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코아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는 오전 8시, 오후 2시 두번 있다.

우리는 산티아고로 가는 택시를 구하지 못해 비아술을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기예르모 아저씨는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고 새벽같이 준비를 해주셨다.

하지만 아저씨의 마음과 다르게 바라코아에서의 아침식사는 뭔가 부족하다.

허기지지 않기 위해서 빵과 과일을 꼭꼭 씹어먹었다.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우리는 비아술 터미널로 간다.

 

어제 길에서 만난 비시택시 기사에게 아침에 와달라고 했더니 일찍이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짐에 놀라는 모습이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 무게를 자전거에 실었다.

비시택시 기사는 그래도 열심히 달려준다.

 

약속했던 30MN를 주고...

미안한 마음에 내가 더 주려고 생각한 찰나 박수오빠가 고맙다며 돈을 얹어준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우리에게 불평하지 않아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터미널의 사무실로 가서 지금 출발하는 버스에 자리가 있냐고 하니 예약여부를 물어본다.

예약은 안했다고 하니 공책을 주며 이름을 쓰라고 한다.

설마 자리가 없나싶어 잠깐 두근거리긴 했는데, 이름을 쓰니 바로 티켓을 준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너무 놀랬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에 짐을 싣고 올리는 아저씨는 여전히 돈을 요구한다.

그의 손바닥에는 1쿡짜리 동전이 붙어있다. 짐을 올리거나 내릴 때 손도 못대게 하곤 1쿡을 달라고 한다.

아저씨가 다른 일을 할 때 우리짐을 올렸더니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선 뭐라한다.

 

그 순간 기예르모 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

알고보니 박수오빠의 아이패드 충전기를 두고갔다며 터미널까지 가지고 오신거였다. 눈물이 글썽 글썽..

아저씨한테 짐꾼에게 1쿡을 줘야하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 사람도 이게 직업이기 때문에

댓가는 줘야하지 않냐고 그러신다.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강압적이라..

아침에 우리를 태우고 온 비시택시 아저씨도 그렇게 일하고 1.5쿡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었는데

이렇게 버스에 짐을 올리고 내리는 일이.. 과연 그 아저씨보다 많이 벌 일인가 싶었다.

행복했던 바라코아는 버스 내릴때와 탈때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바라코아에서 산티아고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 (비아술은 1인 15CUC)

원래 내가 원했던 예상경로는 산티아고-관타나모-바라코아였는데,

관타나모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기지(감옥)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 곳은 미국땅이기 때문에 당연히 들어갈 수는 없고, 쿠바의 땅에서 멀리 지켜볼 수만 있었다.

알아보니 개인적으로는 갈 수 없고 여행사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고 한다.

바라코아의 여행사에서는 여기가는 투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산티아고로 가보기로 했다.

(감옥이름 : Presion Naval, Caimanera에 위치, Caimanera 호텔 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중간에 관타나모에서 버스는 잠깐 멈춰섰다.

여기서 사람들이 더 올라탔는데, 버스는 금새 만원이 되었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전기설계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주로 전봇대 쪽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집은 관타나모이고, 아바나로 출장을 가는 길이라고 한다. 그러니깐 이 버스를 타고 1,000km 정도를 가는거다.

굉장히 지루한 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나를 만나서 너무 반갑다고 한다.

 

관타나모에서 산티아고까지 가는 2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체스가 취미라고 하고 한국에서도 체스를 하지 않냐고 한다. 한국은 체스와 비슷한 바둑(GO)를 한다.

쿠바는 일을 장려하는 나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하고 있다. 아저씨의 월급은 20쿡이다.

일주일에 4일을 출근하는데, 근무시간은 하루에 8시간이다. 그런데 4시간은 일하고 4시간은 휴식시간이라고 한다.

여기 휴대폰은 충전식인데, 보통 한달 5쿡정도를 사용하는데 월급으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기가 어렵다.

여기 망고가 맛있다고 하니 지금은 별로 없는 시기이고 여름이 되면 많다고 한다.

우기는 4~5월인데, 거의 비가 안온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겨울도 있지만 20도 내외로 춥지 않단다.

 

이런 사심없는 대화가 너무 좋았다.

아저씨는 나에게 주소를 적어줬다. 계속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내가 쿠바여행을 하면서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 때 알았다.

아저씨가 주소를 적어주는 순간, 나에게 뭘 바라는 건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확한 아저씨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주소만 받고도 의심을 하게 된 내가 너무 싫어졌었다.

그래서 산티아고에서 부터는 조금 마음을 열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기예르모 아저씨가 소개해 준 까사에서 보낸 택시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내린 산티아고의 숙소는 지금까지 우리가 본 숙소 중에서 가장 부자집으로 보였다.

엄청난 방 크기에 욕조달린 화장실, 넓은 거실과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들 등 새로운 모습이다.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이 집은 그닥 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의무적인 친절한 안내가 끝나고 짐을 정리했다.

 

** 내가 머물렀던 산티아고 까사

 

Ilia (Sr. Luciano J. Batista Deas)

주소 : San Felix #362, e/San German y Trinidad, Santiago de Cuba

전화 : (+53) 22-654133

휴대폰 : (+53) 1-54398353

이메일 : iliacuba2012@gamail.com

 

장점 : 아침식사가 좋다 (산티아고는 물자가 풍부해서 모든 까사들이 다 좋은 것 같다.)

         넓은 객실, 깨끗한 시설, 주인의 터치가 없다.

단점 : 중심가인 세스페데스 공원에서 4~5블럭 정도로 약간 먼 편이다. (더 가까운 곳으로 가세요!)

         친절하지만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섬주섬 짐 정리를 하고 우선 필요한 물건들을 좀 사기로 했다.

여기 산티아고의 좋은 점은 물자가 풍부하다. 물, 음료수, 공산품 등등을 구하기에 너무 좋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먹을 것도 엄청 많다. 대도시인 만큼 식당들과 간식거리가 정말 많다.

 

슈퍼마켓을 찾던 도중 삐기 한명이 자꾸 식당으로 오라고 한다.

마침 배가 조금 고프다고 생각했던 참이라 얼마냐고 하니 1접시에 25MN라고 한다.

와 이런 곳이 있다니! 일단 반가움 반, 의심 반의 마음으로 들어갔다.

 

멋진 몸매의 여자직원이 와서 정말 친절하게 메뉴 설명을 해준다.

나는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서 볶은 요리(25MN)와 생과일 주스(2MN)를 주문했다.

와 샐러드와 볶음밥까지 함께 나오는데 맛이 정말 기가 막힌다.

이 요리가 한국돈으로 계산해보면 1,500원 정도 밖에 안되는거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산티아고에 머문 4일 동안 이 집을 찾게 되었다.

 

** Fondita 460

주소 : Santo Tomás No. 460 e/ San Francisco y San Gerónimo.

영업시간 : 월요일~토요일 (일요은은 휴무) / 12:00-16:00 (점심만 합니다!)

강추이니! 산티아고에 가시면 들려보세요!

 

 

 

 

 

 

산티아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스페데스 광장.

파란 하늘아래에 대성당이 위치해 있고, 그 맞은 편에는 시청이 위치하고 있다.

 

혁명이 성공한 후 1월 1일 피델 카스트로는 여기 시청에서 혁명성공을 선언했다.

 

 

 

 

 

 

 

 

 

 

목적없이 길을 둘러보다. 오랜만에 슈퍼마켓과 잡화점 등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먹을거리도 참 많고 볼것도 많다. 도시의 활기참이란 이런 것이다. 후후

 

산티아고에는 영화관이 참 많다. 그리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커피숍도 많다.

길거리에는 닭을 튀겨파는 치킨집도 많다.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도 많고.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한다. 5MN를 내고 먹은 아이스크림. 맛은 별로지만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 

 

 

 

 

 

 

산티아고에는 음악 들을 곳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세 곳이 Patio Artex, Museo del Carnaval, Casa de la Trova이다.

Patio Artex에서는 매일 1~2회의 공연과 함께 댄스교실도 함께 열리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가 찾아갈 때 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분위기가 그저그래서 그냥 패스-

 

Museo del Carnaval은 매일 4시에 공연이 있다. (입장료 1쿡)

마침 시간이 알맞아서 여기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아프리카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

그냥 자기들끼리 춤추고 노래부르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같이 춤도 추고하는 식이라 정말 재밌었다.

 

Casa de la Trova는 우선 가봤는데 아직 낮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저녁에 다시 찾아가기로!

 

 

 

 

 

 

Valcon de Velazquez.

바다에서 한 참 오르막에 위치한 산티아고에서 그 아래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무료입장이 가능한다 사진촬영은 1쿡을 내야한다.

엄머, 나는 무료로 들어왔다고 아무도 안 보는데 사진을 하나도 안찍었다.

이런 너무 정직해서 탈이다.

 

 

 

 

 

 

산티아고의 멋진 골목길.

급격한 내리막으로 떨어지는 이 길이 너무 좋다.

 

 

 

 

 

 

어느 정보북에 괜찮다며 추천하던 레스토랑 Bar Fontana.

마침 숙소에서 가깝길래 찾아갔더니 꽤 괜찮은 분위기에 에어컨까지 나온다.

좋다하며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도무지 깨끗한 곳이 없다.

직원이 앉으라는데 더럽다고 정리를 해달라고 하니 손으로 흘려져 있는 음식들을 주워서 가져간다.

순간 여기가 쿠바라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제정신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자리를 잡고 피자와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맛이... 지금까지 먹은 곳 중에서 가장 최악이다^^

스파게티는 모두 부숴져 있었고 찰진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피자는 말 할것도 없지만!

 

이 날의 가장 잘한 선택은 맥주다.

Casique라는 맥주인데, MN로 결제가 가능한 현지인들이 마시는 맥주다.

일반적으로 Cristal과 Bucanero만 마실 수 있는 쿠바에서 Casique를 먹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물론 맛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시원한 맛이다! (거품의 모양만 봐도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낮에 이렇게 새하얗던 대성당 앞에서 저녁에는 음악회가 펼쳐진다.

저녁을 먹고 왔더니 공연을 놓친 상태. 물어보니 매일밤 8시쯤 음악회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느 한 할아버지를 소개시켜주면서 룩셈부르크 출신인데 이 사람이 메인이라고 한다.

인사를 하고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Casa de la Trova.

뜨로바 음악을 연주하는 곳인데 마침 음악이 흐르고 있다.

 

사실 박수오빠가 저녁을 너무 부실하게 먹어서 다른 식당을 알아보던 차

이쪽으로 온건데 정말 엄청난 삐끼들이 몰아친다. 떨어져도 계속 달려와서 오라고 한다.

음악을 듣고싶다고 하니 자기 레스토랑에서도 음악 연주한다고ㅋㅋ

 

입시름을 하다가 얼떨결에 여기서 춤도 추고ㅎㅎ

 

 

 

 

조금 더 걸어가니 레게음악이 짜잔~~

흥이 절로난다. 음악을 들으며 어깨를 들썩들썩!

 

갑자기 박수오빠를 부르는 한국어가 들린다.

알고보니 중미여행을 할 때 만났다는 친구였는데, 여기 쿠바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연락도 안되는 이런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고 재밌다.

그리고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22살의 당당한 어린친구도 만나고.

까미욘을 타고 산티아고까지 왔다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다!

 

오랜만에 한국사람들과 잔뜩 수다를 떨었다. 그 자리에서 거의 2시간을 떠든 듯.

그 동안 여행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서로가 알고있는 깨알팁들을 주고 받으며.

내일도 산티아고에 있을거라고 해서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있던 Cafeteria 34.

산티아고에는 럼을 탄 커피가 유명한데 우리도 가는 길에 마셔보기로 했다.

종류는 4가지 정도가 있었고, 1잔당 가격은 0.8MN이다. 한국돈으로 20~30원 정도 하는 커피이다.

 

우선 잘 알지 못하기에 Santiago 럼이 들어간 커피를 주문했다. (Cafe con Santiago)

사실 가장 유명한 커피는 Cafe con Rocio이다. 다음부터는 이것으로 주문했다.

아무튼 입에 한모금 넣는 순간 럼이 너무 쎄서 독하다.

커피를 조금 더 넣어줄 수 있냐고 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넣어준다.

 

3잔이면 분명 2.4MN인데, 5MN을 냈더니 거스름돈을 주질 않는다.

거스름돈을 달라고 하니 달랑 1MN만 준다. 2.6MN을 줘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커피를 더 줬기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이런 억지가 어디있는지..

 

쿠바는 내가 정말로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뭐든 좋았다.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그냥 그게 쿠바인가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뭘 해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 그냥 그대로가 좋았다.

하지만 이 날은 겨우 1~200원 하는 돈 때문이 아니라, 정말 장난친다는 마음이 많이 들어서 너무 짜증이 났다.

그냥 너무 싫었다. 이렇게 날 속이는게. 이건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쿠바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이 날 처음으로 여행하는게 싫어졌었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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