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코아가 정말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뭐가 아름다운건지를 전혀 모르고 온 우리였다.

 

숙소 주인인 기예르모 아저씨에게 다음날 일정에 대해 긴급SOS를 하니

블랑카 해변도 예쁘지만 바라코아에서는 마구아나 해변이 가장 예쁘다고 하신다.

그래서 우리도 마구아나 해변으로 가기로 결정!

 

비냘레스와 마찬가지로 바라코아도 택시 삐끼가 참 없다.

박수오빠가 길을 걸을 때 마다 "딱시~ 딱시~"라고 불렀는데

운이 좋은건지 어이가 없는 건지 얼떨결에 누군가가 택시필요하냐며 말을 걸어왔다.

 

내일 일정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마구아나만 가면 15쿡, 블랑카 해변도 가면 20쿡이라고 한다.

두군데 모두 가겠다고 하니 토아 강(Rio Toa)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우린 정보가 없어서 어떤 곳이냐고 물어봤더니 보트를 타고 강을 둘러보는 것이라고 한다.

너무 좋다. 토아강도 가면 얼마냐고 하니 20쿡이라고 한다.

오케이! 내일 아침 9시에 출발하자고 약속을 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삐끼에서 전화번호를 달랬더니 전화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어쩔수 있나, 우리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밖에-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러 옥상으로 갔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선뜻 나에게 오션뷰 자리를 허락해줬다.

조금밖에 보이지 않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아침식사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

 

모든게 마음에 들었던 숙소이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바로 아침식사다.

빵과 계란, 과일, 주스, 커피, 핫초코 등 여느 까사들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이 곳의 주스는 달지가 않다. 물어보면 천연주스(natural)라서 그렇다고 한다.

분명 다른 까사들도 천연주스일건데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다.

 

빵, 햄, 치즈는 퍽퍽한게 질이 썩 좋아 보이질 않는다.

이건 아마 바라코아의 식량사정이 안좋아서 그런듯. 숙소 탓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바라코아의 특산물(?)인 핫초코!

정말 천연 핫초코다! 맛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초콜렛 향에 무맛이다.

여기서 아침을 준비해 준 여자애에게 물어보니 원래 이맛이 맞다고 한다.

이 초코렛에 설탕과 우유를 넣으면 우리가 아는 밀크초콜렛이 나온다!

제조를 해봤더니 그제서야 맛있고 진한 핫초코가 완성되었다.

 

 

 

 

바닷가로 가기위해 분주한 우리들. 기예르모 아저씨가 차가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박수오빠가 먼저 나가서 인사를 하고 오더니 역대급 택시가 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멀쩡한 차량이 없었기에 순간 좋은 차로 생각하고 나갔던 나, 아무리 둘러봐도 승용차가 없다.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 때 쯤 그제서야 쓰러져가는 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건 정말 역대급이었다. 굴러갈지가 의문이었다.

 

 

 

 

다행이 잘 굴러간다. 비포장 도로를 마음껏 달리는 중이다.

너무 신나서 단체사진 한 컷!

 

 

 

 

 

 

우리가 도착 한 곳은 토아강(Rio Toa)에 위치한 보트타는 곳이다.

차에서 내려서 들어가는데 여느 쿠바와 다를 것 없이 무수한 닭들이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 사장아저씨가 닭 한마리를 안고 있다. 그런데 닭의 발을 묶어 두었다.

아저씨한테 왜 발을 묶어놨냐고 물어보니 너무 잘생겨서 묶어 놓았다고 한다.

무슨 의미지?? 아마 병아리가 너무 많이 생겨서 그러나 보다.

 

 

 

 

 

 

가이드를 안내받고 보트를 타고 강 투어를 하기로 했다. 1인당 3쿡.

노를 저어서 토아강을 둘러보는 건데 햇살은 뜨겁지만 물 위를 지나가는 것이 은근 좋다.

 

바라코아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강의 이름을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지금 있는 토아강이 가장 크고 길다고 한다.

다니면서 경치도 보고, 빨래하는 사람들도 보고.

 

 

 

 

 

 

 

 

 

 

맑은 하늘이 강에 반사되는 것을 보아하니 물이 그리 깨끗하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깨끗하다.

수심은 낮지만 수초들은 맑게 다 보인다.

 

보트 위에서 보는 풍경이 좋아서 음악을 틀었다.

내가 좋아하는 "비긴 어게인" 영화의 주제곡을 틀었는데 가이드는 당연히 이 노래를 모르고,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한국을 떠난지 오래되어서 이 노래를 모른다.

아, 비긴어게인을 모르다니. 나의 입장에서! 너무 안타깝다ㅋㅋ

 

 

 

 

 

 

 

 

 

 

보트투어가 끝나고 가이드가 안내해준 것은 바로 카카오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 부터 약간 느낌은 왔었지만 이 곳의 나무가 모두 카카오 나무였다.

잠깐 설명을 해주는데, 나무의 카카오 열매를 따서 뚝 자르니 안에 하연 것이 나왔다.

 

향을 맡아보라는데 벌써부터 초콜렛 향이 가득했다. 먹어보라고 해서 먹었는데 엄청 큰 씨가 나온다.

씨를 가린 후 열매를 말리면 까맣게 변하고 이것을 뭉치면 생 초콜렛 덩어리가 나온다.

역시 향을 맛으니 강한 초콜렛의 향기가 난다.

 

이것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맛있는 밀크초콜렛을 만들기도 하고,

카카오오일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딱딱하기 때문에 부부사이가 안좋을 때 무기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키키

 

예상외로 너무 좋았던 토아 강 투어다.

가이드에게 고마움의 의미로 1쿡 팁으로 전해줬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드디어 마구아나 해변이다.

에메랄드 빛 해변은 아니지만 맑은 청록색으로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파도가 다른 곳에 비해 강한 편이었는데 이게 또 놀기에는 너무 좋았다.

 

멋드러진 감나무(노란잎이 있는 나무) 아래를 자리잡았고,

박수오빠가 둘러보더니 꽤 멋진 더블침대, 싱글침대를 만들어 주었다.

베게는 무려 카카오 껍질이다.

 

신나게 해수욕을 하다가 지쳐서 감나무 아래에 누워 쉬는중-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파도소리가 너무 좋다.

 

한가지 안좋은 점이 있다면, 잡상인 정말 많다.

일정한 수입이 없으니 뭔가라도 계속 팔려고 오는 현지인들이 너무너무 많다.

꿀에 절인 땅콩은 내가 좋아서 사먹었지만 악기, 과일, 기념품, 심지어 유로화까지.

팔 수 있겠다 싶은건 모두 가져와서 판다.

 

사정은 딱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주기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필요가 없다.

정중히 사양하지만 간청하는 듯한 그들의 눈빛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이 날은 블랑카 해변까지 가기로 했었는데 커뮤니케이션의 미스인지 포함이 안되있다며

거기까지 갈거면 돈을 5쿡 더 내라고 난리다. 우리는 분명 약속을 했다고 하니 안믿는다.

결국 어제 만났던 삐끼를 만나서 확인하기로 했는데 삐끼도 다른 말을 해댄다.

우리는 너희가 약속을 어겼으니 15쿡만 주겠다고 하니 상대방도 열받았는지 화를 엄청 낸다.

그럼 20쿡을 주면 블랑카 해변까지 가겠다고 하니, 이번엔 택시기사가 기분나쁘다며 안간다고 한다.

그렇게 블랑카 해변으로 가는 일정은 취소되었다.

택시기사에게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오해를 풀고 헤어졌다.

 

 

 

 

점심을 먹으려고 시내로 들어와 피자집에서 피자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냐고 물어보니 앞에 있는 이 건물이 아이스크림 가게라는 것이다.

피자를 단숨에 먹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갔는데, 도대체 주문을 받으러 오질 않는다.

직원을 찾으니 그저 기다리라고만 얘기를 한다. 우리보다 한참 먼저 온 사람들도 기다리고만 있다.

 

한 20~30분 정도 흘렀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서 나간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아이스크림이 다 떨어져서 오늘은 영업 마감을 한다고 한다.

에효... 그래 여긴 쿠바였다. 나 혼자 화를 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에효

 

 

 

 

쿠바에 있는 슈퍼에 가보면 한가지 신기한 것이 물과 음료는 없어도 술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터미널, 주유소 등의 매점에도 럼주와 맥주는 있어도 물과 음료수는 없다.

바라코아에서도 음료수를 사겠다고 몇군데 슈퍼를 들어갔는데 도대체 팔지를 않는다.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의지 하나로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 파는 곳을 다시 물어보니

Casa de Chocolate로 가라고 한다. 여기도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그래서 갔는데 여기에 들어오는 아이스크림은 아주 소량이라고 하며

대부분 오전 중에 모두 팔린다며 지금은 없다고 한다.

찌는 듯한 더위에 너무 힘들어서 잠시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보니

보통 1~1.5쿡하는 음료수가 여기서는 단돈 8MN인 것이다.

 

이거다! 싶어 주문을 했더니 Hola라는 브랜드의 처음보는 음료수를 준다.

알고보니 쿠바에는 음료수 회사가 3개가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Monte Ciego는 쿡으로 거래하는 음료 브랜드이고

나머지 2가지는 현지인들이 먹는 MN로 거래하는 회사라고 한다.

이 Hola 역시 현지인들을 위한 음료수였던 것이다.

맛은 그리 차이가 없지만 기분탓인지 유독 달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일 산티아고로 가는 비아술을 예약할 까 싶어서 걸어가던 중 재미있는 까사 표지판을 발견했다.

접시 그림 옆에 실제 포크와 나이프를 붙여놨다.

나중에 다른 집에서도 같은 그림을 발견했다.

 

바라코아에 도착하는 버스는 하루에 2편이 있는데 오전 7시, 1시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바라코아에서 출발하는 버스도 2편이고 오전 8시, 오후 2시이다.

 

우리가 비아술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 반.

이미 창구가 문을 닫았다.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고 한다.

예약해야 된다고 하니 내일 아침에 오면 그때 하라고 한다.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상당한 불안감을 가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사실 택시를 타려고 했으나 정말 택시가 안잡힌다)

 

 

 

 

 

 

 

 

비아술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저 멀리 보이는 테이블마운틴과 바다가 참 예쁘다.

바닷물이 방파제에 부딪혀 하얀 거품을 내는데 맥주가 먹고싶다.

땡볕에 방파제를 따라 걷는 우리.

 

 

 

 

 

 

오늘 저녁식사는 새우요리 2개와 일반 생선구이로 요청드렸다.

역시나 새우는 너무 맛있다. 흰 쌀밥 위에 얹어 먹으니 새우볶음밥이 따로 없다.

한국음식에 대한 향수를 싹 지워준다.

 

 

 

 

 

 

방에서 쉬던 중 어제 못간 밤거리를 오늘 걷기로 했다.

음악이 흐르는 밤 거리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붐비지를 않는다.

걷는 중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한잔하거나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목이 마른데 역시 음료수를 찾지 못했고 한 케익가게에서 Refresco(가루주스) 파는 곳을 발견!

아쉬울 땐 이것도 좋다. 1잔에 2MN.

 

 

 

 

 

 

Casa de la Trova.

뜨로바는 아프리카에서 쿠바로 넘어온 흑인들이 아프리카 음악을 변형시켜 만든 새로운 장르다.

사실 나는 구분도 못 할 장르이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버전인 누에바 뜨로바도 뜨고 있단다.

 

한 아저씨가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시고 사람들은 근처에서 노래를 들으며 놀고 있다.

그리고 쿠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건 춤이다.

세상에서 가장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밤거리를 돌아다닐 때 박수오빠가 전 날 만난 친구들을 소개시켜줬는데 어찌나 웃겼는지.

락을 좋아한다며 헤비메탈 음악도 들려주고.. 밤에 공연이 있다며 꼭 보러 오라고 한다.

오빠 와이프가 아닌걸 알았으니 그때부터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한다.

여행 다니면서 동양인에 대해 신기함 섞인 모습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이 친구처럼 적극적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중에 간다고 하니 울려고 하는...ㅎㅎ

 

아무튼 바라코아는 참 재미있었다.

이렇게 바라코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

산타클라라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비아술을 타고 산티아고로 이동했다.

 

우리의 계획은 세가지다.

플랜A : 산티아고 도착 후 택시를 잡아서 바라코아로 이동한다.

플랜B : 산티아고 도착 후 택시를 못 잡으면 버스를 타고 바라코아로 이동한다.

플랜C : 산티아고 도착 후 택시와 버스 둘다 못 잡으면 그냥 산티아고에 있기로 한다.

 

원래는 산티아고에서 쉬려고 했지만 바라코아를 뒤로 잡으면 리턴 편에 고생할 게 불보듯 뻔하다.

나야 까마구에이까지만 가면 되니 그나마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언니오빠는 바라데로에 가야하기 때문에..

산티아고에서 바라코아까지는 택시로 3시간, 버스로 5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왠만하면 택시를 타자고 입을 모은 상황이었다.

 

산티아고에는 잘 도착했다.

바라코아로 가는 비아술 버스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빨리 택시와 네고를 해야하는 상황.

보통 5인이 갈 경우 1인 20쿡 정도인데, 이 구간은 택시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 5인 모으기가 힘들다.

그런데 80~100쿡 사이로 요구를 하는데, 그 이하로는 내려주질 않는다.

 

그러다가 3명이서 60쿡을 해주겠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짐을 가지고 택시기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바라코아로 가는 비아술 예약이 마감되니 갑자기 80쿡으로 말을 바꾸었다.

어차피 비아술은 마감이 되었으니 못 탄다고 생각하고 금액을 올린 것이다. 너무 괘씸했다.

그냥 안되면 안된다고 하지 손님 놓칠까봐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

 

우리도 갑자기 난처한 상황이 되었는데, 위대한 박수오빠가 비아술 창구로 간다.

출발 직전이라 안된다고 하는데도 미안하다고 자리를 좀 달라고 계속 얘기를 하니 우리에게 표를 준다.

나도 너무 급해서 버스 차장아저씨한테 내 친구가 티켓을 구입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비아술 직원들의 협조속에서 우리는 무사히 티켓을 끊었고, 버스에 올랐다.

산길을 거쳐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은 5시간이 소요되며 요금은 1인 15쿡이다.

 

택시기사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듯 우리를 보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플랜B의 일정으로 바라코아로 출발했다. 

 

 

 

 

춥기로 악명높은 비아술 버스. 에어컨 풀가동으로 온도는 18도까지 내려갔다.

 

내 옆에 앉은 프랑스인이 직원더러 온도를 좀 올려주면 안되겠느냐고 물어봤다.

직원은 이 버스는 중국제이기 때문에 온도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고

올리게 될 경우 물이 떨어진다고 얘기를 한다.

 

말하고나서 중국을 비하한 것이 미안한지 갑자기 나한테 묻는다.

-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중국? 일본?

- 음.. 나는 한국사람이야.

 

버스안에 웃음보가 터졌다. 하하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기에 당연히 중국 아니면 일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나라에서 온 여자애가 있으니 그 상황이 얼마나 웃겼겠느냐.

나도 너무 웃겨서 계속 킥킥댔다.

 

사실 쿠바는 미국과의 경제봉쇄 이 후 소련의 지원으로 경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소련 붕괴 후 산업화와는 거리가 멀 게 되었다. 그 이 후 손을 내민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산업발전이 덜 되어 있는 통신, 기계, 교통 등에 대한 부분을 지원해줬는데,

특히 교통은 쿠바 전역에 달리는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유통"이라는 버스회사의 차량일 정도로 대규모였다.

 

하지만 대부분 중고를 넘긴 상황이기에 잦은 결함 및 고장이 나타났고, 수리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쿠바인들은 자연스럽게 "중국제는 질이 좋지않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쿠바를 돌아다니다 보면 문제가 있을 경우 "중국꺼라서 그래"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듣게 된다.

 

그러던 중 너무 덥다. 사람들도 손으로 종이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한다.

직원 한명이 일어나서 여기저기를 점검하는데 에어컨이 고장났다고 한다.

창문이 열리는 고속버스가 아니라 정말 너무 더웠다.

 

 

 

 

 

 

 

 

우리가 이 버스를 타게 된 것, 운이 굉장히 좋았다.

단지 돈을 주고 이동하는 버스를 탄 것 분인데 흔치 않는 경험을 했다.

 

버스를 타고 30분 쯤 갔을까, 갑자기 버스가 길에서 멈춘다.

뭔가 싶어 밖으로 보니 기사를 비롯한 버스회사 직원들이 길에서 빵을 사먹고 있다.

아침식사를 여기서 해결하는 것이다. 금방 출발할 것 같지 않아서 우리도 내렸다.

 

빵 냄새를 맡으니 나도 배가 고파져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먹었다. 1개 5MN.

이 것이 쿠바 샌드위치...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아메리칸 셰프에 나오는 쿠바샌드위치는 쿠바에 없다)

신기하게도 빵 굽는 기계가 있어서 저렇게 예쁘고 고소하게 구워준다. 짱짱짱!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햄은 그 자리에서 썰어서 넣어 주는데,

누가 얇게 써나 대회를 하는 것도 아닌데 기술적으로 정말 얇게 잘 썬다.

엄청나게 많이 팔렸는데도 햄 덩어리의 크기가 계속 그대로다. 하하

여기서 커피(1MN), 요구르트(3MN) 등도 사먹을 수 있다.

 

 

 

 

다시 버스에 올라 이동하는 중 잠깐 잠이 들었다.

트리니다드 -> 산타클라라 : 3시간

산타클라라 -> 산티아고 : 12시간

산티아고 -> 바라코아 : 5시간

총 20시간이 걸리는 이 일정을 이틀만에 모두 이동하려니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누가 날 깨운다. 버스회사 직원 아저씨인데 커피를 마시란다.

알고보니 아까 거기서 구입을 한건지 소주병 같은 곳에 커피를 사와서

앞에서부터 돌아가며 커피를 한잔씩 나누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수면제가 아닌가 싶어 의심을 했는데 쿠바 사람들도 넙죽 받아먹는데다

이미 기분좋게 농담까지 건넸던 사이라 호의로 건넨 것 같은 커피를 거절하기가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한입 마셨는데 "어머나" 정말 너무 맛있다.

찐한 커피에 설탕을 가득탄 맛. 아르헨티아의 "카페 꼬르따도"와 맛이 비슷하다.

그래서 남은 커피도 꿀꺽했다.

 

돈을 받으려나 싶었는데 돈도 안 받는다. 모든 승객들에게 나눠주고는 앞으로 갔다.

 

 

 

 

한참을 가던 중 버스가 또 멈춘다. 버스회사 직원들은 자취를 감췄다.

버스안에서 3분정도를 기다린 것 같은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길래 내렸다.

직원들은 집 같은 곳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아마 점심을 먹는 것 같다.

 

화장실에 가자 싶어 간 곳은 저렇게 나무판자로 지어진 곳인데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더니 모양을 만들어 놓긴했는데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알 수가 없다.

화장실은 당연히 재래식이다.

 

 

 

 

정원에서 어슬렁 거리니 직원 아저씨들이 우리를 부른다.

안으로 들어가니 같이 밥을 먹자며ㅋㅋ

정중하게 거절을 했는데, 아저씨가 기어코 밥을 먹으라며 따로 떠준다.

 

박수오빠는 쿠바식 밥과 함께 치킨의 꽃인 닭다리 구이를 받았다.

나는 배가 부르다고 정말 괜찮다고 했더니 과일이라도 먹으라고 주신다.

과일은 좋지! 감사하게 바나나를 하나 떼왔다.

(내 옆의 프랑스인은 여기서 현지인에게 바나나를 사먹었다)

 

내가 고맙다고 "그라시아스" 인사를 했는데, 고칠 마음도 없지만.. 습관상 고개를 약간 숙였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여자는 항상 손을 잡아주는데, 그 때도 내 행동이 신기했었는갑다.

아저씨들은 이게 너무 좋았는가보다. 웃으면서 계속 고개 숙이는 것을 따라한다.

 

박수오빠가 아직 밥을 덜 먹었는데 버스가 출발한다고 한다.

그릇을 돌려줘야 하는데, 직원 아저씨가 괜찮다며 돌아올 때 주면 된다고 그냥 타라고 한다.

다 먹고 나서 그릇을 가지고 가더니 다른 마을에 던져주고 왔다.

 

5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바라코아에 도착했다.

너무 즐거운 버스 여행에 아저씨들과 아쉬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눴다.

 

바라코아 버스터미널에 짐을 내리고 올리는 아저씨가 한 명 있는데 손바닥에 1쿡이 붙여져있다.

모든 짐은 그 사람을 통해 올리고 내려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짐을 꺼낼 경우 그 자리에서 엄청 화를 낸다.

그 사람의 직업인 것 같은데 너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우리는 처음에 그걸 모르고 짐을 꺼냈는데, 막 화를 내더니 돈 내라고 한다. 내가 내렸는데;

모른척 했더니 다른 여행객한테 가서 또 돈을 요구한다.

그래도 쿠바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인데 좀 상식적으로 하자구요~!

(이게 그들의 상식일지는 모르겠지만-)

 

 

 

 

짐을 내리는 순간 부터 엄청난 삐끼들이 몰려든다.

아예 나와 박수오빠가를 벽에 몰아 세워놓고 둘러싸서 홍보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일본인이 "여기좋아요"라고 써 놓은 표지판을 보고 한 아저씨를 따라갔다.

그 아저씨와 가자고 하니 자전거 택시 아저씨가 "내가 태워줄께" 한다. 오케이 갑시다!

 

자전거 택시는 일반사이즈였는데, 3명 모두를 태우겠다고 한다. 짐도 3개인데 괜찮단다.

다른 택시기사가 와도 아저씨가 자기가 다 태울거라고 한다. 아마 손님 뺏기기가 싫었던 것 같다.

우리도 돈을 아낄 겸 알았다고 하고 타고 가는데, 생각보다 숙소까지 거리가 좀 있다.

아저씨는 힘이 들었는지 낑낑댔고, 타고가는 우리도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우리는 비양심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이렇게 이동한 것에 대한 댓가는 1쿡.

너무 미안해서... 사실 내가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1쿡을 더 줬다.

 

우리가 들어가니 웰컴드링크 망고주스를 준비해두셨다. 새삼 또 감동받았다.

아저씨가 천연주스(나뚜랄natural)라고 계속 말씀하셨는데

정말 하나도 안 단 것이 천연주스가 맞긴 맞나보다.

그런데 이렇게 맛없는 망고주스는 처음이라 아리송하기도 했다.

 

방, 식사 등 가격에 대해서 조정을 하자고 모였는데,

아저씨가 "먼저 터미널에서 나를 선택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드리긴 했는데..

 

바라코아에 2박 3일을 머물면서 느낀 점은 이 도시는 참 돈 벌 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산업도 없으며, 농업도 없고, 관광지화 된 해변도 없고, 심지어 위치도 쿠바의 맨 끝이다.

여러모로 다른 지역에 비해 불리했다.

그래서 관광객을 상대하는 까사(숙소), 택시(자전거)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문제는 위치 상 바라코아를 찾는 관광객이 한정되어 있는 바람에 그마저도 확보하기가 넉넉치 않는 것이었다.

하루에 두대 도착하는 비아술을 매일 기다리고, 손님을 유치하지 못 할 경우에는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쿠바에 식사재료가 될 만한 것은 사실 돼지고기, 닭고기, 랍스터 등 밖에 없는데

여기는 바닷가 마을이다 보니 신기하게 문어요리도 된다고 한다.

 

아저씨가 오늘 마침 문어요리를 했다며 맛을 보고 결정하라고 하셔서 달라고 했더니

저렇게 가지고 오셨는데, 맙소사 이건 한국요리다! 너무 맛있다.

만들어 놓은게 많다고 하셔서 오늘 저녁 식사는 문어 1인분, 새우요리 1인분, 생선 1인분을 요청드렸다.

처음에는 다른 요리 시키지 말라고 하셨는데 있는 문어를 그대로 내도 된다고 하니 좋아하신다.

 

** 내가 머물렀던 바라코아 까사 

 

Ileana y Guillermo (일레아나 이 기예르모)

주소 : Flor Crombet #216, e/ Roberto Reyes y Coroneles Galano, Baracoa

전화 : (+53) 21-64-3010

휴대폰 : (+53) 53193913

이메일 : kbrocardt.gtm@infomed.sld.cu

 

장점 : 주인 부부 정말 정말 친절합니다. 객실은 2층 객실이 깔끔하고 좋습니다.

         수압은 쿠바 최강입니다. (쿠바는 대부분의 까사가 수압이 다 낮습니다)

         식사가 맛있습니다. 조금이지만 옥상에서 바다가 보입니다.

         시내에서 가깝지만, 바라코아가 워낙 작기 때문에 대부분의 까사가 다 가깝습니다. 

 

단점 : 1층 객실은 조금 좁습니다.

 

 

 

 

 

 

바라코아는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발을 디딘 쿠바땅이자 카카오 열매가 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 덕에 길에서 초콜렛과 관련된 가게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아이스크림을 찾느라 고생을 엄청했다.

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저기로 가라, 저기로 가라 전부다 알려주긴 하는데

막상 거기로 가면 없는 것이 참 미스테리하다. 이렇게 없을 수도 없는데 말이다.

 

결국은 누가 알려준대로 초콜렛 가게에 들어갔더니

아이스크림은 없지만, 아이스초코는 있다고 했다. 시원한 초코를 생각하고 주문!

 

걸죽한 초콜렛이 나왔는데 향은 제대로다. 그런데 한 입 먹어보니 이건 무슨 맛인지 도통 모르겠다.

초콜렛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맛이 없었다. 우리한테 장난치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진짜 초콜렛은 우리가 생각하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초콜렛에 우유와 설탕을 넣으면 그제서야 알고 있던 맛이 나타나는 것이다.

카카오 99% 초콜렛을 떠올리니 이해하기가 쉬웠다.

 

 

 

 

 

 

이 날은 그다지 할 일이 없었기에 마을을 한번 둘러보자고 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다보니 계속해서 바다가 눈에 띈다.

그래서 계속 올라왔다. 더 높이 더 높이.

 

 

 

 

그리고 위에 보이던 노란 건물.

위치상 호텔인가보다 했는데, 가까이와서 보니 El Castillo 호텔이었다.

옛 성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다. 요새처럼 생겼다.

 

그 때 옥상에서 누군가 우리를 부른다.

왠 쿠바노 한명이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올라가도 되냐고 하니 자기가 여기 직원이라며 와도 된다고 한다.

오예! 우리는 건물 위로 올라갔다.

 

 

 

 

 

 

 

 

너무 예쁘다. 바라코아의 바다가 이렇게 예쁘다니.

그 흔한 에메랄드 빛 바다가 아닌 맑은 파란색의 바다다.

파도도 넘실넘실 너무 예쁘다.

 

그 쿠바아이의 설명으로는 바라코아는 예전 그대로라며 손 댄 곳이 없다고 한다.

모든 쿠바가 그렇겠지만 바라코아는 더욱 더 그렇게 보였다.

특별할 것도, 화려한 것도 없는 이 해변가 도시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쿠바아이가 준 맥주를 한잔 마시고 오랜만에 걱정을 내려놓고 바다만 바라봤다.

 

(이 쿠바아이는 나중에 박수오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선뜻 친구가 될 수 없는 쿠바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내려가기 전 호텔 뒤의 모습. 해가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저 뒤에 보이는 산을 "테이블 마운틴"이라고 불렀다. 남아공의 산과 모양이 참 닮았다.

 

 

 

 

 

 

긴 계단을 따라 내려와서 정문으로 나가는데,

저 성벽같은 입구뒤에서 사람 한명이 짠하고 나타난다.

너덜너덜 구멍한 런닝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옷 좀 사게 돈을 달란다. ㅋㅋ

아름다운 바라코아- 좋은 기억 간직하게 해주세요!

 

 

 

 

 

 

 

 

쿠바의 도시를 쭉 지켜본 결과, 메인 도로는 보행자도로로 잘 가꾸어져 있다.

이게 참 편하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항상 두리번 거릴 수 밖에 없는데 차까지 신경쓰면 얼마나 귀찮겠나.

깔끔한 거리, 너무 좋다. 밤에는 음악이 들려오는 거리이기도 하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 채소가게가 굉장히 발달한 것 같다.

발달이라고 해봤다 리어카에 각종 채소를 넣어놓은 것 뿐이겠지만,

어떤 이들은 들고 다니며 외치고,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나와서 구입을 한다.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인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사상교육"에 대한 내용이 많은 것 같다.

흡사 북한의 건물들에 적혀있는 팻말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쿠바인들에게 "혁명"이란 삶을 위한 큰 움직임이었음은 분명하겠지만,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고립되어 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체게바라의 사상과 이념을 계승하자"

 

 

 

 

 

 

저녁 식사시간! 옥상에 밥을 차려놨으니 올라오라고 하신다.

와우 오션뷰! 조금밖에 보이지 않지만 밥 먹으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문어요리는 낮에 먹어봤으니 당연히 맛있겠고,

바라코아의 특산물인 코코넛밀크를 넣은 생선은 우리 입맛에 안맞다.

다행이었던 것은 새우요리. 이건 정말 진리다. 너무너무 맛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새우볶음밥을 해먹었다. 냠냠

 

 

 

 

 

 

저녁식사를 마치고 옥상에서 잠깐 일몰을 감상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바라코아에 오는 길 부터 숙소 아저씨, 택시아저씨, 호텔의 쿠바아이까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오늘 하룻동안 많이 만나 가슴이 너무 따뜻하다.

왠지 모르게 포근한 마을이다.

 

 

 

 

하늘을 보니 아직까지 파란 하늘에 달이 하나 떠있다.

 

밤에 Casa de Trova 가서 놀려고 했는데,

장거리 이동을 해서 그런지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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