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아저씨의 배려로 밤 11시까지 숙소에 있었다.

아저씨가 불러준 택시 아저씨가 도착을 하고 짐을 챙겨 터미널로 향했다.

다른 곳에서의 이별이 굉장히 아쉬웠던데 반해 내가 짐을 싣고 차에 타는 순간

아저씨는 얼른 집으로 들어가는 쿨함을 보여주셨다 키키

 

터미널로 가는 짧은 길 동안에 택시 아저씨가 말을 거는데 어디로 가냐고 한다.

까마구에이로 간다고 하니 까마게이~ 까마게이~ 계속 이렇게 혼자서 중얼거린다.

좀 이상한 사람 같기도 해서 말을 안 섞어야지 싶었는데 계속 혼자서 중얼거린다. 뭔가 기분이 나쁘다.

터미널에 도착하고 약속한 3쿡을 내미니 "뜨레스~(3)" 이러면서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이다.

뭐야.. 약속한 댓가를 주고서도 저러니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다.

나중에 박수오빠와 만나 얘기를 해보니 같은 반응이었단다. 그냥 불만이었던 듯 하다.

 

터미널에는 벌써부터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도착해있었다.

예약증을 내밀고 티켓으로 교환을 받은 뒤 짐을 보내는 곳으로 갔다.

짐을 주니 당연하게 1쿡을 내라고 한다. 아 난 이게 너무 싫다.

사실 남미에서도 짐을 보낼 때 짐꾼에게 항상 팁을 줬는데 여기는 그 금액이 현지 물가에 비해 너무 크다.

잔돈이 정말 없다고 얘기를 하니 실망하는 표정을 하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오긴 했는데.. 조금이라도 줄걸 그랬나 싶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까마구에이로 가는 밤버스는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다행이 내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를 않아서 편하게 잠을 자며 이동했다.

버스가 어딘가에 도착을 하고 "까마구에이"라는 소리가 들려 허겁지겁 점퍼를 챙겨서 내렸다.

기사 아저씨는 내 캐리어를 꺼내주고 "Suerte(행운)"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라시아스!

 

출구로 나가는데 엄청난 택시삐끼들이 들러 붙는다.

그 중에 엄청 인상이 좋은 아저씨가 내 이름을 들고 있다. 숙소에서 보내준 아저씨다.

비시택시에 몸을 싣고 달린다. 숙소 아주머니가 엄청나게 예쁜 한국아가씨가 온다고 얘기했단다.

숙소까지 가는 길 동안 아저씨가 까마구에이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까마구에이는 500년이 된 도시이며 쿠바에서 가장 큰 주(Estado)라고 한다.

유명한 교회와 공원이 많고 골목들이 이쁘다고 한다.

움직이는 동안에도 벌써 4개 정도의 교회를 봤고 공원들도 스쳐지나갔다.

 

까마구에이의 터미널에서 중심가까지는 약 2km 정도로 엄청나게 먼 거리였다.

새벽이라 덥지 않은 날씨임에도 아저씨가 땀을 많이 흘리신다.

숙소에 도착을 했고 택시비를 물으니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란다. 아주머니는 주고싶은대로 주란다.

미리 찾아본 자료에서는 보통 2쿡정도라고 한다. 또 여린 마음에 아저씨한테 3쿡을 드렸다.

아저씨가 고맙다고 가는 날에 보자고 한다. 알고보니 이 숙소와 계약을 한 듯 하다.

아주머니는 항상 손님들이 갈 때 이 아저씨를 부른다고 한다.

 

 

 

 

숙소 위치는 내가 여기였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했던 그 곳에 있었다.

침대가 2개 있는 넓은 객실이다. 침대 매트리스도 좋고 방도 깨끗한 것이 모두 다 마음에 든다.

 

주인 아주머니는 굉장히 깐깐해보였다. 마치 산티아고 까사 주인 아저씨처럼.

원래 1박에 15쿡, 조식은 2쿡으로 총 17쿡에 있기로 했는데 다음날 밤 버스라고 했더니 아줌마가 돈을 더 내란다.

그냥 있으라고 해주고 싶은데 이 까사는 워낙 손님이 많기 때문에 하루치 금액을 잃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아줌마와 협상을 좀 하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만만치가 않다.

결국은 오늘 아침 6시도착하여 내일 밤 11시에 나가는 것으로 객실 비용을 25쿡에,

오늘 아침과 내일 아침 2회에 2쿡으로, 총 27쿡으로 하기로 했다.

사실 돈을 안주려는 나의 도둑놈 심보가 작용한터라 돈이 아깝긴 했지만

양쪽 모두 다 윈윈하는 금액이기도 했다.

 

일단 야간이동을 했기 때문에 조금 피곤했다.

아주머니도 내 눈이 쾡하다며 좀 자두라고 하신다. 아침은 10시에 먹기로 했다.

10시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고 밥을 먹으러 나가니 나 한명인데도 푸짐하게 차려주셨다.

이 날따라 밥이 어찌나 잘 들어가는지, 저기 있는 것들을 천천히 앉아서 다 먹었다.

빵도 쿠바빵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고소한 버터와 함께 냠냠

제일 좋았던 건 과일! 애플망고와 파인애플을 먹는데 정말 행복하다.

 

** 까마구에이 까사 추천

 

Leidys Villafana Solano

주소 : Calle Hermanos. Aguero No.6 e/independencia y cisneros

전화 : (+53) 0132-299155

휴대폰 : (+53) 53992746

 

장점 : 위치가 정말 최고다. Maceo 광장 옆 골목입구에 있는데, 나와서 왼쪽은 구시가지, 오른쪽은 신시가지다.

         여기보다 더 좋은 위치의 까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아침식사가 좋다. 숙소비도 비싸지는 않다. 

단점 : 화장실 변기에 앉은 의자가 없다. 그런데 굉장히 깨끗하기 때문에 거부감은 안든다. (화장실도 정말 깨끗!)

 

 

 

 

이제는 혼자 다녀야하기 때문에 마실 물은 내가 챙겨서 다녀야 한다.

산티아고에서 부터 들고 온 생수병에 든 물을 내 물병에 옮겨 담았다.

시원함은 필수다. 오늘 나의 돌아다님(?)을 책임져줄 생명수다.

 

 

 

 

 

 

이제 까마구에이를 둘러보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니 일단 마세오 광장이라는 곳이 보인다.

지도를 보니 정말 뭐가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오른쪽으로 갔더니 아그라몬떼라는 광장이 나온다.

여기에서 한 20분 정도를 헤맨 것 같다. 지도를 따라가도 내가 생각했던 곳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되돌아 오고. 이걸 한 세번 정도 반복을 했더니 지쳤다.

 

아그라몬떼 광장 한편에 서 있던 티코.

쿠바에서는 "대우"브랜드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티코부터 버스까지.

 

 

 

 

 

 

 

 

일단 계획없이 돌아다니다가 힘만 빼지 않도록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아그라몬테 광장에 있던 한 카페로 들어왔다. 멋진 그림 아래에서 잠깐 생각에 잠겨본다.

아이스커피는 안된다고 해서, 일단 아메리카노로 주문. 커피를 홀짝 홀짝.

 

사실 까마구에이라는 도시는 내가 오고싶다는 생각만 했지, 뭐가 있는 곳인지를 모른다.

그래서 오늘 아침 택시 아저씨가 얘기해준대로 일단 교회와 골목을 둘러볼 생각이었고,

아주머니가 나오기 전에 지도에 몇개를 동그라미 쳐주었는데 거기로 가는게 너무 힘들다.

지도 자체가 그냥 미로다. 미로도시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카페 직원에게 하나의 동그라미를 가리키며 여긴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

다행스럽게 한쪽을 가리키며 쭉 따라가라고 한다. 오케이 일단 가보기로 했다.

 

 

 

 

 

 

까마구에이의 길이 얼마나 복잡하냐면-

골목마다 이렇게 이정표가 있고, 지도가 붙어있다.

이걸 보고서 찾아가야 하는데, 봐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다.

 

길을 가다가 너무 헷갈려서 길 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면 항상 이런 식이다.

"이쪽으로 가다가 길을 꺾은 다음 거기서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봐라"

 

황당하기도 했지만, 괜히 여기서 가는 길을 다 알려줬다가는

끝에가서 다시 헤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게 맞는 방법이긴 하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묻고 또 물어봤다.

 

그렇게 간 까마구에이는 나의 상상과는 달랐던 모습이었지만

정말 매력적이었고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꼬불꼬불한 골목들.

어디로 들어가든 모든 곳에는 길이 있다.

 

평범한 집들이지만 골목과 함께 보면 그 색감이 정말 예쁘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날씨였지만 하늘에 구름은 가득하다.

맑았으면 더 이쁘겠다 싶었지만, 집들과 함께 있으니 이것도 좋다.

 

목적지는 잠깐 잊은 상태로 골목들을 계속 돌아다녔다.

어느 한 골목에서 레게머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인사를 하길래 "올라" 인사를 했는데,

가던 길을 되돌아와 다시 말을 건다. 어느 나라니, 여행온거니 등등

그동안 쿠바를 여행하면서 이상하게 레게머리 친구를 피하는 버릇이 생긴지라

길게 말을 섞고 싶질 않아 웃으면서 헤어졌다.

 

 

 

 

 

 

 

 

 

 

 

 

까마구에이 최대의 매력포인트는 바로 이렇게 생긴 거리다.

삼거리, 사거리, 오거리가 참 흔한데 제멋대로 생긴 탓에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거리는 가장 아래에 있는 육거리(Plazuela de Bedoya) 사진이다.

사진에서도 4개의 길을 볼 수 있는데 과일노점상 옆의 길과 내가 서있는 길까지 총 6개의 길이다.

여기를 파노라마로 찍고 싶어서 몇번이나 찾았지만 재미있는 방해꾼(?)들이 많아 실패했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그냥 그렇다고..^^

 

 

 

 

 

 

위의 육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쪽에서 "Foto~ Foto~" 외치고 있다.

돌아보니 과일노점에서 한 친구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양손을 흔들고 있다.

하나를 찍고나서 보여주니 깔깔깔 웃는다.

 

이렇게 지나치면 아쉽지.

마침 오늘 무겁지만 큰 마음을 먹고 가지고 나온 폴라로이드를 꺼냈다.

예쁘게 나온 즉석사진을 건넸더니 정말 신기해한다. 갑자기 감동한 표정을 보인다.

그러더니 리어카에 있는 과일 중 먹고싶은 걸 가지고 가라고 한다.

괜찮다고 하니, 사진이 너무 고맙다며 꼭 선물을 주고 싶단다.

 

댓가를 바라고 준건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마음을 써주니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바나나라고 하니 한다발을 준다.

방금 밥을 먹고 나왔다며 한개도 정말 좋다고 했다.

파란 껍질이지만 정말 달콤한 바나나였다.

정말 고마워!

 

쿠바를 다니면서 궁금했던 것, 그 순간 하나가 눈에 띄였다.

망고, 파파야 등의 크기가 있는 과일에 숫자가 적혀있는데 무게도 아닌것이 뭘 의미하는 건지 몰랐다.

마침 눈에 띄여서 물어보니 가격이라고 한다. 15라고 적혀있으면 15MN라는 뜻!

 

 

 

 

 

 

 

 

 

 

 

 

골목들을 다니다보면 집들마다 붙여져 있는 번지수에 눈이 가게 된다.

각 집마다 개성을 표현하느라 이런 저런 모양을 더해놓았다.

어느 집은 번지수를 손으로 써 둔 곳도 있었고.

번지수를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곳이다.

 

 

 

 

바람쐬러 나온 강아지와 잠깐 인사도 하고-

 

 

 

 

 

 

 

 

까르멘 광장에 다다랐다. (Plaza del Carmen)

아주머니가 동그라미 쳐준 곳이 3군데였는데, 이제서야 첫번째 장소에 도착을 했다.

까르멘 성당 앞으로 재미있는 동상이 참 많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너무 뜨겁다.

 

그리고 이 주변에 갤러리가 많이 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까마구에이에는 갤러리가 참 많다.

여기저기 들여다보니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도 많았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한쪽에 서 있을 때 한 꼬마가 고양이를 안은 채로 다가왔다.

사진을 찍어달라길래 찍어줬는데 참 예쁘다. 그런데 왠지 돈을 달라고 온 것 같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피해갈지 모르겠다. 괜히 좋았던 내 기분도 안 좋아질 것 같아서.

 

그래서 생각한 것이 폴라로이드였다.

즉석사진을 건네니 너무 좋아한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른 남자애를 데리고 온다.

역시 새끼 고양이를 안고 있었는데 여기서 함께 다니는 아이 같았다.

 

이 친구도 찍어주면 안되냐고.

얼른 찍어서 선물을 했더니 이번에는 둘이 같이 찍어달라고 한다.

당연하지. 예쁘게 둘의 모습을 찍어서 건넸다. 처음보는 즉석사진이 신기한가보다.

너무 좋아하면서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덴다. 아니야 나도 고마웠어!

 

그러고 몸을 돌리는 순간, 조금 전에 골목에서 만났던 레게머리의 친구가 서있다.

피하고 싶은데 나를 보더니 그대로 다시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통성명을 하고 나니 자기가 까마구에이를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괜찮다니 여기는 길을 잃기 쉽다며 같이 다니는게 더 낫다고 따라오면서 계속 말을 건다.

아무리 거절해도 도무지 가지를 않는다. 어쩔수 없이 길을 같이 걸었다.

 

 

 

 

크리스토 교회 옆에 있던 공동묘지.

예전에 아르헨티나의 레콜레타 묘지에 갔을 때는 이런 대리석 형식의 묘지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남미 대부분이 이런 형식의 공동묘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비슷한 문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구에이에서의 공동묘지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곳 가운데에 이런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예쁜 골목을 지나 산 후안 데 디오스로 가는 길-

이 곳 근처에도 엄청나게 많은 갤러리들이 위치하고 있다.

 

 

 

 

 

 

 

 

 

 

산 후안 데 디오스 광장(Plaza de San Juan de Dios)

1728년에 교회와 함께 병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병원 대신에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교회안에서 잠깐 앉아있을 동안 보였던 쿠바의 아저씨.

 

이 앞에 작은 노점상들이 있는데, 색감이 참 예쁘다.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물건들이 많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사갈지가 의문이긴 하다.

 

 

 

 

교회에서 나오니 친구가 꽃을 준다.

이 앞에서 따온 꽃인 것 같은데 받으니 기분이 좋다.

 

여기에 잠깐 앉아서 레게머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왜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넸냐면 보통의 외국인들에게 인사를 하면 차가운 눈빛으로 그냥 무시를 하는데

나는 인사를 받아줬다는 거다. 그래서 마음이 굉장히 따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가끔씩 여기에 동양인 친구들이 오면 항상 나와 같이 인사를 받아주곤 하는데

다른 외국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뢰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고 했다.

 

계속 친구하고 싶다고 한다. 빈말로 그러자고 했더니 믿는 눈치다. 조금 미안하다.

그 순간 "내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하니?" 물어본다.

갑자기 심장이 덜컥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기억을 잘 하는데

이 친구는 내가 별스럽지 않게 생각을 해서 그런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Felipe"라고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의 당황스러움 때문인지 아직도 이 이름이 잊혀지질 않는다.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이번에는 신시가지 쪽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까마구에이의 시내는 정말 깨끗하고 잘 되어 있다.

사람들도 많고 상점도 많다. 활기와 분주함이 돌아서 좋았다.

 

계속해서 걷는 중... 이게 싫었다.

그냥 내 마음가는 대로 걷고 싶었는데 괜히 목적지를 두고 거길 향해 빨리 걸어가는게 싫었다.

할 수 없다는 생각만 계속 들고. 그냥 걸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시내를 벗어나 아까 갔던 길들과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난다.

순간 겁이나기 시작했다. 위험한 곳으로 끌고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펠리페에게 더 가야되냐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막 웃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누나 집에 가고 있는데 바로 앞이야. 근데 너 겁먹었지?"

응 나 겁먹었어. 너무 너무 놀랬어. 그런데 왜 갑자기 누나 집에 가는거야.

 

어느 초라한 집에 도착을 하고 벨을 누르니 누나라고 하는 사람이 나왔다.

그리고 꼬마아이들과 강아지들도 함께 나왔다. 정말 인자한 인상으로 나를 맞이해줬다.

펠리페가 가끔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나서 마음에 들면 데리고 온다고 했다.

 

꼬마 여자아이가 덥지않냐며 물을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쿠바 물을 마셔봤냐고 물어본다.

이런 질문은 처음이라, 아직 생수 말고는 마셔본 적은 없는데 왜 물어보냐고 하니

외국인들은 일반 물을 마셨을 때 몸에 맞지 않는지 가끔씩 배가 아프다고 한다는 거다.

사실 물을 준다고 한 순간에도 의심을 했는데, 이렇게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투명한 유리잔에 준 물에는 고맙게도 얼음까지 들어있었다.

한창 갈증이 난 상황에서 정말 고마운 물이었다. 단숨에 한잔을 비웠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놀았다.

어디에서나 나누던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었는데 이렇게 현지인 집에 와서 앉아서 있는 것도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쿠바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의 비장의 무기였던 폴라로이드로 즉석사진을 선물했다.

너무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오후 3시 정도가 되었는데, 더 이상은 체력이 따라 주질 않는다.

펠리페에게 오늘 정말 고마웠다고 이야기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에어컨이 절실했다.

집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아니 나는 가는 길에 환전소도 들려야 하고 천천히 걷고 싶다고 했다.

그럼 천천히 가자고 한다. 아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결국은 환전소까지 같이 가고. 집에도 데려다줬다. 

 

저녁에 춤추러 같이 가자고 한다. 아니 난 춤추는거 싫어해. 춤도 못 춰.

자기가 가르쳐주겠다며 계속 같이 가자고 한다.

너무 귀찮은 마음에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숙소에서 두 시간 정도의 꿀맛같은 휴식을 보냈다.

저녁먹으러 가야지하는 생각에 밖으로 나왔더니 아직도 해가 쨍쨍하다.

낮에 지나오면서 몇군데 봐둔 레스토랑이 있어 그쪽으로 가려다가 방향을 틀었다.

그래, 나에겐 남는 건 시간뿐이야.

 

사실 혁명광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길을 물어보니 다들 걸어서는 못 간다고 한다.

택시를 타면 된다고 하는데 일단 지금의 나는 걷고 싶었기 때문에 걸을 수 있는 쪽을 택했다.

 

처음 혁명광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나타나난 호세 마르티 광장의 모습.

 

 

 

 

혁명광장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두 할아버지-

갑자기 도로에서 버스 한대가 들어오길래 피하라며 말을 걸어주셨다.

그러다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한국사람이라니 정말 좋아하신다.

정말 죄송하지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니 그러라고 하시고는 저런 미소를 보여주신다.

감사의 마음으로 즉석사진을 드렸더니 가슴을 만지시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저야말로 이렇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쿠바 사람들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북한 덕분(?)인지 정치적으로도 가깝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최근들어 한류열풍이나 야구, 축구, 유도 등의 스포츠로 인해서 굉장히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한류 얘기를 하자면 "꽃보다남자"가 단연 최고이며,

어린 친구들은 "구준표"라는 이름을 정말 또박또박하게 발음한다.

 

스포츠 얘기를 하자면 야구이야기.

특히 WBC 때 한국에게 패했다며 한국은 너무 강하다며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한다.

그러면 내가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쿠바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맞붙기를 싫어한다고.

이 때 쿠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야구가 쿠바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선수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이치로 또는 마쓰자카라고 대답한다 크크)

 

의외였던 건 축구이다.

독일리그가 방송이 되는건지 독일에 한국선수 한명이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는데

처음에는 차범근을 생각하고 "차!" 이러니깐 아니라고.. 옛날사람 이냐고 되물으니 지금 뛰고 있는 선수라며..

도무지 누군지 감이 안잡히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손!!" 이런다. 아항 손흥민!!

처음 아바나에서부터 시작해서 여행이 끝날 때 까지 손흥민 이름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뒤로도 까마구에이의 골목을 계속 돌아다녔다.

왠지 모르지만 여긴 참 정겹게 느껴진다.

 

 

 

 

내의 추측으로는 까마구에이의 중심이라고 생각되는 곳이다.

큰 교회(Iglesia de la Soledad)가 있고 그 주변으로 고급 레스토랑과 고급 호텔들이 위치해있다.

한쪽으로는 상업지역인 Republica 거리가 있고, 한쪽으로는 여러 거리들과 이어진다.

 

 

 

 

숙소 앞에 있던 마세오 광장에서는 마세오의 부조상이 있다.

그 밑으로 레일이 깔려있는데, 예전에 전차가 다녔던 길이 아닐까 싶다.

 

 

 

 

한 건물에 여러사람들이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음악소리도 들리길래 나도 들여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춤을 배우고 있다.

마음은 나도 끼여서 배우고 싶었지만 소심한 마음에 그러지 못하고 주변만 알짱거렸다.

 

 

 

 

 

 

낮에 펠리페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걷는 도중에도 저녁에 갈 식당을 봐뒀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던 중에 1514라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와우 모네다로 지불하는 곳이다.

아까 모네다로 환전해 둔 보람이 있었다.

 

난 1,200MN를 환전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3주동안 이 엄청난 돈을 다 썼다.

대부분 1주일에 200~300MN 정도의 돈을 쓴다고 하던데,

현지 음식을 많이 먹었던 나로서는 눈 깜짝할 새 저 큰 돈을 다 쓴거다.

대신에 좋은 점은 CUC를 엄청 아꼈다는 것이니, 경제적으로 상당히 이득을 본거다.

여담이지만, 난 이후에 또 MN로 환전을 했다. 난 현지에 최적화 된 사람이었다. 하하

 

샐러드와 돼지고기, 치즈가 올라간 것으로 주문했다.

부드러운 고기와 치즈의 고소함, 야채까지 듬뿍 먹으니 행복이 따로 없다.

저 요리가 모두 61MN이니, 직원에게 준 팁까지 포함해서 약 3쿡을 쓴 셈이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대만족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앉아있던 중에 내려다 본 테라스.

어두컴컴하지만 좁은 골목이 정말 매력적이다.

이 반대편에는 비시택시 정류장이 있어서 항상 사람이 북적거린다.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다.

 

까마구에이라는 도시를 택한 것이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선택같이 느껴졌다.

이 바둑판보다 더 미로같은 복잡한 세상속에서 이런 자유로운 공간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마냥 이 곳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졌다.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 물을 잔뜩 사들고 왔다.

여긴 물도 정말 많고 음료수의 종류도 많다. 물론 모두 정가로 판매하고 있다.

Ciego Montero에서 나온 음료수는 다 마셔본 것 같은데 여기는 파인애플맛도 있다.

너무 신기해서 이것도 사왔다. 물자가 풍족해서 너무 좋다 여기는.

 

크리스탈 맥주를 마시면서 일기를 쓰는 도중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이라서 그런가보다.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펑펑 울고싶어져서 그냥 슬픈 생각을 더 했다.

 

2월에 영원히 내 옆에 계실 것 같은 외할매가 돌아가셨다.

사실 가족들이 모두들 지쳐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 할매가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이냐면- 아들 딸 1명씩, 그리고 손자 손녀를 5명이나 보셨다.

그 중 2명의 손자와 2명의 손녀가 결혼을 하고 총 6명의 증손자를 보셨다.

유일하게 나만 결혼을 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할매가 내 아이까지 보고 가실 줄 알았다.

할매는 마지막 손자를 보여주지 않아서 내가 미웠겠지만 난 내 아이를 만나지 않은 할매가 미웠다.

 

그리고 내 가슴에 묻은 평생 친구 복실이가 생각났다.

재작년 3월 5일이 복실이가 날 떠나간 날인데, 우스갯 소리로 3월 5일이 복실이 제사라고 떠들어 댔지만

정작 올해 3월 5일은 퇴사 문제와 겹쳐서 생각도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매일 같이 복실이 생각에 눈물을 훔쳤지만 이 날을 지나친건 너무 미안했다.

아무튼 이 날 따나 나를 떠나간 사람들 생각이 너무 많이 떠올랐다.

 

그 때 숙소에 초인종이 울렸다.

시간을 보니 펠리페와 약속했던 10시가 한참 지났다.

펠리페가 아닌가 싶었는데 귀를 기울여도 밖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그냥 모르는 척 방에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펠리페에게 너무 미안했다.

정말 호의로 나에게 다가온 것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시종일관 나는 귀찮게만 여겼다.

내일 정말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렇게 까마구에서의 밤이 지나갔다.

,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뭔가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오늘 밤에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바라데로로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나고

나는 까마구에이라는 미지의(나에게) 도시로 쿠바에서의 첫 혼자 여행을 떠난다.

아바나에서 다시 만날거지만, 셋이서 한방을 쓰는 이 만행(?)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은 산티아고에서 그 동안 가지 못했던 곳들을 다닐 생각이다.

역시나 뜨거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계획없이 나갔다간 체력만 방전되기 때문에 살짝 루트를 정리해본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오늘 저녁 떠날 짐 채비도 해야하기 때문에 아침 일정은 패스이다.

모자와 선크림으로 단단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 내가 가는 곳은 비밀투쟁박물관이다. (Museo la Clandestinidad)

티볼리 마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 전에 왔던 길을 따라가는 중이다.

 

Balcon de Velazquez를 지나가는 중.산티아고의 내리막과 오르막은 정말 매력적이다.

 

 

 

쿠바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강아지들의 자세.

항상 창 틀 사이로 몸을 꼬깃꼬깃 집어 넣고 밖을 쳐다보고 있다.

 

 

 

 

 

 

 

 

 

 

예쁜 계단길이 있던 파드레 삐꼬(Padre Pico).

전에 왔을 때는 예쁜 차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어서 볼만 했었는데

오늘은 차들 대신에 행인들이 거리를 빛내주고 있다.

이 길이 저 끝까지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다.

 

잠깐 해가 구름에 가려져 어둑해졌을 때 잠깐 한 쪽 벽면에 기대 서 있었는데

저 멀리서부터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분 한분이 다가온다.

나도 동양인의 모습이라 반갑게 웃으며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했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반가워하는 이분.. 정말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신다.

 

- "니혼진데스까?"

- "이이에- 칸코쿠진데쓰..^^"

- "아... 부엔 비아헤!"

- "네 부엔 비아헤!"

 

일본 사람을 기다렸나보다. 정말 아쉬워하곤 그 자리를 떠났다.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동향의 사람을 만난다는게 얼마나 반가운건지 모른다.

처음 마주하는 사이면서도 나도 모르게 툭 터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기도하고.

 

 

 

 

 

 

비밀투쟁 박물관은 2쿡. 당연히 촬영 비용은 별도다.

하지만 발코니/외부 촬영은 무료로 가능하다.

 

가볍게 설명을 해보자면-

이 곳은 예전에 혁명 이전에 경찰서로 이용되었던 건물이다.

멕시코로 망명해있던 피델 카스트로 형제와 그의 혁명군들이 다시 쿠바 땅을 밟기 위해서

산티아고에 있던 "프랑크 빠이스"와 협동작전을 실시하였고,

이 들이 쿠바로 들어오는 날 프랑크 빠이스는 이 경찰서를 습격하여 시선을 돌렸다.

이 후 혁명군은 쿠바땅을 밟게 되었지만, 애석하게도 작전은 실패하여 시에라마에스트라 산맥으로 피신을 하게된다.

프랑크 파이스는 이 후에도 계속 혁명군을 도와 행동하지만,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이 곳은 단순히 당시에 습격했다는 사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쿠바혁명을 승리로 이끌어내긴 위한 하나의 큰 발판이었다는 것이 매우 의미있다.

비록 당시 혁명군들의 작전은 실패하였지만, 이 습격으로 인하여 쿠바에 발을 디디게 되었고,

이 후 재정비하여 정부군에 승리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비밀투쟁박물관에서는 산티아고 출신의 영웅인 프랑코파이스와 그의 동생,

그리고 함께 변화를 지지했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쿠바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지만,

관심이 없다면 가볍게 지나쳐도 좋을 것 같다. (영어X)

 

 

 

 

비밀투쟁박물관 맞은 편에 위치한 피델 카스트로가 학창시절에 살던 집이다.

생각보다 초라한 건물들만 있어서 옆에 앉아있던 주민들에게 여쭤보니 여기라고 알려주셨다.

 

사진을 찍는 동안 뒤에서 들리는 낄낄낄 웃음 소리-

워낙 동양인을 신기하게 보는 쿠바이기 때문에 날 보고 웃나 싶어 뒤로 돌아봤더니

여학생들이 3명이 앉아서 날 보며 웃고 있다.

 

뭐가 웃기냐는 듯이 표정을 지었더니 한 여자애를 가리키며 "널 닮은 애가 있다"라고 한다.

정말 한 학생이 반쯤 동양인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혼혈인 것 같다.

그런데 얼굴이 너무 예쁘다. 한국에서 보면 서양적이다라고 말할 얼굴?

말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그 학생은 그게 너무 싫었는지 약간 숨고 싶어하는 반응이다.

아쉽지만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떴는데 한번 말을 걸어볼 걸 그랬나보다.

 

 

 

 

돌아가는 길에 본 쿠바의 학생들.

표정이 너무 밝은 것이 쿠바의 미래도 밝을 것 같다.

 

사실 쿠바는 관광지나 아름다운 자연 풍경보다는 사람의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

그 모습들을 담지 못한게 아쉽지만... (난 왠지 사람사진은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까 신나게 내리막을 내려왔으니 이제 오르막으로 올라가야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모퉁이를 건너려던 찰나 보이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오토바이 한대가 나타나 부딪혔다.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보호하려고 렌즈를 잡다보니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까졌다.

나에게 소리를 치는 오토바이 운전사. 똑바로 보고다니란다.

열 받아서 나도 너나 똑바로 운전하라고 소리지르니 소심한것, 금방 깨갱한다.

너무 미안하단다. 그럴거면 왜 나한테 소리친거야~ 기선제압인건가?

사실 이미 한번 다친 손가락이었는데 다 낫기도 전에 충격을 받으니 아직까지도 너무 아프다.

 

 

 

 

집으로 가서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와 다시 조우했다.

점심을 먹으러 Fondita 460으로 가서 돼지고기 볶음밥을 우선 먹었다.

휴무였던 일요일을 제외하고 3일간을 여기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어느새 주인할아버지와 여직원과도 친해졌다.

오늘 밤 떠난다고 했다. 남미는 항상 좋은게 헤어질 때 꼭 행운과 조심을 빌어준다.

 

그리고 우리가 바퀴벌레처럼 붙어있던 아이스크림 집으로 향했다.

딸기맛도 맜있었는데 이 날은 Mantecado(우유&버터) 맛이다. 아줌마는 오늘이 더 맛있을거라고 한다.

정말 맛있다. 몇개를 먹냐가 관건인데, 난 이 날도 2개를 해치웠다.

박수오빠는 무려 4개ㅋㅋ

 

 

 

 

 

 

오후 일정인 몬까다 병영으로 가는 길.

어디로 갈 때는 항상 모르는 길로 가라-는 우리의 방침대로 어거지로 일단 발을 옮겼다.

그런데 계속 오르막이다. 찌는 듯한 더위가 우리를 괴롭히지만 지지 않을 것이다.

 

한 판자집을 지나는데 강아지가 보여서 찍은 건데 상황은 우리와 비슷하다.

어서 그늘로 들어가거라.

 

 

 

 

 

 

 

 

 

 

엄청난 오르막을 다 올라오고 나서 잠깐 쉬는 시간이다.

뒤을 돌아보니 가관이다. 이걸 우리가 올라온 거다.

잠깐이지만 셔터를 돌리는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몬까다병영 직전에 있던 아벨산타마리아 공원이다.

쿠바의 국기가 날리고 있었다.

 

한 편에는 호세마르티와 아벨 산타마리아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비 아래에

분수는 아니고.. 아무튼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물이 기념비를 받히고 있는 것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니 조금 당황스럽다.

역시 쿠바는 뭔가 하나가 부족해보여야 멋있는 법이다.

 

몬까다 병영을 눈 앞에 뒀는데 여기에 오면 떡하니 보일 줄 알았던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엄청난 크기여서 입구가 도통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다.

박수오빠의 촉이 가는 대로 향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난 저쪽인 것 같았었다...하하)

아무리가도 나오지 않는 몬까다 병영. 주변에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가란다.

알고보니 우리가 왔던 곳에서 조금만 더 직진을 하면 바로 입구였다. (나의 촉이 가던 곳)

 

 

 

 

이미 지친 우리. 잠깐 건물을 바라보며 쉴 겸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야매(?) 강사는 나다. 헤헤

 

일단 체 게바라 위주에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면

아르헨티나의 부유층에서 자란 체 게바라는 의대를 다니던 중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오토바이 페데로사를 타고 중남미 여행을 하게 된다.

이 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다.

여행을 끝내고 아르헨티나에 돌아온 후에도 게바라는 가슴속에 그 때의 현장을 담고 있었고,

결국 보장되어있던 미래를 버리고 인류를 위해 힘쓰겠노라, 중미로 오게 된다.

과테말라에서 페루 출신의 일다를 만나고 그녀의 소개로 피델 카스트로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일다는 체 게바라의 첫번째 부인이기도 하다)

 

피델 카스트로는 동생일 라울카스트로와 함께 바티스타 정권에 맞서 혁명운동을 한 인물이다.

정부군에 맞선 최초의 시도라고 불리는 이 곳에서 습격을 시도하였지만 실패로 끝나게 된다.

여기서 체포된 혁명군들은 모진 고문을 당하였고, 카스트로 형제는 추후 재판을 받게 된다.

본인 변호를 하게 된 카스트로는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는 말을 남겼고,

카스트로를 지지하던 시민들로 인하여 두 형제는 멕시코로 망명하게 된다.

 

이 후 체 게바라는 카스트로의 뜻을 알게 되고 함께 쿠바의 혁명을 추진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프랑크 파이스와 연락하며 혁명의 시기를 보고 있었고,

마침내 그의 도움으로 혁명군은 그란마호를 타고서 바다를 가로질러 쿠바 땅을 밟게 된다.

하지만 이 날의 습격은 정보가 새어나가며 실패로 끝났으며 단 12명만 살아남아 마에스트라 산맥으로 숨게된다.

살아남기에도 힘들었던 혁명군은 산 속에서 재정비를 하게 되고,

바티스타 정권아래 힘들었던 사람들이 이들의 존재를 알고 하나 둘 혁명군으로 들어오게 됨으로써

다시 혁명에 대한 불씨를 살려내게 되었다. 독재자 바티스타는 이들의 존재가 눈엣가시였다.

 

혁명군들을 모조리 없애기 위한 엄청난 물자를 기차에 실어 보냈지만,

시엔푸에고스-체게바라로 나누어 지휘하던 두 부대가 산타클라라에서 이 기차를 습격함으로써

겁먹은 바티스타는 도미니카로 망명을 하게 되고, 이윽고 혁명군의 승리를 이끌어 낸다.

 

 

 

 

정식 명칭은 7월 26일 박물관이다.

처음 몬카다병영을 습격한 날인 7/26일을 기념하기도 하고, 이 습격의 작전 이름도 7월 26일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박물관과 7월 26일 학교로 이용되고 있다.

몬카다병영 안으로 들어간다. 입장료는 2쿡.

 

혁명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첫 시도 부터 망명, 잠복기, 성공까지.

그 간의 고통들이 모두 담겨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의 역사를 가지고 계속 입에 담았다.

쿠바의 역사는 비교적 얼마 되지 않은 일들이고, 그 당시의 인물들이 아직까지 생존해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

오늘 박물관들을 다니면서 그들의 염원, 피와 땀, 희망들을 보면서

흥미만 가지고 가볍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 졌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쿠바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투쟁의 결과가 지금 현재이다.

 

 

 

 

 

 

 

 

박물관에서 나와 바라보는 운동장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아래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굉장이 자유롭게 느껴졌다.

혁명을 위해 희생했던 그들이 원했던 이 것이 아닐까 하며 잠깐 감상에 젖어있었다.

 

그 순간 내 옆에 와서 계속 쳐다보던 꼬마아이.

사진찍어줄까? 했더니 금새 포즈를 취한다. 찍고 나서 보여주니 만족했다는 표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1쿡을 달라고 한다. 나 지금 엄청나게 센티했는데 한순간에 깨져버렸다.

계속 따라온다... 미안하다. 난 줄 수 없다.

새로운 희망을 바라보며 꿰찼던 자유가 이런 아이러니한 모습을 낳아낼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것은 남아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과제가 아닐까 싶다.

 

건물 가운데에 붙어있는 26이라는 글자를 찍고 싶었는데

경비원이 수업중이라며 학생들이 없을 때 찍으라며 막아선다. 서운했지만 맞는 말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허락받지 않고 그들의 영역에 들어가는 건 잘 못된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에 바라본 곳에 외국인과 여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헬로, 하우알유?"

- "아임 파인 땡큐, 앤유?"

놀라울 정도로 우리와 교육과정이 같다.

학생들의 대답을 들은 외국인은 하하하 웃고 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 쪽에 있는 빵집 위의 온도계는 34로를 가리키고 있다.

쿠바은 온도가 문제가 아니다. 뜨거운 햇볕이 문제이다.

 

 

 

 

길 건너편에 있던 건물.

왠지 혁명과 관련된 중요한 기관처럼 느껴졌지만 도저히 다가갈 자신이 없다.

지금은 두발로 걷고 있는 내가 대견한 상태이다.

 

 

 

 

 

어제 밤에 경서오빠와 혜원이를 만났던 마르티 광장.

저녁에는 사람도 엄청 많고 북적이는 느낌이었는데 낮에보니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아침에 박수오빠가 사먹었다는 굴 가게에 들렀는데,

생굴을 접시에 담아주는 줄 알았더니 요런 잔에 소스를 넣고 지불한 만큼의 굴을 담아준다.

난 5MN를 냈더니 저 정도를 준다. 사실 비쥬얼이 배탈나기 딱 좋은 모양새다.

 

주문은 했는데 먹을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일단 주문한 것 그냥 먹어보기로 했다.

내가 천천히 먹는 동안 3~4명의 쿠바인들이 먹고간 것 같다. 저걸 음료수처럼 한입에 먹고 간다.

맛은 시큼하면서도 약간 쿰쿰한 맛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다.

다행이 배탈은 없었다. (난 여행할 때 만큼은 참 건강한 편이다!)

 

가는 도중에 오렌지맛 슬러시도 시원하게 한잔!

 

 

 

 

너무 더워서 일단 마트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을 좀 쐬기로 했다.

들어온 김에 슬리퍼를 살까 싶어서 슬리퍼를 판매하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서 어슬렁 거리던 찰나, 한쪽에 의자가 있는걸 발견했다.

 

의자에 앉아서 잠깐 쉬고 있을 때 우리 발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류씨언니-박수오빠의 발.

 

나는 도착했을 때 나름 뽀얀 피부로,

장기간 여행했던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막 온 아이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쿠바여행 3주만에 저렇게 현지인 피부로 변해있었다. 슬리퍼의 브이라인이 참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나저나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의 발은 그 동안의 고생을 보여주고 있다.

 

7월의 내가 아직도 저 피부인 걸 봐서는

언니 오빠의 피부는 아마 내년 겨울쯤에야 조금이나마 하애지지 않을까 싶다.

(내년 5월까지 여행할 계획이므로-)

 

 

 

 

아침에 봐두었던 슬리퍼 가게로 가서 Havaianas 슬리퍼 구입!

멀쩡한 슬리퍼를 두고 새로 구입한 이유는 이 브랜드가 쿠바에서는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전에 샀던 것도 12쿡을 줬는데, 지금 한국에서 보니 36,000원에 팔고있다.

이 날 구입한건 6.8쿡을 줬으니 약 8,000원 정도를 주고 슬리퍼를 하나 산거다.

디자인은 그냥 내 발에 맞는 디자인으로- ㅋㅋ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와 조금 이른 마지막 저녁식사를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나갈 채비를 하고 아저씨가 부른 택시를 타고 떠났다.

 

이제 나 혼자다.

혼자를 결심하고 온 쿠바에서 운 좋게 좋은 인연을 만나 지금까지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다시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두근거린다.

 

 

 

 

내가 탈 까마구에이 행 버스는 밤 12시인데,

까사 아저씨가 손님도 없으니 그냥 그때까지 있다가 가라고 한다.

그것도 추가금액 없이! 아저씨 정이 안느껴져서 내내 별로였는데 처음으로 마음에 든다.

 

음악을 들을 겸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갔는데 오늘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잠깐 벤치에 앉아서 글도 쓰며 나름 사색을 즐기고 있는데

옆에 할아버지 한명이 앉더니 자꾸 나를 부르는 소리를 낸다.

(츳츳 거리는 소리, 쿠바에서는 누군가를 부를 때 항상 이 소리를 낸다)

 

옆을 돌아보니 갑자기 입술을 내밀며 Chu~

웩 기분이 급 상했다. 다시 또 부르길래 봤더니 또 Chu~

정말 싫다. 내가 본게 다가 아니겠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입술을 잘 내민다.

오랜만에 혼자가 되어서 분위기 좀 타보려고 했더니 여기 앉아있기가 싫어졌다.

 

분주했던 번화가 거리를 밤 중에 걷는 동안 레게머리를 한 청년이 말을 건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대화가 오가고, 한국에도 Rasta가 있냐고 한다. 당연하지!

그리고 레게를 좋아하냐길래 특히 레게를 굉장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한 레게가수의 음악은 좋다고 했다.

길가에서 내가 스컬(Skull)에 대해 설명하며 붐디붐디를 부르며 빌보드 차트에도 올라갔다고 하며 모르냐고 하니

이 친구 당황한다. 내가 이리도 적극적으로 나올지 몰랐던 것 같다.

어쨌든 얘기가 길어질 것 같고, 이 친구랑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헤어졌다.

 

돌아가는 길에 우리가 매일 가던 저녁식당 앞에서 한 남자애가 밥 먹고 가라고 한다.

내가 아까 여기서 저녁먹었다며 맛있었다고 하니깐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다.

다른 친구도 한명 있었는데 다시 또 기본적인 인사 얘기가 오갔다.

그 때 아까 우리가 식당에 들어갈 때 앉아있었던 아저씨가 나왔는데 아까 왔던 친구라며 날 반갑게 인사해줬다.

그 자리에서 이야기 꽃이 펼쳐졌다.

 

쿠바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가장 주된 것이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처럼 폐쇄적인 분위기였다면 몰랐을 일들이지만 해외에서 찾아오는 외국인들과

매체들로부터 접하게 되는 바깥세계에 대한 내용은 그들에게 신기함과 부러움을 함께 가져다준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힘들었던 그들을 혁명을 통해 구제해준 카스트로는 굉장히 존경하는데다,

굷어죽을 일도 없지만, 희망없이 살아가는 삶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 여행을 하고 싶어했다. 큰 욕심도 없고 단지 다른 세계를 보고싶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아까 그 아저씨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친구를 가리키며

얘가 너보다 스페인어를 더 잘한다며 얘기하신다. 푸하하하

 

여기서 거의 한시간을 보낸 듯 하다. 이제 나도 떠날 준비를 해야한다.

아쉬운 이별을 하며 메일주소를 주고 받았는데, 그저께 보니 이 친구에게 메일이 와있었다.

답장이 늦어 미안하지만, 나도 얼른 보내줘야겠다.

 

산티아고는 내 계획에서 그저 들러야 할 도시 중 하나에 불과했다.

사실인게 Morro와 몬카다병영을 제외하고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직접 겪은 산티아고는 도시의 분주함, 엄청난 삐끼들, 국경없는 Amigo의 드립(?),

아무데서나 들려오는 즐거운 음악소리, 그리고 역사와 함께 쿠바인들이 살아가는 모습.

이 모든 것들이 담겨있었다고 본다.

 

여행의 즐거움을 이렇게 또 느껴본다. 

,

전날 밤 새벽 4시가 다되도록 엄청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남들은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나도 그동안 살면서 서러웠던 일들,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다.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털어놓았다. 이야기 중간에 울컥울컥하면서.

내가 이야기할 동안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하지 않고 계속 들어만 주던 박수오빠가

그래도 나의 삶은 나의 이야기가 있어서 가치가 있다고 잘 살아온거라고 말해줬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 동안 힘들다고만 느꼈었던 나에게 이렇게 희망을 주는 응원이 필요했다.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을 박수오빠가 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뒹굴 뒹굴거리다가 문득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세스페데스 광장쪽으로 가서 집에 보낼 예쁜 엽서와 우표를 구입하고

관광안내소(Infotour)에 갔는데 점심시간이라며 직원이 없다.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택시 삐끼들과 가지 않을 장소들에 대해서 네고도 좀 해보고.

 

기다리다 지쳐 그냥 Cubanacan 여행사 직원에게 갔는데

산티아고에서도 현재는 Caimanera(관타나모) 감옥을 보러가는 투어가 없다고 한다.

여기에 가면 있을거라고 했는데 여기도 없다니, 이건 도대체 어떻게 봐야 되는거야~~

아마도 무작정 찾아가면 되지 않나싶다. 괜히 소심하게 마음먹었다가 중요한 곳을 놓친 기분이다.

 

아무튼 까이마네라는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월요일이었는데 슈퍼에 사람들이 정말 많다. 줄을 길게 서있는데 아까부터 줄어들지를 않는다.

사람들은 종이티켓 같은 것을 내고 그러면 쌀로 보이는 것을 저울에 올린 후 담아서 준다.

아! 배급인 것 같다. 주말 새 받지 못한 쌀을 받는 것 같았다.

배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하는가보다.

 

 

 

 

숙소로 돌아와서, 주인 아저씨에게 모로성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봤다.

택시를 타면 쉽게 이동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최저가로 이동하는 방법을 원했다.

까미욘을 타겠다고 했더니 아저씨도 놀랜다. 그래도 자세하게 알려주신다.

 

까미욘은 우리 숙소에서 두블럭 정도 떨어진 곳의 한 모퉁이에 선다.

일단 까미욘을 타기 전에, 딴짓을 하기로. (언니는 가짜손톱을 제거하려다 크게 다칠뻔했다)

한쪽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곳에서 2개를 게눈 감추듯 흡입했다 캬캬

 

다시 까미욘을 타러 고고고

우리와 같이 까미욘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확인차 다시 한번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까미욘도 다 같은 까미욘이 아니고 차량의 상태에 따라서 1MN, 2MN, 5MN짜리가 있다며

너네같은 여행자들은 힘들다고 5MN 버스를 타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최저가 이동이다. 1MN 까미욘을 택했다.

 

** 모로성으로 가는 방법

행선지는 까미욘 위의 돈 받는 직원이 크게 소리치니 잘 듣고 타면 된다.

1. 베르사예(Versalle) 행 까미욘을 잡아 탄다. -- 1MN

2. Versalle에 도착하기 전에 내린다. (반드시 물어보세요!)

3. 시우다마르(Ciudamar) 행 까미욘을 잡아 탄다. -- 2MN

4.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내린 후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는게 단점이다.

 

** 모로성에서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오는 방법

1. 아까내린 그 곳에 서있는 까미욘을 잡아탄다. 사람이 다 차야지 출발한다.

2. 세스페데스 광장 직행이니 그냥 쭉 타고가다가 광장이 보이면 내리면 된다. -- 2MN

 

** 택시로 가는 모로성

아침에 여행사 직원을 기다리면서 택시삐끼들과 네고를 해 본 결과

택시 1대에 왕복 15쿡에 가능하다. 가서 관광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약 3시간 정도 소요.

 

이렇게 우리는 왕복 5MN의 금액으로 모로성을 왕복했다.

물론 엄청난 고행길임에는 틀림없다.

 

 

 

 

 

 

빨래를 숙소에 부탁해두고 나왔는지라 겨우 남아있는 옷을 입고왔더니 패션 테러리스트다

그동안 입은 옷들도 그닥 멀쩡한 스타일은 없었지만 이 조합은 너무 웃긴 헤헤

두번 볼 사람 아니라면서 뻔뻔하게 입고 나왔다.

 

계속 손빨래만 하다보니 세탁기로 빨래를 한번 돌리고 싶었다.

마침 우리 숙소에 세탁기로 추정되는 기계가 있었고 일하는 아주머니께 빨래를 해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옷 1개당 0.3쿡을 달라고 한다. 아바나에서는 한 뭉치가 1쿡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 비싼 금액이다.

그래서 비싸다고 했더니 그러면 1개당 0.2쿡을 달라고 한다. 비싼게 아니라고 한다.

그냥 한번 하자 싶어서 10벌을 맡겼는데, 왔다갔다 거리면서 눈에 띈 장면은

무려 내 옷들을 손으로 빨래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럴거면 안 맡겼는데...ㅋㅋ

세탁기로 보이던 기계를 물어보니 탈수기라고 한다. 휴-

 

시우다마르로 가는 까미욘이 도통 오질 않는다.

중간중간에 우리를 실어갈려고 택시 탈거냐고 물어본다.

네고를 시도했다가 3쿡이라는 금액에 패스, 우리는 최저가를 원한다!

 

 

 

 

20분쯤 기다렸을까- 시우다마르로 가는 까미욘이 도착했다.

이미 엄청난 인파가 탑승을 한 사이에, 사람들은 더욱더 끼여 타기 시작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고. 이 버스를 놓치면 언제 탈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꽉 낀 버스 안.

손잡이라고는 천장에 천막을 받치고 있는 철봉(?)밖에 없다. 팔을 쭉 뻗고 겨우 몸을 세운다.

평소 같으면 좀 힘들다고 생각했을 건데, 날씨가 더운터라 겨에서 다양한 냄새들이 난다.

내 앞에 4명의 남자들의 겨가 있었는데 그 순간 류씨언니가 한 남자의 겨를 가리키며

"그래도 박수오빠의 겨가 가장 청정해~ 이리로 기대~"

푸하하하 정말 힘들게 내 몸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버스를 타고 덜컹 덜컹 거리는 순간에도 화는 커녕 웃음이 너무 나와서 참느라고 애썼다.

 

이윽고 시우다마르에 도착하고 모든 무리가 버스에서 내렸다.

휴~ 살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땡볕은 시작이었다.

 

 

 

 

 

 

박수오빠의 안내에 따르면 옆에 있는 오르막이 모로성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눈 앞이 깜깜했다. 이 높이를 올라가자니 너무 막막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쩔수 있나, 열심히 계단을 올라갔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박수오빠는 집에서 얼려온 생수를 너그러이 배급해주셨다.

이것은 정말 축복의 물이며, 생명의 원천이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아래로 보이는 모습이 정말 절경이다.

강한 햇볕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기쁨도 잠시, 우리는 이 오르막길이 다시 내리막으로 바뀌면서 처음 그 길목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또 걸어가는 길-

현지인들이 우리더러 해변(Playa)로 가냐고 물어봤었는데 와서 보니 그 해변이 이 해변이다.

물의 색이 쿠바에서 봤던 곳 중에서는 가장 탁한 물이라고 느껴졌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 더위에 가장 반가운 물이기도 하다.

현지인들은 여기서 시원하게 일광욕도 하고 물에서 헤엄도 치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뒤로 가면 더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왠지 이 방향이 그 쪽인 것 같았다.

가는 길에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 쪽 방향이 맞단다.

하지만 풀숲이 관리가 되지 않았고 길이 험하니 조심하라고 한다.

 

길 같지 않은 길을 걸었다. 해변을 돌아 모로성으로 가기 위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응? 여기가 맞을까?

그나마 성벽같이 생긴 형체가 보여서 조금 안심이 되긴하다.

햇볕은 너무 뜨겁고, 힘이 빠져서 걸음은 계속 쳐지고, 목은 마르고, 목소리는 나지도 않는다.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걸어가는 이 길이 너무 재미있다. 속으로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요새 아랫부분으로 추정되는 곳에 인공 동굴이 있다.

미리 앞서가던 박수오빠가 자리를 잡고 있다. 끝이 보이리라.

 

 

 

 

아래에서 본 모로요새의 전경-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옛 모습이 남겨진 모로 요새의 모습이다.

지하 4층까지 만들어져 있다던데 그 모습을 실감케 한다.

 

혹시라도 관리가 소홀하지 않을까 싶어 박수오빠가 대표로 뒷문으로 갔더니 문은 잠겨있다. 헤헤

 

 

 

 

 

 

성벽의 한 부분.

폐허처럼 변한 곳이지만 그래도 옛 모습은 가지고 있다.

 

 

 

 

 

 

 

 

 

 

 

 

 

 

왔던 길을 반쯤 되돌아가 다른 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니 정문이 나온다.

 

여기가 모로성이다.

생각보다 큰 규모이고 높이 위치해 있어서 전경이 아주 멋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따라다니는 현지인 한명-

왜 따라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좀 찍으려는데 자꾸 알짱 거려서 한대 치고 싶었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 곳 마다 포인트에 서서 저러고 있었다. 왜 때문이지?

 

 

 

 

작게보는 모로성의 파노라마 사진-

 

 

 

 

모로성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는 길에 문을 닫으려고 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야외에 자리가 있었고 음료수를 하나씩 주문해서 마셨다.

평소에 캔 1하나로 3명이서 나눠 먹었지만 이 날은 특별히 1인 1병이다.

 

아까부터 따라다니던 흑인 친구는 여기까지도 따라온다.

사실 미안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너무 지쳐서 말을 시켜줄 힘이 없었고

그냥 신경쓰이는게 너무 귀찮기도 했다.

 

이 친구는 25MN를 내고 맥주를 주문했는데, Bucanero 맥주는 Divisa 화폐, 그러니까 쿡으로만 먹을 수가 있단다.

24MN=1쿡이니, 오히려 1MN를 더 주고 먹겠다는데도 화폐가 다르다며 팔지를 않는다.

알면 알수록 아리송한 나라다 여기는. 결국 박수오빠가 쿡으로 바꿔주니 그제서야 맥주를 구입할 수 있었다.

 

바닷바람과 선풍기 아래에서 바람을 실컷 쐰 다음 돌아가기로 했다.

흑인 친구는 가는 길이 어렵다면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대답도 뭣도 안했는데..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마침 도착해있던 까미욘에 올라탔다.

흑인 친구도 같이 올라탄다. 같은 곳에 가는 길인가? 싶었는데 돈도 내지 않는다.

박수오빠가 그냥 안내해준 셈 치고 차비 2MN를 대신 내주었다. (오빠가 냈다는건 정말 인심쓴거다)

 

그리고 세스페데스 광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내리니 같이 내린다. 어디가냐고 하니 갈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박수오빠가 이것도 인연이라며 사진 하나 같이 찍자고 했더니

그제서야 1쿡만 달라고 얘기한다. 이 얘기가 하고싶어서 여기까지 온건지..

안그래도 몸이 지친 상태였는데 마음까지 지치게 만든다.

 

 

 

 

 

 

저녁은 산티아고를 돌아다니면서 눈여겨 봐두었던 곳인 "Fonda Sabor Tropical" 식당으로 갔다.

MN로 지불할 수 있는 식당인데다 왠지 양심적으로 할 것만 같았던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건 밖에 걸려져 있는 메뉴판이다.

무슨 메뉴인지 다 알겠는데, 저 "Palomilla"는 도무지 무슨 요리인지를 모르겠다.

트리니다드에서 비둘기를 한상자 실어가는 모습을 봐서인지 비둘기(Paloma) 고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들어가려다가.. 너무 궁금해서 밖에 호객하고 있는 여직원에게 이거 정말 비둘기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직원이 경악을 한다. 저건 그냥 소고기란다. 내가 실수를 했구나 하하

 

3층에 위치한 식당은 발코니가 있었고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이 앉아있어서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럽이라고 거짓말해도 모르겠다며 키키

 

돼지고기 튀김요리를 내어왔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어떻게 튀김옷을 이렇게 감쌌는지, 먹기도 전에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실망감이 먼저 다가왔다.

배가 고프니 그래도 먹겠다며 한입을 먹은 순간-

이건 천국이다.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간이 너무 잘되어 있어 돈까스 먹는 기분이 난다.

눅눅할 줄만 알았던 튀김옷은 바삭한게 돼지고기와 정말 잘 어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했다. 점심은 Fondita 460이고, 저녁은 여기라는 것을.

거리를 걷다보면 쉽게 눈에 띄니 들어가서 먹어보세요 강추강추!! (Jose A Saco길에 위치)

 

 

 

 

그리고 더운 하루의 마지막은 역시 Cafe Ven의 Cafe con Vatido다. (아이스크림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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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오늘 아침에는 벨라스케스의 집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는데 몸도 마음도 참 무겁다.

일단 몸을 일으키고 서둘러 준비한다.

 

 

 

 

상대적으로 아침식사가 부실했던 바라코아에 비해 산티아고는 천국이다.

정말 맛있고 달콤한 과일들이 한가득이고 빵과 소세지까지.

예쁘게 구운 계란까지 너무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

 

쿠바는 희한하게도 파파야가 맛있다.

다른 곳에서의 파파야는 약간 역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튼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공연이 있다고 한 곳은 세스페데스 광장 한켠에 있는 벨라스케스의 집이다.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아침에 오케스트라가 열린다고 한다.

박물관 입장료 2쿡을 내면 공연은 무료로 볼 수 있다.

 

맑은 오케스트라 음악에 쿠바의 퍼커션이 더해서 색다른 음악이 펼쳐진다.

나는 이 퍼커션의 소리를 참 좋아한다. 이 소리가 들리면 여기가 쿠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서오빠와 혜원이가 추천해준 곳인 Cafe Ven.

여기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커피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이름은 Cafe Vatido이다.

차가운 커피에 코코넛맛 아이스크림을 넣어주고 그 위에 시나몬가루를 뿌려준다.

정말 맛있다. 내 타입이다! (0.85쿡)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에스프레소도 먹어보자 싶어서 주문했는데 진한 커피향이 너무 좋다. (0.45쿡)

특별한 커피는 아니고 쿠바에서 많이 팔고있는 그 빨간색의 커피이다.

 

여기서 경서오빠와 혜원이를 다시 만나고 수다 삼매경에 다시 빠졌다.

 

다음 일정에 대해서 상의를 했는데, 일단 더위에 너무 지쳤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고 나오기로 했다.

우리는 숙소에서 빨래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인터넷에서 보고 적어온 곳 중 산티아고 추천 피자집인 Teresina.

돌로레스 광장 옆에 위치한 이 곳은 정직한 CUC 가격이 마음에 들었고 깨끗한 인테리어도 좋았다.

직원의 추천에 따라 테레시나 피자를 주문했는데 완벽한 맛의 토핑에 비해서 퍼석한 도우가 너무 아쉽다.

쿠바도 질좋은 밀가루와 음식재료를 얼른 도입해달라!!!

 

 

 

 

 

 

 

 

 

 

돌로레스 광장에서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오던 길에 본 오래된 서점 La Escalera.

이 서점의 가운데에 계단이 있어서 이름이 Escalera라고 한다.

가끔씩 공연도 있다고 한다.

 

엄청나게 오래된 분위기의 내부에 잘 찾아보면 역사적인 내용들이 눈에 띈다.

세계 각국의 화폐도 있으며 여기에 들린 사람들의 사진, 체게라라 화폐 컬렉션, 중요한 신문 스크랩까지.

한쪽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라울 카스트로의 만남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류씨언니가 책을 조금 둘러보았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한국에 대한 책도 있다며 보여주는 것이 태권도 교습서를 보여주신다ㅋㅋ

 

 

 

 

 

 

원래 Patio Artex에 춤을 배우러 가려고 했는데, 모여든 사람이 없다.

사람이 많아야 재미있는데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어찌 춤을 추랴.

그래서 일단 동네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정처없이 걸어가다가 어제 봤던 그 길로 들어섰다. (Valcon de Velazquez 옆 길)

멋드러지게 펼쳐진 내리막을 따라 걸어와서 뒤로 돌아서니 역시 오르막이 보인다.

 

 

 

 

 

 

 

 

엽서에서 보던 그 장면이다. Padre Pico.

사실 쉽게 볼 수 있는 계단의 모습이지만 파란 차와 옆에 서 있는 아가씨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계단을 올라와 걷다보면 비밀투쟁박물관이 나타난다.

옛날에는 경찰서로 이용됬던 곳인데 혁명 이 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맞은 편에는 피델 카스트로가 학생시절에 살았던 집이 있다.

이 곳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마을 한 켠에 있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이런 절경이 펼쳐진다.

난 왜 이렇때마다 카메라를 안들고 오는지 모르겠다.

이 날은 커피만 카메라로 찍고 나머지는 아이폰으로 찍었다. 에휴

 

 

 

 

그리고 우리는 티볼리 마을로 향했다.

티볼리 마을은 산티아고 내에서 약간 빈민가(?)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번잡했던 도시에서 약간 벗어난 분위기이다.

 

사실 좀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오히려 순수한 모습의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것 같다.

아무런 사심없이 다가와서 인사는 사람들,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꼬마들의 호기심,

그리고 치노? 하폰?을 물어보며 말을 걸고 꼬레아라고 답하면 꼬레아!라고 답해주는 사람들.

그냥 이 동네를 걸어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해가지는 가운데 펼쳐진 말이 필요없는 티볼리 마을의 소소한 모습이다.

 

 

 

 

 

 

 

 

 

 

 

 

 

 

 

 

 

 

 

 

 

 

목적지 없이 그냥 걷는 거리가 너무 좋았다.

티볼리 마을은 그런 곳이었다. 그냥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 자체가 좋았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갈 때 쯤 보였던 일몰.

아이폰의 한계를 드러낸 사진이지만, 구름 사이로 보이던 붉은 햇빛은 정말 아름다웠다.

박수오빠는 쿠바에서 가장 멋진 일몰이라고 했다. (물론 그 뒤로 아바나의 말레꼰으로 바뀌었지만 헤헤)

 

 

 

 

 

 

어제 La Esperanza 레스토랑으로 찾아갔었는데 재료가 없다고 해서 못 먹었는데,

오늘 다시 가보니 저녁식사가 된다고 한다. 오예!

 

그런데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이 문을 열면 BAR가 먼저 나오는데 여기서 댄스타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민망하지만 BAR를 지나 식당으로 와서 밥을 주문했다.

돼지고기와 샐러드, 볶음밥이 모두 30MN! (돼지고기는 조금 질기다)

 

밥을 먹는 중에도 댄스타임은 계속되었고 우리에게 자꾸 춤을 추자고 말을 건다.

호루라기까지 불면서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우리에게는 센세이션이었다.

다 먹고 출께~ 라고 몇번이나 대답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밥 먹을 분위기가 아니다.

결국 계산을 끝내고 나가는 길에 붙잡혀서는 광란의 밤이 시작되었다.

난 정말 몸치라서 뒤뚱거리며 춤을 추었는데,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엄청난 댄스 실력에 쿠바인들이 모두 엄지를 치켜든다.

 

특히 박수오빠의 막춤에 쿠바에서는 볼 수 없는 춤이라며

판타스틱, 마라비요사 등등의 극찬을 쏟아낸다. 하하하

 

 

 

 

흥이 나던 시간을 보내고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오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진다.

어제 인사했던 룩셈부르크 출신의 아저씨가 계속 나를 쳐다본다.

 

공연이 끝나고 아저씨와 다시 인사를 하고선 씨디를 파냐고 물어보니 있단다.

정말 음악이 좋아서 사려고 했던건데, 씨디케이스에는 4CD라고 적혀있는데 안에는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CD를 팔고있는 직원의 손에 들린 것과 다르다. 이거 뭐지??

다른 외국인이 사가는 CD를 보니 또 다르다.

 

갑자기 사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결국 구입은 안했는데

정말 사기인지, 아니면 케이스만 다른거고 안에 있는 CD는 진짜였는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사실 이 날 경서오빠와 혜원이와 식당, 광장 등등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우리가 번번히 늦는 바람에 미스가 났었다.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연락도 하질 못하고.

결국 만나기로 한 장소 중 마지막 곳인 마르티 광장에서 만났다.

 

여기에서도 공연이 있을 것 같았는데, 이 날은 없는 날.

수다만 떨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Cafe 34에 들려 Cafe cin Rocio를 한잔씩 마셨다.

둘은 내일 떠난다고 한다. 잘하면 아바나에서 볼 수도 있겠다 싶어 우리 숙소를 알려줬다.

그리고 아쉬운 이별을 했다.

 

거리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흥에겨워 그 리듬에 맞춰 들썩이는 몸들,

골목마다 반겨주는 사람들, 꾸밈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진한 커피향과 웃음 소리들-

 

쿠바가 너무 즐거웠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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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코아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는 오전 8시, 오후 2시 두번 있다.

우리는 산티아고로 가는 택시를 구하지 못해 비아술을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기예르모 아저씨는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고 새벽같이 준비를 해주셨다.

하지만 아저씨의 마음과 다르게 바라코아에서의 아침식사는 뭔가 부족하다.

허기지지 않기 위해서 빵과 과일을 꼭꼭 씹어먹었다.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우리는 비아술 터미널로 간다.

 

어제 길에서 만난 비시택시 기사에게 아침에 와달라고 했더니 일찍이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짐에 놀라는 모습이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 무게를 자전거에 실었다.

비시택시 기사는 그래도 열심히 달려준다.

 

약속했던 30MN를 주고...

미안한 마음에 내가 더 주려고 생각한 찰나 박수오빠가 고맙다며 돈을 얹어준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우리에게 불평하지 않아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터미널의 사무실로 가서 지금 출발하는 버스에 자리가 있냐고 하니 예약여부를 물어본다.

예약은 안했다고 하니 공책을 주며 이름을 쓰라고 한다.

설마 자리가 없나싶어 잠깐 두근거리긴 했는데, 이름을 쓰니 바로 티켓을 준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너무 놀랬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에 짐을 싣고 올리는 아저씨는 여전히 돈을 요구한다.

그의 손바닥에는 1쿡짜리 동전이 붙어있다. 짐을 올리거나 내릴 때 손도 못대게 하곤 1쿡을 달라고 한다.

아저씨가 다른 일을 할 때 우리짐을 올렸더니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선 뭐라한다.

 

그 순간 기예르모 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

알고보니 박수오빠의 아이패드 충전기를 두고갔다며 터미널까지 가지고 오신거였다. 눈물이 글썽 글썽..

아저씨한테 짐꾼에게 1쿡을 줘야하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 사람도 이게 직업이기 때문에

댓가는 줘야하지 않냐고 그러신다.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강압적이라..

아침에 우리를 태우고 온 비시택시 아저씨도 그렇게 일하고 1.5쿡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었는데

이렇게 버스에 짐을 올리고 내리는 일이.. 과연 그 아저씨보다 많이 벌 일인가 싶었다.

행복했던 바라코아는 버스 내릴때와 탈때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바라코아에서 산티아고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 (비아술은 1인 15CUC)

원래 내가 원했던 예상경로는 산티아고-관타나모-바라코아였는데,

관타나모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기지(감옥)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 곳은 미국땅이기 때문에 당연히 들어갈 수는 없고, 쿠바의 땅에서 멀리 지켜볼 수만 있었다.

알아보니 개인적으로는 갈 수 없고 여행사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고 한다.

바라코아의 여행사에서는 여기가는 투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산티아고로 가보기로 했다.

(감옥이름 : Presion Naval, Caimanera에 위치, Caimanera 호텔 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중간에 관타나모에서 버스는 잠깐 멈춰섰다.

여기서 사람들이 더 올라탔는데, 버스는 금새 만원이 되었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전기설계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주로 전봇대 쪽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집은 관타나모이고, 아바나로 출장을 가는 길이라고 한다. 그러니깐 이 버스를 타고 1,000km 정도를 가는거다.

굉장히 지루한 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나를 만나서 너무 반갑다고 한다.

 

관타나모에서 산티아고까지 가는 2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체스가 취미라고 하고 한국에서도 체스를 하지 않냐고 한다. 한국은 체스와 비슷한 바둑(GO)를 한다.

쿠바는 일을 장려하는 나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하고 있다. 아저씨의 월급은 20쿡이다.

일주일에 4일을 출근하는데, 근무시간은 하루에 8시간이다. 그런데 4시간은 일하고 4시간은 휴식시간이라고 한다.

여기 휴대폰은 충전식인데, 보통 한달 5쿡정도를 사용하는데 월급으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기가 어렵다.

여기 망고가 맛있다고 하니 지금은 별로 없는 시기이고 여름이 되면 많다고 한다.

우기는 4~5월인데, 거의 비가 안온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겨울도 있지만 20도 내외로 춥지 않단다.

 

이런 사심없는 대화가 너무 좋았다.

아저씨는 나에게 주소를 적어줬다. 계속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내가 쿠바여행을 하면서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 때 알았다.

아저씨가 주소를 적어주는 순간, 나에게 뭘 바라는 건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확한 아저씨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주소만 받고도 의심을 하게 된 내가 너무 싫어졌었다.

그래서 산티아고에서 부터는 조금 마음을 열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기예르모 아저씨가 소개해 준 까사에서 보낸 택시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내린 산티아고의 숙소는 지금까지 우리가 본 숙소 중에서 가장 부자집으로 보였다.

엄청난 방 크기에 욕조달린 화장실, 넓은 거실과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들 등 새로운 모습이다.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이 집은 그닥 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의무적인 친절한 안내가 끝나고 짐을 정리했다.

 

** 내가 머물렀던 산티아고 까사

 

Ilia (Sr. Luciano J. Batista Deas)

주소 : San Felix #362, e/San German y Trinidad, Santiago de Cuba

전화 : (+53) 22-654133

휴대폰 : (+53) 1-54398353

이메일 : iliacuba2012@gamail.com

 

장점 : 아침식사가 좋다 (산티아고는 물자가 풍부해서 모든 까사들이 다 좋은 것 같다.)

         넓은 객실, 깨끗한 시설, 주인의 터치가 없다.

단점 : 중심가인 세스페데스 공원에서 4~5블럭 정도로 약간 먼 편이다. (더 가까운 곳으로 가세요!)

         친절하지만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섬주섬 짐 정리를 하고 우선 필요한 물건들을 좀 사기로 했다.

여기 산티아고의 좋은 점은 물자가 풍부하다. 물, 음료수, 공산품 등등을 구하기에 너무 좋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먹을 것도 엄청 많다. 대도시인 만큼 식당들과 간식거리가 정말 많다.

 

슈퍼마켓을 찾던 도중 삐기 한명이 자꾸 식당으로 오라고 한다.

마침 배가 조금 고프다고 생각했던 참이라 얼마냐고 하니 1접시에 25MN라고 한다.

와 이런 곳이 있다니! 일단 반가움 반, 의심 반의 마음으로 들어갔다.

 

멋진 몸매의 여자직원이 와서 정말 친절하게 메뉴 설명을 해준다.

나는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서 볶은 요리(25MN)와 생과일 주스(2MN)를 주문했다.

와 샐러드와 볶음밥까지 함께 나오는데 맛이 정말 기가 막힌다.

이 요리가 한국돈으로 계산해보면 1,500원 정도 밖에 안되는거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산티아고에 머문 4일 동안 이 집을 찾게 되었다.

 

** Fondita 460

주소 : Santo Tomás No. 460 e/ San Francisco y San Gerónimo.

영업시간 : 월요일~토요일 (일요은은 휴무) / 12:00-16:00 (점심만 합니다!)

강추이니! 산티아고에 가시면 들려보세요!

 

 

 

 

 

 

산티아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스페데스 광장.

파란 하늘아래에 대성당이 위치해 있고, 그 맞은 편에는 시청이 위치하고 있다.

 

혁명이 성공한 후 1월 1일 피델 카스트로는 여기 시청에서 혁명성공을 선언했다.

 

 

 

 

 

 

 

 

 

 

목적없이 길을 둘러보다. 오랜만에 슈퍼마켓과 잡화점 등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먹을거리도 참 많고 볼것도 많다. 도시의 활기참이란 이런 것이다. 후후

 

산티아고에는 영화관이 참 많다. 그리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커피숍도 많다.

길거리에는 닭을 튀겨파는 치킨집도 많다.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도 많고.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한다. 5MN를 내고 먹은 아이스크림. 맛은 별로지만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 

 

 

 

 

 

 

산티아고에는 음악 들을 곳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세 곳이 Patio Artex, Museo del Carnaval, Casa de la Trova이다.

Patio Artex에서는 매일 1~2회의 공연과 함께 댄스교실도 함께 열리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가 찾아갈 때 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분위기가 그저그래서 그냥 패스-

 

Museo del Carnaval은 매일 4시에 공연이 있다. (입장료 1쿡)

마침 시간이 알맞아서 여기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아프리카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

그냥 자기들끼리 춤추고 노래부르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같이 춤도 추고하는 식이라 정말 재밌었다.

 

Casa de la Trova는 우선 가봤는데 아직 낮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저녁에 다시 찾아가기로!

 

 

 

 

 

 

Valcon de Velazquez.

바다에서 한 참 오르막에 위치한 산티아고에서 그 아래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무료입장이 가능한다 사진촬영은 1쿡을 내야한다.

엄머, 나는 무료로 들어왔다고 아무도 안 보는데 사진을 하나도 안찍었다.

이런 너무 정직해서 탈이다.

 

 

 

 

 

 

산티아고의 멋진 골목길.

급격한 내리막으로 떨어지는 이 길이 너무 좋다.

 

 

 

 

 

 

어느 정보북에 괜찮다며 추천하던 레스토랑 Bar Fontana.

마침 숙소에서 가깝길래 찾아갔더니 꽤 괜찮은 분위기에 에어컨까지 나온다.

좋다하며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도무지 깨끗한 곳이 없다.

직원이 앉으라는데 더럽다고 정리를 해달라고 하니 손으로 흘려져 있는 음식들을 주워서 가져간다.

순간 여기가 쿠바라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제정신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자리를 잡고 피자와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맛이... 지금까지 먹은 곳 중에서 가장 최악이다^^

스파게티는 모두 부숴져 있었고 찰진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피자는 말 할것도 없지만!

 

이 날의 가장 잘한 선택은 맥주다.

Casique라는 맥주인데, MN로 결제가 가능한 현지인들이 마시는 맥주다.

일반적으로 Cristal과 Bucanero만 마실 수 있는 쿠바에서 Casique를 먹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물론 맛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시원한 맛이다! (거품의 모양만 봐도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낮에 이렇게 새하얗던 대성당 앞에서 저녁에는 음악회가 펼쳐진다.

저녁을 먹고 왔더니 공연을 놓친 상태. 물어보니 매일밤 8시쯤 음악회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느 한 할아버지를 소개시켜주면서 룩셈부르크 출신인데 이 사람이 메인이라고 한다.

인사를 하고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Casa de la Trova.

뜨로바 음악을 연주하는 곳인데 마침 음악이 흐르고 있다.

 

사실 박수오빠가 저녁을 너무 부실하게 먹어서 다른 식당을 알아보던 차

이쪽으로 온건데 정말 엄청난 삐끼들이 몰아친다. 떨어져도 계속 달려와서 오라고 한다.

음악을 듣고싶다고 하니 자기 레스토랑에서도 음악 연주한다고ㅋㅋ

 

입시름을 하다가 얼떨결에 여기서 춤도 추고ㅎㅎ

 

 

 

 

조금 더 걸어가니 레게음악이 짜잔~~

흥이 절로난다. 음악을 들으며 어깨를 들썩들썩!

 

갑자기 박수오빠를 부르는 한국어가 들린다.

알고보니 중미여행을 할 때 만났다는 친구였는데, 여기 쿠바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연락도 안되는 이런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고 재밌다.

그리고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22살의 당당한 어린친구도 만나고.

까미욘을 타고 산티아고까지 왔다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다!

 

오랜만에 한국사람들과 잔뜩 수다를 떨었다. 그 자리에서 거의 2시간을 떠든 듯.

그 동안 여행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서로가 알고있는 깨알팁들을 주고 받으며.

내일도 산티아고에 있을거라고 해서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있던 Cafeteria 34.

산티아고에는 럼을 탄 커피가 유명한데 우리도 가는 길에 마셔보기로 했다.

종류는 4가지 정도가 있었고, 1잔당 가격은 0.8MN이다. 한국돈으로 20~30원 정도 하는 커피이다.

 

우선 잘 알지 못하기에 Santiago 럼이 들어간 커피를 주문했다. (Cafe con Santiago)

사실 가장 유명한 커피는 Cafe con Rocio이다. 다음부터는 이것으로 주문했다.

아무튼 입에 한모금 넣는 순간 럼이 너무 쎄서 독하다.

커피를 조금 더 넣어줄 수 있냐고 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넣어준다.

 

3잔이면 분명 2.4MN인데, 5MN을 냈더니 거스름돈을 주질 않는다.

거스름돈을 달라고 하니 달랑 1MN만 준다. 2.6MN을 줘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커피를 더 줬기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이런 억지가 어디있는지..

 

쿠바는 내가 정말로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뭐든 좋았다.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그냥 그게 쿠바인가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뭘 해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 그냥 그대로가 좋았다.

하지만 이 날은 겨우 1~200원 하는 돈 때문이 아니라, 정말 장난친다는 마음이 많이 들어서 너무 짜증이 났다.

그냥 너무 싫었다. 이렇게 날 속이는게. 이건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쿠바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이 날 처음으로 여행하는게 싫어졌었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

바라코아가 정말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뭐가 아름다운건지를 전혀 모르고 온 우리였다.

 

숙소 주인인 기예르모 아저씨에게 다음날 일정에 대해 긴급SOS를 하니

블랑카 해변도 예쁘지만 바라코아에서는 마구아나 해변이 가장 예쁘다고 하신다.

그래서 우리도 마구아나 해변으로 가기로 결정!

 

비냘레스와 마찬가지로 바라코아도 택시 삐끼가 참 없다.

박수오빠가 길을 걸을 때 마다 "딱시~ 딱시~"라고 불렀는데

운이 좋은건지 어이가 없는 건지 얼떨결에 누군가가 택시필요하냐며 말을 걸어왔다.

 

내일 일정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마구아나만 가면 15쿡, 블랑카 해변도 가면 20쿡이라고 한다.

두군데 모두 가겠다고 하니 토아 강(Rio Toa)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우린 정보가 없어서 어떤 곳이냐고 물어봤더니 보트를 타고 강을 둘러보는 것이라고 한다.

너무 좋다. 토아강도 가면 얼마냐고 하니 20쿡이라고 한다.

오케이! 내일 아침 9시에 출발하자고 약속을 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삐끼에서 전화번호를 달랬더니 전화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어쩔수 있나, 우리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밖에-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러 옥상으로 갔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선뜻 나에게 오션뷰 자리를 허락해줬다.

조금밖에 보이지 않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아침식사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

 

모든게 마음에 들었던 숙소이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바로 아침식사다.

빵과 계란, 과일, 주스, 커피, 핫초코 등 여느 까사들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이 곳의 주스는 달지가 않다. 물어보면 천연주스(natural)라서 그렇다고 한다.

분명 다른 까사들도 천연주스일건데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다.

 

빵, 햄, 치즈는 퍽퍽한게 질이 썩 좋아 보이질 않는다.

이건 아마 바라코아의 식량사정이 안좋아서 그런듯. 숙소 탓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바라코아의 특산물(?)인 핫초코!

정말 천연 핫초코다! 맛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초콜렛 향에 무맛이다.

여기서 아침을 준비해 준 여자애에게 물어보니 원래 이맛이 맞다고 한다.

이 초코렛에 설탕과 우유를 넣으면 우리가 아는 밀크초콜렛이 나온다!

제조를 해봤더니 그제서야 맛있고 진한 핫초코가 완성되었다.

 

 

 

 

바닷가로 가기위해 분주한 우리들. 기예르모 아저씨가 차가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박수오빠가 먼저 나가서 인사를 하고 오더니 역대급 택시가 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멀쩡한 차량이 없었기에 순간 좋은 차로 생각하고 나갔던 나, 아무리 둘러봐도 승용차가 없다.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 때 쯤 그제서야 쓰러져가는 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건 정말 역대급이었다. 굴러갈지가 의문이었다.

 

 

 

 

다행이 잘 굴러간다. 비포장 도로를 마음껏 달리는 중이다.

너무 신나서 단체사진 한 컷!

 

 

 

 

 

 

우리가 도착 한 곳은 토아강(Rio Toa)에 위치한 보트타는 곳이다.

차에서 내려서 들어가는데 여느 쿠바와 다를 것 없이 무수한 닭들이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 사장아저씨가 닭 한마리를 안고 있다. 그런데 닭의 발을 묶어 두었다.

아저씨한테 왜 발을 묶어놨냐고 물어보니 너무 잘생겨서 묶어 놓았다고 한다.

무슨 의미지?? 아마 병아리가 너무 많이 생겨서 그러나 보다.

 

 

 

 

 

 

가이드를 안내받고 보트를 타고 강 투어를 하기로 했다. 1인당 3쿡.

노를 저어서 토아강을 둘러보는 건데 햇살은 뜨겁지만 물 위를 지나가는 것이 은근 좋다.

 

바라코아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강의 이름을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지금 있는 토아강이 가장 크고 길다고 한다.

다니면서 경치도 보고, 빨래하는 사람들도 보고.

 

 

 

 

 

 

 

 

 

 

맑은 하늘이 강에 반사되는 것을 보아하니 물이 그리 깨끗하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깨끗하다.

수심은 낮지만 수초들은 맑게 다 보인다.

 

보트 위에서 보는 풍경이 좋아서 음악을 틀었다.

내가 좋아하는 "비긴 어게인" 영화의 주제곡을 틀었는데 가이드는 당연히 이 노래를 모르고,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한국을 떠난지 오래되어서 이 노래를 모른다.

아, 비긴어게인을 모르다니. 나의 입장에서! 너무 안타깝다ㅋㅋ

 

 

 

 

 

 

 

 

 

 

보트투어가 끝나고 가이드가 안내해준 것은 바로 카카오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 부터 약간 느낌은 왔었지만 이 곳의 나무가 모두 카카오 나무였다.

잠깐 설명을 해주는데, 나무의 카카오 열매를 따서 뚝 자르니 안에 하연 것이 나왔다.

 

향을 맡아보라는데 벌써부터 초콜렛 향이 가득했다. 먹어보라고 해서 먹었는데 엄청 큰 씨가 나온다.

씨를 가린 후 열매를 말리면 까맣게 변하고 이것을 뭉치면 생 초콜렛 덩어리가 나온다.

역시 향을 맛으니 강한 초콜렛의 향기가 난다.

 

이것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맛있는 밀크초콜렛을 만들기도 하고,

카카오오일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딱딱하기 때문에 부부사이가 안좋을 때 무기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키키

 

예상외로 너무 좋았던 토아 강 투어다.

가이드에게 고마움의 의미로 1쿡 팁으로 전해줬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드디어 마구아나 해변이다.

에메랄드 빛 해변은 아니지만 맑은 청록색으로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파도가 다른 곳에 비해 강한 편이었는데 이게 또 놀기에는 너무 좋았다.

 

멋드러진 감나무(노란잎이 있는 나무) 아래를 자리잡았고,

박수오빠가 둘러보더니 꽤 멋진 더블침대, 싱글침대를 만들어 주었다.

베게는 무려 카카오 껍질이다.

 

신나게 해수욕을 하다가 지쳐서 감나무 아래에 누워 쉬는중-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파도소리가 너무 좋다.

 

한가지 안좋은 점이 있다면, 잡상인 정말 많다.

일정한 수입이 없으니 뭔가라도 계속 팔려고 오는 현지인들이 너무너무 많다.

꿀에 절인 땅콩은 내가 좋아서 사먹었지만 악기, 과일, 기념품, 심지어 유로화까지.

팔 수 있겠다 싶은건 모두 가져와서 판다.

 

사정은 딱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주기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필요가 없다.

정중히 사양하지만 간청하는 듯한 그들의 눈빛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이 날은 블랑카 해변까지 가기로 했었는데 커뮤니케이션의 미스인지 포함이 안되있다며

거기까지 갈거면 돈을 5쿡 더 내라고 난리다. 우리는 분명 약속을 했다고 하니 안믿는다.

결국 어제 만났던 삐끼를 만나서 확인하기로 했는데 삐끼도 다른 말을 해댄다.

우리는 너희가 약속을 어겼으니 15쿡만 주겠다고 하니 상대방도 열받았는지 화를 엄청 낸다.

그럼 20쿡을 주면 블랑카 해변까지 가겠다고 하니, 이번엔 택시기사가 기분나쁘다며 안간다고 한다.

그렇게 블랑카 해변으로 가는 일정은 취소되었다.

택시기사에게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오해를 풀고 헤어졌다.

 

 

 

 

점심을 먹으려고 시내로 들어와 피자집에서 피자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냐고 물어보니 앞에 있는 이 건물이 아이스크림 가게라는 것이다.

피자를 단숨에 먹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갔는데, 도대체 주문을 받으러 오질 않는다.

직원을 찾으니 그저 기다리라고만 얘기를 한다. 우리보다 한참 먼저 온 사람들도 기다리고만 있다.

 

한 20~30분 정도 흘렀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서 나간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아이스크림이 다 떨어져서 오늘은 영업 마감을 한다고 한다.

에효... 그래 여긴 쿠바였다. 나 혼자 화를 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에효

 

 

 

 

쿠바에 있는 슈퍼에 가보면 한가지 신기한 것이 물과 음료는 없어도 술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터미널, 주유소 등의 매점에도 럼주와 맥주는 있어도 물과 음료수는 없다.

바라코아에서도 음료수를 사겠다고 몇군데 슈퍼를 들어갔는데 도대체 팔지를 않는다.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의지 하나로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 파는 곳을 다시 물어보니

Casa de Chocolate로 가라고 한다. 여기도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그래서 갔는데 여기에 들어오는 아이스크림은 아주 소량이라고 하며

대부분 오전 중에 모두 팔린다며 지금은 없다고 한다.

찌는 듯한 더위에 너무 힘들어서 잠시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보니

보통 1~1.5쿡하는 음료수가 여기서는 단돈 8MN인 것이다.

 

이거다! 싶어 주문을 했더니 Hola라는 브랜드의 처음보는 음료수를 준다.

알고보니 쿠바에는 음료수 회사가 3개가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Monte Ciego는 쿡으로 거래하는 음료 브랜드이고

나머지 2가지는 현지인들이 먹는 MN로 거래하는 회사라고 한다.

이 Hola 역시 현지인들을 위한 음료수였던 것이다.

맛은 그리 차이가 없지만 기분탓인지 유독 달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일 산티아고로 가는 비아술을 예약할 까 싶어서 걸어가던 중 재미있는 까사 표지판을 발견했다.

접시 그림 옆에 실제 포크와 나이프를 붙여놨다.

나중에 다른 집에서도 같은 그림을 발견했다.

 

바라코아에 도착하는 버스는 하루에 2편이 있는데 오전 7시, 1시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바라코아에서 출발하는 버스도 2편이고 오전 8시, 오후 2시이다.

 

우리가 비아술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 반.

이미 창구가 문을 닫았다.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고 한다.

예약해야 된다고 하니 내일 아침에 오면 그때 하라고 한다.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상당한 불안감을 가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사실 택시를 타려고 했으나 정말 택시가 안잡힌다)

 

 

 

 

 

 

 

 

비아술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저 멀리 보이는 테이블마운틴과 바다가 참 예쁘다.

바닷물이 방파제에 부딪혀 하얀 거품을 내는데 맥주가 먹고싶다.

땡볕에 방파제를 따라 걷는 우리.

 

 

 

 

 

 

오늘 저녁식사는 새우요리 2개와 일반 생선구이로 요청드렸다.

역시나 새우는 너무 맛있다. 흰 쌀밥 위에 얹어 먹으니 새우볶음밥이 따로 없다.

한국음식에 대한 향수를 싹 지워준다.

 

 

 

 

 

 

방에서 쉬던 중 어제 못간 밤거리를 오늘 걷기로 했다.

음악이 흐르는 밤 거리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붐비지를 않는다.

걷는 중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한잔하거나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목이 마른데 역시 음료수를 찾지 못했고 한 케익가게에서 Refresco(가루주스) 파는 곳을 발견!

아쉬울 땐 이것도 좋다. 1잔에 2MN.

 

 

 

 

 

 

Casa de la Trova.

뜨로바는 아프리카에서 쿠바로 넘어온 흑인들이 아프리카 음악을 변형시켜 만든 새로운 장르다.

사실 나는 구분도 못 할 장르이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버전인 누에바 뜨로바도 뜨고 있단다.

 

한 아저씨가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시고 사람들은 근처에서 노래를 들으며 놀고 있다.

그리고 쿠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건 춤이다.

세상에서 가장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밤거리를 돌아다닐 때 박수오빠가 전 날 만난 친구들을 소개시켜줬는데 어찌나 웃겼는지.

락을 좋아한다며 헤비메탈 음악도 들려주고.. 밤에 공연이 있다며 꼭 보러 오라고 한다.

오빠 와이프가 아닌걸 알았으니 그때부터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한다.

여행 다니면서 동양인에 대해 신기함 섞인 모습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이 친구처럼 적극적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중에 간다고 하니 울려고 하는...ㅎㅎ

 

아무튼 바라코아는 참 재미있었다.

이렇게 바라코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

산타클라라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비아술을 타고 산티아고로 이동했다.

 

우리의 계획은 세가지다.

플랜A : 산티아고 도착 후 택시를 잡아서 바라코아로 이동한다.

플랜B : 산티아고 도착 후 택시를 못 잡으면 버스를 타고 바라코아로 이동한다.

플랜C : 산티아고 도착 후 택시와 버스 둘다 못 잡으면 그냥 산티아고에 있기로 한다.

 

원래는 산티아고에서 쉬려고 했지만 바라코아를 뒤로 잡으면 리턴 편에 고생할 게 불보듯 뻔하다.

나야 까마구에이까지만 가면 되니 그나마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언니오빠는 바라데로에 가야하기 때문에..

산티아고에서 바라코아까지는 택시로 3시간, 버스로 5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왠만하면 택시를 타자고 입을 모은 상황이었다.

 

산티아고에는 잘 도착했다.

바라코아로 가는 비아술 버스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빨리 택시와 네고를 해야하는 상황.

보통 5인이 갈 경우 1인 20쿡 정도인데, 이 구간은 택시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 5인 모으기가 힘들다.

그런데 80~100쿡 사이로 요구를 하는데, 그 이하로는 내려주질 않는다.

 

그러다가 3명이서 60쿡을 해주겠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짐을 가지고 택시기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바라코아로 가는 비아술 예약이 마감되니 갑자기 80쿡으로 말을 바꾸었다.

어차피 비아술은 마감이 되었으니 못 탄다고 생각하고 금액을 올린 것이다. 너무 괘씸했다.

그냥 안되면 안된다고 하지 손님 놓칠까봐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

 

우리도 갑자기 난처한 상황이 되었는데, 위대한 박수오빠가 비아술 창구로 간다.

출발 직전이라 안된다고 하는데도 미안하다고 자리를 좀 달라고 계속 얘기를 하니 우리에게 표를 준다.

나도 너무 급해서 버스 차장아저씨한테 내 친구가 티켓을 구입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비아술 직원들의 협조속에서 우리는 무사히 티켓을 끊었고, 버스에 올랐다.

산길을 거쳐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은 5시간이 소요되며 요금은 1인 15쿡이다.

 

택시기사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듯 우리를 보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플랜B의 일정으로 바라코아로 출발했다. 

 

 

 

 

춥기로 악명높은 비아술 버스. 에어컨 풀가동으로 온도는 18도까지 내려갔다.

 

내 옆에 앉은 프랑스인이 직원더러 온도를 좀 올려주면 안되겠느냐고 물어봤다.

직원은 이 버스는 중국제이기 때문에 온도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고

올리게 될 경우 물이 떨어진다고 얘기를 한다.

 

말하고나서 중국을 비하한 것이 미안한지 갑자기 나한테 묻는다.

-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중국? 일본?

- 음.. 나는 한국사람이야.

 

버스안에 웃음보가 터졌다. 하하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기에 당연히 중국 아니면 일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나라에서 온 여자애가 있으니 그 상황이 얼마나 웃겼겠느냐.

나도 너무 웃겨서 계속 킥킥댔다.

 

사실 쿠바는 미국과의 경제봉쇄 이 후 소련의 지원으로 경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소련 붕괴 후 산업화와는 거리가 멀 게 되었다. 그 이 후 손을 내민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산업발전이 덜 되어 있는 통신, 기계, 교통 등에 대한 부분을 지원해줬는데,

특히 교통은 쿠바 전역에 달리는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유통"이라는 버스회사의 차량일 정도로 대규모였다.

 

하지만 대부분 중고를 넘긴 상황이기에 잦은 결함 및 고장이 나타났고, 수리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쿠바인들은 자연스럽게 "중국제는 질이 좋지않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쿠바를 돌아다니다 보면 문제가 있을 경우 "중국꺼라서 그래"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듣게 된다.

 

그러던 중 너무 덥다. 사람들도 손으로 종이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한다.

직원 한명이 일어나서 여기저기를 점검하는데 에어컨이 고장났다고 한다.

창문이 열리는 고속버스가 아니라 정말 너무 더웠다.

 

 

 

 

 

 

 

 

우리가 이 버스를 타게 된 것, 운이 굉장히 좋았다.

단지 돈을 주고 이동하는 버스를 탄 것 분인데 흔치 않는 경험을 했다.

 

버스를 타고 30분 쯤 갔을까, 갑자기 버스가 길에서 멈춘다.

뭔가 싶어 밖으로 보니 기사를 비롯한 버스회사 직원들이 길에서 빵을 사먹고 있다.

아침식사를 여기서 해결하는 것이다. 금방 출발할 것 같지 않아서 우리도 내렸다.

 

빵 냄새를 맡으니 나도 배가 고파져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먹었다. 1개 5MN.

이 것이 쿠바 샌드위치...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아메리칸 셰프에 나오는 쿠바샌드위치는 쿠바에 없다)

신기하게도 빵 굽는 기계가 있어서 저렇게 예쁘고 고소하게 구워준다. 짱짱짱!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햄은 그 자리에서 썰어서 넣어 주는데,

누가 얇게 써나 대회를 하는 것도 아닌데 기술적으로 정말 얇게 잘 썬다.

엄청나게 많이 팔렸는데도 햄 덩어리의 크기가 계속 그대로다. 하하

여기서 커피(1MN), 요구르트(3MN) 등도 사먹을 수 있다.

 

 

 

 

다시 버스에 올라 이동하는 중 잠깐 잠이 들었다.

트리니다드 -> 산타클라라 : 3시간

산타클라라 -> 산티아고 : 12시간

산티아고 -> 바라코아 : 5시간

총 20시간이 걸리는 이 일정을 이틀만에 모두 이동하려니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누가 날 깨운다. 버스회사 직원 아저씨인데 커피를 마시란다.

알고보니 아까 거기서 구입을 한건지 소주병 같은 곳에 커피를 사와서

앞에서부터 돌아가며 커피를 한잔씩 나누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수면제가 아닌가 싶어 의심을 했는데 쿠바 사람들도 넙죽 받아먹는데다

이미 기분좋게 농담까지 건넸던 사이라 호의로 건넨 것 같은 커피를 거절하기가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한입 마셨는데 "어머나" 정말 너무 맛있다.

찐한 커피에 설탕을 가득탄 맛. 아르헨티아의 "카페 꼬르따도"와 맛이 비슷하다.

그래서 남은 커피도 꿀꺽했다.

 

돈을 받으려나 싶었는데 돈도 안 받는다. 모든 승객들에게 나눠주고는 앞으로 갔다.

 

 

 

 

한참을 가던 중 버스가 또 멈춘다. 버스회사 직원들은 자취를 감췄다.

버스안에서 3분정도를 기다린 것 같은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길래 내렸다.

직원들은 집 같은 곳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아마 점심을 먹는 것 같다.

 

화장실에 가자 싶어 간 곳은 저렇게 나무판자로 지어진 곳인데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더니 모양을 만들어 놓긴했는데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알 수가 없다.

화장실은 당연히 재래식이다.

 

 

 

 

정원에서 어슬렁 거리니 직원 아저씨들이 우리를 부른다.

안으로 들어가니 같이 밥을 먹자며ㅋㅋ

정중하게 거절을 했는데, 아저씨가 기어코 밥을 먹으라며 따로 떠준다.

 

박수오빠는 쿠바식 밥과 함께 치킨의 꽃인 닭다리 구이를 받았다.

나는 배가 부르다고 정말 괜찮다고 했더니 과일이라도 먹으라고 주신다.

과일은 좋지! 감사하게 바나나를 하나 떼왔다.

(내 옆의 프랑스인은 여기서 현지인에게 바나나를 사먹었다)

 

내가 고맙다고 "그라시아스" 인사를 했는데, 고칠 마음도 없지만.. 습관상 고개를 약간 숙였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여자는 항상 손을 잡아주는데, 그 때도 내 행동이 신기했었는갑다.

아저씨들은 이게 너무 좋았는가보다. 웃으면서 계속 고개 숙이는 것을 따라한다.

 

박수오빠가 아직 밥을 덜 먹었는데 버스가 출발한다고 한다.

그릇을 돌려줘야 하는데, 직원 아저씨가 괜찮다며 돌아올 때 주면 된다고 그냥 타라고 한다.

다 먹고 나서 그릇을 가지고 가더니 다른 마을에 던져주고 왔다.

 

5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바라코아에 도착했다.

너무 즐거운 버스 여행에 아저씨들과 아쉬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눴다.

 

바라코아 버스터미널에 짐을 내리고 올리는 아저씨가 한 명 있는데 손바닥에 1쿡이 붙여져있다.

모든 짐은 그 사람을 통해 올리고 내려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짐을 꺼낼 경우 그 자리에서 엄청 화를 낸다.

그 사람의 직업인 것 같은데 너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우리는 처음에 그걸 모르고 짐을 꺼냈는데, 막 화를 내더니 돈 내라고 한다. 내가 내렸는데;

모른척 했더니 다른 여행객한테 가서 또 돈을 요구한다.

그래도 쿠바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인데 좀 상식적으로 하자구요~!

(이게 그들의 상식일지는 모르겠지만-)

 

 

 

 

짐을 내리는 순간 부터 엄청난 삐끼들이 몰려든다.

아예 나와 박수오빠가를 벽에 몰아 세워놓고 둘러싸서 홍보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일본인이 "여기좋아요"라고 써 놓은 표지판을 보고 한 아저씨를 따라갔다.

그 아저씨와 가자고 하니 자전거 택시 아저씨가 "내가 태워줄께" 한다. 오케이 갑시다!

 

자전거 택시는 일반사이즈였는데, 3명 모두를 태우겠다고 한다. 짐도 3개인데 괜찮단다.

다른 택시기사가 와도 아저씨가 자기가 다 태울거라고 한다. 아마 손님 뺏기기가 싫었던 것 같다.

우리도 돈을 아낄 겸 알았다고 하고 타고 가는데, 생각보다 숙소까지 거리가 좀 있다.

아저씨는 힘이 들었는지 낑낑댔고, 타고가는 우리도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우리는 비양심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이렇게 이동한 것에 대한 댓가는 1쿡.

너무 미안해서... 사실 내가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1쿡을 더 줬다.

 

우리가 들어가니 웰컴드링크 망고주스를 준비해두셨다. 새삼 또 감동받았다.

아저씨가 천연주스(나뚜랄natural)라고 계속 말씀하셨는데

정말 하나도 안 단 것이 천연주스가 맞긴 맞나보다.

그런데 이렇게 맛없는 망고주스는 처음이라 아리송하기도 했다.

 

방, 식사 등 가격에 대해서 조정을 하자고 모였는데,

아저씨가 "먼저 터미널에서 나를 선택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드리긴 했는데..

 

바라코아에 2박 3일을 머물면서 느낀 점은 이 도시는 참 돈 벌 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산업도 없으며, 농업도 없고, 관광지화 된 해변도 없고, 심지어 위치도 쿠바의 맨 끝이다.

여러모로 다른 지역에 비해 불리했다.

그래서 관광객을 상대하는 까사(숙소), 택시(자전거)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문제는 위치 상 바라코아를 찾는 관광객이 한정되어 있는 바람에 그마저도 확보하기가 넉넉치 않는 것이었다.

하루에 두대 도착하는 비아술을 매일 기다리고, 손님을 유치하지 못 할 경우에는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쿠바에 식사재료가 될 만한 것은 사실 돼지고기, 닭고기, 랍스터 등 밖에 없는데

여기는 바닷가 마을이다 보니 신기하게 문어요리도 된다고 한다.

 

아저씨가 오늘 마침 문어요리를 했다며 맛을 보고 결정하라고 하셔서 달라고 했더니

저렇게 가지고 오셨는데, 맙소사 이건 한국요리다! 너무 맛있다.

만들어 놓은게 많다고 하셔서 오늘 저녁 식사는 문어 1인분, 새우요리 1인분, 생선 1인분을 요청드렸다.

처음에는 다른 요리 시키지 말라고 하셨는데 있는 문어를 그대로 내도 된다고 하니 좋아하신다.

 

** 내가 머물렀던 바라코아 까사 

 

Ileana y Guillermo (일레아나 이 기예르모)

주소 : Flor Crombet #216, e/ Roberto Reyes y Coroneles Galano, Baracoa

전화 : (+53) 21-64-3010

휴대폰 : (+53) 53193913

이메일 : kbrocardt.gtm@infomed.sld.cu

 

장점 : 주인 부부 정말 정말 친절합니다. 객실은 2층 객실이 깔끔하고 좋습니다.

         수압은 쿠바 최강입니다. (쿠바는 대부분의 까사가 수압이 다 낮습니다)

         식사가 맛있습니다. 조금이지만 옥상에서 바다가 보입니다.

         시내에서 가깝지만, 바라코아가 워낙 작기 때문에 대부분의 까사가 다 가깝습니다. 

 

단점 : 1층 객실은 조금 좁습니다.

 

 

 

 

 

 

바라코아는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발을 디딘 쿠바땅이자 카카오 열매가 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 덕에 길에서 초콜렛과 관련된 가게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아이스크림을 찾느라 고생을 엄청했다.

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저기로 가라, 저기로 가라 전부다 알려주긴 하는데

막상 거기로 가면 없는 것이 참 미스테리하다. 이렇게 없을 수도 없는데 말이다.

 

결국은 누가 알려준대로 초콜렛 가게에 들어갔더니

아이스크림은 없지만, 아이스초코는 있다고 했다. 시원한 초코를 생각하고 주문!

 

걸죽한 초콜렛이 나왔는데 향은 제대로다. 그런데 한 입 먹어보니 이건 무슨 맛인지 도통 모르겠다.

초콜렛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맛이 없었다. 우리한테 장난치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진짜 초콜렛은 우리가 생각하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초콜렛에 우유와 설탕을 넣으면 그제서야 알고 있던 맛이 나타나는 것이다.

카카오 99% 초콜렛을 떠올리니 이해하기가 쉬웠다.

 

 

 

 

 

 

이 날은 그다지 할 일이 없었기에 마을을 한번 둘러보자고 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다보니 계속해서 바다가 눈에 띈다.

그래서 계속 올라왔다. 더 높이 더 높이.

 

 

 

 

그리고 위에 보이던 노란 건물.

위치상 호텔인가보다 했는데, 가까이와서 보니 El Castillo 호텔이었다.

옛 성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다. 요새처럼 생겼다.

 

그 때 옥상에서 누군가 우리를 부른다.

왠 쿠바노 한명이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올라가도 되냐고 하니 자기가 여기 직원이라며 와도 된다고 한다.

오예! 우리는 건물 위로 올라갔다.

 

 

 

 

 

 

 

 

너무 예쁘다. 바라코아의 바다가 이렇게 예쁘다니.

그 흔한 에메랄드 빛 바다가 아닌 맑은 파란색의 바다다.

파도도 넘실넘실 너무 예쁘다.

 

그 쿠바아이의 설명으로는 바라코아는 예전 그대로라며 손 댄 곳이 없다고 한다.

모든 쿠바가 그렇겠지만 바라코아는 더욱 더 그렇게 보였다.

특별할 것도, 화려한 것도 없는 이 해변가 도시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쿠바아이가 준 맥주를 한잔 마시고 오랜만에 걱정을 내려놓고 바다만 바라봤다.

 

(이 쿠바아이는 나중에 박수오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선뜻 친구가 될 수 없는 쿠바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내려가기 전 호텔 뒤의 모습. 해가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저 뒤에 보이는 산을 "테이블 마운틴"이라고 불렀다. 남아공의 산과 모양이 참 닮았다.

 

 

 

 

 

 

긴 계단을 따라 내려와서 정문으로 나가는데,

저 성벽같은 입구뒤에서 사람 한명이 짠하고 나타난다.

너덜너덜 구멍한 런닝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옷 좀 사게 돈을 달란다. ㅋㅋ

아름다운 바라코아- 좋은 기억 간직하게 해주세요!

 

 

 

 

 

 

 

 

쿠바의 도시를 쭉 지켜본 결과, 메인 도로는 보행자도로로 잘 가꾸어져 있다.

이게 참 편하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항상 두리번 거릴 수 밖에 없는데 차까지 신경쓰면 얼마나 귀찮겠나.

깔끔한 거리, 너무 좋다. 밤에는 음악이 들려오는 거리이기도 하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 채소가게가 굉장히 발달한 것 같다.

발달이라고 해봤다 리어카에 각종 채소를 넣어놓은 것 뿐이겠지만,

어떤 이들은 들고 다니며 외치고,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나와서 구입을 한다.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인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사상교육"에 대한 내용이 많은 것 같다.

흡사 북한의 건물들에 적혀있는 팻말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쿠바인들에게 "혁명"이란 삶을 위한 큰 움직임이었음은 분명하겠지만,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고립되어 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체게바라의 사상과 이념을 계승하자"

 

 

 

 

 

 

저녁 식사시간! 옥상에 밥을 차려놨으니 올라오라고 하신다.

와우 오션뷰! 조금밖에 보이지 않지만 밥 먹으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문어요리는 낮에 먹어봤으니 당연히 맛있겠고,

바라코아의 특산물인 코코넛밀크를 넣은 생선은 우리 입맛에 안맞다.

다행이었던 것은 새우요리. 이건 정말 진리다. 너무너무 맛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새우볶음밥을 해먹었다. 냠냠

 

 

 

 

 

 

저녁식사를 마치고 옥상에서 잠깐 일몰을 감상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바라코아에 오는 길 부터 숙소 아저씨, 택시아저씨, 호텔의 쿠바아이까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오늘 하룻동안 많이 만나 가슴이 너무 따뜻하다.

왠지 모르게 포근한 마을이다.

 

 

 

 

하늘을 보니 아직까지 파란 하늘에 달이 하나 떠있다.

 

밤에 Casa de Trova 가서 놀려고 했는데,

장거리 이동을 해서 그런지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

길고 긴 트리니다드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산타 클라라로 떠난다.

 

왜 밑에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냐면,

비냘레스에서 산타클라라로 가는 교통편이 좋지도 않았을 뿐 더러

트리니다드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비아술은 아침 8시에 출발하여 12시간을 달리기 때문에 낮 이동은 괴롭다.

산티아고에서는 저녁 7시 반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 다음날 아침에 도착한다.

장거리 이동은 야간 이동이 가장 좋다. 숙박비도 아낄 겸.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박수오빠와 마음이 맞았던 것이

둘 다 산타클라라에서 1박을 체류하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산타클라라는 체 게바라의 도시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체 게바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념관과 장갑열차를 제외하면 그닥 볼 게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여기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너무 지겨울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트리니다드-산타클라라-산티아고로 이동하는 나름 기가막힌(?) 일정을 완성했다.

 

 

 

 

아침을 먹고 실컷 방에서 뒹굴다가 12시에 나왔다.

산타클라라는 트리니다드에서 2시간~2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곳인데

오후에도 많이 출발한다고 해서 우리도 이 시간대로 결정.

 

프랑스인 부부와 함께 이동했다.

산티 스피리투스를 거치지 않는 산길을 이동하니 훨씬 빠르게 간다.

가는 길에 잉헤니오스 계곡, 작은 마을들, 경치좋은 계곡 등을 볼 수 있다.

 

 

 

 

산타클라라가 다가옴을 느끼게 해주는 산-

입구부터 체 게바라의 기운이 막 느껴진다.

 

산타클라라에 도착했는데, 프랑스인 부부가 머무는 숙소에 먼저 데려다 준다고 한다.

택시기사가 어찌나 해메는지 숙소를 찾는데 거의 한시간이 걸렸다.

해결사는 역시 박수오빠. 맵스미의 지도로 길을 찾아서 겨우 찾아갔다.

 

 

 

 

비아술 터미널에 내려서 우선 짐을 맡기러 갔다.

가방 1개당 2쿡을 달라고 한다. 당연히 1쿡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금새 또 가격을 올린다.

아저씨한테 애교아닌 애교를 부리니 허허실실 웃으면서 1쿡만 달라고 하신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타클라라 산책에 나섰다.

 

쿠바에 오기 전에 내가 탈 교통수단을 쭉 적어왔는데 (난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는 것을 좋아한다.)

산타클라라에서는 꼭 말마차를 타리라 계획했었다.

 

그런데 비아술에서 체 게바라 기념관 쪽으로 가는 말마차는 사람이 참 안모인다.

원래 말마차는 구간 상관없이 합승택시 개념으로 1인당 2MN만 내면 되지만,

사람이 모이질 않으니 말마차꾼들이 안간다거나 가격을 높게 부른다.

더운 날씨에 괜히 고생하기가 싫어서 3명에 10MN를 내고 이동했다.

 

 

 

 

 

 

 

 

 

 

체 게바라 기념관에 도착했다.

땡볕도 이런 땡볕이 없는 느낌이다. 여기에 와서야 난 처음으로 쿨토시를 꺼냈다.

 

쿠바 화폐 중 3CUC에 그려진 동상이 바로 이 것이다.

 

 

 

 

한 쪽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곳이 짐 보관소.

가방을 주면 번호표를 주는데 그걸 가지고 있다가 되찾을 때 번호표를 돌려주면 된다.

기념관 안에는 아무 짐도 가지고 가지 못하니 반드시 미리 맡기고 갈 것.

 

아니면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러기엔 날씨가 너무 뜨겁다.

 

 

 

 

동상 뒷 편에는 체 게바라 기념관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서 오른쪽에는 박물관이, 왼쪽에는 혁명참전용사들의 추모관이 있다.

두 곳 모두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엄숙한 곳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는 체 게바라의 성장 과정부터 게릴라 활동 순간의 모습까지 다양한 기록과 물품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추모관에는 함께 했던 사람들의 부조와 꽃이 한쪽 벽에 기록되어 있다. 체의 시신도 여기에 보관되어 있다.

가운데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산타클라라 어땠어요?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분명 이 곳은 화려한 관광지이기 보다는 쿠바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상징적인 곳이다.

구경을 할거면 산타클라라가 볼 것 없는 시시한 도시가 될 것이고,

쿠바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뜻깊은 도시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쿠바 땅을 밟는다면 이 나라가 공산주의라는 것 말고 왜 그 체제를 유지하게 되었는지

한번 쯤 살펴보고 오는 것이 여행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체 게바라로 된 이유

우리가 소위 친구를 부를 때 하는 말인 "야", 아르헨티나에서는 같은 의미로 "체"라고 부른다.

에르네스토가 남미 여행을 할 때 친구를 부를 때 "체"라고 말했는데,

다른 남미 출신의 친구들은 이 어감이 너무 재미있었나 보다. 그 말투는 혁명군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 후 에르네스토를 부를 때 일부러 "체"라고 불렀는데 그게 애칭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그는 "체"라고 불리고 있다.

 

 

 

 

다시 말마차를 타고 중심가 쪽으로 왔다.

원래는 장갑열차 기념비로 바로 가려고 했지만, 멀다고 사람이 안모인다고 말마차가 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중심가로 가서 잠깐 둘러본 후 이동하기로 했다.

 

먼저, 뜨거운 햇빛에 온 몸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뭐 좀 마시고 이동하자고 해서 찾던 중 눈에 띄는 TU COLA를 구입했다.

평소 1캔을 사서 3명이서 나눠 먹었는데, 이 날은 특별히 박수오빠가 1인 1캔을 허용해줬다.

그 자리에서 다 마시고 빈 캔은 그 가게에 버리고 왔다. 시원하다!

 

 

 

 

산타클라라의 중심인 비달광장-

 

여기에 코펠리아가 있길래 고민도 안하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요구르트를 팔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정말 실망을 많이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니면 식사를 할 까 해서 돌아다녔는데 마땅한 식당도 없다.

한국인에게 유명한 모네다 식당은 점심은 끝났고, 저녁은 늦게 문을 연단다.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장갑열차 기념비 방향으로 걸었다.

보행자도로 거리인 인데펜덴시아 거리에는 식당, 카페 등등이 있었다.

하지만 메뉴판은 모두 관광객 용 CUC로 바꿔서 가져왔다는 것. 에휴

 

중간에 나타난 빵집에서 오늘 밤 버스에서 먹을 유용한 양식을 구입했다.

 

 

 

 

 

 

 

기념비에 도달하기 직전에 만난 아이스크림 가게!

Vaso de Helado 주문! 맛은 Mixto로!

 

초콜렛, 아몬드, 딸기맛 세개 다 주셨는데 정말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

지친 우리에게 이 가게는 한줄기 희망이었다.

 

 

 

 

 

장갑열차 기념비 앞에 있던 기찻길.

이 곳이 혁명이 거점이 된 장소이다.

 

 

 

 

 

 

 

 

 

 

 

 

독재자 바티스타에 맞선 혁명군은 피델 카스트로의 지휘아래 두 팀으로 나누어져 준비했다.

한 팀은 까밀로 시엔푸에고스가 이끌고, 나머지 한 팀은 체 게바라가 이끌었다.

겁먹은 바티스타는 혁명군을 처단하기 위해 대규모의 물자를 실은 기차를 정부군에 보냈는데,

이 산타클라라를 지나갈 때 혁명군이 이 기차를 덮쳤고,

혁명군의 승리가 확실시 되자 놀란 바티스타는 도미니카로 망명했다.

2일 뒤인 피델카스트로는 산티아고의 시청에서 쿠바 혁명의 성공을 선언했다.

 

이 장소에 기념비가 세워졌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심가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또 사먹었다.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초콜렛 맛을 2개로! 딸기는 입가심으로!

 

 

 

 

 

 

산타클라라 물 가격이 0.70쿡으로 정직하게 받길래 다 그런줄 알았더니

들어가는 식당마다 다 CUC이 적혀있는 다른 메뉴판을 내어온다.

바로 앞에 메뉴판이 있길래 잡으려니 이건 아니라며 또 가져간다.

 

질 좋은 CUC 식당이라면 그러려니하고 먹겠건만, MN음식을 쿡으로는 못내겠다.

 

돌아다니는 중 에어컨이 나오는 피자집을 발견했다.

꽤 규모도 크고 내부도 깨끗하고 테이블도 있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먹은 스파게티와 피자는 지금까지 먹은 길거리 음식보다 못하다는 거!

 

 

 

 

말마차를 타고 비아술로 가는 길-

3명이서 15MN 지불했다. 우리도 지치고 네고전문 박수오빠도 지쳐서 그냥 내기로 했다.

그런데 말차가 느려서 그런건지 정말 먼 거리인지 거의 20분 정도가 걸렸다.

 

아저씨가 말 고삐를 당기며 계속 "아뵤"이러길래 무슨 의미인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아뵤"라고 들리냐며, 말의 스페인어인 "까바요Caballo"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 정말 부끄럽다.. 까바요 하나를 제대로 못 듣다니.. ㅋㅋ

 

 

 

 

비아술 터미널에 도착했다.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타는 비아술이다.

역시 체 게바라의 도시답게 그의 얼굴이 그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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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에서는 총 4박 5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다.

 

쿠바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여유로웠던 일정같다.

다른 지역에서는 너무 피곤해서 계속 휴식시간을 가졌었는데

여기에서는 정말 할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휴식시간을 가졌다.

 

잠깐 마을에 갔다오고 쉬고, 비아술 갔다가 쉬고, 택시 예약잡고 쉬고,

그것도 그럴 것이 에어컨 밑이 가장 좋았었다.

 

 

 

 

 

 

얌루이스 까사에서는 아침식사가 정말 푸짐하게 나온다.

빵도 부드러운데다 햄과 치즈도 다른 곳 보다 질이 좋은 것을 쓴다.

마실 것도 커피, 차, 우유, 주스, 요구르트까지 5가지나 준다.

여기서의 아침식사는 평균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어느 날 식사를 마치고 마치막으로 요구르트를 마시려는데

박수오빠가 꿀로 요구르트 아트를 해줬다. 하트 귀엽다!

 

 

 

 

숙소 근처의 광장을 지나가며 봤던 건물인데 멀리서 봤을 때 문이 되게 특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에 와서 보니 그림이었다. 센스 넘치는 벽화(?)다.

 

 

 

 

 

 

 

 

 

 

 

 

 

 

트리니다드의 거리-

분주한 거리도, 굽어진 골목도, 오래된 도로. 500년이 된 도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또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집집마다 창살이 있다는 거다.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건지 범죄가 있는건지 단단한 창살이 자리잡고 있다.

지내보니 다른 곳에 비해 그다지 범죄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쿠바 모두 그렇지만)

조용한 도시의 모습에 약간의 옥의 티 처럼 느껴졌지만 이 것도 트리니다드의 일부이다.

 

야채가게를 지나가며 한 컷 찍었는데,

다른 가게들에 비해서 야채가게들은 전부다 요로코롬 아기자기하게 가게를 꾸며놨다.

 

 

 

 

어느 날 아침 집에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이 안되기 때문에 엄마한테는 메일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인터넷 사정도 녹록치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앞선 도시들에서는 줄이 너무 길어 엄두를 못냈었다.

(비냘레스에서 하면 됬었는데, 왜 내가 안했는지!)

 

그래서 집 근처의 전화국(ETECSA)로 달려갔다.

줄은 문 밖으로 서는데 역시 인파가 넘쳐난다. 땡볕에 기다려야 한다.

문열어주는 직원에게 전화하고 싶다고 하니 갑자기 들어오란다. 고맙고맙!

 

10쿡짜리 전화카드를 하나 사서 전화 부스에 들어갔다.

일단 카드부터 먼저 등록을 하고나서, 전화를 걸면된다.

 

엄마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부스안에서 울었다.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목소리다.

내가 메일을 안보내서 잘 도착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난 정말 나쁜 딸이다. 나혼자 너무 재밌게 놀고 있었다.

안부를 주고 받고 25일쯤에 전화하겠다고 하고 끊었다.

 

10쿡이나 냈는데 10분정도 통화가 가능했다. 그것도 휴대폰이 아닌 유선전화 통화인데도..

박수오빠 얘기로는 5쿡카드를 구입했는데 휴대폰으로 2~3분 정도 통화한 것 같다고 한다.

역시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 여기는.

 

카드에 그려진 사람들은 미국 감옥에 억류되어 있던 "쿠반파이브" 다섯명이다.

이들에 대한 설명을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에게 해줬었는데,

한국에 도착하니 이미 풀려나있었다. 타이밍 참ㅎㅎ

 

 

 

 

 

 

우리가 트리니다드에서 얼마나 할일이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

1~100까지 CUC와 CUP를 권종별로 모아봤다. 동전도 크기별로 모아봤다.

 

CUC와 CUP를 구분하는 방법은 굉장히 쉽다.

CUC에는 동상이 그려져있고, CUP에는 사람이 그려져있다.

하지만 막상 돈을 지불할 때는 헷갈려서 잘 못 낼 수 있다.

CUP를 주면 잘 못 줬다고 돈을 돌려 주지만 CUC는 잘 못 내면 돌려주지 않는다.

 

1 peso - Jose Marti

3 peso - Ernesto Guevarra (체 게바라)

5 peso - Antonio Maceo

10 peso - Maximo Gomez

20 peso - Camilo Cienfuegos

50 peso - Calixto Garcia

100 peso - Carlos Manuel de Cespedes

 

스페인으로 부터 독립을 할 때인 1차 혁명 때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이 중 체게바라와 시엔푸에고스만 바티스타에 맞섰던 2차 혁명의 인물이다.

 

 

 

 

길을 걷다 본 졸고있는 강아지. 한쪽 귀만 까맣다.

 

 

 

 

마요르 광장 근처 계단.

여기서 밤마다 Casa de la Musica 공연이 펼쳐진다.

밤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 곳이 낮에는 한산한 모습이다.

 

 

 

 

마요르 광장의 뒷편에 있던 로만티코 박물관.

 

 

 

 

 

 

 

 

 

 

 

 

트리니다드에는 마을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 2군데 있다.

그 중에서 조금 더 낫다고 하는 시립역사박물관으로 갔다. (Museo Histrico Municipal)

 

입장료는 2쿡. 사진찍으러면 3쿡.

외국인의 행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입장료 내라는 손짓에 2쿡은 지불했다.

사진은 위에 올라가면 관리인이 없기 때문에 전경은 마음대로 찍어도 된다.

건물 아래에는 옛날 물건들이 있는데, 지금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물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용한 마을의 전경을 보니 화려함은 없어도 정적인 분위기가 좋다.

아무것도 없어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기분은 좋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 보다 더 힘들다.

올라올 때는 길어서 올라왔다고 하면 내려갈 때는 발을 헛디딜까 정말 겁이 난다.

그래도 미로 같은게 재밌다. 더 걱정되는 건 삐그덕 거리는 계단이었지만.

 

 

 

 

 

 

 

 

 

 

앙꼰해변으로 가는 날-

박수오빠의 네고기술로 세명이서 5쿡에 택시를 잡았다.

15분 정도 바람을 맞으며 이동하니 바다가 나타난다.

 

앙꼰해변은 가기도 전에 안좋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도대체 얼마나 안좋은 걸까 싶었는데, 도착해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다의 색은 평범한 바다의 색이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해변에 떠내려온 해초들이었다.

해초가 너무 많아서 밟기도 뭣 했었는데, 한쪽에서는 해초를 걷어들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당장은 파도가 쳐서 괜찮겠지만 쌓이면 쌓일수록 썩는 냄새도 날건데, 참 걱정이다.

올해 칸쿤을 비롯한 카리브해들이 해초에 의한 피해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어쨋든 우리는 바로 직전에 갔던 바다가 비냘레스의 까요후티아스였기 때문에

에메랄드 바다에서 바로 여기로 뛰어들기에는 마음이 조금 내키질 않았다.

결국은 수영 포기. 우리가 감나무라고 부르는 나무 아래에서 수다의 꽃을 피웠다.

 

 

 

 

까사 델 라 무시카(Casa de la Musica)에 가는길에 만난 Happy Hour!

피냐콜라다, 모히또, 다이끼리를 1쿡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게 웬 횡재냐하고 피냐콜라다를 한잔 샀는데 정말 맛있다!

돌아가는 길에 또 한잔 사먹었다 키키

 

까사 델 라 무시카 안에서는 같은 칵테일이 3쿡이니 무조건 여기서 사서 들어갈 것!

 

 

 

 

 

 

주말에는 무료로 공연을 하더니, 평일이 되니 입장료를 1쿡 받는다.

이 전에 이틀동안 봤던 공연이 조금 실망스러웠던 게 있어서 이 날은 들어가질 않았다.

대신 이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했다.

 

그리고 한 때 계단에서 한 껏 편한 모습으로 자고 있던 강아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가와서 사진 찍었다. 사진속의 저 남자는 강아지를 찍겠다고 렌즈까지 바꿨다.

다른 개 한마리가 짖는 바람에 이 강아지도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무료입장일 때 갔던 Casa de la Musica 공연.

아프리카 풍의 음악과 쿠바 전통댄스, 남자 솔로 공연이 이어졌다.

 

여행객들이 계단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다.

BAR 소속의 직원들은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음료 주문을 받고 있다.

무대 앞에는 삐끼로 추정되는 쿠바 할아버지들이 외국 관광객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음악이나 구성이나 조금 실망스러운 건 공짜로 보는 내가 투정할 건 아니지만,

조금 흥이 더 났으면 좋았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실제도 다들 평이 안좋다)

 

사실 트리니다드라는 곳이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기대에 조금 못 미친 부분이 많았다.

괜히 여기에 시간을 많이 썼나 후회가 들기도 했었고.

하지만 내가 불만족했던 그 부분도 쿠바의 일부분이며 트리니다드이다.

분명 이런 정적인 시간이 있었으면 뒤에는 다이나믹한 일들이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내 맘속에 있던 트리니다드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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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다시 짐을 정리하고, 꿀맛 같은 아침식사를 했다.

 

시엔푸에고스 까사의 가족들이 너무 친절해서 좋았었다.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식사를 하는 내내 옆에서 말을 건다.

도시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오히려 현지인과 이야기를 많이 할 기회가 없었는데 관심이 참 고마웠다.

 

 

 

 

아침 9시에 트리니다드로 가는 택시가 오기로 했는데 20분이 지나도 오질 않는다.

어제 택시기사에게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출발했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이윽고 택시가 도착했다.

3일 동안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가족들과 이별 인사를 했다.

짐은 초록색의 올드카 지붕 위에 올렸다.

 

하늘색 옷을 입은 우리 택시 삐끼가 잘 생겼다고 한마디 했다가

나의 '남자보는' 눈낮음이 들통났다. 잘 생겼던데 왜 그러징~~ 키키

 

택시의 트렁크 같이 보이는 뒷 좌석에는 이미 4명이 타고 있었고

우리는 그 앞자리에 3명이, 나중에 앞에 2명이 더 타서 총 9명이서 타고 갔다.

우리야 자리가 넓어서 괜찮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불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저런 차에 9명이 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다.

 

 

 

 

시엔푸에고스에서 트리니다드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이는 풍경들도 상당히 멋있었지만

해변도로를 따라 갔기 때문에 바다에서 부터 불어오는 바람도 굉장히 시원했다.

 

트리니다드에 대해 들은 이야기라면 오래된 도시의 모습,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동안 중남미의 여러 국가를 다니다보니 상상이 가는 곳이 있었다.

사실 비슷한 문화권이기 때문에 오래된 도시의 모습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마 트리니다드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난 이 도시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고 있질 않았는데 박수오빠가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한 모습이었다.

(내가 쿠바에 대해 기대했던 곳은 - 비냘레스와 까마구에이.. 까마구에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으면서 헤헤)

 

실제로 본 트리니다드는 내 상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생각했던 그 모습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도시가 못났다는 건 아니다.

트리니다드가 아름다운 도시임에는 틀림 없다.

 

원래 투숙하고자 했던 곳은 많은 한국/일본 여행자들이 찾는 "El Chef"였는데,

찾아가니 이미 만실이라고 한다. 오려면 꼭 예약을 하고 오라고 한다.

아, 트리니다드에 온 이유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한거였는데 뭔가 엇나가는 듯하다.

쉐프 아저씨께서 다른 집 3군데를 보여주셨는데 같은 가격에 시설은 천차만별이다.

찌는 듯한 날씨 속에 둘러본 결과 우리는 박수오빠의 네고(?) 성공과 함께 Yamluis 까사를 선택했다.

 

** 내가 머물렀던 트리니다드 까사 (추천은 아니지만 참고..)

 

"Lamluis" Yamilet y Luis Miguel

주소 : Camilo Cienfuegos #182, e/ Jose Marti y Miguel Calzada, Trinidad

전화 : (+53) 0141-994838

휴대폰 : (+53) 52743468

이메일 : yamluis182@gmail.com

 

장점 : 시설이 쿠바에서 지낸 곳 중 가장 좋다. 욕조있음, 어메니티(샴푸, 바스, 휴지, 드라이기 등) 있음.

         주인인 Yamilet 아줌마가 호텔 프론트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영어가 유창하다.

         한국의 방에서 많이 쓰는 벽걸이 에어컨이라 소음이 없다. 실외기가 옥상에 있다. (쿠바에서 유일했던 듯)

단점 : 중심가인 광장에서 멀다. "El Chef"도 똑같이 멀다. 광장에서 800~900 미터 정도 된다.

 

트리니다드는 4박이나 머물렀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풀렸었다. 할게 없기도 했었고 헤헤

그래서 블로그 기록은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정리를 해볼 생각이다.

 

 

 

 

 

 

 

 

 

 

 

 

 

 

트리니다드의 마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은 단연 올드카이다.

오래된 골목의 모습과 거기를 누비고 다니는 올드카는 정말 잘 어울린다.

화려한 트리니다드의 모습을 완성한다.

 

표지판에서 자주 봤던 그 경운기.

건물안에 있어도 창넘어 들려오는 쾅쾅대는 소리를 들으면

경운기가 지나가는 갑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기 죽지 않는 KI*의 모닝!

쿠바에서 사랑받고 있는 차종 중 하나인 것 같다. 쿠바 전역을 다니고 있다.

 

 

 

 

 

 

 

 

 

 

 

 

 

아침과 저녁식사는 숙소에서 먹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점심만 해결하면 됬었는데,

쿠바에 먹을 것이 많이 없다는 게 함정이다.

사실 돈만내면 뭐든 먹을 수 있었지만 우리는 돈을 안쓸려고 했으니 결과는 당연하다.

 

게다가 우리는 CUC가 아닌 CUP(모네다) 거래에 맛이 들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더 좁아졌다.

때로는 1MN짜리 빵을 먹기도 하고. 아침식사로 나오는 빵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프니 사먹었다.

(물론 낱개로 샀기 때문에 1MN도 비싸게 준 것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은 길거리에서 파는 MN 거래가 가능한 피자다.

시엔푸에고스보다 여기가 피자 종류가 더 많았다. 내가 가장 많이 먹는 양파가 듬뿍 들어간 Cebolla 피자.

나름 우리들의 단골(?)이라 부르던 피자집은 피자가 쭈~욱 늘어난다는 매력이 있었다.

트리니다드에서만 4군데 정도의 피자집에 간 것 같다.

 

MN를 CUC으로 뻥튀기 하는 가게가 너무 많았던 트리니다드.

코펠리아에서도 3MN 아이스크림을 3CUC에 판다. 하아.. 입시름하기 힘든데.

그 때 길에서 만난 정말 민폐같은 아저씨가 안내해 준 아이스크림집은 그냥 사랑이었다.

부드럽고 맛있고 아저씨도 너무 친절하다.

1스쿱에 2MN, 3스쿱에 6MN.

 

 

 

 

 

 

트리니다드 식 칵테일인 깐찬차라 (Canchanchara, 1잔에 3쿡).

럼주에 레몬과 꿀을 섞어 주는 칵테일로 저렇게 예쁘고 동그란 잔에 담아준다.

달달하고 시원한 맛이 참 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맛인듯ㅎㅎ

 

여기서 노래 공연이 있다고 해서 몇시부터 시작하냐고 물어보니 금방 한다고 한다.

자리에 앉아 잠깐 딴짓을 하고 있으니 바로 노래를 불러준다.

 

두 곡이 끝나더니 금새 팁을 거두러 다닌다. 별로 듣지도 않은 것 같은데.

팁을 주려고 주섬주섬 거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한테 가지도 않고 바로 나한테 와서 CD를 사라고 한다.

나는 CD플레이어가 없으니 팁을 주겠다고 하니, 니가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으니 CD를 사라고 한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아무리 돈을 벌고 싶어도 이런 억지스러운 소리를 하다니.

옆에서 박수오빠가 10MN를 주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10?"이라고 한다.

대단한 박수오빠, 그것도 받기 싫냐며 10MN를 다시 가져간다.

 

이들의 수입이 팁이라는 건 알고있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까지도 얼마나 고생했을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봉이라는 생각은 이들도 잘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얻은 만큼의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싶었다.

 

물론 노동의 댓가를 금액적으로 계산하는 것도 옳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노래 2곡으로 받는 팁 1~10쿡이

힘들게 일하고 월급으로 10쿡씩 받아가는 쿠바 노동자 만큼의 가치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트리니다드 골목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갤러리 & 기념품들.

예쁘게 수놓은 하얀천, 나무로 만든 조각인형들, 화려한 그림들 구경거리가 참 많다.

 

※ 뜨개질 & 하얀천들은 트리니다드에서만 볼 수 있는 기념품 같고,

조각인형, 그림 등등은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으니 짐이 많은 여행자라면 고민해 볼 것.

특히 아바나에 있는 San Jose 기념품 시장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마요르광장 한켠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들-

시가를 물고 있는 모습이 정말 분위기 있다.

 

박수오빠가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자 선뜻 찍으라고 하신다.

할아버지들이 류씨언니보고 같이 찍자고 해서 찍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들이 1쿡 달라고 하신다. 하하

 

입에서 뗀 할아버지들의 시가는 끝에 이쑤시개같은 나무가 꽂혀있었고

누가봐도 시가를 피우려고 문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혀주기 위해 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를 지나쳐 오는데 당나귀 한마리가 보인다.

그냥 스치면서 의미없이 사진을 찍었는데, 역시나 1쿡을 달라고 하신다.

알고보니 아까 광장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들과 친구였다. 다음날에는 광장에 함께 자리잡고 계셨다.

 

우리가 쿠바를 여행하면서 장난으로 1쿡 1쿡이라고 많이 부르고 다녔는데,

그 이유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곳에서는 뭐든지 그에 대한 댓가로 1쿡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트리니다드가 유독 심한편이기는 했지만 여기 할아버지들도 마찬가지고,

그냥 건물만 찍어도 1쿡을 달라거나 버스에 짐을 실어주는 아저씨들도 그렇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1쿡을 요구했다.

 

그들의 직업이니 댓가는 있어야 하는게 맞지만, 뭐지 이 찜찜함은-

 

내가 느낀 찜찜함에 대한 해답은 나중에 까마구에이에서 해결하게 된다.

정답은 아니지만 한달 동안 쿠바를 다니면서 나만의 답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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