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람쐬러 가고픈 마음이 가득하고,

생일날 늦은 저녁 커피를 마시다 문뜩 떠나자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제주도행을 결정했다.

물론 연중 한 번 주어지는 휴가지도 여기서 결정했다. 그야말로 몸이 들썩이던 저녁이었다.

 

2박 3일의 짧은 휴가를 어떻게하면 좋게 보낼까하는 고민은 하지도 않고,

일단 맘에드는 숙소를 찾기에 바빴다. 일단 서쪽 1박, 동쪽 1박으로 결정!

 

 

 

 

떠나는 날 이른 새벽 공항으로 향하고,

전 날 반값에 사뒀던 맛있는 샌드위치와 마카롱을 기내식(?)으로 냠냠냠.

 

더욱 놀라웠던건 일부러 창측좌석으로 미리 배정을 받았는데

비행기에 탑승하고 보니 창문이 없는 창측좌석이다.

예전에 쿠바에서 돌아올 때 13시간동안 창문없는 창가좌석에 앉았던 기억이 있는지라

괜찮다며 덤덤해했지만, 그래도 섭섭한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비행기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뚜벅이로 간다.

우선 수경이가 가장 가고싶었던 수우동으로 가기 위해 서일주 버스타는 곳으로 가려했더니

우리가 도착하기 이틀전에 제주 버스노선이 전면 개편되어 번호가 전부다 변경이 되었다.

 

120번 버스를 탔더니 이게 왠일! 급행버스라 주요역에만 서는 것이었다.

우선 3일동안 버스를 타봤더니, 확실히 이전 버스노선에 비해서 훨씬 편리하게 구성이 되어있어

뚜벅이로 다니는 여행객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수우동에 도착하였고,

오픈 전이었기 때문에 우린 이른 아점을 먹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ㅋㅋㅋ

언제부터 와야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거냐며!

아쉽지만 저녁 첫 타임으로 예약을 해두고 주변 구경부터 하기로 했다.

 

 

 

 

 

 

 

 

아무런 계획없이 도착한 제주도였기 때문에 다음 행선지가 없다.

일단 협재로 왔으니 협재의 바다구경은 하기로 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협재 해변을 걸었다.

 

또다시 찾은 쉼표 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

 

저녁시간은 5시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 여기에 있을 수 없으므로 어딜갈까 고민했는데,

그 때 보인건 우리 눈 앞에 보이던 비양도다. 그래! 비양도로 가자하고 배편을 알아봤다.

마라도나 가파도처럼 혹시라도 예약이 필요할까 싶어서 선착장에 전화를 해보니

그냥 배시간 전에만 오라고 한다. 꽤 수월하다.

 

 

 

 

 

 

택시 아저씨에게 비양도가 좋으냐고 여쭤보니 그냥그렇다는 솔직한 대답을 하셨다.

일단 별 기대는 안하고 가는 것으로ㅎㅎ

 

비양도 선착장으로 이동해서 표를 사고, 잠깐 시간이 남아 대합실 건물의 꼭대기로 올라갔다.

탁트인 바다와 자그마한 항구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요즘 계속 꽂혀있던 위너의 럽미럽미를 무한반복하며 여름의 마지막을 느껴본다.

 

 

 

 

배에 올라서 비양도까지 가는 시간은 약 15분.

아주 약한 파도같아 보였는데도 꽤 울렁거리고, 바닷물도 안으로 막 튀어 들어온다.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한다.

원래 배 안에서 알아봤던 재게재게옵서에 가려고 했는데 문이 닫혀있다.

차선책으로 간 곳은 호돌이 식당이다.

 

메인메뉴인 보말죽과 호돌이물회를 주문! 둘다 맛있다.

 

 

 

 

본격으로 마을 둘러보기로 했다.

돌로 쌓아 만든 예쁜 담벼락 사이사이로 색색깔의 집들이 나타난다.

정말로 조용한 마을의 골목길이다.

 

 

 

 

 

 

 

 

 

 

이 날 하늘이 정말 예뻤다.

둘레길이 있었지만 바람도 햇볕도 너무 강해서 일단 올라가지 않는 걸로.

까만 돌이 넓게 펼쳐져있는 비양도의 바다가 너무 예뻤고,

중간 중간 나타나셨던 해녀분들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또 눈 앞에 보이는 곳.

비양도에서 육지를 내려다보니 저 앞에 굉장히 넓은 협재해변이 보였고,

그 옆에 또다른 자그마한 흰모래 해변이 보이는 것이다.

 

바로 어플에서 찾아보니 금능으뜸해변이라고 나온다.

가본적이 없던 곳이라, 바로 콜을 외치고 금능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했다.

 

 

 

 

 

 

 

 

 

 

정말 으뜸이라고 말하고 싶은 해변이다.

반짝이는 모래가 너무 아름다웠고, 깊지가 않아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곳이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앞으로 펼쳐지는 파도의 물결 또한 아름답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바로 옆 협재에 비해 조용하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강추강추하는 곳이다.

 

 

 

 

슬슬 수우동으로 가야하는데 조금 아쉬운 것도, 조금 애매한 것도 있어서

금능에서 협재까지 한 번 걸어서 이동해보기로 했다.

 

작고 이국적인 캠핑장 하나를 지나 옆의 바다를 바라보며 협재로 걸어갔다.

조금 걸으니 예전에 우리 가족의 행복을 빌었던 돌무덤들이 나오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협재해수욕장이 나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지나치냐며, 협재를 지나던 중 재밌는 상점을 하나 발견했다.

창문사이로 보이던 진열대에는 정말 다양한 맥주들이 있었다.

가던 발길을 멈추고 안으로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맥주 한병씩을 골랐다.

 

미지근하기 전에 먹자며 수우동으로 가는 발길을 멈추고

협재 바다를 배경으로 건배를 하고 해지기 전의 바다를 보며 분위기를 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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