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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달 동안의 쿠바 - 비냘레스 (까요 후티아스 해변) 2015.06.18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은 해변 갈 준비에 몰두했다.

 

사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에게 고마웠었다.

까요 후티아스(Cayo Jutias) 해변이 예쁘다는 얘기를 듣고 꼭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사실 해변이라는 것이 혼자가면 재미도 없는데다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 

 

원래 길어야 2박이라고 생각했던 비냘레스에서, 함께 바다에 가자고 해서 3박으로 늘어난 것이었다.

여행 중에 원하지 않는 일정을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렇게 결정해 준 오빠와 언니가 너무 고마웠다.

 

전 날 미리 얼려두었던 스프라이트, 얼음물, 비타민워터,

그리고 해변에서 손과 몸을 간단하게 씻을 수 있는 물을 페트병에 담아 준비했다.

 

 

 

 

 

 

우리 택시기사인 호르헤가 왔고, 차를 타고 해변 쪽으로 이동했다.

 

까요 후티아스는 비냘레스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인데 자유롭게 놀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비슷한 분위기의 해변이 옆에도 있는데 까요 레비사스. 여긴 호텔도 있어서 조금 더 고급스런 분위기라고 한다.

당일치기로 가기에는 까요 후티아스가 조금 더 가깝고 편하다고 한다.

 

가던 길에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어떤 꼬마에게 간다.

그 앞에 철로 된 양동이가 있었는데 그걸 들고와서 앞 좌석에 쏟아 붇는다.

엄청나게 많은 망고. 총 37개가 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다 합쳐서 1쿡이라고 한다. 현지인의 힘은 위대하다.

 

 

 

 

 

 

 

이동하던 중 야자수 나무에 코코넛이 많이 매달려 있다.

저거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또 차를 세운다.

 

그러더니 커다란 칼을 떠내들고는 나무 위의 코코넛을 딴다.

구멍을 낸 후 차에 있던 빨대를 들고오더니 꽂아서 준다.

내츄럴 코코넛이다. 재밌는 경험이다.

 

 

 

 

어제 첫 만남부터 호르헤가 나한테 심하게 들이댔다.

동양인이라 신기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짝이 있는 언니보다는 내가 접근하기 쉬워서였을 것이다.

어제도 계속 손 잡으려고 하고 안으려고 하고.. 암튼 스킨십이 너무 심해서 좀 짜증이 난 상태였는데,

오늘은 꽃을 꺾어다 준다. 나팔꽃ㅎ

 

  

 

 

 

 

 

 

류씨언니가 물어본다. 지금까지 본 바다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사실 한국의 바다와 같은 색깔 말고 에메랄드 빛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칸쿤이 유일했다.

칸쿤이 제일 좋았어요~라고 말은 했지만 딱히 댈 곳도 없었다.

 

그런데 까요 후티아스에 도착 후 해변가로 들어가면서 부터

이 곳이 내가 본 바다 중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 되었다.

 

에메랄드 빛 해변도 정말 아름다웠지만 말라죽은 가지들이 널려있는 것이 정말 특색이 있는 곳이었다.

수영한다고 아이폰만 들고 다녔더니 사진이 좀 많이 아쉽긴 하다.

 

 

 

 

호르헤가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별로라며,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예쁜 해변이 있다고 했다.

물도 깨끗하고 사람도 없어서 수영하기에 더 좋다고 한다.

 

가는 길은 멀고 태양은 너무 강렬하다. 이렇게 40분 정도를 걸었던 것 같다.

 

 

 

 

 

 

 

 

 

 

 

 

가는 길에 뭔가를 발견했나 보다. 자세히 보니 조개, 소라껍질 같은 곳에 게가 들어가있다.

그리고 오른손 집게만 커다란 게도 있다.

 

호르헤가 준 나팔꽃이 수명을 다 해간다. 쭈글쭈글 해지더니 축 처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버릴까하다가.. 그래도 성의를 봐서 지나가던 나무에 꽂아두었다.

귀신같은 것, 나중에 오는 길에 저걸 발견하고는 자기 사랑을 버렸다며 뭐라한다.

 

 

 

 

드디어 호르헤가 말한 곳에 도착했다. 풀 숲에 들어가서 나뭇가지와 풀잎을 계속 주워온다.

뭘 하나 싶었더니 집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 자리에서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 낸다. 

 

집을 완성한 후에 짐을 넣어두고 우리는 수영 삼매경에 빠지기로 했다.

박수오빠 & 류씨언니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노클링도 해봤다. 물고기가 없다는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물놀이 하고 있으니 너무 시원하다.

 

1차로 수영을 끝내고 나왔는데 아 호르헤 너무 귀찮다.

나한테 자꾸 이상한 짓 하려고 해. 그때부터 우리는 호로시키라고 불렀다.

 

 

 

 

 

 

 

 

바다가 너무 예뻐서 아이폰으로만 찍을 수가 없다.

사실 물에 들어갈까봐, 소금기가 생길까봐, 흙에 묻을까봐 카메라를 고이고이 싸놓았었는데

그냥 넘어가는 건 이 바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물이 정말 맑고 예쁘다. 이건 정말 에메랄드 바다였다.

 

 

 

 

 

 

 

 

잠시 후에 앞에서 지나쳤던 해변으로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도 좋았지만, 앞에 스쳤던 해변이 더 좋아 보여서.

무엇보다도 풀과 나무가 있어서 쉴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지나가던 길에 물고기를 잡은 아저씨와 마주쳤다. 정말 많이 잡았어!

생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던 바다였는데 어디서 저렇게 잡은건지 신기하다.

 

 

 

 

 

 

우리가 맘에 들어했던 해변. 정말 예쁘다-

수심도 낮아서 저만치 들어가도 빠질 위험이 전혀 없다. 눈이 호강한다.

 

 

 

 

호르헤가 나에게 남긴 메세지이다.

조깨껍질로 하트를 만들고 그 밑에 하트를 그려놓고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내가 싫어라고 하니 그 새 하트에 긴 줄을 그어버린다. 단념하라구.

나 기분 엄청 좋은데 너 땜에 망치게 생겼어!

 

이 후에도 계속 들이대길래 딱 잘라서 말하니 그 때부터는 자기도 마음 상했는지 반응이 없다.

 

이런 나의 상황을 알고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있는 힘껏 나랑 놀아준다.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왜 기분이 나빠야 하는건지~~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호로시키!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 해변에서 나왔다. 여길 떠나려니 너무 아쉽다.

이렇게 특별한 바다를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든다.

 

 

 

 

 

 

돌아가는 길에 호르헤가 다시 한 번 길에 차를 세운다.

사탕수수 주스(Guarapo)와 도너츠를 사준다 우리에게ㅋㅋ

 

사탕수수 주스는 여기서 처음 먹어봤는데, 달콤한 것이 딱 내 취향이다.

너무 맛있고 시원하다. 여기 서서 그대로 원샷했다!

 

달리던 차는 숙소에 도착을 했고, 호르헤와도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하던 차에도 계속 내 손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너와 난 여기까지야~

진심은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습관적으로 이런 것 같은데 다른 여행자에게는 이런 불편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호르헤 덕분에 더 멋진 해변에 갈 수 있었고, 새로운 경험도 해봤던 건 사실이다.

그건 정말 너무 고마웠다. 우리 계산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팁 줬다^^

 

 

 

 

 

 

오늘 저녁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랍스터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빨갛게 양념을 해서 주신다.

먹어보니 완전 한국식 양념이다. 한국이었으면 고추장으로 만든 줄 알겠다.

이 양념으로 밥도 볶아 주셨는데 마지막 날 식사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비냘레스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다음 날 아침 시엔푸에고스로 떠나기 전에 가족들과 사진을 찍었다.

띠따 어머니, 마리아 딸, 그리고 아들.

 

세분 다 너무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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