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생활하는 동안
내 메신져의 대화명은 1년 반동안 변하질 않았다.
꾸준히 <왕짜증>이었다.

왕짜증만 일으켰던 나쁜 기억들은 버리고,
버리기 아까운 나의 작은 에피소드들로 채우자.
그리고 또 웃어보자.





멕시코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남미의 기억만 떠올렸다.
분명 멕시코도 굉장히 자유로우며 흥이 돋는 곳이라 생각했다.
위 사진 처럼 음악으로 가득찬.

저런 모습은 센뜨로의 간츠 거리에서만 딱 두번봤다.





2002년 월드컵은 고3이라 야자 시간에 미친듯이 응원했었고,
2006년 월드컵은 아르헨티나에서 재방송으로만 시청이 가능했다.
2010년 월드컵은 zocalo광장에서 많은 한국 사람들과 함께 봤다.

경기가 몇시였더라.
너무 아침 일찍이라 밤 새우고 갔다.
운 좋게도 스크린 한가운데 앉으신 대사관님 바로 옆에 앉았다.
빵도 주고, 물도 주고, 붉은 악마 티셔츠도 주고.
정말 재밌었던 경험이다.





그 중 눈에 띄는 한사람.

유일한 그리스 사람으로
마치 리버풀vs에버튼 전의 불쌍해보였던
그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zona rosa는 이름이 무척 이쁘다.
같이 살던 언니는 장미마을이라 불렀고,
나는 핑크존이라고 불렀다.

이 곳은 한인밀집지역이자, 게이들의 활동지역으로
나 역시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인데
중요한건 이 곳에 위치한 햄버거 가게 torreon이다.

물론 한국에도 맛있는 수제 햄버거 가게가 정말 많겠지만
여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떡볶이 가게를 생각나게 하는 주황색 테이블과 의자에
커다란 그릴이 가게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파인애플을 뚝뚝 잘라서 함께 구워주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그래봤자 가격은 3500원 정도인데
너무너무 맛있는 햄버거-

게다가 웃긴건 가끔씩은 시원한 음료수가 없다면서
밖에서 사서 오라고 시키기도 한다.





정말 불편한 마음으로 떠났던 여행인데
사장님과 그의 아들. 끌려가듯이 이렇게 재미없는 멤버로 갔다.
이 곳은 puerto vicente guerrero.

5시간이나 걸리는 바다까지의 시간도 지루하고,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는 낚시도 재미없고,
마음에도 없는 맞장구도 싫었다.

그저 하나 좋았던건 저 커다란 조개다.
cayo라고 쓰지만 까이요라고 발음하는 특이한 이름이다.

조갯살을 잘 다듬은 후 양파, 토마토, 고추장 등등을 넣고
마지막으로 레몬즙을 뿌려서 비벼먹으면
새콤 매콤한게 정말 맛있다.
비스켓이랑 같이 먹어도 잘 어울리고.





2011년 티스토리 달력 사진 공모전에 냈던 사진이다.

san geronimo의 석양을 담았는데
이 곳에 찍은 사진 대부분이 너무 멋있어서
어떤걸 골라야 할 지 모를정도였다. 물론 떨어졌지만.

육지에서 이 강을 작은 보트를 타고 건너면
새우, 송어 튀김 등을 파는 식당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 뒤로 가면 다시 커다란 바다가 나오는 신기한 곳이다.

또 우리가 도착하기 얼마전에 큰 비가 와서
모래가 많이 쓸려갔다고 했다.
그래서 더 신기한 게 모래사장의 맨 끝에
3미터 정도의 낭떠러지가 있는데 바로 그 곳이 바다였다.

이런 곳을 다시 볼 수 있을까.





san geronimo의 강쪽에 그물을 쳐두고 잠시 식사를 했다.
약 한시간 쯤 뒤에 그물에 잡힌 것은
놀랍게도 엄청나게 큰 거북이였다.

이 아이는 도대체 몇살일까?
그나저나 이런게 왜 여기서 걸린거지?

잡아 먹을순 없는거니깐 그냥 놓아주었다.





음식을 할 때 위생이 좋지 않으면
그 균들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난 그다지 예민한 편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잘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불평 없었던 나도 조차도
일을 다물지 못하게 한 불결(?)한 곳이 나타났다.

멕시코시티에서 30분정도 가면 나오는 coyoacan의 식당인데
밀가루 반죽을 하면서 땀도 닦고, 돈 계산도 하고,
또 프린트가 있는 비닐에 감싸기도 한다.

여기서 끝날게 아니라, 주문서를 받으면
이 밀가루 반죽을 조금 떼어내서 조리대에 붙여둔다.
그리고 그 반죽을 퀘사디야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손님이 가면 앞치마에 손을 닦고 그릇을 치운다.

하지만 그놈의 맛 때문에 손님이 하루종일
끊기지 않는 곳이다.





멕시코를 여행하다 보면 끊임없이 나오는 두사람이 있다.
바로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다.
곳곳에 그들에 관한 엄청난 수의 박물관이 있다.

예전에 과나후아또에 갔을 때는 디에고 리베라의 집에 갔었는데
코요아칸에는 프리다 칼로의 집이 있었다.

그녀의 어린시절 발자취를 보게 되었는데
꽤 부유하게 자란 모습이다.

이것 말고도 생각나는 게 너무 많은데,
내 소중한 사진 씨디들을 바보같이 멕시코에 두고 왔다.
다음에 다른 사람을 통해 내 사진을 다시 되찾게 되면
나의 작은 기억들을 다시 한번 기록해 두고 싶다.

음... 그리고...
멕시코를 떠올리며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마리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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