장에서 카피톨리오까지는 7쿡이다. (미터기 기준)

 

이오바나 아주머니 까사에 도착!

한달만에 재회를 했다. 아주머니도 너무 반가워 하신다.

10시쯤에 숙소에 도착을 했는데 아주머니가 아침 먹으라며 차려주신다.

아침은 계란을 끼운 빵과 커피, 그리고 과일 주스다. 부실한건 여전하다. 하하

 

다시 예약장부에 이름을 남기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넌 1번이니 찾기 쉽다며 날짜만 업데이트를 하신다.

푸하하 이 장부를 만들 때 내 이름을 제일 먼저 썼더니 No.1로 남아있다.

내가 떠난 뒤로도 찾아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잊지 못하는 이유가 1번이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한국인 손님을 생각할 때 마다 너 생각이 날거라고 하신다. 푸하하

실제로 내가 여기서 14박을 했기때문에 잊기가 힘들것이다.

 

꽤 좋은 객실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버스에서 새우잠을 자서 그런지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잠이 들었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문을 열어보니 박수오빠가 나타났다. 와!! 오빠!!!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무사히 바라데로에서 신혼여행을 보내고 막 도착한거였다.

그런데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어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전력이 약하다는 거다.

그 탓에 전기가 오락가락 하면서 엘레베이터가 멈췄다는 것이다. 헉 여기 10층인데?

어떻게 될지를 몰라 류씨언니는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내가 먼저 밑으로 내려가서 류씨언니와 상봉을 했다.

그리고 다니엘이라는 친구, 어제 도착하셨다는 포스있는 누님 3분도 만났다.

아래에서 한참을 수다떨고 있으니 박수오빠가 다시 내려왔다.

여기를 올라 갈 것인지, 다른 까사로 갈 것인지 고민중이었는데 결국 나를 택했다. 오예!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짐을 올려놓고 6시 반에 만나서 말레꼰에 함께 가기로 했다.

일단 나는 오늘 아침 이후로 먹은게 없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일단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먹으러 가려고 한다.

마침 다니엘과 누님들도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함께 이동!

 

다니엘이 여기에 메디아루나(반달빵,크로와상)가 있다고 해서 사먹었는데 엑 이게 머야ㅋㅋ

이건 그냥 튀긴 빵이야! 다 알면서도 메디아루나를 기대한 내 잘못이다.

한입 먹었더니 퍽퍽한 느낌이 오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꼭꼭 씹어먹으니 맛있다.

10개 샀는데 내가 3개를 먹었다. 헤헤

 

 

 

 

길에 있던 동상 코스프레와 꼬마.

꽤 그럴싸하게 하던데 분장이 너무 허접했다. 색칠이 안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또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항상 쿠바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하나가 부족한 것이야 말로 쿠바의 매력이다" 

 

실제로 쿠바는 뭐든지 하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좋은 차에 손잡이가 부숴졌다던지, 창문이 안 올라간다던지, 와이퍼가 안된다던지.

좋은 집에 문이 안 닫힌다던지, 벌레가 많다던지, 변기뚜껑이 없다던지.

이 외에도 모든 것에 하나가 부족하다.

 

이게 매력이다. 물자가 부족한 쿠바에서는 완벽함을 찾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 할 수 있다.

부족함 속에서 최대한으로 채우려고 하는 그 모습이 쿠바이다.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서 위로 올라가니 바로 말레꼰이 나온다.

저녁에 박수오빠와 만나기로 했는데 다시 까사로 돌아가려니 시간도 거리도 참 애매하다.

고민하던 차에 다니엘에게 부탁해서 숙소에 전화를 해서 메모를 남겼다.

박수오빠에게 내가 여기에 있으니 여기로 바로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저녁 무렵의 말레꼰에는 바람쐬러 나온 사람들, 낚시하는 사람들, 수영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서 아바나의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고기를 잔뜩 잡은 아저씨에게 보자고 하니 통을 보여준다. 10달러란다. 사가라는 뜻이다ㅎ

 

 

 

 

아바나에 있을 동안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원동력. 우리의 누님들!

한국에 오면 인사를 드릴려고 했는데 연락처가 없다. 받은 줄 알았는데 안 받았나 보다.

 

뒤에 모로성을 배경으로 멋진 구도로 기념촬영을 했다.

 

 

 

 

 

 

 

 

 

 

 

 

말레꼰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말레꼰의 매력이다. 몰아치는 파도들.

바람이 부는 날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광경이다.

 

시간차로 파도선물은 면했다. 조금만 빨리 걸었어도 파도 샤워를 할 뻔했다.

 

 

 

 

말레꼰의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턱에 올라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중.

뒤로 돌아보니 말을 타고 지나는 가족들이 보인다.

가족끼리 이렇게 여행오면 정말 재미있겠다.

 

나도 꼭 우리가족들 데리고 남미로 올 것이다!

 

 

 

 

 

 

 

 

 

 

말레꼰의 일몰-

 

밥만 먹고 까사로 들어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카메라를 두고 나왔었는데,

생각해보면 난 항상 일몰 때 카메라를 안가지고 나온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인지..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아쉽게도 태양 빛이 좀 번진다.

 

하지만 누가 말레꼰의 일몰을 속일 수 있으랴.

말레꼰은 그 자체 만으로도 아름답다.

 

그때 누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와! 박수오빠다! 언니는 피곤하다고 오빠 혼자 왔다.

같이 여기서 수다도 떨고 누님들의 화보촬영도 구경하고. 정말 재미있게 깔깔댔다.

 

 

 

 

다니엘이 찍어준 말레꼰 기념샷-

쿠바의 태양을 내 손에 담았어. 정말 기분 좋다.

 

 

 

 

누님들은 오늘 랍스터를 드시러 간다고 해서 헤어지고 나와 오빠는 까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해가 저물고 분위기 있는 쿠바의 뒷골목을 걷는다.

 

항상 들리는 신나는 음악소리와 길에서 추는 사람들의 모습은 덤이다.

 

 

 

 

저녁은 피자로 결정! 저번에 먹었던 맛있는 피자집으로 가서 MIXTA 피자를 주문했다.

파인애플, 참치, 페퍼로니, 소세지 등 4가지가 들어있었는데 와 정말 맛있다!

 

여기에 더욱 기분을 돋우었던 것은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가져온 바라데로 호텔의 무료제공 맥주였다.

무거웠을텐데 이것들을 여기까지 가지고 오셨다 나준다고~ 흐잉 너무 좋아 좋아.

시원한 맥주와 피자.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언니와 오빠. 기분 정말 좋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저녁에 박수오빠는 계속 나를 숙소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 연락이 되지 않는 쿠바이니 그냥 말레꼰으로 나온거라고 한다.

그런데 웃긴건 오빠가 밖으로 나오니 주인 아주머니가 나한테서 전화왔었다고 했다는거다.

이런, 내가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서 미리 전해달라고 전화한거였는데 그걸 그때 전하다니!

나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말레꼰에서 다른 사람들과 깔깔대고 있었으니, 박수오빠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생각해보니 우리끼리 알 수 없는 오해도 생긴 것 같고. 진심이 아니었으니 오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싫었다.

늦었지만 오빠에게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정말 미스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물론 오빠도 상황은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 마음이 쉽게 사라질수가 있을까.

아무튼, 나도 오빠도 마음은 좀 불편했지만 서로를 이해하기로 했다.

 

아바나와의 재회한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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