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아바나에 오면서 긴장이 풀어졌다.

괜히 여기가 너무 익숙하면서 꼭 고향집에 온 기분처럼 느껴졌다.

여행의 막바지가 되어가면서 뭘 하겠다고야 말겠다는 의식도 많이 사라진 것 같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뭘 해야지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맛없지만 일단 아침은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빵과 주스는 꼭꼭 챙겨먹었다.

 

 

 

 

베란다에 서서 파노라마로 돌려본다.

크게 볼 것은 없지만 10층인 이오바나 숙소만의 매력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베란다에서 하늘과 땅을 내려다보는 것.

 

아바나에서 이렇게 흐린 날씨를 볼 줄이야.

어제는 비가 왔구나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 하늘을 보니 뿌연 하늘이 참 생소하다.

 

 

 

 

꾸물대다가 국립미술관으로 가기로 결정!

힘들게 집을 나섰다.

 

우리 숙소앞에 아스팔트를 새로 깔아놨다.

지금 쿠바는 어딜가든 보수 및 유지 작업이 한창이다.

몇번씩 이야기한 것 같지만 쿠바는 지금 변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는데 가격이 6MN이다.

아직까지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니어서 미술관에 갔다가 오는 길에 들릴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쿠바에서는 뭐든 눈에 보일 때 해야한다. 다음에-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단 아이스크림 먼저 시식을 하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중앙공원에 있던 호세마르티의 동상인데, 한 손에 새가 앉아있다.

쿠바를 다니면서 워낙 돈을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든 생각은

우리가 사진을 찍는 순간에 누군가 다가와서 자기새라며 1쿡 달라고 하는거 아닌가- 라는 우스운 오해였다.

 

다행이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

 

 

 

 

 

 

아바나에는 두 곳의 국립미술관이 있다.

한 곳은 세계의 작품을 모아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쿠바 예술인의 작품을 모아둔 곳이다.

오늘 먼저 찾아간 곳은 쿠바 국내 전시품이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각각 5쿡, 만약 2군데의 입장료를 한번에 내면 8쿡이다.

그런데 티켓이 나누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식으로 생겼길래 어떻게 구분을 하는건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입장권을 산 날짜 기준으로 계산을 하는가 싶기도 해서 기한이 언제냐고 물어보니

아무때나 원할 때 다른 미술관에 가면 된다고 한다. 응?? 도대체 어떻게 구분을 하는거얌!

다음에 국제미술관에 갈 때 알게되었는데 들어갈 때 내밀었더니 반을 쭉 찢어버린다.

 

쿠바의 미술관은 정말 흥미롭다.

특유의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묘하게 어두운 느낌과 밝은 느낌이 함께 있다.

그리고 톡톡튀는 생각들이 보인다. 예상외로 정말 재미있게 보고 나왔다.

 

※ 관람순서는 맨 위층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국립미술관을 자세하게 다 보려면 반나절로도 부족한데,

비교적 재미있는 아래층부터 보게된다면 지루한 윗층의 작품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볍게 윗층을 보고 난 후 내려오면서 재밌게 즐기면 된다.

 

 

 

 

 

 

 

 

 

국립미술관 앞에 혁명박물관이 있다.

난 여기에 가고 싶었는데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별로 가고싶지 않아해서 일단 나도 패스.

다음에 혼자일 때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란마호에 잠시 안녕을 하고.

 

햇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날씨가 개인다.

역시 쿠바는 햇볕이 좋다. 더워진 날씨를 안고 우리는 초콜렛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리어카에 앉은 강아지.

 

강아지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가끔씩 길에 새끼 강아지 또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귀여운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계속 쳐다보거나 사진을 찍으면 돈을 달라고 한다.

이 더운 날씨에 괜히 땡볕인 길가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받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강아지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말도 못하는데다 아직 새끼라서 면역력이 안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 전에 점심을 먹으러 들린 크레페 사유.

사유언니는 일본으로 갔다. 8월초에 온다고 한다.

지금 이 곳을 맡고 있는 사람은 노리코언니다. 강렬한 포스의 소유자다.

 

돈까츠벤또를 주문하고 여기서 먹고 가겠다고 하니 저렇게 큰 접시에 돈까스와 샐러드를 잔뜩 올려준다.

이 요리가 2쿡이라니, 정말 행복함이 막막 느껴졌다.

아무리 싼 나라라고 해도 일식 요리 한 그릇이 2000원 정도인 곳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돈까스도 맛있고 소스도 듬뿍, 샐러드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있는데 한 현지인 아주머니가 카베츠야끼를 사러 왔는데

손에 패션왕이라고 적혀있는 씨디를 들고 있다. 넘 웃겨서 말을 걸었는데.

우리보고 한국인이냐고 물어본다. 맞다고 하니 거짓말을 하지 말란다. 응??

이 분 우리를 연예인 보듯이 보고 있다.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며 너무 반갑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이 분의 휴대폰 속에는 온통 K-POP 음악과 연예인 사진이 들어있다.

열쇠고리도 한복 열쇠고리다. 세계박람회 같은 행사가 있었는데 그 때 구입했었다고 한다.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감사하게도.

나처럼 애국심이 없는 사람도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초콜렛 박물관에 도착을 했는데, 저 줄은 뭐지?

난 비교적 운이 좋았던게 쿠바에서 줄을 선 기억이 거의 없다.

그 줄이 길다던 초콜렛 박물관에서도 서 본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저렇게나 길게 서있다.

우리 오늘 츄러스에 초콜렛 찍어서 먹기로 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츄러스도 줄을 서있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초콜렛 박물관 앞에서, 박수오빠는 츄러스 가게에서 줄을 서기로 했다.

 

 

 

 

 

 

그리고 츄러스 구입에 성공!

아이스초코를 주문해서 함께 냠냠냠

 

누구야 두개를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했던 사람! ㅋㅋ

아이스초코는 우리가 알던 그 맛이었지만, 문제는 츄러스였다.

찰짐(?)이 없는 쿠바에서 먹는 츄러스는 퍽퍽해도 너무 퍽퍽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늘 미술관을 본 것 빼고는 한 것도 없었는데 그냥 피곤하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숙소에서 뒹굴뒹굴이 더 재밌겠다 싶어서 돌아갔다.

 

 

 

 

 

 

 

 

저녁에 모두들 모였다. 오늘 째즈카페로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같이 Neptuno 거리로 이동하여 가이드(?) 다니엘의 오더에 맞추어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Linea 거리에 내려서 뚜벅뚜벅, 째즈카페로 향했다.

 

입구 앞에는 공연을 하는 밴드 라인업이 나와있다.

오늘 우리가 만날 밴드는 Jazz en Trance다.

 

9시부터 공연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자리를 좋은 곳으로 잡기위해 조금 일찍 나섰다.

입장료는 1인당 10쿡인데, 여기가 좋았던 건 이 10쿡으로 음료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거였다.

단, 10쿡 이상의 식음료를 먹게되면 추가 비용만 되면 된다.

 

** Jazz Cafe

Melia Cohiba 호텔 맞은 편 건물이예요.

주소 : Galerias del Paseo 3층, Avenida Paseo e/ 1ra y 3ra, El Vedado.

전화 : TEL : +53 333636

 

 

 

 

간단한, 아니 간단하지 않은 식사를 끝내고 맨 처음에 나온 팀은 3인조 그룹이다.

보컬 목소리가 매력적이긴 한데 좀 튀는 경향이 있어서 좀 아쉬웠던 느낌.

보아하니 메인은 아니고 시작전에 바람잡이 형식으로 나오는 팀인 것 같았다.

 

 

 

 

드디어 나타난 Jazz en Trance.

사실 내가 쿠바 음악을 뭘 알겠는가. 그저 좋으면 좋고 말면 말고였다.

이 밴드의 음악을 듣고나서 인식이 바뀌었다. 음악이 너무 좋았다.

 

음악 스타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째즈그룹 Pe'z와 비슷하다.

시종일관 관객을 사로잡는 리더의 능숙함, 노련한 연주실력,

무엇보다도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소리가 너무 좋았다. (난 멜로디가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째즈음악인데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서 춤을 췄다. 하하

이런 음악에 몸이 가만히 있는게 더 이상하다. 음악에 맞추어 흔들어줘야 한다.

 

 

 

 

그러던 중 장렬히 전사하신 두분이 계셨으니-

큰 누님과 일본인 친구이다. 큰 누님께서 우리 숙소에 있는 일본인과 캐나다인을 데리고 오셨다.

그런데 이 친구들도 정말 심심했는데 우리를 따라 나오는게 너무 웃겼다.

음주가무를 열심히 즐기시더니 공연 중에 저렇게 쓰러지셨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난 정말 감동했다.

무대를 정리하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음악씨디를 구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있단다.

그 자리에서 씨디를 구입하고 멤버들마다 싸인도 받았다.

 

아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쿠바에서 이런 음악을 들을지는 몰랐다.

한번 더 이들의 공연을 보고싶었는데, 안타깝께도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질 못했다.

지금은 아쉬운대로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하지만 라이브의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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