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에서는 총 4박 5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다.

 

쿠바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여유로웠던 일정같다.

다른 지역에서는 너무 피곤해서 계속 휴식시간을 가졌었는데

여기에서는 정말 할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휴식시간을 가졌다.

 

잠깐 마을에 갔다오고 쉬고, 비아술 갔다가 쉬고, 택시 예약잡고 쉬고,

그것도 그럴 것이 에어컨 밑이 가장 좋았었다.

 

 

 

 

 

 

얌루이스 까사에서는 아침식사가 정말 푸짐하게 나온다.

빵도 부드러운데다 햄과 치즈도 다른 곳 보다 질이 좋은 것을 쓴다.

마실 것도 커피, 차, 우유, 주스, 요구르트까지 5가지나 준다.

여기서의 아침식사는 평균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어느 날 식사를 마치고 마치막으로 요구르트를 마시려는데

박수오빠가 꿀로 요구르트 아트를 해줬다. 하트 귀엽다!

 

 

 

 

숙소 근처의 광장을 지나가며 봤던 건물인데 멀리서 봤을 때 문이 되게 특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에 와서 보니 그림이었다. 센스 넘치는 벽화(?)다.

 

 

 

 

 

 

 

 

 

 

 

 

 

 

트리니다드의 거리-

분주한 거리도, 굽어진 골목도, 오래된 도로. 500년이 된 도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또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집집마다 창살이 있다는 거다.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건지 범죄가 있는건지 단단한 창살이 자리잡고 있다.

지내보니 다른 곳에 비해 그다지 범죄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쿠바 모두 그렇지만)

조용한 도시의 모습에 약간의 옥의 티 처럼 느껴졌지만 이 것도 트리니다드의 일부이다.

 

야채가게를 지나가며 한 컷 찍었는데,

다른 가게들에 비해서 야채가게들은 전부다 요로코롬 아기자기하게 가게를 꾸며놨다.

 

 

 

 

어느 날 아침 집에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이 안되기 때문에 엄마한테는 메일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인터넷 사정도 녹록치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앞선 도시들에서는 줄이 너무 길어 엄두를 못냈었다.

(비냘레스에서 하면 됬었는데, 왜 내가 안했는지!)

 

그래서 집 근처의 전화국(ETECSA)로 달려갔다.

줄은 문 밖으로 서는데 역시 인파가 넘쳐난다. 땡볕에 기다려야 한다.

문열어주는 직원에게 전화하고 싶다고 하니 갑자기 들어오란다. 고맙고맙!

 

10쿡짜리 전화카드를 하나 사서 전화 부스에 들어갔다.

일단 카드부터 먼저 등록을 하고나서, 전화를 걸면된다.

 

엄마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부스안에서 울었다.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목소리다.

내가 메일을 안보내서 잘 도착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난 정말 나쁜 딸이다. 나혼자 너무 재밌게 놀고 있었다.

안부를 주고 받고 25일쯤에 전화하겠다고 하고 끊었다.

 

10쿡이나 냈는데 10분정도 통화가 가능했다. 그것도 휴대폰이 아닌 유선전화 통화인데도..

박수오빠 얘기로는 5쿡카드를 구입했는데 휴대폰으로 2~3분 정도 통화한 것 같다고 한다.

역시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 여기는.

 

카드에 그려진 사람들은 미국 감옥에 억류되어 있던 "쿠반파이브" 다섯명이다.

이들에 대한 설명을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에게 해줬었는데,

한국에 도착하니 이미 풀려나있었다. 타이밍 참ㅎㅎ

 

 

 

 

 

 

우리가 트리니다드에서 얼마나 할일이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

1~100까지 CUC와 CUP를 권종별로 모아봤다. 동전도 크기별로 모아봤다.

 

CUC와 CUP를 구분하는 방법은 굉장히 쉽다.

CUC에는 동상이 그려져있고, CUP에는 사람이 그려져있다.

하지만 막상 돈을 지불할 때는 헷갈려서 잘 못 낼 수 있다.

CUP를 주면 잘 못 줬다고 돈을 돌려 주지만 CUC는 잘 못 내면 돌려주지 않는다.

 

1 peso - Jose Marti

3 peso - Ernesto Guevarra (체 게바라)

5 peso - Antonio Maceo

10 peso - Maximo Gomez

20 peso - Camilo Cienfuegos

50 peso - Calixto Garcia

100 peso - Carlos Manuel de Cespedes

 

스페인으로 부터 독립을 할 때인 1차 혁명 때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이 중 체게바라와 시엔푸에고스만 바티스타에 맞섰던 2차 혁명의 인물이다.

 

 

 

 

길을 걷다 본 졸고있는 강아지. 한쪽 귀만 까맣다.

 

 

 

 

마요르 광장 근처 계단.

여기서 밤마다 Casa de la Musica 공연이 펼쳐진다.

밤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 곳이 낮에는 한산한 모습이다.

 

 

 

 

마요르 광장의 뒷편에 있던 로만티코 박물관.

 

 

 

 

 

 

 

 

 

 

 

 

트리니다드에는 마을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 2군데 있다.

그 중에서 조금 더 낫다고 하는 시립역사박물관으로 갔다. (Museo Histrico Municipal)

 

입장료는 2쿡. 사진찍으러면 3쿡.

외국인의 행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입장료 내라는 손짓에 2쿡은 지불했다.

사진은 위에 올라가면 관리인이 없기 때문에 전경은 마음대로 찍어도 된다.

건물 아래에는 옛날 물건들이 있는데, 지금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물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용한 마을의 전경을 보니 화려함은 없어도 정적인 분위기가 좋다.

아무것도 없어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기분은 좋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 보다 더 힘들다.

올라올 때는 길어서 올라왔다고 하면 내려갈 때는 발을 헛디딜까 정말 겁이 난다.

그래도 미로 같은게 재밌다. 더 걱정되는 건 삐그덕 거리는 계단이었지만.

 

 

 

 

 

 

 

 

 

 

앙꼰해변으로 가는 날-

박수오빠의 네고기술로 세명이서 5쿡에 택시를 잡았다.

15분 정도 바람을 맞으며 이동하니 바다가 나타난다.

 

앙꼰해변은 가기도 전에 안좋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도대체 얼마나 안좋은 걸까 싶었는데, 도착해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다의 색은 평범한 바다의 색이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해변에 떠내려온 해초들이었다.

해초가 너무 많아서 밟기도 뭣 했었는데, 한쪽에서는 해초를 걷어들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당장은 파도가 쳐서 괜찮겠지만 쌓이면 쌓일수록 썩는 냄새도 날건데, 참 걱정이다.

올해 칸쿤을 비롯한 카리브해들이 해초에 의한 피해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어쨋든 우리는 바로 직전에 갔던 바다가 비냘레스의 까요후티아스였기 때문에

에메랄드 바다에서 바로 여기로 뛰어들기에는 마음이 조금 내키질 않았다.

결국은 수영 포기. 우리가 감나무라고 부르는 나무 아래에서 수다의 꽃을 피웠다.

 

 

 

 

까사 델 라 무시카(Casa de la Musica)에 가는길에 만난 Happy Hour!

피냐콜라다, 모히또, 다이끼리를 1쿡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게 웬 횡재냐하고 피냐콜라다를 한잔 샀는데 정말 맛있다!

돌아가는 길에 또 한잔 사먹었다 키키

 

까사 델 라 무시카 안에서는 같은 칵테일이 3쿡이니 무조건 여기서 사서 들어갈 것!

 

 

 

 

 

 

주말에는 무료로 공연을 하더니, 평일이 되니 입장료를 1쿡 받는다.

이 전에 이틀동안 봤던 공연이 조금 실망스러웠던 게 있어서 이 날은 들어가질 않았다.

대신 이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했다.

 

그리고 한 때 계단에서 한 껏 편한 모습으로 자고 있던 강아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가와서 사진 찍었다. 사진속의 저 남자는 강아지를 찍겠다고 렌즈까지 바꿨다.

다른 개 한마리가 짖는 바람에 이 강아지도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무료입장일 때 갔던 Casa de la Musica 공연.

아프리카 풍의 음악과 쿠바 전통댄스, 남자 솔로 공연이 이어졌다.

 

여행객들이 계단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다.

BAR 소속의 직원들은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음료 주문을 받고 있다.

무대 앞에는 삐끼로 추정되는 쿠바 할아버지들이 외국 관광객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음악이나 구성이나 조금 실망스러운 건 공짜로 보는 내가 투정할 건 아니지만,

조금 흥이 더 났으면 좋았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실제도 다들 평이 안좋다)

 

사실 트리니다드라는 곳이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기대에 조금 못 미친 부분이 많았다.

괜히 여기에 시간을 많이 썼나 후회가 들기도 했었고.

하지만 내가 불만족했던 그 부분도 쿠바의 일부분이며 트리니다드이다.

분명 이런 정적인 시간이 있었으면 뒤에는 다이나믹한 일들이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내 맘속에 있던 트리니다드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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