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벌떡 일어났다.

엄마한테 25일쯤에 전화한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벌써 30일이다.

집에 보내려고 써놨던 엽서를 들고 일단 전화국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인다.

전화, 팩스, 인터넷, 메일보내기 등등 통신과 관련된 건 모두 다 여기서 처리한다.

인프라가 잘 되어있지 않다보니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여기에 올 수 밖에 없다.

국제전화카드를 사고 싶다고 하니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야한단다.

이 더운 날씨에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 큰길로 한참가야 된다.

한숨을 쉬며 지도를 보니 여기서 알려준 그 곳에 전화국 표시가 되어있다.

그냥 지도를 볼걸, 어제 지나가면서 봤던 곳을 찾았던 것이다.

 

다행이도 우체국은 이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 바로 가서 엽서를 넣었다.

이 엽서는 여행이 끝난지 2달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고 있다.

 

한시간을 기다린 후에 전화카드를 구입하고 전화를 했다.

엄마는 25일 밤에 밤새도록 전화를 기다렸다는데, 전화가 안와서 상황이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하셨단다.

오늘은 밖에 놀고 계신다며 엄마 잘못이 아니라고 하신다ㅋㅋ

이어서 지방에 계신 아빠랑도 통화를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쇼파에 신문이 도착해있다.

내일은 5월 1일 노동자의 날인데, 쿠바의 국경일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날은 일반적인 국경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나와 행진을 한다.

이 엄청난 행사를 꼭 보고 싶었다. 사실 아바나에 일찍 가는 이유도 아침에 이걸 보기 위해서이다.

아무튼, 신문에서 이런 글을 보니 드디어 내일이구나-하는 생각으로 두근거렸다.

 

어제 까사에서 일하는 세뇨라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시킨 일이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만 없어지면 나에게 다가와 "Regalito(작은선물)"을 좀 줄 수 없겠냐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물건을 달라는 이야기였다.

쓰다 남은 샴푸나 비누, 아니면 과자 등등 너무 필요하니 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것도 한두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말을 걸어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주인 아주머니가 알면 이 일에서 잘린다며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한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닐수가 없다.

 

나중에는 정말 너무 귀찮아서 알았다 알았다라고 했는데 좀 있으니 또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보니 천으로 된 장바구니 같은 걸 방으로 던진다. 여기에다 넣어달라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서 정말 큰마음 먹고 물건을 조금씩 넣었다.

산티아고에서 구입했던 샴푸의 절반, 빨래를 하고 남은 비누, 일회용 면도기, 커피 믹스 등등

그리고 5쿡을 넣었다. 돈은 왜 넣었냐면... 샴푸와 비누 등은 CUC으로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CUC을 손에 넣기 정말 힘들다. 그래서 길에서 비누를 달라는 현지인들이 참 많다.

내가 당장 줄 물건이 없으니 이걸로 사서 쓰라는 생각이었다.

 

조금있으니 다시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었더니 다 넣었냐며 물어본다.

바구니를 주니 홱 채어가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지 이 상황은.

밖으로 나가는 길에 세뇨라에게 내가 물건이 별로 없어서 안에 돈을 넣어두었으니

그걸로 샴푸나 비누를 사서 쓰라고 얘기를 했더니 세뇨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Si~(응)" 이렇게 대답을 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건 줘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인도에서도.

이번에는 이 세뇨라가 정말 절실하게 말을 하는 것 같아 팽겨준거였는데 주지말걸 그랬다.

그닥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을 뿐 더러 내 마음도 불편해졌다.

 

그리고... 내가 실수한 것 같았다.

이렇게 자존심을 버리고 말을 걸어도 이번과 같은 수확(?)을 얻었다면

한번 보고 말 외국인에게 그런 것 쯤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들은 아마도 그러면서 이러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한 번이면 되니깐. 그러면 되는 거였다. 나 역시 그러고 말았던 거다.

 

 

 

 

찜찜한 아침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왔다.

오늘은 어제 대충봐서 아쉬웠던 산 후안 데 디오스를 다시 둘러본 후 시장에나 가볼까 했다.

여기 시장이 그렇게나 크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

 

산 후안 데 디오스로 가는 길에 뭔가 복잡하게 생긴 길을 보고 거기에 잠깐 있었다.

사진도 찍다가 이길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다시 저 길로도 가보고.

4거리인듯 4거리가 아닌 길이다.

 

아까 그 길 앞에 앉아있었던 한 남자애가 있었는데 포대자루에 과일을 팔고 있었다.

난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쳤었는데, 저쪽길로 갔다가 다시 나오니 내 쪽에 서 있었다.

얼굴을 보고 웃으며 지나가는데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일본과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며 잠깐만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나도 이야기하는 것 좋아해!

 

외모는 아르헨티나 사람같이 보인다. 아니면 이탈리아 사람 정도?

내가 아르헨티나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막 웃는다. 까마구에이 사람이라고 한다.

엥? 정말 쿠바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되질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쿠바 사람은 처음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나 스페인어도 잘 못하지만 영어는 정말 못해ㅋㅋ

그랬더니 그 때부터 스페인어로 말을 해준다. 고마워!

 

길 건너편에서 엄마 심부름으로 과일을 팔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서 건너왔다고 한다.

오늘 저걸 다 팔아야 된다며 귀찮으면서도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나도 오늘 구경하러 다닐거라면서 아쉽지만 헤어졌다.

잠깐이지만 너무 반가웠어!

 

 

 

 

 

 

 

 

까마구에이의 골목길은 몇번을 봐도 너무 예쁘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더더욱 예쁘다.

 

 

 

 

 

 

 

 

 

 

그리고 개성이 넘치는 갤러리들을 지나고-

창문을 바라보는 쿠바 사람의 모습조차 그림같이 보인다.

 

 

 

 

어제와 달리 화창한 모습의 산 후안 데 디오스다.

해가 구름에 가렸다 떴다 하고 있어서 한쪽의 그늘 계단에 앉아서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맞은 편에서 누군가 이 쪽으로 다가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제 만났던 레게머리의 펠리페다.

놀라움의 반. 사실 놀랄 것도 없다. 펠리페는 이 곳의 터줏대감인 것 같았다.

어제 함께 길을 걷는 동안 아는 사람을 20명정도 만난 것 같다.

걸어갈 때 마다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데, 어디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제 일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정말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고 변명을 했다.

밤에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오질 않아서 숙소로 찾아갔는데 주인이 자고 있다고 얘기를 했단다.

그래서 펠리페라고 얘기를 하면 알거라고 말을 좀 해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내 손님이고 깨울 수 없다고 했단다.

역시 어제 찾아온 그 사람이 펠리페였다. 너무 미안하면서도 주인 아주머니가 고마웠다.

 

펠리페는 오늘 아침에 우리집 앞에 갔다며 친구에게 물어보니 내가 아침에 나갔다고 말을 하더란다.

아마 아침에 전화국에 갈 때를 본 것 같은데 이 말을 들으니 뭔가 오싹해졌다.

그러면서 점심때 초대할테니 집에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자고 한다.

괜찮다고 하니 부담갖지 말라고 한다.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지금까지 괜한 약속을 했다가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일이 많았으므로..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오늘은 정말 혼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싫은거냐며 계속 물어본다. 싫은 건 아니지만 난 까마구에서의 시간은 오늘이 전부라고 얘기를 했다.

 

그 순간 구세주같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아까 잠시 만났던 그 친구였다.

내게로 다가오며 능숙한 영어로 "준비 다 했어? 아까 말한 거기로 가자"라고 말을 걸어왔다.

펠리페는 다른 친구를 사귀었냐며 정색하며 묻는다.

미안하지만.. 응 나 저 친구랑 다른 곳으로 가기로 약속했어. 미안해.

그랬더니 펠리페가 "OK"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나의 시간은 정말 오늘이 전부였어.

 

 

 

 

아까 그 친구가 와서 내가 불편해보여서 일부러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응 너무 고마워.

그러고는 과일을 한 뭉치만 빼고 다 팔았다며 남은 과일을 하나 꺼내준다.

빨갛게 잘 익은 이 과일,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배"라고 한다.

쿠바에서만 나는 특이한 색깔의 배다.

 

그늘에 앉아서 이 친구와 한참을 놀았다.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이 친구의 보물이었다. 이걸로 게임도 하고 노래도 듣고.

이 친구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 기계 안에 무수한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한국 노래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갑자기 나오는 "판타스틱 베이비"노래에 연신 몸을 흔들어 댄다. 으하하

내가 싸이 노래는 없냐고 하니 갸우뚱거리며 그런 가수는 모르겠다고 한다.

"강남스타일 모르니?" "아 피에스와이!!" 강남스타일에 젠틀맨에 맞추어 춤까지 춘다.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나까지 덩실거리게 만든다.

 

까마구에이에 대해서 잘 아냐고 묻길래 모른다고 했더니 오늘 가이드를 해주겠단다.

이런, 오늘도 혼자 다니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뭐 어때. 이렇게 좋은 친구가 생겼는데!!

 

 

 

 

 

 

재미있는 곳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해서 따라간 곳은 어제 갔던 까르멘 광장이다.

처음 온 척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어제보다 더 좋았던 건 날씨가 더 좋았다는 거다.

 

내가 밋밋하게 동상들을 찍어대자 친구가 뭐라뭐라 한다.

왜 여기에 와서 이걸찍냐며, 널 찍어야 된다고 한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프레디!" 허세가 잔뜩 들어간 이름이다.

 

내가 포즈를 취하면 프레디가 사진을 찍어준다.

엉덩이가 너무 뜨거워 안 앉는다고 했더니 아까 과일을 팔던 포대자루를 꺼내서 깔아준다.

덕분에 여기저기 다 깔고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이 상황이 넘 웃겨서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안 쪽에 신물을 보고 있는 아저씨는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매일 같이 여기에 나와 저 자세로 앉아있던 아저씨를 보고 작가가 동상으로 만든거라고 한다.

나도 기념으로 아저씨 옆에 앉아 지도를 펼쳐서 봤다.

 

 

 

 

 

 

 

 

그 다음에 간 곳은 고양이 공원이다. 아까 스쳤던 그 갤러리의 작가가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특별한 것은 없고 고양이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프레디의 사진을 올렸지만 나도 저러고 놀았다.

(내 사진을 올리기엔 부끄러워서)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아그라몬테의 집이다.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그라몬테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위한 전쟁을 펼쳤던 1차혁명 당시의 영웅이다.

이 사람이 까마꾸에이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까마구에이에는 무수한 이름의 아그라몬테를 볼 수 있다.

쿠바 500페소의 돈에 이 사람의 얼굴이 있다고 하던데 이 돈은 본 적이 없어 알 수가 없다.

 

외국인은 입장료가 1쿡, 쿠바인은 1MN이다.

내가 다른건 못 해줘도 입장료는 내줄 수 있다. 나 때문에 돌아다니는 건데 뭐.

아그라몬테 살던 시절의 물건들이 그대로 있다. 고급스러운 도자기가 눈길을 끈다.

사진을 못 찍게 하는데, 찍을 생각도 없지만 직원 한명이 계속 따라 다닌다.

테라스 쪽으로 가서 외부 풍경을 찍는데도 직원이 따라온다.

찍어도 되냐니깐 된다고 해서 급히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색감 좀 보소.. 

컴퓨터에 올렸더니 카메라랑 너무 비교된다. 흑흑

 

아무튼 위에서 내려다 보니 시원한게 너무 좋다.

그러던 중 코펠리아가 눈에 띈다! 여기 코펠리아 있다며 너무 좋아하니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한다.

오키 나 아이스크림 정말 좋아해. 얼른 내려가자!!

 

 

 

 

위에서 내려다봤던 그 광장인데 역시 카메라로 찍으니 사진이 산다.

한 쪽에 체 게바라가 웃고 있다. 여러번 말하는 것 같지만 체게바라는 쿠바에서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프레디에게 사진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폴라로이드를 꺼냈다.

그랬더니 길 가던 사람을 잡아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아.. 나 아무한테나 기계 안넘기는데..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이 너무 신기하다며 자기도 찍어달라고 한다.

일단 하나를 선물해주고, 우리 사진은 프레디에게 줬다.

 

맘에 안들었는지 프레디가 갑자기 너 카메라로 다시 찍으면 안돼? 묻는다.

알았다고 했더니 내 카메라를 또 지나가는 사람에게 주면서 찍어 달라고 한다.

아.. 정말 이 순간이 일년같이 느껴졌다. 아무한테나 주지마...

이 사람 역시 정말 친절하게 찍어주고는 굳!을 외치고 간다.

십년 감수했다.

 

 

 

 

 

 

 

 

코펠리아에 입성했다. 내가 아이스크림 주문하라고 20MN를 줬더니 능숙하게 주문을 한다.

엔살라다(Ensalada) 4개요!를 외치고는 티켓을 4개 받아온다.

나에게 2개를 주며 아이스크림을 받을 때 내면 된다고 한다.

줄을 서고 내 차례가 되어 티켓을 줬다. 맛은 한가지이기 때문에 고를수는 없다.

 

저 큰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저렇게나 많이 퍼준다. 1그릇에 5MN.

티켓을 두 개 줬기 때문에 2그릇을 받았는게 이게 내 몫이다. 프레디 역시 2개를 먹는다.

엄청난 양에 내가 너무 놀라하니 왜 그러냐고 도로 물어본다.

2개를 다 먹냐고 하니 이거 얼마 안된다며 원래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먹는거라고 한다.

그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다들 2그릇씩 먹고 있다. ㅋㅋ

에라 모르겠다 나도 먹었다. 근데 다 먹어버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헤헤

 

 

 

 

 

 

프레디가 아까 찍었던 사진이 더 예쁘다며 갖고 싶다고 했다.

사진관에 들어가서 메모리카드를 건넸더니 인식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진관으로 들어갔더니 내 눈으로 봐도 신식 기계를 구비하고 있었다.

칩을 건네고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쪽 벽면에 액자에 넣은 사진들이 걸려있었는데, 어멋 보니깐 구혜선의 얼굴도 있다.

구혜선을 아냐고 물어보니 꽃보다남자의 여주인공이라며 안다고 한다.

얘 나랑 동갑이라고 했더니 너무 놀라는데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내가 많아 보인다는거야, 구혜선이 많아 보인다는 거야 흥

 

드디어 사진이 나왔다.

프레디가 약간 못나온 감이 있긴 하지만 예쁘게 나왔다. (프레디는 실물이 훨씬 낫다)

연락처를 주고 받자고 해서 내가 이메일을 적어주었더니 프레디는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전화는 너무 힘들다며 이메일을 달라고 했다니 이메일이 없다고 한다.

컴퓨터는 친구집에서 음악을 복사할 때 말고는 사용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에고.. 연락하기가 어렵겠고만.

 

 

 

 

맑은 날의 아그라몬테 광장을 지나서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으로 가는 중.

프레디가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따라간 곳이다.

여기도 입장료 1쿡과 1MN을 냈다.

 

 

 

 

 

 

좁은 통로를 겨우겨우 올라가 드디어 종탑에 다다랐다.

바람이 엄청세다. 기분은 너무 좋다. 소리를 질러댔더니 속이 시원하다.

 

여기서 프레디와 이야기를 하면서 쿠바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풀어냈다.

 

먼저 배급에 대한 것을 물었더니 쌀, 콩, 설탕, 기름은 보름치가 제공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샴푸와 비누 같은 생필품도 줬었는데 현재는 지원이 끊겼다고 한다.

지금은 이걸 사서 써야하는데 쿡으로만 팔고 있어서 너무 힘들다는 거다.

쿠바인들에게 쿡이라는 돈은 벌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다.

 

너의 직업은 뭐냐고 물어보니, 세제를 각 집에 배달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것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일이 생기면 한다고 한다. 월급은 한달에 10쿡 정도.

산티아고 버스에서 만난 아저씨도 전기전문가인데도 월급이 20쿡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쿡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은 분명 난감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 프레디와 돌아보면서 어린이집을 봤는데, 거기는 어떻게 돌아가냐고 하니 당연히 무료란다.

그게 왜 당연한거냐고 하니, 나라에서 "노동"을 장려하고 있으니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나라에서 아이를 봐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실제로 쿠바에는 "일을 하자"라는 문구를 굉장히 볼 수 있다.

나라 자체가 산업이 없다보니 무엇이든 생산력을 높여야 할 수 밖에 없다.

일을하여 나라를 살리는 것이 가장 급하다. 식량도 그렇고 산업도 그렇고.

 

레게머리 펠리페는 여기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이는 40인데, 직업은 히네떼로이다.

히네떼로란 쉽게 말해서 전문 삐끼라고 할 수 있는데 까마구에이에서는 대체적으로 레게머리의 흑인이

서양 외국인들을 꼬셔 BAR나 클럽같은 곳에 데려가고 수수료로 돈을 받는데,

운이 좋으면 외국인들과 2차까지도 간다는 거다.

아바나에서는 조금 다르게 럼이나 시가 등을 파는 삐끼를 히네떼로라고 부른다.

아무튼 그들은 놀면서 돈을 벌며 쉽게 살려고 하는데 프레디는 그게 싫단다.

노력하고 뭔가를 얻어가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쿠바에서는 그게 힘들다고 한다.

 

프레디의 영어 실력의 배경이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따라했단다.

학교에서는 너무 간단하고 딱딱한 영어만 가르쳐주는데, 학교 말고는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단다.

그래서 그냥 영화와 자막을 보며 무작정 외웠다고 한다. 영어를 쓰고 싶어서 외국인에게 자주 말을 건다고 한다.

프레디는 영어 말고 일본어 단어를 나 정도 수준(?)으로 굉장히 많이 알고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배웠다고 하는데 정말 적절하게 잘 쓴다.

 

소원이라면 쿠바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나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해외의 초청을 받거나

외국인과 결혼해서 출국허가를 받는거라고 한다. 이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서의 삶이 절망적이라고 한다.

 

뭔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할 말은 많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프레디의 집은 어제 갔던 그 공동묘지의 옆에 위치하고 있다.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환경이 너무나 안타깝다.

 

프레디 덕분에 까마구에이에서 정말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간다.

꼭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란다. 너의 미래에 빛이 들기를 응원할께!

 

 

 

 

 

 

 

 

 

 

프레디와 헤어진 후 집에서 에어컨을 좀 쐬고 숨을 돌렸다.

오늘 시장에 가려고 했는데, 프레디와 노느라 가질 못했다. 못 가도 아쉽지가 않다.

그 덕분에 더 좋은 것들을 느낀 듯해서.

 

오늘 저녁식사는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 식당인 El Patio로 결정했다.

이름에서 부터 정원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전에, 아주머니가 나의 지도를 보더니 새로 나온거냐며, 자기도 하나를 달라고 한다.

아침에 잠깐 안내소에 들려 받은 새로운 버젼의 지도였는데 내용이 괜찮은 걸 보니 탐이 났나보다.

어차피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인포투어가 있으니 가서 받아서 주겠다고 했다.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엄청 밝은 표정으로 날 본다.

내가 뛰던 중이라 "올라"하고 그냥 스쳤는데, 아마 내 옆방에 온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밤에 아줌마가 일본인이 준거라며 초콜렛 두개를 줬거든. 키키

이럴줄 알았으면 낮에 지나치지 말고 정보나 좀 줄걸 그랬나보다.

 

인포투어는 영화의 거리 안에 있다.

예전에는 출구가 없어서 "Callejon sin Salida(출구 없는 거리)"라고 불렸는데

얼마전에 새롭게 단장을 하면서 새롭게 길이 나서 이제는 출구가 있다고 했다.

현재는 "Callejon de los Milagros(기적의 거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 앞에는 극장들이 모여있어 물씬 영화의 거리 분위기가 나고 있다.

 

 

 

 

인포투어에 가서 새로나온 영어지도를 요청했더니 안내원 아저씨가 창고에 찾으러 가셨다.

아저씨의 딸인지 계속해서 빤히 쳐다본다.

사진찍어 줄까? 했더니 금새 포즈를 취한다. 귀여운 것ㅎㅎ

 

 

 

 

 

 

역시 예쁜 정원이 있는 식당이었다. 한편에는 새장이 모여 있는데 엄청 시끄럽다.

아주머니가 여기에 1그릇에 30MN하는 메뉴가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오랜만에 밥이 먹고싶어서 돼지고기 볶음밥을 주문했다.

 

으음 너무 맛있다.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

양은 거의 2인분이라 반만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혼자라 메뉴를 하나만 시킨게 가장 아쉬웠던 점 크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지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다시 영화의 거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영업이 끝난 시간에 걸어가니 뭔가 느낌 있다 좋다.

 

 

 

 

 

 

이 길 끝에는 낮에 갔던 아그라몬테의 집 앞 광장이 있다.

사진을 찍다가 조금 앞으로 갔다가 뒤를 돌아보니 이 건물에도 체 게바라가 있다.

알고보니 아침에 엽서를 넣었던 우체국 건물이다.

앞만 계속 봤다면 여기가 거기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 집에가자 싶어서 몸을 돌리려는데 한 할머니가 말을 건다.

저널리스트라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사실 내가 하루종일 못하는 스페인어를 하느라 피로도가 쌓인 상태다.

말을 섞기가 싫어서 대충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이 분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오신다.

갑자기 쿠바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이런건 내가 대답하기도 너무 힘들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건 역시 자본주의와 북한이다.

내가 은근슬쩍 어려워하는 모습을 비추니 그제서야 말을 끌지 않는다.

집 앞까지 같이 왔는데 내 지도에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못해도 나이가 70이 넘어보였는데 이메일을 쓴다는 것, 정말 저널리스트 같았다.

 

힘들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아바나로 갈 채비를 했다. 이제 여기를 떠난다.

까마구에이에서 후회없이 즐기다 간다. 너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밤 11시가 되니 어제 나를 여기로 데려다 주었던 택시 아저씨가 왔다.

 

나가기 전에 아주머니와 못다한 이야기를 잠시나마 나누었는데,

아까 프레디가 우리집에 잠깐 들렸을 때 아주머니가 여긴 여행자 숙소라며 차갑게 나가라고 했었다.

분명 프레디가 아주머니랑 아는 사이라고 해서 들어온거였는데 물을 주고 나서 5분 이내로 나가라고 한 것이다.

 

나는 외부인을 데리고와서 화가난 걸로 생각을 했었고, 마음대로 데려와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했는데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그게 아니라고. 대낮에 돌아다녔으니 정말 힘들었을 텐데

프레디가 눈치없이 계속 여기에 눌러 앉아 너랑 놀려고 하는 것 같아 일부러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는 사이가 맞다고, 여기에 세제를 배달하러 자주 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 잘해주면 상황이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집에 가기 싫어서) 계속 있으려고 한다는 거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차갑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절대 나 때문이 아니라며.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쫓겨나듯이 나간 프레디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짐을 가지고 내려가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아주머니가 엄마처럼 느꼈졌다. 날 꼭 안아주고 건강을 빌어주었다.

 

터미널로 가는 길-

역시나 아저씨는 땀을 많이 흘리신다.

아저씨는 까마구에이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냐며 가는 내내 말벗이 되어준다.

네! 정말 좋았어요 까마구에이!

 

아저씨와 헤어지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뭔가 차가운게 느껴진다.

아저씨에게 주려고 음료수를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들고 온건데 그새 깜빡한거다.

아차 싶어 밖으로 나갔더니 아저씨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갔는지 5분 정도를 헤매었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나의 작은 정성이었지만 주고 싶었는데, 전해주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아저씨에게도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래요!

,

주인 아저씨의 배려로 밤 11시까지 숙소에 있었다.

아저씨가 불러준 택시 아저씨가 도착을 하고 짐을 챙겨 터미널로 향했다.

다른 곳에서의 이별이 굉장히 아쉬웠던데 반해 내가 짐을 싣고 차에 타는 순간

아저씨는 얼른 집으로 들어가는 쿨함을 보여주셨다 키키

 

터미널로 가는 짧은 길 동안에 택시 아저씨가 말을 거는데 어디로 가냐고 한다.

까마구에이로 간다고 하니 까마게이~ 까마게이~ 계속 이렇게 혼자서 중얼거린다.

좀 이상한 사람 같기도 해서 말을 안 섞어야지 싶었는데 계속 혼자서 중얼거린다. 뭔가 기분이 나쁘다.

터미널에 도착하고 약속한 3쿡을 내미니 "뜨레스~(3)" 이러면서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이다.

뭐야.. 약속한 댓가를 주고서도 저러니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다.

나중에 박수오빠와 만나 얘기를 해보니 같은 반응이었단다. 그냥 불만이었던 듯 하다.

 

터미널에는 벌써부터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도착해있었다.

예약증을 내밀고 티켓으로 교환을 받은 뒤 짐을 보내는 곳으로 갔다.

짐을 주니 당연하게 1쿡을 내라고 한다. 아 난 이게 너무 싫다.

사실 남미에서도 짐을 보낼 때 짐꾼에게 항상 팁을 줬는데 여기는 그 금액이 현지 물가에 비해 너무 크다.

잔돈이 정말 없다고 얘기를 하니 실망하는 표정을 하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오긴 했는데.. 조금이라도 줄걸 그랬나 싶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까마구에이로 가는 밤버스는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다행이 내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를 않아서 편하게 잠을 자며 이동했다.

버스가 어딘가에 도착을 하고 "까마구에이"라는 소리가 들려 허겁지겁 점퍼를 챙겨서 내렸다.

기사 아저씨는 내 캐리어를 꺼내주고 "Suerte(행운)"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라시아스!

 

출구로 나가는데 엄청난 택시삐끼들이 들러 붙는다.

그 중에 엄청 인상이 좋은 아저씨가 내 이름을 들고 있다. 숙소에서 보내준 아저씨다.

비시택시에 몸을 싣고 달린다. 숙소 아주머니가 엄청나게 예쁜 한국아가씨가 온다고 얘기했단다.

숙소까지 가는 길 동안 아저씨가 까마구에이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까마구에이는 500년이 된 도시이며 쿠바에서 가장 큰 주(Estado)라고 한다.

유명한 교회와 공원이 많고 골목들이 이쁘다고 한다.

움직이는 동안에도 벌써 4개 정도의 교회를 봤고 공원들도 스쳐지나갔다.

 

까마구에이의 터미널에서 중심가까지는 약 2km 정도로 엄청나게 먼 거리였다.

새벽이라 덥지 않은 날씨임에도 아저씨가 땀을 많이 흘리신다.

숙소에 도착을 했고 택시비를 물으니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란다. 아주머니는 주고싶은대로 주란다.

미리 찾아본 자료에서는 보통 2쿡정도라고 한다. 또 여린 마음에 아저씨한테 3쿡을 드렸다.

아저씨가 고맙다고 가는 날에 보자고 한다. 알고보니 이 숙소와 계약을 한 듯 하다.

아주머니는 항상 손님들이 갈 때 이 아저씨를 부른다고 한다.

 

 

 

 

숙소 위치는 내가 여기였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했던 그 곳에 있었다.

침대가 2개 있는 넓은 객실이다. 침대 매트리스도 좋고 방도 깨끗한 것이 모두 다 마음에 든다.

 

주인 아주머니는 굉장히 깐깐해보였다. 마치 산티아고 까사 주인 아저씨처럼.

원래 1박에 15쿡, 조식은 2쿡으로 총 17쿡에 있기로 했는데 다음날 밤 버스라고 했더니 아줌마가 돈을 더 내란다.

그냥 있으라고 해주고 싶은데 이 까사는 워낙 손님이 많기 때문에 하루치 금액을 잃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아줌마와 협상을 좀 하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만만치가 않다.

결국은 오늘 아침 6시도착하여 내일 밤 11시에 나가는 것으로 객실 비용을 25쿡에,

오늘 아침과 내일 아침 2회에 2쿡으로, 총 27쿡으로 하기로 했다.

사실 돈을 안주려는 나의 도둑놈 심보가 작용한터라 돈이 아깝긴 했지만

양쪽 모두 다 윈윈하는 금액이기도 했다.

 

일단 야간이동을 했기 때문에 조금 피곤했다.

아주머니도 내 눈이 쾡하다며 좀 자두라고 하신다. 아침은 10시에 먹기로 했다.

10시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고 밥을 먹으러 나가니 나 한명인데도 푸짐하게 차려주셨다.

이 날따라 밥이 어찌나 잘 들어가는지, 저기 있는 것들을 천천히 앉아서 다 먹었다.

빵도 쿠바빵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고소한 버터와 함께 냠냠

제일 좋았던 건 과일! 애플망고와 파인애플을 먹는데 정말 행복하다.

 

** 까마구에이 까사 추천

 

Leidys Villafana Solano

주소 : Calle Hermanos. Aguero No.6 e/independencia y cisneros

전화 : (+53) 0132-299155

휴대폰 : (+53) 53992746

 

장점 : 위치가 정말 최고다. Maceo 광장 옆 골목입구에 있는데, 나와서 왼쪽은 구시가지, 오른쪽은 신시가지다.

         여기보다 더 좋은 위치의 까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아침식사가 좋다. 숙소비도 비싸지는 않다. 

단점 : 화장실 변기에 앉은 의자가 없다. 그런데 굉장히 깨끗하기 때문에 거부감은 안든다. (화장실도 정말 깨끗!)

 

 

 

 

이제는 혼자 다녀야하기 때문에 마실 물은 내가 챙겨서 다녀야 한다.

산티아고에서 부터 들고 온 생수병에 든 물을 내 물병에 옮겨 담았다.

시원함은 필수다. 오늘 나의 돌아다님(?)을 책임져줄 생명수다.

 

 

 

 

 

 

이제 까마구에이를 둘러보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니 일단 마세오 광장이라는 곳이 보인다.

지도를 보니 정말 뭐가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오른쪽으로 갔더니 아그라몬떼라는 광장이 나온다.

여기에서 한 20분 정도를 헤맨 것 같다. 지도를 따라가도 내가 생각했던 곳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되돌아 오고. 이걸 한 세번 정도 반복을 했더니 지쳤다.

 

아그라몬떼 광장 한편에 서 있던 티코.

쿠바에서는 "대우"브랜드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티코부터 버스까지.

 

 

 

 

 

 

 

 

일단 계획없이 돌아다니다가 힘만 빼지 않도록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아그라몬테 광장에 있던 한 카페로 들어왔다. 멋진 그림 아래에서 잠깐 생각에 잠겨본다.

아이스커피는 안된다고 해서, 일단 아메리카노로 주문. 커피를 홀짝 홀짝.

 

사실 까마구에이라는 도시는 내가 오고싶다는 생각만 했지, 뭐가 있는 곳인지를 모른다.

그래서 오늘 아침 택시 아저씨가 얘기해준대로 일단 교회와 골목을 둘러볼 생각이었고,

아주머니가 나오기 전에 지도에 몇개를 동그라미 쳐주었는데 거기로 가는게 너무 힘들다.

지도 자체가 그냥 미로다. 미로도시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카페 직원에게 하나의 동그라미를 가리키며 여긴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

다행스럽게 한쪽을 가리키며 쭉 따라가라고 한다. 오케이 일단 가보기로 했다.

 

 

 

 

 

 

까마구에이의 길이 얼마나 복잡하냐면-

골목마다 이렇게 이정표가 있고, 지도가 붙어있다.

이걸 보고서 찾아가야 하는데, 봐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다.

 

길을 가다가 너무 헷갈려서 길 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면 항상 이런 식이다.

"이쪽으로 가다가 길을 꺾은 다음 거기서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봐라"

 

황당하기도 했지만, 괜히 여기서 가는 길을 다 알려줬다가는

끝에가서 다시 헤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게 맞는 방법이긴 하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묻고 또 물어봤다.

 

그렇게 간 까마구에이는 나의 상상과는 달랐던 모습이었지만

정말 매력적이었고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꼬불꼬불한 골목들.

어디로 들어가든 모든 곳에는 길이 있다.

 

평범한 집들이지만 골목과 함께 보면 그 색감이 정말 예쁘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날씨였지만 하늘에 구름은 가득하다.

맑았으면 더 이쁘겠다 싶었지만, 집들과 함께 있으니 이것도 좋다.

 

목적지는 잠깐 잊은 상태로 골목들을 계속 돌아다녔다.

어느 한 골목에서 레게머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인사를 하길래 "올라" 인사를 했는데,

가던 길을 되돌아와 다시 말을 건다. 어느 나라니, 여행온거니 등등

그동안 쿠바를 여행하면서 이상하게 레게머리 친구를 피하는 버릇이 생긴지라

길게 말을 섞고 싶질 않아 웃으면서 헤어졌다.

 

 

 

 

 

 

 

 

 

 

 

 

까마구에이 최대의 매력포인트는 바로 이렇게 생긴 거리다.

삼거리, 사거리, 오거리가 참 흔한데 제멋대로 생긴 탓에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거리는 가장 아래에 있는 육거리(Plazuela de Bedoya) 사진이다.

사진에서도 4개의 길을 볼 수 있는데 과일노점상 옆의 길과 내가 서있는 길까지 총 6개의 길이다.

여기를 파노라마로 찍고 싶어서 몇번이나 찾았지만 재미있는 방해꾼(?)들이 많아 실패했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그냥 그렇다고..^^

 

 

 

 

 

 

위의 육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쪽에서 "Foto~ Foto~" 외치고 있다.

돌아보니 과일노점에서 한 친구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양손을 흔들고 있다.

하나를 찍고나서 보여주니 깔깔깔 웃는다.

 

이렇게 지나치면 아쉽지.

마침 오늘 무겁지만 큰 마음을 먹고 가지고 나온 폴라로이드를 꺼냈다.

예쁘게 나온 즉석사진을 건넸더니 정말 신기해한다. 갑자기 감동한 표정을 보인다.

그러더니 리어카에 있는 과일 중 먹고싶은 걸 가지고 가라고 한다.

괜찮다고 하니, 사진이 너무 고맙다며 꼭 선물을 주고 싶단다.

 

댓가를 바라고 준건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마음을 써주니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바나나라고 하니 한다발을 준다.

방금 밥을 먹고 나왔다며 한개도 정말 좋다고 했다.

파란 껍질이지만 정말 달콤한 바나나였다.

정말 고마워!

 

쿠바를 다니면서 궁금했던 것, 그 순간 하나가 눈에 띄였다.

망고, 파파야 등의 크기가 있는 과일에 숫자가 적혀있는데 무게도 아닌것이 뭘 의미하는 건지 몰랐다.

마침 눈에 띄여서 물어보니 가격이라고 한다. 15라고 적혀있으면 15MN라는 뜻!

 

 

 

 

 

 

 

 

 

 

 

 

골목들을 다니다보면 집들마다 붙여져 있는 번지수에 눈이 가게 된다.

각 집마다 개성을 표현하느라 이런 저런 모양을 더해놓았다.

어느 집은 번지수를 손으로 써 둔 곳도 있었고.

번지수를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곳이다.

 

 

 

 

바람쐬러 나온 강아지와 잠깐 인사도 하고-

 

 

 

 

 

 

 

 

까르멘 광장에 다다랐다. (Plaza del Carmen)

아주머니가 동그라미 쳐준 곳이 3군데였는데, 이제서야 첫번째 장소에 도착을 했다.

까르멘 성당 앞으로 재미있는 동상이 참 많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너무 뜨겁다.

 

그리고 이 주변에 갤러리가 많이 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까마구에이에는 갤러리가 참 많다.

여기저기 들여다보니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도 많았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한쪽에 서 있을 때 한 꼬마가 고양이를 안은 채로 다가왔다.

사진을 찍어달라길래 찍어줬는데 참 예쁘다. 그런데 왠지 돈을 달라고 온 것 같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피해갈지 모르겠다. 괜히 좋았던 내 기분도 안 좋아질 것 같아서.

 

그래서 생각한 것이 폴라로이드였다.

즉석사진을 건네니 너무 좋아한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른 남자애를 데리고 온다.

역시 새끼 고양이를 안고 있었는데 여기서 함께 다니는 아이 같았다.

 

이 친구도 찍어주면 안되냐고.

얼른 찍어서 선물을 했더니 이번에는 둘이 같이 찍어달라고 한다.

당연하지. 예쁘게 둘의 모습을 찍어서 건넸다. 처음보는 즉석사진이 신기한가보다.

너무 좋아하면서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덴다. 아니야 나도 고마웠어!

 

그러고 몸을 돌리는 순간, 조금 전에 골목에서 만났던 레게머리의 친구가 서있다.

피하고 싶은데 나를 보더니 그대로 다시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통성명을 하고 나니 자기가 까마구에이를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괜찮다니 여기는 길을 잃기 쉽다며 같이 다니는게 더 낫다고 따라오면서 계속 말을 건다.

아무리 거절해도 도무지 가지를 않는다. 어쩔수 없이 길을 같이 걸었다.

 

 

 

 

크리스토 교회 옆에 있던 공동묘지.

예전에 아르헨티나의 레콜레타 묘지에 갔을 때는 이런 대리석 형식의 묘지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남미 대부분이 이런 형식의 공동묘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비슷한 문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구에이에서의 공동묘지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곳 가운데에 이런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예쁜 골목을 지나 산 후안 데 디오스로 가는 길-

이 곳 근처에도 엄청나게 많은 갤러리들이 위치하고 있다.

 

 

 

 

 

 

 

 

 

 

산 후안 데 디오스 광장(Plaza de San Juan de Dios)

1728년에 교회와 함께 병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병원 대신에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교회안에서 잠깐 앉아있을 동안 보였던 쿠바의 아저씨.

 

이 앞에 작은 노점상들이 있는데, 색감이 참 예쁘다.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물건들이 많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사갈지가 의문이긴 하다.

 

 

 

 

교회에서 나오니 친구가 꽃을 준다.

이 앞에서 따온 꽃인 것 같은데 받으니 기분이 좋다.

 

여기에 잠깐 앉아서 레게머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왜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넸냐면 보통의 외국인들에게 인사를 하면 차가운 눈빛으로 그냥 무시를 하는데

나는 인사를 받아줬다는 거다. 그래서 마음이 굉장히 따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가끔씩 여기에 동양인 친구들이 오면 항상 나와 같이 인사를 받아주곤 하는데

다른 외국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뢰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고 했다.

 

계속 친구하고 싶다고 한다. 빈말로 그러자고 했더니 믿는 눈치다. 조금 미안하다.

그 순간 "내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하니?" 물어본다.

갑자기 심장이 덜컥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기억을 잘 하는데

이 친구는 내가 별스럽지 않게 생각을 해서 그런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Felipe"라고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의 당황스러움 때문인지 아직도 이 이름이 잊혀지질 않는다.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이번에는 신시가지 쪽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까마구에이의 시내는 정말 깨끗하고 잘 되어 있다.

사람들도 많고 상점도 많다. 활기와 분주함이 돌아서 좋았다.

 

계속해서 걷는 중... 이게 싫었다.

그냥 내 마음가는 대로 걷고 싶었는데 괜히 목적지를 두고 거길 향해 빨리 걸어가는게 싫었다.

할 수 없다는 생각만 계속 들고. 그냥 걸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시내를 벗어나 아까 갔던 길들과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난다.

순간 겁이나기 시작했다. 위험한 곳으로 끌고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펠리페에게 더 가야되냐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막 웃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누나 집에 가고 있는데 바로 앞이야. 근데 너 겁먹었지?"

응 나 겁먹었어. 너무 너무 놀랬어. 그런데 왜 갑자기 누나 집에 가는거야.

 

어느 초라한 집에 도착을 하고 벨을 누르니 누나라고 하는 사람이 나왔다.

그리고 꼬마아이들과 강아지들도 함께 나왔다. 정말 인자한 인상으로 나를 맞이해줬다.

펠리페가 가끔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나서 마음에 들면 데리고 온다고 했다.

 

꼬마 여자아이가 덥지않냐며 물을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쿠바 물을 마셔봤냐고 물어본다.

이런 질문은 처음이라, 아직 생수 말고는 마셔본 적은 없는데 왜 물어보냐고 하니

외국인들은 일반 물을 마셨을 때 몸에 맞지 않는지 가끔씩 배가 아프다고 한다는 거다.

사실 물을 준다고 한 순간에도 의심을 했는데, 이렇게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투명한 유리잔에 준 물에는 고맙게도 얼음까지 들어있었다.

한창 갈증이 난 상황에서 정말 고마운 물이었다. 단숨에 한잔을 비웠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놀았다.

어디에서나 나누던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었는데 이렇게 현지인 집에 와서 앉아서 있는 것도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쿠바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의 비장의 무기였던 폴라로이드로 즉석사진을 선물했다.

너무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오후 3시 정도가 되었는데, 더 이상은 체력이 따라 주질 않는다.

펠리페에게 오늘 정말 고마웠다고 이야기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에어컨이 절실했다.

집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아니 나는 가는 길에 환전소도 들려야 하고 천천히 걷고 싶다고 했다.

그럼 천천히 가자고 한다. 아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결국은 환전소까지 같이 가고. 집에도 데려다줬다. 

 

저녁에 춤추러 같이 가자고 한다. 아니 난 춤추는거 싫어해. 춤도 못 춰.

자기가 가르쳐주겠다며 계속 같이 가자고 한다.

너무 귀찮은 마음에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숙소에서 두 시간 정도의 꿀맛같은 휴식을 보냈다.

저녁먹으러 가야지하는 생각에 밖으로 나왔더니 아직도 해가 쨍쨍하다.

낮에 지나오면서 몇군데 봐둔 레스토랑이 있어 그쪽으로 가려다가 방향을 틀었다.

그래, 나에겐 남는 건 시간뿐이야.

 

사실 혁명광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길을 물어보니 다들 걸어서는 못 간다고 한다.

택시를 타면 된다고 하는데 일단 지금의 나는 걷고 싶었기 때문에 걸을 수 있는 쪽을 택했다.

 

처음 혁명광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나타나난 호세 마르티 광장의 모습.

 

 

 

 

혁명광장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두 할아버지-

갑자기 도로에서 버스 한대가 들어오길래 피하라며 말을 걸어주셨다.

그러다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한국사람이라니 정말 좋아하신다.

정말 죄송하지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니 그러라고 하시고는 저런 미소를 보여주신다.

감사의 마음으로 즉석사진을 드렸더니 가슴을 만지시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저야말로 이렇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쿠바 사람들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북한 덕분(?)인지 정치적으로도 가깝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최근들어 한류열풍이나 야구, 축구, 유도 등의 스포츠로 인해서 굉장히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한류 얘기를 하자면 "꽃보다남자"가 단연 최고이며,

어린 친구들은 "구준표"라는 이름을 정말 또박또박하게 발음한다.

 

스포츠 얘기를 하자면 야구이야기.

특히 WBC 때 한국에게 패했다며 한국은 너무 강하다며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한다.

그러면 내가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쿠바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맞붙기를 싫어한다고.

이 때 쿠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야구가 쿠바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선수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이치로 또는 마쓰자카라고 대답한다 크크)

 

의외였던 건 축구이다.

독일리그가 방송이 되는건지 독일에 한국선수 한명이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는데

처음에는 차범근을 생각하고 "차!" 이러니깐 아니라고.. 옛날사람 이냐고 되물으니 지금 뛰고 있는 선수라며..

도무지 누군지 감이 안잡히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손!!" 이런다. 아항 손흥민!!

처음 아바나에서부터 시작해서 여행이 끝날 때 까지 손흥민 이름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뒤로도 까마구에이의 골목을 계속 돌아다녔다.

왠지 모르지만 여긴 참 정겹게 느껴진다.

 

 

 

 

내의 추측으로는 까마구에이의 중심이라고 생각되는 곳이다.

큰 교회(Iglesia de la Soledad)가 있고 그 주변으로 고급 레스토랑과 고급 호텔들이 위치해있다.

한쪽으로는 상업지역인 Republica 거리가 있고, 한쪽으로는 여러 거리들과 이어진다.

 

 

 

 

숙소 앞에 있던 마세오 광장에서는 마세오의 부조상이 있다.

그 밑으로 레일이 깔려있는데, 예전에 전차가 다녔던 길이 아닐까 싶다.

 

 

 

 

한 건물에 여러사람들이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음악소리도 들리길래 나도 들여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춤을 배우고 있다.

마음은 나도 끼여서 배우고 싶었지만 소심한 마음에 그러지 못하고 주변만 알짱거렸다.

 

 

 

 

 

 

낮에 펠리페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걷는 도중에도 저녁에 갈 식당을 봐뒀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던 중에 1514라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와우 모네다로 지불하는 곳이다.

아까 모네다로 환전해 둔 보람이 있었다.

 

난 1,200MN를 환전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3주동안 이 엄청난 돈을 다 썼다.

대부분 1주일에 200~300MN 정도의 돈을 쓴다고 하던데,

현지 음식을 많이 먹었던 나로서는 눈 깜짝할 새 저 큰 돈을 다 쓴거다.

대신에 좋은 점은 CUC를 엄청 아꼈다는 것이니, 경제적으로 상당히 이득을 본거다.

여담이지만, 난 이후에 또 MN로 환전을 했다. 난 현지에 최적화 된 사람이었다. 하하

 

샐러드와 돼지고기, 치즈가 올라간 것으로 주문했다.

부드러운 고기와 치즈의 고소함, 야채까지 듬뿍 먹으니 행복이 따로 없다.

저 요리가 모두 61MN이니, 직원에게 준 팁까지 포함해서 약 3쿡을 쓴 셈이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대만족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앉아있던 중에 내려다 본 테라스.

어두컴컴하지만 좁은 골목이 정말 매력적이다.

이 반대편에는 비시택시 정류장이 있어서 항상 사람이 북적거린다.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다.

 

까마구에이라는 도시를 택한 것이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선택같이 느껴졌다.

이 바둑판보다 더 미로같은 복잡한 세상속에서 이런 자유로운 공간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마냥 이 곳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졌다.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 물을 잔뜩 사들고 왔다.

여긴 물도 정말 많고 음료수의 종류도 많다. 물론 모두 정가로 판매하고 있다.

Ciego Montero에서 나온 음료수는 다 마셔본 것 같은데 여기는 파인애플맛도 있다.

너무 신기해서 이것도 사왔다. 물자가 풍족해서 너무 좋다 여기는.

 

크리스탈 맥주를 마시면서 일기를 쓰는 도중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이라서 그런가보다.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펑펑 울고싶어져서 그냥 슬픈 생각을 더 했다.

 

2월에 영원히 내 옆에 계실 것 같은 외할매가 돌아가셨다.

사실 가족들이 모두들 지쳐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 할매가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이냐면- 아들 딸 1명씩, 그리고 손자 손녀를 5명이나 보셨다.

그 중 2명의 손자와 2명의 손녀가 결혼을 하고 총 6명의 증손자를 보셨다.

유일하게 나만 결혼을 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할매가 내 아이까지 보고 가실 줄 알았다.

할매는 마지막 손자를 보여주지 않아서 내가 미웠겠지만 난 내 아이를 만나지 않은 할매가 미웠다.

 

그리고 내 가슴에 묻은 평생 친구 복실이가 생각났다.

재작년 3월 5일이 복실이가 날 떠나간 날인데, 우스갯 소리로 3월 5일이 복실이 제사라고 떠들어 댔지만

정작 올해 3월 5일은 퇴사 문제와 겹쳐서 생각도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매일 같이 복실이 생각에 눈물을 훔쳤지만 이 날을 지나친건 너무 미안했다.

아무튼 이 날 따나 나를 떠나간 사람들 생각이 너무 많이 떠올랐다.

 

그 때 숙소에 초인종이 울렸다.

시간을 보니 펠리페와 약속했던 10시가 한참 지났다.

펠리페가 아닌가 싶었는데 귀를 기울여도 밖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그냥 모르는 척 방에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펠리페에게 너무 미안했다.

정말 호의로 나에게 다가온 것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시종일관 나는 귀찮게만 여겼다.

내일 정말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렇게 까마구에서의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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