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데로에서의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내가 예정했었던 쿠바에서의 마지막 도시가 바로 바라데로 였다.

오늘 아바나로 이동하니 이제 더이상 장거리 이동은 없다.

 

여행의 막바지라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

 

 

 

 

오늘도 역시 푸짐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이번 여행에서 먹는 마지막 만찬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천천히 다 먹었다.

이유는 아바나의 아침식사는 당연히 부실할거고 캐나다에서는 아침을 안먹을거니까.

 

 

 

 

 

 

 

 

그냥 가기에는 아쉬우니깐 바다를 한번 더 보고 가자고 했다.

 

바라데로 센트로는 굉장히 깨끗하고 잘 정돈이 되어 잇따.

기념품 거리도 잠깐 걸어보기도 하고. 살게 별로 없긴 하다.

다른 곳과 다르게 관광객들이 타는 말마차가 많다.

 

 

 

 

 

 

 

 

 

 

 

 

바다가 꼭 하늘을 닮았다.

물이 너무 예뻐서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를 모르겠다.

 

 

 

 

 

 

해가 나타났다가 숨었다가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구름이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있다.

구름에 가리면 또다시 어두워지고, 해가 나타나면 눈이 부실정도로 예쁜 바다가 나타난다.

 

놀기에는 어제 우리가 놀았던 날씨가 딱이었던 것 같다.

역시 우리는 운이 좋아!

 

 

 

 

 

 

한창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20명쯤 되는 남자들 한 무리가 막 달려오더니 깊숙히 계속 들어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운동부였던 것 같은데 정말 먼 거리를 헤엄쳐갔다.

 

이렇게 바다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다른 지역들과 다르게 택시삐끼가 없어서 일단 걸어가보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를 몰라 비아술 쪽으로 가보자고 해서 걸어가던 중

택시기사들과 흥정을 했는데 보통 70~90쿡 정도를 부른다.

차마 그 가격으로 갈 수는 없기에 그냥 계속 터미널 쪽으로 걸어갔다.

 

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다행이 버스는 있다.

택시타는 곳을 아냐고 경서오빠가 한 남자에게 물었더니 안다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다.

우리가 바꾸나야구아 전망대에도 잠깐 들렀으면 좋겠다고 하니

"피냐콜라다 먹을려고 가지?"라고 말한다. 귀찮아서 그냥 "응"이라고 대답했다.

 

조금 있으니 택시기사를 데리고 오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아바나까지 30쿡이라고 한다.

이게 왠 횡재냐며 바로 OK를 했다.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해서 택시로 가니 완전 좋은 차다.

경서오빠랑 나랑 여행 마지막에 운이 터진다며 얘기를 하고나서는 너무 좋아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가는 길에 아저씨가 점심을 먹을건데 샌드위치 먹을거냐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했더니 먹고오겠다며 잠깐 차를 세웠다. 아저씨가 우리 샌드위치를 사오셨다.

어머, 너무 감사해요! 이거 그냥 햄이 아니라 칠면조라며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한다.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바꾸나야구아 전망대에 들리고 싶다고 다시 얘기를 하니

"피냐콜라다 먹을려고 가지?"라고 말한다. 응? 여기 피냐콜라다가 유명한가봐!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갔다.

오늘 날씨 정말 좋다!

 

 

 

 

 

 

Mirador de Bacunayagua.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꾸나야구아의 모습-

1959년에 세워진 높이 110m의 쿠바에서 가장 높은 다리이다.

유무리 분지를 가로질러 세운 다리로 마탄사스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기도 하다.

 

옆으로 보이는 유무리 분지도 너무 아름답다.

 

 

 

 

전망대 BAR에는 이렇게 파인애플이 쭉- 놓여있는데 알고보면 속이 빈 껍데기이다.

 

피냐콜라다를 주문했더니 그 자리에서 파인애플과 아주 약간의 럼을 넣고 갈아준다.

그리고는 저 파인애플의 두껑을 열고 맛있게 만든 피냐콜라다를 붓는다.

다시 두껑을 덮은 후 한쪽에 나 있는 구멍에 빨대를 꽂으면 완성된다.

 

럼의 진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옆에 마련되어 있는 Havana Club을 더 넣으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피냐콜라다는 이 곳의 명물이 되었다.

 

 

 

 

1잔에 5쿡으로 저렴하진 않다.

우리가 아바나까지 가는 택시비가 올 때 10쿡, 갈 때 15쿡이니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우리 기사아저씨도 마시라고 하니 안 마신다고 한다. 아마 아저씨더러 돈을 내라고 이해를 한 것 같다.

경서오빠가 그게 아니라며 하나를 주문해서 드리니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우리는 땡볕에 있는 테이블에서 피냐콜라다를 마셨다.

아주 더웠지만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하하호호 흡입했다.

 

 

 

 

돌아가기 전에 아이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

 

 

 

 

와 여기 주차장에 소나타가 주차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한 새 차다. 너무 너무 신기하당!

 

 

 

 

드디어 아바나에 도착했다.

우리 숙소에는 지난밤 함께 했었던 그 뉴페이스 분이 마침 계셨는데..

통성명을 하지 않아서 성함을 아무래도 모르겠다. 아무튼 트리니다드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맛있는 중국집이 있다고 해서 같이 저녁을 먹고 말레꼰으로 가기로 했다.

빨간색 분위기의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 유명하다고 해서 지난번에 내가 갔던 가게인 것 같아 앞장을 섰다.

그 집으로 잘 찾아갔는데 우리는 식당이 아니라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무슨 소리인지.. 분명 여기서 밥을 먹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중국 무예같은 수업을 하고 있다.

식당을 그만두고 이런 교습소(?)로 바꾼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찾아갔더니 뉴페이스 분이 얘기했던 그 식당이 나왔다. 헤헤

 

 

 

 

여기가 아바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다른 집과 다르게 요리사가 중국인이라 맛이 더 뛰어 나다고 한다.

 

 

 

 

 

 

 

 

볶음면요리 하나와 국물요리 하나, 그리고 탕수육을 주문했다.

 

볶음면요리는 간은 굉장히 좋았으나 역시 재료의 부실함으로 면이 찰지지 못하다.

국물요리 역시 시원한 맛이 끝내주었지만 면이 문제였다.

쿠바는 정부에서 발 벗고 음식재료의 업그레이드에 앞장 서야 한다.

탕수육은 고기도 맛있고 새콤달콤 소스로 기가막히다!

 

수다를 떨면서 먹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갔고 이대로면 일몰시간에 못 맞출 것 같았다.

서둘러 말레꼰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다.

 

 

 

 

걸어가는 도중에 이미 해는 지고 있었고 하늘은 더욱더 어둑어둑 해졌다.

말레꼰을 두고 길만 건너면 되는데 이미 해는 반쯤 저물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길도 건너지 않고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길을 건너서 방파제에 앉으니 이미 해는 사라지고 없다.

오늘은 구름도 거의 없어서 붉은 빛도 거의 나타나질 않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은 계속되었고 우리는 말레꼰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뭐니뭐니해도 아바나는 말레꼰이 최고다.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는 왠지 아쉬워서 어디로갈까 얘기를 하다가

비에하 광장에 있는 맥주집에 못 가봤다는 남성 두분의 고백에 따라 우리는 맥주집으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 2쿡에 협상을 하고 슝~

 

 

 

 

 

 

Factoria Plaza Vieja

가격면에서나 양 면에서나 1잔씩 먹는게 훨씬 이득이었지만,

마침 인원도 세명이고 하니 큰 기둥에 나오는 맥주를 주문했다.

 

첫 잔을 직원이 따라 주었는데 한잔 가득 담아도 거품이 꺼지니 어처구니 없는 양으로 변한다.

그런데 우리 분명히 흑맥주를 시킨 것 같은데 색깔이 맑다. Oscuro 맥주가 나온거다.

얘기하려다가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맛있어서 그냥 먹기로 했다.

 

고소한 땅콩과 함께 한사람 당 2잔씩 마시니 맥주가 끝났다.

기분좋게 수다를 떨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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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믿을 수 없을 만큼 구름 한 점 없다.

 

어제 도착 하자마자 주인 아저씨한테 태풍이 언제 지나가냐고 물었더니

이미 어제 지나갔다면서 이제 비가 안온다고. 전기만 들어오면 된다고 했었다.

그 말이 정말인 듯 태풍은 정말 물러간 것 같았다.

 

덕분에 '내가 가면 날씨가 좋다'라고 뻥쳤던 나의 말에 신뢰가 쌓였다.

 

 

 

 

아침식사는 푸짐하다.

우리가 어제 저녁에 들이닥친터라 아저씨도 재료를 얼마나 구할지 모르겠다고 반신반의했었는데

다행히 과일도 나오고 부드러운 빵, 계란까지 준비되었다.

여기 사진 위의 것이 1인분 아침식사이다.

 

서둘러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해변으로 향했다.

까사에서 해변까지는 길을 건너서 풀숲으로 들어가면 된다. 약 100미터 정도 거리이다.

 

 

 

 

 

 

 

 

 

 

여기가 바라데로의 해변이다!

 

물이 정말 맑고 예쁘다. 정말 에메랄드 빛의 바다이다.

너무 신이나서 물로 뛰어들어서 혼자 계속 첨벙첨벙 대어본다.

뜨거운 햇볕에 비치는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다.

 

먼저 다녀온 박수오빠가 생각보다 물이 별로 였다고 해서 어쩐일이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오빠가 갔던 그 때는 태풍이 왔을 때라서 바닷물에 모래도 많이 섞인데다가

햇볕도 별로 없어서 시종일관 물 색깔이 칙칙했던 거였다.

 

 

 

 

한 쪽에 선베드를 대여해주고 있어서 찾아갔더니 의자 1개당 2쿡이라고 한다.

2개를 빌려서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누워서 신선놀음을 하기로 했다.

 

 

 

 

누워있는 동안 경서오빠가 사다준 크리스탈과 모히또-

바라데로의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느낌이란!

안그래도 시원한데 정말 맛도 짜릿하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너무 더워서 그대로 바다로 뛰어 들었다.

아무리 들어가도 깊이가 가슴위를 넘지를 않는다. 한 30미터 정도를 들어가니 그제서야 물이 찬다.

목아래까지 오는 물 깊이에도 얼마나 물이 맑은지 내 발이 다 보인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서 파도도 알맞게 쳐준다.

그냥 바닷물에 내 몸을 맡기니 저 앞으로 밀려났다가 들어왔다가 한다.

정말 놀기 좋은 바닷가다.

 

벌써부터 이런 곳에서 놀다가 한국의 바닷가에서 어떻게 놀지가 걱정이 된다.

이런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한다.

 

11시쯤 나와서 오후 4시 정도까지 놀았으니 정말 실컷 놀았다.

저 쪽 한편에서 먹구름이 보이길래 비가 올 것 같다며 자리를 접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한 다음에 밖으로 나오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경서오빠가 비가 안그치면 어떡하냐며 밥을 사오겠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을 봤더니 저 멀리는 햇볕이 들고 있다. 그래서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한 30분 정도 비가 더 내리더니 그치기 시작했다.

기다렸던게 다행이었다. 다시 해가 들었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식당을 좀 찾아봤는데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어제 갔었던 그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다시 찾아갔다.

어제와 다른 돼지고기 메뉴를 주문했는데 역시나 너무 맛있다.

쿠반소스라고 해서 그냥 시켜봤는데 짭조롬한게 딱 내 입맛이다.

 

근처를 조금 둘러보니 호수 공원같은게 나온다.

이쪽으로 오니 그나마 레스토랑들이 나오는데 이미 저녁을 먹어버려서 웃으면서 패스를 했다.

산책을 하다가 지금 쯤 일몰이 시작될 것 같아서 다시 해변으로 향했다.

 

 

 

 

 

 

 

 

황금빛 태양아래에 아름다운 석양이 펼쳐졌다.

 

일몰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되새겨 본다.

너무 아름다운 바다를 보게되어 행복했다. 내가 바라본 바라데로는 천국같았다.

언제 다시 이 바다를 볼지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뒤를 돌아보니 정적인 모래사장이 보인다.

 

 

 

 

해변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방역차가 지나간다.

추억의 방역차, 느낌이 새롭다.

 

 

 

 

 

 

바로 까사로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조금 걷기로 했다.

바라데로는 길쭉하게 반도모양을 하고 있어서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데 그 사이가 3~4블럭 정도로 매우 좁다.

그래서 가로질러서 반대쪽 바다로 가보기로 했다.

 

쌩쌩달리는 도로를 건너 바다를 바라본다.

삼발이(테트라포트)가 우리나라보다 작고 많이 낡아있다.

 

 

 

 

숙소로 오는 길에 굉장히 큰 쇼핑몰이 있다.

쇼핑몰 안을 구경하니 마트와 옷가게, 오락실, 카페 등 없는게 없다.

 

그 중 우리의 눈길을 끌었던 건 볼링장이다.

쿠바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볼링장인데 시설도 굉장히 깨끗하다.

저녁시간인데도 볼링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의 끝은 역시 맥주다.

방 앞에 있는 의자에서 음악을 들으며 수다의 꽃을 피웠다.

태풍이 오지 않아 너무 행복했고 아무것도 안하고 제대로 쉴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멋진 대화의 파트너가 되어준 경서오빠가 있어 너무 즐겁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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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멕시코로 떠나는 날이다.

무려 28일 동안을 함께 했다. 그러면서 나는 국제적인 민폐녀가 되긴 했지만.

혼자서 다닐거라고 생각한 쿠바에서 함께 할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나에게 축복이다.

올해부터 귀인이 계속해서 나타날거라고 하더니 분명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나에게 귀인이었을 것이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한국으로 보낼 작은 짐을 나에게 전해주고 남은 페소들도 모두 주었다.

박수오빠 덕분에 마지막까지 부자가 되었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 물 한병을 사려고 했는데

물 구하기가 힘든 쿠바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힘겨운 일정을 보냈다.

 

카피톨리오 뒤쪽을 보고 맨 오른쪽으로 가면 콜렉티보가 많이 서 있는데

여기로 가면 저렴한 가격으로 공항에 갈 수 있다. 보톤 6~7쿡 정도라고 한다.

박수오빠가 탄 택시는 7쿡, 평소의 오빠였으면 어떻게든 6쿡으로 깎았을 것 같은데

마지막 협상이라 그런지 7쿡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떠나는 박수오빠와 류씨언니-

두분 계속 즐거운 여행하세요! 장기여행에 건강은 필수구요!

 

손을 흔들고 떠났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된 기분이 든다. 숙소로 떠벅 떠벅 걸어갔다.

 

난 혼자가 아니다. 오늘 경서오빠와 함께 바라데로로 떠나기로 했다.

내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꾸브레(Cubre) 역으로 가면 바라데로로 가는 택시가 있다고 했다.

비아술이 10쿡이니 거기까지 가는 택시비까지 합하면 그냥 택시를 타고 바라데로까지 가는게 더 나았다.

그래서 경서오빠를 부르러 이오바나 아주머니네 집으로 찾아갔다. (경서오빠 방은 메인 하우스에 있다)

아주머니는 날씨가 안좋고 태풍이 몰려와서 바라데로에 가도 바다를 제대로 못 볼거라고 한다.

더욱 힘든건 태풍 때문에 바라데로에 전기가 안 들어와서 생활이 불편하다는 거다.

그러면서 산타마리아 해변도 바라데로와 똑같이 생겼다며 계속 남아있으라고 한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록 아주머니가 우리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최근 한국 손님들을 받으며 경제적인 상황이 굉장히 좋아진 편이다.

그런데 이번주 들어 한 두명씩 계속 떠나고 있으니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하늘은 파랗다. 과연 바라데로도 여기처럼 파란색깔일 것일까.

경서오빠와 함께 바라데로에 갈지 말지를 한참 고민하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가면 날씨도 좋을거예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며 경서오빠를 꼬셨다.

일단 떠나기 전에 801호로 내려가서 너무 즐거운 추억을 준 누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비시택시를 타고 2쿡에 기차역 뒤에 있는 꾸브레역으로 갔다.

내리자마자 행선지를 부르는 삐기들이 모여든다.

우리가 가는 바라데로는 '마탄사스' 위에 있으니 마탄사스 행 택시로 향했다.

 

정원은 4명인데 현재 모객은 1명, 우리까지 3명이다.

원래는 1인당 10쿡인데 현재 3명밖에 없으니 우리더러 15쿡씩을 내라고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우리가 10쿡인거 안다고 못 낸다고 했더니

15쿡을 내면 바로 출발이고, 10쿡이면 1명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기다리자고 하니 이내 시무룩해진다. 다행인건 바로 1명이 추가되었다.

 

바라데로까지는 3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가는 길에 바꾸나야구아 전망대에 들리려고 했는데 내가 잠시 잊어버리는 탓에 지나쳐버렸다.

이런.. 나는 가는 길은 택시를 타고 가고, 돌아 올 때는 마탄사스에서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바보같이 여기 전망대를 놓치는 바람에 올 때 기차를 탈 것인지 전망대를 볼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다.

방심이 이 상황을 만들었다.

 

 

 

 

 

 

가는 길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우리가 탄 택시는 멀쩡해 보였지만 창문이 올라가지 않았고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덕분에 차 안에 있었음에도 옷이 홀딱 젖었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길을 위험하게도 열심히 달렸다.

 

바라데로에 도착을 하니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원했던 바다가 보이는 숙소는 이미 다 차서 들어갈 수가 없다.

몇군데 까사를 들렀지만 비싸기만 하고 마음에 차질 않는다.

2~3시 정도에 도착을 한 것 같은데 5시가 넘도록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배가 고파서 길에 보이는 햄버거 가게로 갔더니 전기가 없어서 음식을 못한다고 했다.

설상가상인 시간이 이어지고, 바다나 보자 싶어 해변으로 가니 에메랄드 빛 해변 위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그렇지만 이 어둠 속에서도 바다 하나는 끝내주게 예쁘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곳은 다니엘이 추천해 준 까사였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 아니라서 안가려고 했는데 지쳐서 더 찾기가 힘들었다.

까사로 들어가니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정말 반갑게 맞이해준다.

금액도 1박에 아침 포함해서 26쿡이다. 나름 잘 구한것 같다.

 

** 내가 머물렀던 바라데로 까사

 

Wicho & Karen

주소 : Calle 54 #103, Varadero

전화 : +53 045-614924

휴대폰 : +53 52701873

이메일 : wichokaren96@tyahoo.es

 

장점 : 주인부부 마음씨가 좋아요, 아침식사가 잘 나와요.

         해변에서 가까워요. 센트로 상점들과 가까워요.

         바디워시, 샴푸, 린스, 비누 등 호텔에서 사용하는 어메니티가 준비되어 있어요.

단점 : 바다뷰가 아니라는거~! 이것 말고는 나쁜 점이 없어요.

 

 

 

 

숙소를 잡고 잠깐 쉬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오늘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올인클루시브 호텔이 많은 휴양지이다 보니

변변한 레스토랑이 거의 없다. 결국은 작은 호텔 내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돼지고기 요리가 다양하게 많이 있는데, 뭘 시켰는지 모르겠다.

레모네이드와 함께 먹는데 정말 너무 맛있다.

저렴한데다 양도 푸짐해서 정말 기쁘게 마셨다. 좋아!

(돼지고기 요리가 5쿡, 레모네이드가 3쿡)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해변에 잠깐 들렀다.

구름이 많고 해가 잘 들지 않는 일몰이었지만 그래도 일몰은 그 자체많으로도 아름다웠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옆으로 보는 각도에서는 이 어둠속에서도 푸른 빛깔을 내보이고 있었다.

 

바다에 발을 잠깐 담근 후에-

 

 

 

 

들어오기 전 맥주를 두 병 사서 왔는데, 우리 방 옆 나무에 물이 들어와있다.

어머, 우리가 예쁘다고 좋아하니 주인 아저씨가 더 좋아하신다.

불은 밤 10시 정도가 되니 아저씨가 나오셔서 끄고 가셨다.

 

경서오빠와는 산티아고에서 한번 봤었고 아바나에서 다시 만난거였다.

박수오빠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나랑 별로 이야기 할 일이 없어서 사실 조금 서먹했었다.

바라데로로 같이 가자는 얘기는 조심스럽게 꺼냈었고, 오는 길에도 별로 말이 없었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다행이 좋은 사람같고 유쾌한 사람인 것 같아서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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