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멕시코로 떠나는 날이다.

무려 28일 동안을 함께 했다. 그러면서 나는 국제적인 민폐녀가 되긴 했지만.

혼자서 다닐거라고 생각한 쿠바에서 함께 할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나에게 축복이다.

올해부터 귀인이 계속해서 나타날거라고 하더니 분명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나에게 귀인이었을 것이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한국으로 보낼 작은 짐을 나에게 전해주고 남은 페소들도 모두 주었다.

박수오빠 덕분에 마지막까지 부자가 되었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 물 한병을 사려고 했는데

물 구하기가 힘든 쿠바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힘겨운 일정을 보냈다.

 

카피톨리오 뒤쪽을 보고 맨 오른쪽으로 가면 콜렉티보가 많이 서 있는데

여기로 가면 저렴한 가격으로 공항에 갈 수 있다. 보톤 6~7쿡 정도라고 한다.

박수오빠가 탄 택시는 7쿡, 평소의 오빠였으면 어떻게든 6쿡으로 깎았을 것 같은데

마지막 협상이라 그런지 7쿡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떠나는 박수오빠와 류씨언니-

두분 계속 즐거운 여행하세요! 장기여행에 건강은 필수구요!

 

손을 흔들고 떠났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된 기분이 든다. 숙소로 떠벅 떠벅 걸어갔다.

 

난 혼자가 아니다. 오늘 경서오빠와 함께 바라데로로 떠나기로 했다.

내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꾸브레(Cubre) 역으로 가면 바라데로로 가는 택시가 있다고 했다.

비아술이 10쿡이니 거기까지 가는 택시비까지 합하면 그냥 택시를 타고 바라데로까지 가는게 더 나았다.

그래서 경서오빠를 부르러 이오바나 아주머니네 집으로 찾아갔다. (경서오빠 방은 메인 하우스에 있다)

아주머니는 날씨가 안좋고 태풍이 몰려와서 바라데로에 가도 바다를 제대로 못 볼거라고 한다.

더욱 힘든건 태풍 때문에 바라데로에 전기가 안 들어와서 생활이 불편하다는 거다.

그러면서 산타마리아 해변도 바라데로와 똑같이 생겼다며 계속 남아있으라고 한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록 아주머니가 우리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최근 한국 손님들을 받으며 경제적인 상황이 굉장히 좋아진 편이다.

그런데 이번주 들어 한 두명씩 계속 떠나고 있으니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하늘은 파랗다. 과연 바라데로도 여기처럼 파란색깔일 것일까.

경서오빠와 함께 바라데로에 갈지 말지를 한참 고민하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가면 날씨도 좋을거예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며 경서오빠를 꼬셨다.

일단 떠나기 전에 801호로 내려가서 너무 즐거운 추억을 준 누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비시택시를 타고 2쿡에 기차역 뒤에 있는 꾸브레역으로 갔다.

내리자마자 행선지를 부르는 삐기들이 모여든다.

우리가 가는 바라데로는 '마탄사스' 위에 있으니 마탄사스 행 택시로 향했다.

 

정원은 4명인데 현재 모객은 1명, 우리까지 3명이다.

원래는 1인당 10쿡인데 현재 3명밖에 없으니 우리더러 15쿡씩을 내라고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우리가 10쿡인거 안다고 못 낸다고 했더니

15쿡을 내면 바로 출발이고, 10쿡이면 1명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기다리자고 하니 이내 시무룩해진다. 다행인건 바로 1명이 추가되었다.

 

바라데로까지는 3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가는 길에 바꾸나야구아 전망대에 들리려고 했는데 내가 잠시 잊어버리는 탓에 지나쳐버렸다.

이런.. 나는 가는 길은 택시를 타고 가고, 돌아 올 때는 마탄사스에서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바보같이 여기 전망대를 놓치는 바람에 올 때 기차를 탈 것인지 전망대를 볼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다.

방심이 이 상황을 만들었다.

 

 

 

 

 

 

가는 길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우리가 탄 택시는 멀쩡해 보였지만 창문이 올라가지 않았고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덕분에 차 안에 있었음에도 옷이 홀딱 젖었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길을 위험하게도 열심히 달렸다.

 

바라데로에 도착을 하니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원했던 바다가 보이는 숙소는 이미 다 차서 들어갈 수가 없다.

몇군데 까사를 들렀지만 비싸기만 하고 마음에 차질 않는다.

2~3시 정도에 도착을 한 것 같은데 5시가 넘도록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배가 고파서 길에 보이는 햄버거 가게로 갔더니 전기가 없어서 음식을 못한다고 했다.

설상가상인 시간이 이어지고, 바다나 보자 싶어 해변으로 가니 에메랄드 빛 해변 위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그렇지만 이 어둠 속에서도 바다 하나는 끝내주게 예쁘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곳은 다니엘이 추천해 준 까사였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 아니라서 안가려고 했는데 지쳐서 더 찾기가 힘들었다.

까사로 들어가니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정말 반갑게 맞이해준다.

금액도 1박에 아침 포함해서 26쿡이다. 나름 잘 구한것 같다.

 

** 내가 머물렀던 바라데로 까사

 

Wicho & Karen

주소 : Calle 54 #103, Varadero

전화 : +53 045-614924

휴대폰 : +53 52701873

이메일 : wichokaren96@tyahoo.es

 

장점 : 주인부부 마음씨가 좋아요, 아침식사가 잘 나와요.

         해변에서 가까워요. 센트로 상점들과 가까워요.

         바디워시, 샴푸, 린스, 비누 등 호텔에서 사용하는 어메니티가 준비되어 있어요.

단점 : 바다뷰가 아니라는거~! 이것 말고는 나쁜 점이 없어요.

 

 

 

 

숙소를 잡고 잠깐 쉬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오늘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올인클루시브 호텔이 많은 휴양지이다 보니

변변한 레스토랑이 거의 없다. 결국은 작은 호텔 내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돼지고기 요리가 다양하게 많이 있는데, 뭘 시켰는지 모르겠다.

레모네이드와 함께 먹는데 정말 너무 맛있다.

저렴한데다 양도 푸짐해서 정말 기쁘게 마셨다. 좋아!

(돼지고기 요리가 5쿡, 레모네이드가 3쿡)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해변에 잠깐 들렀다.

구름이 많고 해가 잘 들지 않는 일몰이었지만 그래도 일몰은 그 자체많으로도 아름다웠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옆으로 보는 각도에서는 이 어둠속에서도 푸른 빛깔을 내보이고 있었다.

 

바다에 발을 잠깐 담근 후에-

 

 

 

 

들어오기 전 맥주를 두 병 사서 왔는데, 우리 방 옆 나무에 물이 들어와있다.

어머, 우리가 예쁘다고 좋아하니 주인 아저씨가 더 좋아하신다.

불은 밤 10시 정도가 되니 아저씨가 나오셔서 끄고 가셨다.

 

경서오빠와는 산티아고에서 한번 봤었고 아바나에서 다시 만난거였다.

박수오빠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나랑 별로 이야기 할 일이 없어서 사실 조금 서먹했었다.

바라데로로 같이 가자는 얘기는 조심스럽게 꺼냈었고, 오는 길에도 별로 말이 없었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다행이 좋은 사람같고 유쾌한 사람인 것 같아서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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