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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달 동안의 쿠바 - 아바나 (까예혼 데 아멜, 카사블랑카, 1830) 2015.08.08

오늘은 일요일이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날짜나 요일에 둔감해지기 마련인데

아바나에서 일요일을 기다린 이유는 "까예혼 데 아멜"

일명 아프리카 거리라고 불리는 곳에서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날에 가도 괜찮다만, 왠지 이런 곳을 날짜를 맞춰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언제나 그렇듯 부실한 아침밥을 먹는다.

그렇지만 요즘 그나마 좀 나았던게 아마 계란이 많이 들어가서 노란색을 띄는 빵이 부드러웠던 데다

빵 속에 텁텁했던 햄이 아닌 계란 프라이를 넣어줘서 목이 막히지 않고 꼭꼭 씹어먹고 있다.

 

이 다음날이었나, 계란 대신에 매일 우리에게 주었던 햄이 들어가 있던 날에

햄 대신에 계란을 주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지금 아바나에 계란이 없어서 줄 수가 없다고 한다.

쿠바가 괜찮다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쿠바에서 살겠다고 말한 나이지만,

결정적으로 못 살겠다라는 반응이 나왔던게 바로 식량문제였다. 먹을 것이 없다.

계란을 800만개(엄청난 규모다) 빼돌렸던 양계장 일당에게 횡령죄로 15년을 구형했다니,

이 곳 쿠바의 상황이 그 정도로 어렵다는 거다.

 

오늘 일정은 아프리카 거리와 산호세 기념품시장으로 계획이 되어 있어서

시간에 맞추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찰나, 박수오빠가 찾아왔다.

언니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멀리 나가기가 좀 힘들어 간단하게 주변을 돌아볼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갑자기 일정이 바꾸는 것에 대해 요며칠 조금씩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이건 어쩔 수가 없다.

하루이틀 집 밖에서 지내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각자 계획한 일정이 있으니 거기에 맞추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다닐 때 가장 중요했던건 바로 배려였다.

생각해보면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도 계획에 없었지만 내가 가고싶다는 곳에 일부러 따라와 줬었고

나도 언니 오빠와 가장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길을 찾았던 것 같다.

우리가 한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렇게 즐겁게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말은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니었나 싶었다. 잠시나마 불편했던 마음을 "이해"로 풀었다.

사실 고마웠던 것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므로-

 

그러다가 우리는 일정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구입했던 국립미술관 티켓이 오늘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유효기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박수오빠의 출국날짜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일이 휴관일인 월요일이니, 갈 수 있는 날이 오늘 일요일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일정을 잠깐 접고 1순위로 박물관으로 이동을 했다.

 

국립미술관 국제관은 중앙광장 근처에 있었다.

내가 당연히 거기라고 생각했던 곳에 갔더니 박물관이 아니다.

그래서 그 앞에 있는 사람에게 위치를 물으니 맞은편 건물을 가리키며 오늘 휴관이라는 거다.

순간 가슴이 덜컹거려서 정말이냐고 물어보니 당당하게 우리에게 확실하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세상에 일요일이 휴관인 박물관과 미술관이 어디있냐는 것이었다.

갑자기 상황이 너무 웃겨졌다.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고 갔더니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어제 구입한 티켓을 내미니 반틈 쭉 찢어버린다.

국제관은 크게 유명한 작품들은 없었지만 역시나 그 규모는 정말 대단했다.

미술전문가(?)인 류씨언니의 말에 따르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감처리가 잘 안된것이 많다고 했다.

내가 봐도 좀 부족하게 느껴지긴 했는데 작품들 제목을 보면 대부분 학원의 것들이 많았다.

하긴 유명한 작품들이 왜 여기있겠냐하는 생각도 좀 들긴했다.

 

 

 

 

 

 

박물관을 나와서 아프리카 거리로 가기로 했는데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도 선뜻 같이 가자고 했다.

중앙공원 앞에서 콜렉티보 택시를 잡은 후에 San Lazaro 거리의 아멜거리로 가자고 하니 그 앞에 세워준다.

길을 건너서 한블럭 안으로 들어가면 Callejon de Hamel이 나타난다.

 

그 전에 우리는 그 앞에 보이는 Cafe Brown으로 찾아갔다.

원래 박수오빠는 아침에 카페에 가서 쉬려고 했는데 일정이 바뀌면서 가지 못하게 되었었고,

대신 지금 가는 곳 어디에서 쉬자고 했었다. 그런데 오빠의 Maps Me 어플에 여기가 떡하니 찍혀있었고

우린 고민도 하지않고 여기로 가기로 만장일치를 했다.

 

메뉴판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다양한 메뉴들이 MN로 표기되어 있었고, 금액도 정말 저렴하다.

산티아고에서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커피가 Cafe Vatido여서 Vatido가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서 설명을 들어보니 얼음을 넣고 간 음료를 바띠도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즉 슬러시(쉐이크)다.

그러고보니 Cafe Vaido에도 맨 밑에는 아이스크림, 중간에는 커피 슬러시가 있었던거다.

 

나는 바나나, 언니는 딸기, 오빠는 초코 바띠도를 주문했는데 정말 극강의 맛이다.

세가지 모두 엽기적인 표정이 나올 정도로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 바나나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 정말 이런집이 우리 숙소 앞에 있었다면 정말 단골이 되었을 텐데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가격은 1잔에 20MN, 천원이 안되는 금액에 이렇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기분좋게 직원 언니와 인사를 하고 나오며 또 오겠다고 인사를 했다.

 

 

 

 

큰 길에서 Cafe Brown 뒤 쪽으로 한 블럭을 들어오니 그제서야 까예혼 데 아멜이 나타난다.

벽을 꽉 채운 화려한 무늬의 그림들이 벌써부터 우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 곳의 그림은 한 사람의 예술성을 발휘하면서 만들어지기 된 것이다.

 

'쿠바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 인종이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인데

카리브해이니 캐리비안의 해적?, 스페인 식민지이니 라틴계 백인들?,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 이쪽 백인?

 

정답은 모두 맞다.

쿠바라는 섬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고, 당연히 이 섬에 살던 원주민(타이노족 등)도 있다.

어느 날 스페인의 크리스토발 콜론(콜럼버스)라는 사람이 바라코아의 땅에 도착하였고,

이 후 섬의 존재가 서방국가에 알려지게 되면서 물자 약탈을 위한 스페인의 침략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식민지로서의 역할을 하다보니 순수한 원주민들은 사라졌다.

1차 독립혁명 후 프랑스인들이 새로운 땅인 쿠바로 들어와 사탕수수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는데

원주민들이 줄어감에 따라 인력이 부족한 탓에 아프리카로부터 값싼 노예들을 이 먼 곳까지 데리고 오게 되었고 

산업이 망하고 나서도 돌아가지 못한 그들은 이 땅에 남아서 쿠바라는 나라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요즘 세상에 단일민족이라고 할 만한 곳도 거의 없다는 것도 맞은 말이지만,

쿠바는 정말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중미속의 인종의 도가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스페인계 이름을 쓰는 사람, 프랑스어 이름을 쓰는 사람, 영어 이름을 쓰는 사람

그리고 아프리카 이름을 쓰는 사람까지 이 곳의 뿌리는 한 곳이 아니다.

 

까예혼 데 아멜은 "살바도르 곤살레스 에스깔로나 (Salvador Gonzáles Escalona)"라는

까마구에이 출신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쿠바 화가가 그린 벽화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 후 아프로쿠반(아프리카계 쿠바인)를 상징하는 장소로 탈바꿈하였고 매주 일요일마다 룸바 공연을 하고 있다.

 

 

 

 

 

 

 

 

 

 

 

 

까예혼 데 아멜 거리는 1블럭 사이의 골목 길에 있는 곳이라 굉장히 거리가 짧다.

그냥 걸어보자면 1~2분 안에 통과할 정도이지만 하지만 그 안에 볼거리는 굉장히 많다.

알록달록한 그림과 조형물부터 음악,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조차 새로운 쿠바를 보는 것 같다.

 

이 길 속에 갤러리와 카페들이 많이 있었다.

갤러리들에서는 삐끼들이 나와 들어와서 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카페는 분위기 한번 내볼까 생각해서 1초정도 고민도 했지만 에어컨이 없으므로 패스했다.

 

한 쪽에는 욕조로 만든 조형물이 참 많았다.

벤치로 추정되는 욕조의 단면은 우리의 엉덩이가 익을까봐 일단 지나쳤다.

 

 

 

 

 

 

 

 

 

 

이 거리로 들어올 때 음악소리가 났었는데 지금은 멈춰있다.

공연이 끝난게 아닐까 조마조마 했는데 공연장소로 와서 보니 잠깐 쉬는 시간인 것 같다.

다음팀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악기도 맞춰보고.

 

얼떨결에 정말 좋은 자리에 서게 되었다.

지금 자리를 비우면 저 뒤에서 공연을 보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계속 여기서 대기를 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다. 모두들 우리처럼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 거리는 좁은데 사람은 굉장히 많아요. 항상 소지품에 주의합시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멋진 스냅백에 선글라스를 낀 보컬을 보니 꽤 간지나는 음악을 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아프리카 스타일의 외치는 노래를 부른다. 캬캬

 

퍼커션의 음악과 보컬의 목소리에 흥이나고 몸을 들썩 들썩이는 순간에

남자와 여자 댄서가 나타나서 같이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든다.

비록 강렬한 군무는 없지만 음악에 맞추어 들썩이는 몸짓은 신이난다.

문제는 저 여자분 알바로 오신 것 같은데 더워죽겠다는 표정으로 억지로 춤을 추는 느낌이다.

뭐 어때. 상관없이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쿠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뒤쪽으로도 가보자 싶어서 나갔는데, 엄머 여기가 입구이다.

요즘따라 나의 감이 떨어졌는지 뒤로가서 앞으로 나오는 일이 즐비하다. 헤헤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좀 더 둘러보고 나왔다.

비록 인위적으로 만든 곳이지만 다양한 쿠바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참 마음에 든다. 여기.

즐거운 사람들과 그 장면을 보며 여유를 느끼는 사람들. 생각에 잠긴 사람들.

까예혼 데 아멜은 겉모습 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은 오늘도 엄청나게 맑았다.

항상 파란 하늘이 내비치고 있는 만큼 쿠바에 푸른 미래가 오길 바란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다시 Cafe Brown으로 찾아갔다.

아까 여기에 있을 때 옆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음식이 참 맛있어 보였기에 여기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친절했던 여직원과 다시 인사를 하고 추천해주는 피자를 주문했다.

 

와 피자 정말 거대하다!

토핑도 정말 많이 올라가는데 맛도 쿠바피자 답지 않게 정말 맛있다!

반죽은 어쩔수 없지만, 토핑이 너무 맛있어서 반죽의 아쉬움이 그나마 덜했다.

 

맛있게 잘먹고 기분도 굉장히 좋았는데

계산할 때 우리가 가진 모네다가 부족해서 쿡으로 지불하려고 계산하면서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1쿡=24MN이라는데 170MN를 9쿡으로 내라는 거다. 내가보기엔 7쿡정도 나올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5쿡(120MN)을 내고 남은 50MN를 모네다로 내겠다는데 4쿡인 96MN를 더 내라는 거다.

무슨 이런 계산이 있는지 다시 물어보니 9쿡 중에 남은 4쿡을 내라는 거다.

설명을 아무리해도 이해를 못하고..

 

사실 설명하는 우리도 여기 주인이 계산을 정말 못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돈을 더 받으려고 일부러 우기는 건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결국 옆에 테이블에 있던 아주머니가 와서 우리 얘기를 듣고 주인에게 설명을 해주니 그제서야 알았다고 한다.

괜히 기분 좋았는데 돈때문에 분위기가 나빠진 것 같아 우리도 주인도 속이 상한다.

아무튼 이 일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더 생각하면 우리 속만 터질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와서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원래 목적지였던 산호세 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그냥 택시를 타려다가.. 일단 저렴한 콜렉티보 택시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보통은 콜렉티보 택시를 타면 카피톨리오 근처까지 10MN이고,

이 후 다른 택시로 갈아타야 하는데 사실 이게 더운 날씨에는 굉장히 귀찮다.

박수오빠의 네고 실력으로, 1인당 1쿡에 산호세시장 앞까지 가기로하고 택시에 탑승했다.

 

산호세 시장은 다니엘이 추천해 준 곳으로 기념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했다.

들어보니 도매시장인 것 같은 개념으로 길에 있는 상점들이 여기서 물을 많이 떼간다고 한다.

 

내려서 시장을 찾아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길가에 펼쳐져 있는 시장은 없고

창고같은 곳만 있다. 안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건물 안에 부스처럼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기서 본 중국인들은 대부분 단체여행으로 온 듯 했는데, 여기가 방문코스인 듯 엄청나게 많았다.

아! 생각해보니 재작년 아바나에 왔을 때 들어가려다가 문이 닫혀있어 못 들어갔던 그 곳이었다.

2년 후에 여길 다시 오다니 생각하니 너무 웃기다.

 

대부분 밖에서 봤던 기념품들인데 가격을 물어보지 않아서 저렴한지는 모르겠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살게 없다고 계속 얘기를 해서 나도 그렇다면서 아무것도 사질 않았다.

쿠바는 기념품들도 뭔가 하나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게 정말이다.

사실 난 이때 사갈 기념품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다음에 와서 사가야지라는 마음을 먹고 키키

 

** 산호세 시장 (Almacenes San Jose)

- 주소 : Avenida del Puerto, La Habana (지도상으로 오른쪽 아랫부분)

- 매일 10:00~18:00 오픈

- 확실히 저렴합니다. 흥정은 필수입니다!

- 시장자체가 여러개의 건물로 엄청 큰데 이 중에서 공예품 판매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Mercado Artesania)

 

 

 

 

밖으로 나와서 땡볕을 걷던 중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덥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뒤로 돌아서 그들을 바라보니 모두들 미미한 그림자 아래에 서있다.

사람은 다 똑같다. 이 모습이 너무 웃기다.

 

 

 

 

 

 

걷는길에 갑자기 우리 눈에 띈 곳은 다름아닌 Luz 항구다.

루스 항구에서는 바다를 건너 카사블랑카로 가는 페리가 있다.

또 여기로 오기에도 귀찮고, 온 김에 타볼까 싶어서 박수오빠에게 말했더니 흔쾌히 OK해준다.

 

무슨 이유인지 선착장과 돈을 내는 곳은 사진을 못 찍게한다.

관리인들도 일반 사람들이 아닌 군인들이다. 아마 정부에게 관리를 하고 있는 교통수단인 듯 했고

페리인 만큼 테러 등의 일에 대비하고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 페리의 요금은 1인 10센타보이다. (0.1MN)

한국돈으로 3~4원 정도 되는 금액인데 이렇게 저렴한 교통수단은 지금까지 처음이다.

보통 외국인들에게는 1쿡 또는 1MN를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의 박수오빠 무려 센타보를 가지고 계신다.

우리에게 1인당 10센타보를 나누어 주셔서 우리는 당당하게 돈을 내고 탔다.

 

페리의 내부는 굉장히 조촐하다.

앉아가는 자리는 없지만 비교적 안정되게 흘러가고 있다.

 

 

 

 

 

 

페리에서 내리니 이 곳이 요새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옛 것으로 보이는 대포들이 눈에 띈다.

한 쪽에는 낚시를 하고 있는 아저씨가 있어서 가봤더니 물고기를 엄청나게 잡았더라.

 

 

 

 

카사블랑카로 들어오고 있는 기차.

이 기차는 아까 갔었던 산호세 옆의 기차역에서부터 출발하는 거라고 한다.

내가 쿠바에서 유일하게 못 타본 교통수단이다. 흑흑

(바라데로에서 타려고 했지만 나의 선택미스로 인해 실패)

 

 

 

 

 

 

예수상이 바로 위에 있는데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올라갔다. 이 더운 날씨에 말도 안하고 낑낑대며 올라갔다.

난 이게 워낙 작아보여서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는 컸는데, 박수오빠의 생각보다는 안큰가보다 크하하

이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어대다가, 칠레 사람이 사진을 부탁해서 내가 또 작품사진을 남겨주었다.

산티아고에 가봤다고 얘기를 하니 엄청 놀래던 칠레사람ㅋㅋ

 

그런데 여기에 올라와서 바라 본 아바나의 전경이 너무 별로다.

재작년에 와서 봤던 전경은 정말 멋있었는데. 왠지 왼쪽으로 가면 더 멋있을 것 같았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에게 얘기를 했더니 잠깐 고민을 하고 한 번 가보자고 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아무리가도 그 때 봤던 전경들이 나오지 않는다.

어느 지점까지 가니 까바나 요새가 시작되었고, 그 앞에서 더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까바나 요새 입장료는 6쿡, 주변 공원만 둘러보려면 1쿡씩을 내라고 한다.

 

1쿡을 내고 계속 걷는데 아무리가도 공원만 나오지 바다가 보이질 않는다.

막혀있는 곳 앞에서 관리인 아저씨에게 저 앞까지만 가게 해달라고 하니 선뜻 보라고 하신다.

좋아서 막 달려가서 내려다봤더니 꽉 막힌 요새의 내부만 보인다. ㅋㅋ

실망 또 실망.

 

우리는 화장실을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요새 내부에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해서

직원용 화장실을 오픈해주셨다. 캬하하. 그러고 우리는 또 열심히 걸었다.

 

결국 우리가 다다른 곳은 모로요새였다.

정말 많이 걸었는데 아바나에 도착한 날 일몰을 보러 온 그 곳이었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우리는 허탈한 마음으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왜 계속 우겼냐면 재작년에 왔을 때 정말 뷰가 좋은 곳이 있었고 거길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싶었던 거였는데

현실은 2년이 지난 지금 그 곳이 모로요새 옆이었다는 것이고 나무가 무성해서 그 전경이 가려졌던 것이다.

이 날 우리가 걸었던 거리는 쿠바에서 다니던 중 가장 오래 걸었던 거리였다.

두손을 삭삭 빌며 빌어야 하는데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서 입으로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흑흑

 

 

 

 

오늘 저녁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와 함께 말레꼰에 가자고 했는데

요새공원에서 느닷없이 페이스 오버를 하는 바람에 류씨언니가 지쳐버렸다.

더 늦으면 일몰을 못 볼 것 같아서 결국은 나혼자 뚜벅 뚜벅 걸어왔다.

걸어오는 길에 나도 정말 힘들었다. 이 날 정말 많이 걸었다.

 

하지만 말레꼰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늘따라 구름이 정말 멋있다. 너무 멋있어서 눈를 돌릴 수가 없다.

방파제 한 쪽에 자리를 잡고 해가 떨어지길 계속 기다린다.

 

 

 

 

 

 

 

 

 

 

 

 

오늘 태양의 색은 빨간색이 아니라 황금색이다.

말레꼰을 바라보기에 가장 가슴 벅찬 날이 아닌가 싶다.

내 옆으로 커플이 웃으며 앉아있고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기타치는 소리까지.

그냥 여기에 앉아있는데 기분이 너무 좋고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혼자오니 다른 사람들 눈치 안보고 내마음대로 사진 찍는 것도 좋다.

항상 아이폰으로 말레꼰을 찍다가 카메라로 찍으니 빛번짐이 없어서 더욱 좋다.

 

 

 

 

그때 어깨를 툭 치는 사람, 박수오빠와 류씨 언니가 왔다.

조금만 더 일찍오지~ 해가 거의 다 져버렸다. 오늘 일몰 최고였는데!

알고보니 오빠와 언니사이에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흘렀고 둘이서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다가 괜한 참견 같아서 모르는 척 계속 딴 소리만 내뱉았다.

 

내가 볼때는 안그래도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오늘 유독 많이 걸으면서 체력도 떨어진데다 예민해져가면서

지금까지 묵혀있던 감정들이 터진 것 같았다. 뭐 어쨋든 나는 모른척 하는게 답이었다.

나의 공(?)도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계속 모른척....ㅎㅎ

 

내일 모레면 오빠와 언니가 멕시코로 떠난다.

그래서 오빠가 오늘 맛있는 저녁을 사주겠다고 한다. 속 없는 사람처럼 또 쫄래쫄래 따라갔다.

평소에 지나다니면서 봤던 Europa 레스토랑에 갔는데 우리한테 서비스하는 직원도 없고 메뉴도 썩 맘에 안든다.

그래서 평소에 오빠가 칭찬을 하던 랍스터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랍스터가 없다고 한다.

허탈한 마음에 다시 Europa로 돌아왔고, 치킨요리와 직원이 추천한 빠에야를 주문했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는데 다들 너무 지친지라 내가 평소의 오버스러운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돌아왔다.

오늘 다니엘, 누님들, 오늘 도착한 경서오빠와 혜원이, 호아끼나 까사의 뉴페이스, 그리고 캐나다 친구까지

모두 함께 1830 살사바로 놀러가기로 한 10시 반이 다되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이미 시간이 늦어서 바로 1830으로 출발!

이동은 당연히 콜렉티보 택시다! 10MN를 지불하고 고고!

 

 

 

 

도착해서 건물을 보니 당황스럽다.

여기 재작년에 왔을 때 호텔을 이탈해서 혼자 택시를 타고 놀러왔던 그 곳이다.

고급 레스토랑처럼 보였던 이 곳이 바로 1830 살사바였던 것이다.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고 입장료 3쿡을 지불하고 입장!

 

※ 1830 살사 바

- 주소 : Malecon 1252, esqina a 20, Vedado

- 큰 가방은 맡기고 들어가야 합니다!

 

 

 

 

 

 

먼저 맥주부터 사고나서 무대 앞쪽으로 갔다.

밴드의 음악소리도 너무 흥겹고 그 옆에서 춤을 추는 프로댄서의 모습도 너무 신난다.

몸치인 나도 댄서의 움직임에 따라 신나게 흔들었다.

 

그리고 정기 공연이 끝나고나니 자유롭게 춥을 추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다니엘과의 기본 살사 스텝 과외를 마치고 나서 음악에 몸을 맡겼다.

아이 씐나!

 

숙소로 돌아와서 우리는 801호에서 2차가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다니엘이 아르헨티나에서 가져온 육포를 개봉한다는 것이었다.

나 정말 아르헨티나 너무 사랑한다. 이유는 다 치우고 육포라는 얘기에 밑으로 내려갔다.

엄청난 에피소드가 쏟아지고 술은 멈출줄을 모른다. 시간은 우리도 모르게 계속 흘러갔다. 

내일 산타마리아로 가자는 얘기가 나와서 모두가 오케이 하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우리의 밤은 끝났다.

 

나 오늘 정말 힘들었는데,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은 모든 걸 무색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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