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새벽 4시가 다되도록 엄청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남들은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나도 그동안 살면서 서러웠던 일들,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다.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털어놓았다. 이야기 중간에 울컥울컥하면서.

내가 이야기할 동안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하지 않고 계속 들어만 주던 박수오빠가

그래도 나의 삶은 나의 이야기가 있어서 가치가 있다고 잘 살아온거라고 말해줬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 동안 힘들다고만 느꼈었던 나에게 이렇게 희망을 주는 응원이 필요했다.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을 박수오빠가 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뒹굴 뒹굴거리다가 문득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세스페데스 광장쪽으로 가서 집에 보낼 예쁜 엽서와 우표를 구입하고

관광안내소(Infotour)에 갔는데 점심시간이라며 직원이 없다.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택시 삐끼들과 가지 않을 장소들에 대해서 네고도 좀 해보고.

 

기다리다 지쳐 그냥 Cubanacan 여행사 직원에게 갔는데

산티아고에서도 현재는 Caimanera(관타나모) 감옥을 보러가는 투어가 없다고 한다.

여기에 가면 있을거라고 했는데 여기도 없다니, 이건 도대체 어떻게 봐야 되는거야~~

아마도 무작정 찾아가면 되지 않나싶다. 괜히 소심하게 마음먹었다가 중요한 곳을 놓친 기분이다.

 

아무튼 까이마네라는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월요일이었는데 슈퍼에 사람들이 정말 많다. 줄을 길게 서있는데 아까부터 줄어들지를 않는다.

사람들은 종이티켓 같은 것을 내고 그러면 쌀로 보이는 것을 저울에 올린 후 담아서 준다.

아! 배급인 것 같다. 주말 새 받지 못한 쌀을 받는 것 같았다.

배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하는가보다.

 

 

 

 

숙소로 돌아와서, 주인 아저씨에게 모로성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봤다.

택시를 타면 쉽게 이동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최저가로 이동하는 방법을 원했다.

까미욘을 타겠다고 했더니 아저씨도 놀랜다. 그래도 자세하게 알려주신다.

 

까미욘은 우리 숙소에서 두블럭 정도 떨어진 곳의 한 모퉁이에 선다.

일단 까미욘을 타기 전에, 딴짓을 하기로. (언니는 가짜손톱을 제거하려다 크게 다칠뻔했다)

한쪽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곳에서 2개를 게눈 감추듯 흡입했다 캬캬

 

다시 까미욘을 타러 고고고

우리와 같이 까미욘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확인차 다시 한번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까미욘도 다 같은 까미욘이 아니고 차량의 상태에 따라서 1MN, 2MN, 5MN짜리가 있다며

너네같은 여행자들은 힘들다고 5MN 버스를 타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최저가 이동이다. 1MN 까미욘을 택했다.

 

** 모로성으로 가는 방법

행선지는 까미욘 위의 돈 받는 직원이 크게 소리치니 잘 듣고 타면 된다.

1. 베르사예(Versalle) 행 까미욘을 잡아 탄다. -- 1MN

2. Versalle에 도착하기 전에 내린다. (반드시 물어보세요!)

3. 시우다마르(Ciudamar) 행 까미욘을 잡아 탄다. -- 2MN

4.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내린 후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는게 단점이다.

 

** 모로성에서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오는 방법

1. 아까내린 그 곳에 서있는 까미욘을 잡아탄다. 사람이 다 차야지 출발한다.

2. 세스페데스 광장 직행이니 그냥 쭉 타고가다가 광장이 보이면 내리면 된다. -- 2MN

 

** 택시로 가는 모로성

아침에 여행사 직원을 기다리면서 택시삐끼들과 네고를 해 본 결과

택시 1대에 왕복 15쿡에 가능하다. 가서 관광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약 3시간 정도 소요.

 

이렇게 우리는 왕복 5MN의 금액으로 모로성을 왕복했다.

물론 엄청난 고행길임에는 틀림없다.

 

 

 

 

 

 

빨래를 숙소에 부탁해두고 나왔는지라 겨우 남아있는 옷을 입고왔더니 패션 테러리스트다

그동안 입은 옷들도 그닥 멀쩡한 스타일은 없었지만 이 조합은 너무 웃긴 헤헤

두번 볼 사람 아니라면서 뻔뻔하게 입고 나왔다.

 

계속 손빨래만 하다보니 세탁기로 빨래를 한번 돌리고 싶었다.

마침 우리 숙소에 세탁기로 추정되는 기계가 있었고 일하는 아주머니께 빨래를 해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옷 1개당 0.3쿡을 달라고 한다. 아바나에서는 한 뭉치가 1쿡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 비싼 금액이다.

그래서 비싸다고 했더니 그러면 1개당 0.2쿡을 달라고 한다. 비싼게 아니라고 한다.

그냥 한번 하자 싶어서 10벌을 맡겼는데, 왔다갔다 거리면서 눈에 띈 장면은

무려 내 옷들을 손으로 빨래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럴거면 안 맡겼는데...ㅋㅋ

세탁기로 보이던 기계를 물어보니 탈수기라고 한다. 휴-

 

시우다마르로 가는 까미욘이 도통 오질 않는다.

중간중간에 우리를 실어갈려고 택시 탈거냐고 물어본다.

네고를 시도했다가 3쿡이라는 금액에 패스, 우리는 최저가를 원한다!

 

 

 

 

20분쯤 기다렸을까- 시우다마르로 가는 까미욘이 도착했다.

이미 엄청난 인파가 탑승을 한 사이에, 사람들은 더욱더 끼여 타기 시작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고. 이 버스를 놓치면 언제 탈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꽉 낀 버스 안.

손잡이라고는 천장에 천막을 받치고 있는 철봉(?)밖에 없다. 팔을 쭉 뻗고 겨우 몸을 세운다.

평소 같으면 좀 힘들다고 생각했을 건데, 날씨가 더운터라 겨에서 다양한 냄새들이 난다.

내 앞에 4명의 남자들의 겨가 있었는데 그 순간 류씨언니가 한 남자의 겨를 가리키며

"그래도 박수오빠의 겨가 가장 청정해~ 이리로 기대~"

푸하하하 정말 힘들게 내 몸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버스를 타고 덜컹 덜컹 거리는 순간에도 화는 커녕 웃음이 너무 나와서 참느라고 애썼다.

 

이윽고 시우다마르에 도착하고 모든 무리가 버스에서 내렸다.

휴~ 살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땡볕은 시작이었다.

 

 

 

 

 

 

박수오빠의 안내에 따르면 옆에 있는 오르막이 모로성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눈 앞이 깜깜했다. 이 높이를 올라가자니 너무 막막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쩔수 있나, 열심히 계단을 올라갔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박수오빠는 집에서 얼려온 생수를 너그러이 배급해주셨다.

이것은 정말 축복의 물이며, 생명의 원천이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아래로 보이는 모습이 정말 절경이다.

강한 햇볕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기쁨도 잠시, 우리는 이 오르막길이 다시 내리막으로 바뀌면서 처음 그 길목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또 걸어가는 길-

현지인들이 우리더러 해변(Playa)로 가냐고 물어봤었는데 와서 보니 그 해변이 이 해변이다.

물의 색이 쿠바에서 봤던 곳 중에서는 가장 탁한 물이라고 느껴졌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 더위에 가장 반가운 물이기도 하다.

현지인들은 여기서 시원하게 일광욕도 하고 물에서 헤엄도 치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뒤로 가면 더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왠지 이 방향이 그 쪽인 것 같았다.

가는 길에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 쪽 방향이 맞단다.

하지만 풀숲이 관리가 되지 않았고 길이 험하니 조심하라고 한다.

 

길 같지 않은 길을 걸었다. 해변을 돌아 모로성으로 가기 위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응? 여기가 맞을까?

그나마 성벽같이 생긴 형체가 보여서 조금 안심이 되긴하다.

햇볕은 너무 뜨겁고, 힘이 빠져서 걸음은 계속 쳐지고, 목은 마르고, 목소리는 나지도 않는다.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걸어가는 이 길이 너무 재미있다. 속으로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요새 아랫부분으로 추정되는 곳에 인공 동굴이 있다.

미리 앞서가던 박수오빠가 자리를 잡고 있다. 끝이 보이리라.

 

 

 

 

아래에서 본 모로요새의 전경-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옛 모습이 남겨진 모로 요새의 모습이다.

지하 4층까지 만들어져 있다던데 그 모습을 실감케 한다.

 

혹시라도 관리가 소홀하지 않을까 싶어 박수오빠가 대표로 뒷문으로 갔더니 문은 잠겨있다. 헤헤

 

 

 

 

 

 

성벽의 한 부분.

폐허처럼 변한 곳이지만 그래도 옛 모습은 가지고 있다.

 

 

 

 

 

 

 

 

 

 

 

 

 

 

왔던 길을 반쯤 되돌아가 다른 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니 정문이 나온다.

 

여기가 모로성이다.

생각보다 큰 규모이고 높이 위치해 있어서 전경이 아주 멋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따라다니는 현지인 한명-

왜 따라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좀 찍으려는데 자꾸 알짱 거려서 한대 치고 싶었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 곳 마다 포인트에 서서 저러고 있었다. 왜 때문이지?

 

 

 

 

작게보는 모로성의 파노라마 사진-

 

 

 

 

모로성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는 길에 문을 닫으려고 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야외에 자리가 있었고 음료수를 하나씩 주문해서 마셨다.

평소에 캔 1하나로 3명이서 나눠 먹었지만 이 날은 특별히 1인 1병이다.

 

아까부터 따라다니던 흑인 친구는 여기까지도 따라온다.

사실 미안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너무 지쳐서 말을 시켜줄 힘이 없었고

그냥 신경쓰이는게 너무 귀찮기도 했다.

 

이 친구는 25MN를 내고 맥주를 주문했는데, Bucanero 맥주는 Divisa 화폐, 그러니까 쿡으로만 먹을 수가 있단다.

24MN=1쿡이니, 오히려 1MN를 더 주고 먹겠다는데도 화폐가 다르다며 팔지를 않는다.

알면 알수록 아리송한 나라다 여기는. 결국 박수오빠가 쿡으로 바꿔주니 그제서야 맥주를 구입할 수 있었다.

 

바닷바람과 선풍기 아래에서 바람을 실컷 쐰 다음 돌아가기로 했다.

흑인 친구는 가는 길이 어렵다면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대답도 뭣도 안했는데..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마침 도착해있던 까미욘에 올라탔다.

흑인 친구도 같이 올라탄다. 같은 곳에 가는 길인가? 싶었는데 돈도 내지 않는다.

박수오빠가 그냥 안내해준 셈 치고 차비 2MN를 대신 내주었다. (오빠가 냈다는건 정말 인심쓴거다)

 

그리고 세스페데스 광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내리니 같이 내린다. 어디가냐고 하니 갈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박수오빠가 이것도 인연이라며 사진 하나 같이 찍자고 했더니

그제서야 1쿡만 달라고 얘기한다. 이 얘기가 하고싶어서 여기까지 온건지..

안그래도 몸이 지친 상태였는데 마음까지 지치게 만든다.

 

 

 

 

 

 

저녁은 산티아고를 돌아다니면서 눈여겨 봐두었던 곳인 "Fonda Sabor Tropical" 식당으로 갔다.

MN로 지불할 수 있는 식당인데다 왠지 양심적으로 할 것만 같았던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건 밖에 걸려져 있는 메뉴판이다.

무슨 메뉴인지 다 알겠는데, 저 "Palomilla"는 도무지 무슨 요리인지를 모르겠다.

트리니다드에서 비둘기를 한상자 실어가는 모습을 봐서인지 비둘기(Paloma) 고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들어가려다가.. 너무 궁금해서 밖에 호객하고 있는 여직원에게 이거 정말 비둘기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직원이 경악을 한다. 저건 그냥 소고기란다. 내가 실수를 했구나 하하

 

3층에 위치한 식당은 발코니가 있었고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이 앉아있어서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럽이라고 거짓말해도 모르겠다며 키키

 

돼지고기 튀김요리를 내어왔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어떻게 튀김옷을 이렇게 감쌌는지, 먹기도 전에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실망감이 먼저 다가왔다.

배가 고프니 그래도 먹겠다며 한입을 먹은 순간-

이건 천국이다.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간이 너무 잘되어 있어 돈까스 먹는 기분이 난다.

눅눅할 줄만 알았던 튀김옷은 바삭한게 돼지고기와 정말 잘 어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했다. 점심은 Fondita 460이고, 저녁은 여기라는 것을.

거리를 걷다보면 쉽게 눈에 띄니 들어가서 먹어보세요 강추강추!! (Jose A Saco길에 위치)

 

 

 

 

그리고 더운 하루의 마지막은 역시 Cafe Ven의 Cafe con Vatido다. (아이스크림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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