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아저씨의 배려로 밤 11시까지 숙소에 있었다.

아저씨가 불러준 택시 아저씨가 도착을 하고 짐을 챙겨 터미널로 향했다.

다른 곳에서의 이별이 굉장히 아쉬웠던데 반해 내가 짐을 싣고 차에 타는 순간

아저씨는 얼른 집으로 들어가는 쿨함을 보여주셨다 키키

 

터미널로 가는 짧은 길 동안에 택시 아저씨가 말을 거는데 어디로 가냐고 한다.

까마구에이로 간다고 하니 까마게이~ 까마게이~ 계속 이렇게 혼자서 중얼거린다.

좀 이상한 사람 같기도 해서 말을 안 섞어야지 싶었는데 계속 혼자서 중얼거린다. 뭔가 기분이 나쁘다.

터미널에 도착하고 약속한 3쿡을 내미니 "뜨레스~(3)" 이러면서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이다.

뭐야.. 약속한 댓가를 주고서도 저러니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다.

나중에 박수오빠와 만나 얘기를 해보니 같은 반응이었단다. 그냥 불만이었던 듯 하다.

 

터미널에는 벌써부터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도착해있었다.

예약증을 내밀고 티켓으로 교환을 받은 뒤 짐을 보내는 곳으로 갔다.

짐을 주니 당연하게 1쿡을 내라고 한다. 아 난 이게 너무 싫다.

사실 남미에서도 짐을 보낼 때 짐꾼에게 항상 팁을 줬는데 여기는 그 금액이 현지 물가에 비해 너무 크다.

잔돈이 정말 없다고 얘기를 하니 실망하는 표정을 하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오긴 했는데.. 조금이라도 줄걸 그랬나 싶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까마구에이로 가는 밤버스는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다행이 내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를 않아서 편하게 잠을 자며 이동했다.

버스가 어딘가에 도착을 하고 "까마구에이"라는 소리가 들려 허겁지겁 점퍼를 챙겨서 내렸다.

기사 아저씨는 내 캐리어를 꺼내주고 "Suerte(행운)"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라시아스!

 

출구로 나가는데 엄청난 택시삐끼들이 들러 붙는다.

그 중에 엄청 인상이 좋은 아저씨가 내 이름을 들고 있다. 숙소에서 보내준 아저씨다.

비시택시에 몸을 싣고 달린다. 숙소 아주머니가 엄청나게 예쁜 한국아가씨가 온다고 얘기했단다.

숙소까지 가는 길 동안 아저씨가 까마구에이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까마구에이는 500년이 된 도시이며 쿠바에서 가장 큰 주(Estado)라고 한다.

유명한 교회와 공원이 많고 골목들이 이쁘다고 한다.

움직이는 동안에도 벌써 4개 정도의 교회를 봤고 공원들도 스쳐지나갔다.

 

까마구에이의 터미널에서 중심가까지는 약 2km 정도로 엄청나게 먼 거리였다.

새벽이라 덥지 않은 날씨임에도 아저씨가 땀을 많이 흘리신다.

숙소에 도착을 했고 택시비를 물으니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란다. 아주머니는 주고싶은대로 주란다.

미리 찾아본 자료에서는 보통 2쿡정도라고 한다. 또 여린 마음에 아저씨한테 3쿡을 드렸다.

아저씨가 고맙다고 가는 날에 보자고 한다. 알고보니 이 숙소와 계약을 한 듯 하다.

아주머니는 항상 손님들이 갈 때 이 아저씨를 부른다고 한다.

 

 

 

 

숙소 위치는 내가 여기였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했던 그 곳에 있었다.

침대가 2개 있는 넓은 객실이다. 침대 매트리스도 좋고 방도 깨끗한 것이 모두 다 마음에 든다.

 

주인 아주머니는 굉장히 깐깐해보였다. 마치 산티아고 까사 주인 아저씨처럼.

원래 1박에 15쿡, 조식은 2쿡으로 총 17쿡에 있기로 했는데 다음날 밤 버스라고 했더니 아줌마가 돈을 더 내란다.

그냥 있으라고 해주고 싶은데 이 까사는 워낙 손님이 많기 때문에 하루치 금액을 잃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아줌마와 협상을 좀 하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만만치가 않다.

결국은 오늘 아침 6시도착하여 내일 밤 11시에 나가는 것으로 객실 비용을 25쿡에,

오늘 아침과 내일 아침 2회에 2쿡으로, 총 27쿡으로 하기로 했다.

사실 돈을 안주려는 나의 도둑놈 심보가 작용한터라 돈이 아깝긴 했지만

양쪽 모두 다 윈윈하는 금액이기도 했다.

 

일단 야간이동을 했기 때문에 조금 피곤했다.

아주머니도 내 눈이 쾡하다며 좀 자두라고 하신다. 아침은 10시에 먹기로 했다.

10시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고 밥을 먹으러 나가니 나 한명인데도 푸짐하게 차려주셨다.

이 날따라 밥이 어찌나 잘 들어가는지, 저기 있는 것들을 천천히 앉아서 다 먹었다.

빵도 쿠바빵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고소한 버터와 함께 냠냠

제일 좋았던 건 과일! 애플망고와 파인애플을 먹는데 정말 행복하다.

 

** 까마구에이 까사 추천

 

Leidys Villafana Solano

주소 : Calle Hermanos. Aguero No.6 e/independencia y cisneros

전화 : (+53) 0132-299155

휴대폰 : (+53) 53992746

 

장점 : 위치가 정말 최고다. Maceo 광장 옆 골목입구에 있는데, 나와서 왼쪽은 구시가지, 오른쪽은 신시가지다.

         여기보다 더 좋은 위치의 까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아침식사가 좋다. 숙소비도 비싸지는 않다. 

단점 : 화장실 변기에 앉은 의자가 없다. 그런데 굉장히 깨끗하기 때문에 거부감은 안든다. (화장실도 정말 깨끗!)

 

 

 

 

이제는 혼자 다녀야하기 때문에 마실 물은 내가 챙겨서 다녀야 한다.

산티아고에서 부터 들고 온 생수병에 든 물을 내 물병에 옮겨 담았다.

시원함은 필수다. 오늘 나의 돌아다님(?)을 책임져줄 생명수다.

 

 

 

 

 

 

이제 까마구에이를 둘러보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니 일단 마세오 광장이라는 곳이 보인다.

지도를 보니 정말 뭐가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오른쪽으로 갔더니 아그라몬떼라는 광장이 나온다.

여기에서 한 20분 정도를 헤맨 것 같다. 지도를 따라가도 내가 생각했던 곳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되돌아 오고. 이걸 한 세번 정도 반복을 했더니 지쳤다.

 

아그라몬떼 광장 한편에 서 있던 티코.

쿠바에서는 "대우"브랜드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티코부터 버스까지.

 

 

 

 

 

 

 

 

일단 계획없이 돌아다니다가 힘만 빼지 않도록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아그라몬테 광장에 있던 한 카페로 들어왔다. 멋진 그림 아래에서 잠깐 생각에 잠겨본다.

아이스커피는 안된다고 해서, 일단 아메리카노로 주문. 커피를 홀짝 홀짝.

 

사실 까마구에이라는 도시는 내가 오고싶다는 생각만 했지, 뭐가 있는 곳인지를 모른다.

그래서 오늘 아침 택시 아저씨가 얘기해준대로 일단 교회와 골목을 둘러볼 생각이었고,

아주머니가 나오기 전에 지도에 몇개를 동그라미 쳐주었는데 거기로 가는게 너무 힘들다.

지도 자체가 그냥 미로다. 미로도시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카페 직원에게 하나의 동그라미를 가리키며 여긴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

다행스럽게 한쪽을 가리키며 쭉 따라가라고 한다. 오케이 일단 가보기로 했다.

 

 

 

 

 

 

까마구에이의 길이 얼마나 복잡하냐면-

골목마다 이렇게 이정표가 있고, 지도가 붙어있다.

이걸 보고서 찾아가야 하는데, 봐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다.

 

길을 가다가 너무 헷갈려서 길 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면 항상 이런 식이다.

"이쪽으로 가다가 길을 꺾은 다음 거기서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봐라"

 

황당하기도 했지만, 괜히 여기서 가는 길을 다 알려줬다가는

끝에가서 다시 헤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게 맞는 방법이긴 하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묻고 또 물어봤다.

 

그렇게 간 까마구에이는 나의 상상과는 달랐던 모습이었지만

정말 매력적이었고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꼬불꼬불한 골목들.

어디로 들어가든 모든 곳에는 길이 있다.

 

평범한 집들이지만 골목과 함께 보면 그 색감이 정말 예쁘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날씨였지만 하늘에 구름은 가득하다.

맑았으면 더 이쁘겠다 싶었지만, 집들과 함께 있으니 이것도 좋다.

 

목적지는 잠깐 잊은 상태로 골목들을 계속 돌아다녔다.

어느 한 골목에서 레게머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인사를 하길래 "올라" 인사를 했는데,

가던 길을 되돌아와 다시 말을 건다. 어느 나라니, 여행온거니 등등

그동안 쿠바를 여행하면서 이상하게 레게머리 친구를 피하는 버릇이 생긴지라

길게 말을 섞고 싶질 않아 웃으면서 헤어졌다.

 

 

 

 

 

 

 

 

 

 

 

 

까마구에이 최대의 매력포인트는 바로 이렇게 생긴 거리다.

삼거리, 사거리, 오거리가 참 흔한데 제멋대로 생긴 탓에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거리는 가장 아래에 있는 육거리(Plazuela de Bedoya) 사진이다.

사진에서도 4개의 길을 볼 수 있는데 과일노점상 옆의 길과 내가 서있는 길까지 총 6개의 길이다.

여기를 파노라마로 찍고 싶어서 몇번이나 찾았지만 재미있는 방해꾼(?)들이 많아 실패했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그냥 그렇다고..^^

 

 

 

 

 

 

위의 육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쪽에서 "Foto~ Foto~" 외치고 있다.

돌아보니 과일노점에서 한 친구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양손을 흔들고 있다.

하나를 찍고나서 보여주니 깔깔깔 웃는다.

 

이렇게 지나치면 아쉽지.

마침 오늘 무겁지만 큰 마음을 먹고 가지고 나온 폴라로이드를 꺼냈다.

예쁘게 나온 즉석사진을 건넸더니 정말 신기해한다. 갑자기 감동한 표정을 보인다.

그러더니 리어카에 있는 과일 중 먹고싶은 걸 가지고 가라고 한다.

괜찮다고 하니, 사진이 너무 고맙다며 꼭 선물을 주고 싶단다.

 

댓가를 바라고 준건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마음을 써주니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바나나라고 하니 한다발을 준다.

방금 밥을 먹고 나왔다며 한개도 정말 좋다고 했다.

파란 껍질이지만 정말 달콤한 바나나였다.

정말 고마워!

 

쿠바를 다니면서 궁금했던 것, 그 순간 하나가 눈에 띄였다.

망고, 파파야 등의 크기가 있는 과일에 숫자가 적혀있는데 무게도 아닌것이 뭘 의미하는 건지 몰랐다.

마침 눈에 띄여서 물어보니 가격이라고 한다. 15라고 적혀있으면 15MN라는 뜻!

 

 

 

 

 

 

 

 

 

 

 

 

골목들을 다니다보면 집들마다 붙여져 있는 번지수에 눈이 가게 된다.

각 집마다 개성을 표현하느라 이런 저런 모양을 더해놓았다.

어느 집은 번지수를 손으로 써 둔 곳도 있었고.

번지수를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곳이다.

 

 

 

 

바람쐬러 나온 강아지와 잠깐 인사도 하고-

 

 

 

 

 

 

 

 

까르멘 광장에 다다랐다. (Plaza del Carmen)

아주머니가 동그라미 쳐준 곳이 3군데였는데, 이제서야 첫번째 장소에 도착을 했다.

까르멘 성당 앞으로 재미있는 동상이 참 많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너무 뜨겁다.

 

그리고 이 주변에 갤러리가 많이 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까마구에이에는 갤러리가 참 많다.

여기저기 들여다보니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도 많았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한쪽에 서 있을 때 한 꼬마가 고양이를 안은 채로 다가왔다.

사진을 찍어달라길래 찍어줬는데 참 예쁘다. 그런데 왠지 돈을 달라고 온 것 같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피해갈지 모르겠다. 괜히 좋았던 내 기분도 안 좋아질 것 같아서.

 

그래서 생각한 것이 폴라로이드였다.

즉석사진을 건네니 너무 좋아한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른 남자애를 데리고 온다.

역시 새끼 고양이를 안고 있었는데 여기서 함께 다니는 아이 같았다.

 

이 친구도 찍어주면 안되냐고.

얼른 찍어서 선물을 했더니 이번에는 둘이 같이 찍어달라고 한다.

당연하지. 예쁘게 둘의 모습을 찍어서 건넸다. 처음보는 즉석사진이 신기한가보다.

너무 좋아하면서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덴다. 아니야 나도 고마웠어!

 

그러고 몸을 돌리는 순간, 조금 전에 골목에서 만났던 레게머리의 친구가 서있다.

피하고 싶은데 나를 보더니 그대로 다시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통성명을 하고 나니 자기가 까마구에이를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괜찮다니 여기는 길을 잃기 쉽다며 같이 다니는게 더 낫다고 따라오면서 계속 말을 건다.

아무리 거절해도 도무지 가지를 않는다. 어쩔수 없이 길을 같이 걸었다.

 

 

 

 

크리스토 교회 옆에 있던 공동묘지.

예전에 아르헨티나의 레콜레타 묘지에 갔을 때는 이런 대리석 형식의 묘지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남미 대부분이 이런 형식의 공동묘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비슷한 문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구에이에서의 공동묘지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곳 가운데에 이런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예쁜 골목을 지나 산 후안 데 디오스로 가는 길-

이 곳 근처에도 엄청나게 많은 갤러리들이 위치하고 있다.

 

 

 

 

 

 

 

 

 

 

산 후안 데 디오스 광장(Plaza de San Juan de Dios)

1728년에 교회와 함께 병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병원 대신에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교회안에서 잠깐 앉아있을 동안 보였던 쿠바의 아저씨.

 

이 앞에 작은 노점상들이 있는데, 색감이 참 예쁘다.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물건들이 많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사갈지가 의문이긴 하다.

 

 

 

 

교회에서 나오니 친구가 꽃을 준다.

이 앞에서 따온 꽃인 것 같은데 받으니 기분이 좋다.

 

여기에 잠깐 앉아서 레게머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왜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넸냐면 보통의 외국인들에게 인사를 하면 차가운 눈빛으로 그냥 무시를 하는데

나는 인사를 받아줬다는 거다. 그래서 마음이 굉장히 따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가끔씩 여기에 동양인 친구들이 오면 항상 나와 같이 인사를 받아주곤 하는데

다른 외국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뢰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고 했다.

 

계속 친구하고 싶다고 한다. 빈말로 그러자고 했더니 믿는 눈치다. 조금 미안하다.

그 순간 "내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하니?" 물어본다.

갑자기 심장이 덜컥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기억을 잘 하는데

이 친구는 내가 별스럽지 않게 생각을 해서 그런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Felipe"라고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의 당황스러움 때문인지 아직도 이 이름이 잊혀지질 않는다.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이번에는 신시가지 쪽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까마구에이의 시내는 정말 깨끗하고 잘 되어 있다.

사람들도 많고 상점도 많다. 활기와 분주함이 돌아서 좋았다.

 

계속해서 걷는 중... 이게 싫었다.

그냥 내 마음가는 대로 걷고 싶었는데 괜히 목적지를 두고 거길 향해 빨리 걸어가는게 싫었다.

할 수 없다는 생각만 계속 들고. 그냥 걸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시내를 벗어나 아까 갔던 길들과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난다.

순간 겁이나기 시작했다. 위험한 곳으로 끌고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펠리페에게 더 가야되냐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막 웃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누나 집에 가고 있는데 바로 앞이야. 근데 너 겁먹었지?"

응 나 겁먹었어. 너무 너무 놀랬어. 그런데 왜 갑자기 누나 집에 가는거야.

 

어느 초라한 집에 도착을 하고 벨을 누르니 누나라고 하는 사람이 나왔다.

그리고 꼬마아이들과 강아지들도 함께 나왔다. 정말 인자한 인상으로 나를 맞이해줬다.

펠리페가 가끔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나서 마음에 들면 데리고 온다고 했다.

 

꼬마 여자아이가 덥지않냐며 물을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쿠바 물을 마셔봤냐고 물어본다.

이런 질문은 처음이라, 아직 생수 말고는 마셔본 적은 없는데 왜 물어보냐고 하니

외국인들은 일반 물을 마셨을 때 몸에 맞지 않는지 가끔씩 배가 아프다고 한다는 거다.

사실 물을 준다고 한 순간에도 의심을 했는데, 이렇게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투명한 유리잔에 준 물에는 고맙게도 얼음까지 들어있었다.

한창 갈증이 난 상황에서 정말 고마운 물이었다. 단숨에 한잔을 비웠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놀았다.

어디에서나 나누던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었는데 이렇게 현지인 집에 와서 앉아서 있는 것도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쿠바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의 비장의 무기였던 폴라로이드로 즉석사진을 선물했다.

너무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오후 3시 정도가 되었는데, 더 이상은 체력이 따라 주질 않는다.

펠리페에게 오늘 정말 고마웠다고 이야기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에어컨이 절실했다.

집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아니 나는 가는 길에 환전소도 들려야 하고 천천히 걷고 싶다고 했다.

그럼 천천히 가자고 한다. 아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결국은 환전소까지 같이 가고. 집에도 데려다줬다. 

 

저녁에 춤추러 같이 가자고 한다. 아니 난 춤추는거 싫어해. 춤도 못 춰.

자기가 가르쳐주겠다며 계속 같이 가자고 한다.

너무 귀찮은 마음에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숙소에서 두 시간 정도의 꿀맛같은 휴식을 보냈다.

저녁먹으러 가야지하는 생각에 밖으로 나왔더니 아직도 해가 쨍쨍하다.

낮에 지나오면서 몇군데 봐둔 레스토랑이 있어 그쪽으로 가려다가 방향을 틀었다.

그래, 나에겐 남는 건 시간뿐이야.

 

사실 혁명광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길을 물어보니 다들 걸어서는 못 간다고 한다.

택시를 타면 된다고 하는데 일단 지금의 나는 걷고 싶었기 때문에 걸을 수 있는 쪽을 택했다.

 

처음 혁명광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나타나난 호세 마르티 광장의 모습.

 

 

 

 

혁명광장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두 할아버지-

갑자기 도로에서 버스 한대가 들어오길래 피하라며 말을 걸어주셨다.

그러다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한국사람이라니 정말 좋아하신다.

정말 죄송하지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니 그러라고 하시고는 저런 미소를 보여주신다.

감사의 마음으로 즉석사진을 드렸더니 가슴을 만지시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저야말로 이렇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쿠바 사람들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북한 덕분(?)인지 정치적으로도 가깝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최근들어 한류열풍이나 야구, 축구, 유도 등의 스포츠로 인해서 굉장히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한류 얘기를 하자면 "꽃보다남자"가 단연 최고이며,

어린 친구들은 "구준표"라는 이름을 정말 또박또박하게 발음한다.

 

스포츠 얘기를 하자면 야구이야기.

특히 WBC 때 한국에게 패했다며 한국은 너무 강하다며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한다.

그러면 내가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쿠바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맞붙기를 싫어한다고.

이 때 쿠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야구가 쿠바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선수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이치로 또는 마쓰자카라고 대답한다 크크)

 

의외였던 건 축구이다.

독일리그가 방송이 되는건지 독일에 한국선수 한명이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는데

처음에는 차범근을 생각하고 "차!" 이러니깐 아니라고.. 옛날사람 이냐고 되물으니 지금 뛰고 있는 선수라며..

도무지 누군지 감이 안잡히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손!!" 이런다. 아항 손흥민!!

처음 아바나에서부터 시작해서 여행이 끝날 때 까지 손흥민 이름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뒤로도 까마구에이의 골목을 계속 돌아다녔다.

왠지 모르지만 여긴 참 정겹게 느껴진다.

 

 

 

 

내의 추측으로는 까마구에이의 중심이라고 생각되는 곳이다.

큰 교회(Iglesia de la Soledad)가 있고 그 주변으로 고급 레스토랑과 고급 호텔들이 위치해있다.

한쪽으로는 상업지역인 Republica 거리가 있고, 한쪽으로는 여러 거리들과 이어진다.

 

 

 

 

숙소 앞에 있던 마세오 광장에서는 마세오의 부조상이 있다.

그 밑으로 레일이 깔려있는데, 예전에 전차가 다녔던 길이 아닐까 싶다.

 

 

 

 

한 건물에 여러사람들이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음악소리도 들리길래 나도 들여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춤을 배우고 있다.

마음은 나도 끼여서 배우고 싶었지만 소심한 마음에 그러지 못하고 주변만 알짱거렸다.

 

 

 

 

 

 

낮에 펠리페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걷는 도중에도 저녁에 갈 식당을 봐뒀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던 중에 1514라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와우 모네다로 지불하는 곳이다.

아까 모네다로 환전해 둔 보람이 있었다.

 

난 1,200MN를 환전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3주동안 이 엄청난 돈을 다 썼다.

대부분 1주일에 200~300MN 정도의 돈을 쓴다고 하던데,

현지 음식을 많이 먹었던 나로서는 눈 깜짝할 새 저 큰 돈을 다 쓴거다.

대신에 좋은 점은 CUC를 엄청 아꼈다는 것이니, 경제적으로 상당히 이득을 본거다.

여담이지만, 난 이후에 또 MN로 환전을 했다. 난 현지에 최적화 된 사람이었다. 하하

 

샐러드와 돼지고기, 치즈가 올라간 것으로 주문했다.

부드러운 고기와 치즈의 고소함, 야채까지 듬뿍 먹으니 행복이 따로 없다.

저 요리가 모두 61MN이니, 직원에게 준 팁까지 포함해서 약 3쿡을 쓴 셈이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대만족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앉아있던 중에 내려다 본 테라스.

어두컴컴하지만 좁은 골목이 정말 매력적이다.

이 반대편에는 비시택시 정류장이 있어서 항상 사람이 북적거린다.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다.

 

까마구에이라는 도시를 택한 것이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선택같이 느껴졌다.

이 바둑판보다 더 미로같은 복잡한 세상속에서 이런 자유로운 공간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마냥 이 곳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졌다.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 물을 잔뜩 사들고 왔다.

여긴 물도 정말 많고 음료수의 종류도 많다. 물론 모두 정가로 판매하고 있다.

Ciego Montero에서 나온 음료수는 다 마셔본 것 같은데 여기는 파인애플맛도 있다.

너무 신기해서 이것도 사왔다. 물자가 풍족해서 너무 좋다 여기는.

 

크리스탈 맥주를 마시면서 일기를 쓰는 도중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이라서 그런가보다.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펑펑 울고싶어져서 그냥 슬픈 생각을 더 했다.

 

2월에 영원히 내 옆에 계실 것 같은 외할매가 돌아가셨다.

사실 가족들이 모두들 지쳐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 할매가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이냐면- 아들 딸 1명씩, 그리고 손자 손녀를 5명이나 보셨다.

그 중 2명의 손자와 2명의 손녀가 결혼을 하고 총 6명의 증손자를 보셨다.

유일하게 나만 결혼을 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할매가 내 아이까지 보고 가실 줄 알았다.

할매는 마지막 손자를 보여주지 않아서 내가 미웠겠지만 난 내 아이를 만나지 않은 할매가 미웠다.

 

그리고 내 가슴에 묻은 평생 친구 복실이가 생각났다.

재작년 3월 5일이 복실이가 날 떠나간 날인데, 우스갯 소리로 3월 5일이 복실이 제사라고 떠들어 댔지만

정작 올해 3월 5일은 퇴사 문제와 겹쳐서 생각도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매일 같이 복실이 생각에 눈물을 훔쳤지만 이 날을 지나친건 너무 미안했다.

아무튼 이 날 따나 나를 떠나간 사람들 생각이 너무 많이 떠올랐다.

 

그 때 숙소에 초인종이 울렸다.

시간을 보니 펠리페와 약속했던 10시가 한참 지났다.

펠리페가 아닌가 싶었는데 귀를 기울여도 밖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그냥 모르는 척 방에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펠리페에게 너무 미안했다.

정말 호의로 나에게 다가온 것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시종일관 나는 귀찮게만 여겼다.

내일 정말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렇게 까마구에서의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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