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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달 동안의 쿠바 - 까마구에이 (고양이공원, 영화의거리) 2 2015.07.27

아침에 벌떡 일어났다.

엄마한테 25일쯤에 전화한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벌써 30일이다.

집에 보내려고 써놨던 엽서를 들고 일단 전화국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인다.

전화, 팩스, 인터넷, 메일보내기 등등 통신과 관련된 건 모두 다 여기서 처리한다.

인프라가 잘 되어있지 않다보니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여기에 올 수 밖에 없다.

국제전화카드를 사고 싶다고 하니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야한단다.

이 더운 날씨에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 큰길로 한참가야 된다.

한숨을 쉬며 지도를 보니 여기서 알려준 그 곳에 전화국 표시가 되어있다.

그냥 지도를 볼걸, 어제 지나가면서 봤던 곳을 찾았던 것이다.

 

다행이도 우체국은 이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 바로 가서 엽서를 넣었다.

이 엽서는 여행이 끝난지 2달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고 있다.

 

한시간을 기다린 후에 전화카드를 구입하고 전화를 했다.

엄마는 25일 밤에 밤새도록 전화를 기다렸다는데, 전화가 안와서 상황이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하셨단다.

오늘은 밖에 놀고 계신다며 엄마 잘못이 아니라고 하신다ㅋㅋ

이어서 지방에 계신 아빠랑도 통화를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쇼파에 신문이 도착해있다.

내일은 5월 1일 노동자의 날인데, 쿠바의 국경일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날은 일반적인 국경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나와 행진을 한다.

이 엄청난 행사를 꼭 보고 싶었다. 사실 아바나에 일찍 가는 이유도 아침에 이걸 보기 위해서이다.

아무튼, 신문에서 이런 글을 보니 드디어 내일이구나-하는 생각으로 두근거렸다.

 

어제 까사에서 일하는 세뇨라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시킨 일이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만 없어지면 나에게 다가와 "Regalito(작은선물)"을 좀 줄 수 없겠냐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물건을 달라는 이야기였다.

쓰다 남은 샴푸나 비누, 아니면 과자 등등 너무 필요하니 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것도 한두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말을 걸어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주인 아주머니가 알면 이 일에서 잘린다며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한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닐수가 없다.

 

나중에는 정말 너무 귀찮아서 알았다 알았다라고 했는데 좀 있으니 또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보니 천으로 된 장바구니 같은 걸 방으로 던진다. 여기에다 넣어달라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서 정말 큰마음 먹고 물건을 조금씩 넣었다.

산티아고에서 구입했던 샴푸의 절반, 빨래를 하고 남은 비누, 일회용 면도기, 커피 믹스 등등

그리고 5쿡을 넣었다. 돈은 왜 넣었냐면... 샴푸와 비누 등은 CUC으로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CUC을 손에 넣기 정말 힘들다. 그래서 길에서 비누를 달라는 현지인들이 참 많다.

내가 당장 줄 물건이 없으니 이걸로 사서 쓰라는 생각이었다.

 

조금있으니 다시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었더니 다 넣었냐며 물어본다.

바구니를 주니 홱 채어가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지 이 상황은.

밖으로 나가는 길에 세뇨라에게 내가 물건이 별로 없어서 안에 돈을 넣어두었으니

그걸로 샴푸나 비누를 사서 쓰라고 얘기를 했더니 세뇨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Si~(응)" 이렇게 대답을 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건 줘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인도에서도.

이번에는 이 세뇨라가 정말 절실하게 말을 하는 것 같아 팽겨준거였는데 주지말걸 그랬다.

그닥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을 뿐 더러 내 마음도 불편해졌다.

 

그리고... 내가 실수한 것 같았다.

이렇게 자존심을 버리고 말을 걸어도 이번과 같은 수확(?)을 얻었다면

한번 보고 말 외국인에게 그런 것 쯤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들은 아마도 그러면서 이러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한 번이면 되니깐. 그러면 되는 거였다. 나 역시 그러고 말았던 거다.

 

 

 

 

찜찜한 아침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왔다.

오늘은 어제 대충봐서 아쉬웠던 산 후안 데 디오스를 다시 둘러본 후 시장에나 가볼까 했다.

여기 시장이 그렇게나 크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

 

산 후안 데 디오스로 가는 길에 뭔가 복잡하게 생긴 길을 보고 거기에 잠깐 있었다.

사진도 찍다가 이길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다시 저 길로도 가보고.

4거리인듯 4거리가 아닌 길이다.

 

아까 그 길 앞에 앉아있었던 한 남자애가 있었는데 포대자루에 과일을 팔고 있었다.

난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쳤었는데, 저쪽길로 갔다가 다시 나오니 내 쪽에 서 있었다.

얼굴을 보고 웃으며 지나가는데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일본과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며 잠깐만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나도 이야기하는 것 좋아해!

 

외모는 아르헨티나 사람같이 보인다. 아니면 이탈리아 사람 정도?

내가 아르헨티나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막 웃는다. 까마구에이 사람이라고 한다.

엥? 정말 쿠바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되질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쿠바 사람은 처음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나 스페인어도 잘 못하지만 영어는 정말 못해ㅋㅋ

그랬더니 그 때부터 스페인어로 말을 해준다. 고마워!

 

길 건너편에서 엄마 심부름으로 과일을 팔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서 건너왔다고 한다.

오늘 저걸 다 팔아야 된다며 귀찮으면서도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나도 오늘 구경하러 다닐거라면서 아쉽지만 헤어졌다.

잠깐이지만 너무 반가웠어!

 

 

 

 

 

 

 

 

까마구에이의 골목길은 몇번을 봐도 너무 예쁘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더더욱 예쁘다.

 

 

 

 

 

 

 

 

 

 

그리고 개성이 넘치는 갤러리들을 지나고-

창문을 바라보는 쿠바 사람의 모습조차 그림같이 보인다.

 

 

 

 

어제와 달리 화창한 모습의 산 후안 데 디오스다.

해가 구름에 가렸다 떴다 하고 있어서 한쪽의 그늘 계단에 앉아서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맞은 편에서 누군가 이 쪽으로 다가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제 만났던 레게머리의 펠리페다.

놀라움의 반. 사실 놀랄 것도 없다. 펠리페는 이 곳의 터줏대감인 것 같았다.

어제 함께 길을 걷는 동안 아는 사람을 20명정도 만난 것 같다.

걸어갈 때 마다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데, 어디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제 일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정말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고 변명을 했다.

밤에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오질 않아서 숙소로 찾아갔는데 주인이 자고 있다고 얘기를 했단다.

그래서 펠리페라고 얘기를 하면 알거라고 말을 좀 해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내 손님이고 깨울 수 없다고 했단다.

역시 어제 찾아온 그 사람이 펠리페였다. 너무 미안하면서도 주인 아주머니가 고마웠다.

 

펠리페는 오늘 아침에 우리집 앞에 갔다며 친구에게 물어보니 내가 아침에 나갔다고 말을 하더란다.

아마 아침에 전화국에 갈 때를 본 것 같은데 이 말을 들으니 뭔가 오싹해졌다.

그러면서 점심때 초대할테니 집에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자고 한다.

괜찮다고 하니 부담갖지 말라고 한다.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지금까지 괜한 약속을 했다가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일이 많았으므로..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오늘은 정말 혼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싫은거냐며 계속 물어본다. 싫은 건 아니지만 난 까마구에서의 시간은 오늘이 전부라고 얘기를 했다.

 

그 순간 구세주같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아까 잠시 만났던 그 친구였다.

내게로 다가오며 능숙한 영어로 "준비 다 했어? 아까 말한 거기로 가자"라고 말을 걸어왔다.

펠리페는 다른 친구를 사귀었냐며 정색하며 묻는다.

미안하지만.. 응 나 저 친구랑 다른 곳으로 가기로 약속했어. 미안해.

그랬더니 펠리페가 "OK"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나의 시간은 정말 오늘이 전부였어.

 

 

 

 

아까 그 친구가 와서 내가 불편해보여서 일부러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응 너무 고마워.

그러고는 과일을 한 뭉치만 빼고 다 팔았다며 남은 과일을 하나 꺼내준다.

빨갛게 잘 익은 이 과일,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배"라고 한다.

쿠바에서만 나는 특이한 색깔의 배다.

 

그늘에 앉아서 이 친구와 한참을 놀았다.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이 친구의 보물이었다. 이걸로 게임도 하고 노래도 듣고.

이 친구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 기계 안에 무수한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한국 노래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갑자기 나오는 "판타스틱 베이비"노래에 연신 몸을 흔들어 댄다. 으하하

내가 싸이 노래는 없냐고 하니 갸우뚱거리며 그런 가수는 모르겠다고 한다.

"강남스타일 모르니?" "아 피에스와이!!" 강남스타일에 젠틀맨에 맞추어 춤까지 춘다.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나까지 덩실거리게 만든다.

 

까마구에이에 대해서 잘 아냐고 묻길래 모른다고 했더니 오늘 가이드를 해주겠단다.

이런, 오늘도 혼자 다니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뭐 어때. 이렇게 좋은 친구가 생겼는데!!

 

 

 

 

 

 

재미있는 곳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해서 따라간 곳은 어제 갔던 까르멘 광장이다.

처음 온 척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어제보다 더 좋았던 건 날씨가 더 좋았다는 거다.

 

내가 밋밋하게 동상들을 찍어대자 친구가 뭐라뭐라 한다.

왜 여기에 와서 이걸찍냐며, 널 찍어야 된다고 한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프레디!" 허세가 잔뜩 들어간 이름이다.

 

내가 포즈를 취하면 프레디가 사진을 찍어준다.

엉덩이가 너무 뜨거워 안 앉는다고 했더니 아까 과일을 팔던 포대자루를 꺼내서 깔아준다.

덕분에 여기저기 다 깔고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이 상황이 넘 웃겨서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안 쪽에 신물을 보고 있는 아저씨는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매일 같이 여기에 나와 저 자세로 앉아있던 아저씨를 보고 작가가 동상으로 만든거라고 한다.

나도 기념으로 아저씨 옆에 앉아 지도를 펼쳐서 봤다.

 

 

 

 

 

 

 

 

그 다음에 간 곳은 고양이 공원이다. 아까 스쳤던 그 갤러리의 작가가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특별한 것은 없고 고양이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프레디의 사진을 올렸지만 나도 저러고 놀았다.

(내 사진을 올리기엔 부끄러워서)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아그라몬테의 집이다.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그라몬테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위한 전쟁을 펼쳤던 1차혁명 당시의 영웅이다.

이 사람이 까마꾸에이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까마구에이에는 무수한 이름의 아그라몬테를 볼 수 있다.

쿠바 500페소의 돈에 이 사람의 얼굴이 있다고 하던데 이 돈은 본 적이 없어 알 수가 없다.

 

외국인은 입장료가 1쿡, 쿠바인은 1MN이다.

내가 다른건 못 해줘도 입장료는 내줄 수 있다. 나 때문에 돌아다니는 건데 뭐.

아그라몬테 살던 시절의 물건들이 그대로 있다. 고급스러운 도자기가 눈길을 끈다.

사진을 못 찍게 하는데, 찍을 생각도 없지만 직원 한명이 계속 따라 다닌다.

테라스 쪽으로 가서 외부 풍경을 찍는데도 직원이 따라온다.

찍어도 되냐니깐 된다고 해서 급히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색감 좀 보소.. 

컴퓨터에 올렸더니 카메라랑 너무 비교된다. 흑흑

 

아무튼 위에서 내려다 보니 시원한게 너무 좋다.

그러던 중 코펠리아가 눈에 띈다! 여기 코펠리아 있다며 너무 좋아하니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한다.

오키 나 아이스크림 정말 좋아해. 얼른 내려가자!!

 

 

 

 

위에서 내려다봤던 그 광장인데 역시 카메라로 찍으니 사진이 산다.

한 쪽에 체 게바라가 웃고 있다. 여러번 말하는 것 같지만 체게바라는 쿠바에서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프레디에게 사진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폴라로이드를 꺼냈다.

그랬더니 길 가던 사람을 잡아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아.. 나 아무한테나 기계 안넘기는데..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이 너무 신기하다며 자기도 찍어달라고 한다.

일단 하나를 선물해주고, 우리 사진은 프레디에게 줬다.

 

맘에 안들었는지 프레디가 갑자기 너 카메라로 다시 찍으면 안돼? 묻는다.

알았다고 했더니 내 카메라를 또 지나가는 사람에게 주면서 찍어 달라고 한다.

아.. 정말 이 순간이 일년같이 느껴졌다. 아무한테나 주지마...

이 사람 역시 정말 친절하게 찍어주고는 굳!을 외치고 간다.

십년 감수했다.

 

 

 

 

 

 

 

 

코펠리아에 입성했다. 내가 아이스크림 주문하라고 20MN를 줬더니 능숙하게 주문을 한다.

엔살라다(Ensalada) 4개요!를 외치고는 티켓을 4개 받아온다.

나에게 2개를 주며 아이스크림을 받을 때 내면 된다고 한다.

줄을 서고 내 차례가 되어 티켓을 줬다. 맛은 한가지이기 때문에 고를수는 없다.

 

저 큰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저렇게나 많이 퍼준다. 1그릇에 5MN.

티켓을 두 개 줬기 때문에 2그릇을 받았는게 이게 내 몫이다. 프레디 역시 2개를 먹는다.

엄청난 양에 내가 너무 놀라하니 왜 그러냐고 도로 물어본다.

2개를 다 먹냐고 하니 이거 얼마 안된다며 원래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먹는거라고 한다.

그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다들 2그릇씩 먹고 있다. ㅋㅋ

에라 모르겠다 나도 먹었다. 근데 다 먹어버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헤헤

 

 

 

 

 

 

프레디가 아까 찍었던 사진이 더 예쁘다며 갖고 싶다고 했다.

사진관에 들어가서 메모리카드를 건넸더니 인식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진관으로 들어갔더니 내 눈으로 봐도 신식 기계를 구비하고 있었다.

칩을 건네고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쪽 벽면에 액자에 넣은 사진들이 걸려있었는데, 어멋 보니깐 구혜선의 얼굴도 있다.

구혜선을 아냐고 물어보니 꽃보다남자의 여주인공이라며 안다고 한다.

얘 나랑 동갑이라고 했더니 너무 놀라는데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내가 많아 보인다는거야, 구혜선이 많아 보인다는 거야 흥

 

드디어 사진이 나왔다.

프레디가 약간 못나온 감이 있긴 하지만 예쁘게 나왔다. (프레디는 실물이 훨씬 낫다)

연락처를 주고 받자고 해서 내가 이메일을 적어주었더니 프레디는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전화는 너무 힘들다며 이메일을 달라고 했다니 이메일이 없다고 한다.

컴퓨터는 친구집에서 음악을 복사할 때 말고는 사용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에고.. 연락하기가 어렵겠고만.

 

 

 

 

맑은 날의 아그라몬테 광장을 지나서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으로 가는 중.

프레디가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따라간 곳이다.

여기도 입장료 1쿡과 1MN을 냈다.

 

 

 

 

 

 

좁은 통로를 겨우겨우 올라가 드디어 종탑에 다다랐다.

바람이 엄청세다. 기분은 너무 좋다. 소리를 질러댔더니 속이 시원하다.

 

여기서 프레디와 이야기를 하면서 쿠바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풀어냈다.

 

먼저 배급에 대한 것을 물었더니 쌀, 콩, 설탕, 기름은 보름치가 제공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샴푸와 비누 같은 생필품도 줬었는데 현재는 지원이 끊겼다고 한다.

지금은 이걸 사서 써야하는데 쿡으로만 팔고 있어서 너무 힘들다는 거다.

쿠바인들에게 쿡이라는 돈은 벌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다.

 

너의 직업은 뭐냐고 물어보니, 세제를 각 집에 배달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것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일이 생기면 한다고 한다. 월급은 한달에 10쿡 정도.

산티아고 버스에서 만난 아저씨도 전기전문가인데도 월급이 20쿡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쿡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은 분명 난감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 프레디와 돌아보면서 어린이집을 봤는데, 거기는 어떻게 돌아가냐고 하니 당연히 무료란다.

그게 왜 당연한거냐고 하니, 나라에서 "노동"을 장려하고 있으니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나라에서 아이를 봐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실제로 쿠바에는 "일을 하자"라는 문구를 굉장히 볼 수 있다.

나라 자체가 산업이 없다보니 무엇이든 생산력을 높여야 할 수 밖에 없다.

일을하여 나라를 살리는 것이 가장 급하다. 식량도 그렇고 산업도 그렇고.

 

레게머리 펠리페는 여기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이는 40인데, 직업은 히네떼로이다.

히네떼로란 쉽게 말해서 전문 삐끼라고 할 수 있는데 까마구에이에서는 대체적으로 레게머리의 흑인이

서양 외국인들을 꼬셔 BAR나 클럽같은 곳에 데려가고 수수료로 돈을 받는데,

운이 좋으면 외국인들과 2차까지도 간다는 거다.

아바나에서는 조금 다르게 럼이나 시가 등을 파는 삐끼를 히네떼로라고 부른다.

아무튼 그들은 놀면서 돈을 벌며 쉽게 살려고 하는데 프레디는 그게 싫단다.

노력하고 뭔가를 얻어가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쿠바에서는 그게 힘들다고 한다.

 

프레디의 영어 실력의 배경이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따라했단다.

학교에서는 너무 간단하고 딱딱한 영어만 가르쳐주는데, 학교 말고는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단다.

그래서 그냥 영화와 자막을 보며 무작정 외웠다고 한다. 영어를 쓰고 싶어서 외국인에게 자주 말을 건다고 한다.

프레디는 영어 말고 일본어 단어를 나 정도 수준(?)으로 굉장히 많이 알고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배웠다고 하는데 정말 적절하게 잘 쓴다.

 

소원이라면 쿠바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나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해외의 초청을 받거나

외국인과 결혼해서 출국허가를 받는거라고 한다. 이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서의 삶이 절망적이라고 한다.

 

뭔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할 말은 많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프레디의 집은 어제 갔던 그 공동묘지의 옆에 위치하고 있다.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환경이 너무나 안타깝다.

 

프레디 덕분에 까마구에이에서 정말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간다.

꼭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란다. 너의 미래에 빛이 들기를 응원할께!

 

 

 

 

 

 

 

 

 

 

프레디와 헤어진 후 집에서 에어컨을 좀 쐬고 숨을 돌렸다.

오늘 시장에 가려고 했는데, 프레디와 노느라 가질 못했다. 못 가도 아쉽지가 않다.

그 덕분에 더 좋은 것들을 느낀 듯해서.

 

오늘 저녁식사는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 식당인 El Patio로 결정했다.

이름에서 부터 정원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전에, 아주머니가 나의 지도를 보더니 새로 나온거냐며, 자기도 하나를 달라고 한다.

아침에 잠깐 안내소에 들려 받은 새로운 버젼의 지도였는데 내용이 괜찮은 걸 보니 탐이 났나보다.

어차피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인포투어가 있으니 가서 받아서 주겠다고 했다.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엄청 밝은 표정으로 날 본다.

내가 뛰던 중이라 "올라"하고 그냥 스쳤는데, 아마 내 옆방에 온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밤에 아줌마가 일본인이 준거라며 초콜렛 두개를 줬거든. 키키

이럴줄 알았으면 낮에 지나치지 말고 정보나 좀 줄걸 그랬나보다.

 

인포투어는 영화의 거리 안에 있다.

예전에는 출구가 없어서 "Callejon sin Salida(출구 없는 거리)"라고 불렸는데

얼마전에 새롭게 단장을 하면서 새롭게 길이 나서 이제는 출구가 있다고 했다.

현재는 "Callejon de los Milagros(기적의 거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 앞에는 극장들이 모여있어 물씬 영화의 거리 분위기가 나고 있다.

 

 

 

 

인포투어에 가서 새로나온 영어지도를 요청했더니 안내원 아저씨가 창고에 찾으러 가셨다.

아저씨의 딸인지 계속해서 빤히 쳐다본다.

사진찍어 줄까? 했더니 금새 포즈를 취한다. 귀여운 것ㅎㅎ

 

 

 

 

 

 

역시 예쁜 정원이 있는 식당이었다. 한편에는 새장이 모여 있는데 엄청 시끄럽다.

아주머니가 여기에 1그릇에 30MN하는 메뉴가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오랜만에 밥이 먹고싶어서 돼지고기 볶음밥을 주문했다.

 

으음 너무 맛있다.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

양은 거의 2인분이라 반만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혼자라 메뉴를 하나만 시킨게 가장 아쉬웠던 점 크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지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다시 영화의 거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영업이 끝난 시간에 걸어가니 뭔가 느낌 있다 좋다.

 

 

 

 

 

 

이 길 끝에는 낮에 갔던 아그라몬테의 집 앞 광장이 있다.

사진을 찍다가 조금 앞으로 갔다가 뒤를 돌아보니 이 건물에도 체 게바라가 있다.

알고보니 아침에 엽서를 넣었던 우체국 건물이다.

앞만 계속 봤다면 여기가 거기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 집에가자 싶어서 몸을 돌리려는데 한 할머니가 말을 건다.

저널리스트라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사실 내가 하루종일 못하는 스페인어를 하느라 피로도가 쌓인 상태다.

말을 섞기가 싫어서 대충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이 분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오신다.

갑자기 쿠바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이런건 내가 대답하기도 너무 힘들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건 역시 자본주의와 북한이다.

내가 은근슬쩍 어려워하는 모습을 비추니 그제서야 말을 끌지 않는다.

집 앞까지 같이 왔는데 내 지도에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못해도 나이가 70이 넘어보였는데 이메일을 쓴다는 것, 정말 저널리스트 같았다.

 

힘들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아바나로 갈 채비를 했다. 이제 여기를 떠난다.

까마구에이에서 후회없이 즐기다 간다. 너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밤 11시가 되니 어제 나를 여기로 데려다 주었던 택시 아저씨가 왔다.

 

나가기 전에 아주머니와 못다한 이야기를 잠시나마 나누었는데,

아까 프레디가 우리집에 잠깐 들렸을 때 아주머니가 여긴 여행자 숙소라며 차갑게 나가라고 했었다.

분명 프레디가 아주머니랑 아는 사이라고 해서 들어온거였는데 물을 주고 나서 5분 이내로 나가라고 한 것이다.

 

나는 외부인을 데리고와서 화가난 걸로 생각을 했었고, 마음대로 데려와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했는데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그게 아니라고. 대낮에 돌아다녔으니 정말 힘들었을 텐데

프레디가 눈치없이 계속 여기에 눌러 앉아 너랑 놀려고 하는 것 같아 일부러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는 사이가 맞다고, 여기에 세제를 배달하러 자주 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 잘해주면 상황이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집에 가기 싫어서) 계속 있으려고 한다는 거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차갑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절대 나 때문이 아니라며.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쫓겨나듯이 나간 프레디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짐을 가지고 내려가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아주머니가 엄마처럼 느꼈졌다. 날 꼭 안아주고 건강을 빌어주었다.

 

터미널로 가는 길-

역시나 아저씨는 땀을 많이 흘리신다.

아저씨는 까마구에이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냐며 가는 내내 말벗이 되어준다.

네! 정말 좋았어요 까마구에이!

 

아저씨와 헤어지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뭔가 차가운게 느껴진다.

아저씨에게 주려고 음료수를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들고 온건데 그새 깜빡한거다.

아차 싶어 밖으로 나갔더니 아저씨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갔는지 5분 정도를 헤매었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나의 작은 정성이었지만 주고 싶었는데, 전해주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아저씨에게도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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