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은 해변 갈 준비에 몰두했다.

 

사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에게 고마웠었다.

까요 후티아스(Cayo Jutias) 해변이 예쁘다는 얘기를 듣고 꼭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사실 해변이라는 것이 혼자가면 재미도 없는데다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 

 

원래 길어야 2박이라고 생각했던 비냘레스에서, 함께 바다에 가자고 해서 3박으로 늘어난 것이었다.

여행 중에 원하지 않는 일정을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렇게 결정해 준 오빠와 언니가 너무 고마웠다.

 

전 날 미리 얼려두었던 스프라이트, 얼음물, 비타민워터,

그리고 해변에서 손과 몸을 간단하게 씻을 수 있는 물을 페트병에 담아 준비했다.

 

 

 

 

 

 

우리 택시기사인 호르헤가 왔고, 차를 타고 해변 쪽으로 이동했다.

 

까요 후티아스는 비냘레스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인데 자유롭게 놀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비슷한 분위기의 해변이 옆에도 있는데 까요 레비사스. 여긴 호텔도 있어서 조금 더 고급스런 분위기라고 한다.

당일치기로 가기에는 까요 후티아스가 조금 더 가깝고 편하다고 한다.

 

가던 길에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어떤 꼬마에게 간다.

그 앞에 철로 된 양동이가 있었는데 그걸 들고와서 앞 좌석에 쏟아 붇는다.

엄청나게 많은 망고. 총 37개가 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다 합쳐서 1쿡이라고 한다. 현지인의 힘은 위대하다.

 

 

 

 

 

 

 

이동하던 중 야자수 나무에 코코넛이 많이 매달려 있다.

저거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또 차를 세운다.

 

그러더니 커다란 칼을 떠내들고는 나무 위의 코코넛을 딴다.

구멍을 낸 후 차에 있던 빨대를 들고오더니 꽂아서 준다.

내츄럴 코코넛이다. 재밌는 경험이다.

 

 

 

 

어제 첫 만남부터 호르헤가 나한테 심하게 들이댔다.

동양인이라 신기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짝이 있는 언니보다는 내가 접근하기 쉬워서였을 것이다.

어제도 계속 손 잡으려고 하고 안으려고 하고.. 암튼 스킨십이 너무 심해서 좀 짜증이 난 상태였는데,

오늘은 꽃을 꺾어다 준다. 나팔꽃ㅎ

 

  

 

 

 

 

 

 

류씨언니가 물어본다. 지금까지 본 바다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사실 한국의 바다와 같은 색깔 말고 에메랄드 빛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칸쿤이 유일했다.

칸쿤이 제일 좋았어요~라고 말은 했지만 딱히 댈 곳도 없었다.

 

그런데 까요 후티아스에 도착 후 해변가로 들어가면서 부터

이 곳이 내가 본 바다 중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 되었다.

 

에메랄드 빛 해변도 정말 아름다웠지만 말라죽은 가지들이 널려있는 것이 정말 특색이 있는 곳이었다.

수영한다고 아이폰만 들고 다녔더니 사진이 좀 많이 아쉽긴 하다.

 

 

 

 

호르헤가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별로라며,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예쁜 해변이 있다고 했다.

물도 깨끗하고 사람도 없어서 수영하기에 더 좋다고 한다.

 

가는 길은 멀고 태양은 너무 강렬하다. 이렇게 40분 정도를 걸었던 것 같다.

 

 

 

 

 

 

 

 

 

 

 

 

가는 길에 뭔가를 발견했나 보다. 자세히 보니 조개, 소라껍질 같은 곳에 게가 들어가있다.

그리고 오른손 집게만 커다란 게도 있다.

 

호르헤가 준 나팔꽃이 수명을 다 해간다. 쭈글쭈글 해지더니 축 처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버릴까하다가.. 그래도 성의를 봐서 지나가던 나무에 꽂아두었다.

귀신같은 것, 나중에 오는 길에 저걸 발견하고는 자기 사랑을 버렸다며 뭐라한다.

 

 

 

 

드디어 호르헤가 말한 곳에 도착했다. 풀 숲에 들어가서 나뭇가지와 풀잎을 계속 주워온다.

뭘 하나 싶었더니 집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 자리에서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 낸다. 

 

집을 완성한 후에 짐을 넣어두고 우리는 수영 삼매경에 빠지기로 했다.

박수오빠 & 류씨언니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노클링도 해봤다. 물고기가 없다는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물놀이 하고 있으니 너무 시원하다.

 

1차로 수영을 끝내고 나왔는데 아 호르헤 너무 귀찮다.

나한테 자꾸 이상한 짓 하려고 해. 그때부터 우리는 호로시키라고 불렀다.

 

 

 

 

 

 

 

 

바다가 너무 예뻐서 아이폰으로만 찍을 수가 없다.

사실 물에 들어갈까봐, 소금기가 생길까봐, 흙에 묻을까봐 카메라를 고이고이 싸놓았었는데

그냥 넘어가는 건 이 바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물이 정말 맑고 예쁘다. 이건 정말 에메랄드 바다였다.

 

 

 

 

 

 

 

 

잠시 후에 앞에서 지나쳤던 해변으로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도 좋았지만, 앞에 스쳤던 해변이 더 좋아 보여서.

무엇보다도 풀과 나무가 있어서 쉴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지나가던 길에 물고기를 잡은 아저씨와 마주쳤다. 정말 많이 잡았어!

생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던 바다였는데 어디서 저렇게 잡은건지 신기하다.

 

 

 

 

 

 

우리가 맘에 들어했던 해변. 정말 예쁘다-

수심도 낮아서 저만치 들어가도 빠질 위험이 전혀 없다. 눈이 호강한다.

 

 

 

 

호르헤가 나에게 남긴 메세지이다.

조깨껍질로 하트를 만들고 그 밑에 하트를 그려놓고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내가 싫어라고 하니 그 새 하트에 긴 줄을 그어버린다. 단념하라구.

나 기분 엄청 좋은데 너 땜에 망치게 생겼어!

 

이 후에도 계속 들이대길래 딱 잘라서 말하니 그 때부터는 자기도 마음 상했는지 반응이 없다.

 

이런 나의 상황을 알고 박수오빠와 류씨언니가 있는 힘껏 나랑 놀아준다.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왜 기분이 나빠야 하는건지~~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호로시키!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 해변에서 나왔다. 여길 떠나려니 너무 아쉽다.

이렇게 특별한 바다를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든다.

 

 

 

 

 

 

돌아가는 길에 호르헤가 다시 한 번 길에 차를 세운다.

사탕수수 주스(Guarapo)와 도너츠를 사준다 우리에게ㅋㅋ

 

사탕수수 주스는 여기서 처음 먹어봤는데, 달콤한 것이 딱 내 취향이다.

너무 맛있고 시원하다. 여기 서서 그대로 원샷했다!

 

달리던 차는 숙소에 도착을 했고, 호르헤와도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하던 차에도 계속 내 손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너와 난 여기까지야~

진심은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습관적으로 이런 것 같은데 다른 여행자에게는 이런 불편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호르헤 덕분에 더 멋진 해변에 갈 수 있었고, 새로운 경험도 해봤던 건 사실이다.

그건 정말 너무 고마웠다. 우리 계산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팁 줬다^^

 

 

 

 

 

 

오늘 저녁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랍스터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빨갛게 양념을 해서 주신다.

먹어보니 완전 한국식 양념이다. 한국이었으면 고추장으로 만든 줄 알겠다.

이 양념으로 밥도 볶아 주셨는데 마지막 날 식사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비냘레스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다음 날 아침 시엔푸에고스로 떠나기 전에 가족들과 사진을 찍었다.

띠따 어머니, 마리아 딸, 그리고 아들.

 

세분 다 너무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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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도착해서 부터 지금까지는 계속 동네를 둘러본다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투어를 한다고 생각하니 이제서야 여행을 왔다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비냘레스 마을 투어가 있다.

투어 순서는 인디오동굴 - 산미겔(빨렌께)동굴 - 시가(담배)농장 - 모고떼 전망대 - 선사시대 벽화 순서다.

어제 예약한 택시가 아침에 데리러 오기로 했다.

 

※ 투어 예약은 비아술 사무실에 있는 택시회사에, 또는 길에 있는 택시기사들을 섭외하면 된다.

※ 자전거 또는 말을 타는 것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패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베란다로 나갔다.

3층 건물이기 때문에 베란다에서 모고떼의 모습이 보인다.

 

아주머니가 아침밥이 다 되었다고 부르신다.

아침식사는 커피, 차, 우유, 빵, 과일이 나온다. 자리에 앉으니 계란도 주신다.

아바나의 각박한(!) 아침식사를 먹다가 이렇게 푸짐하게 먹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

 

참고로 쿠바에서는 아침식사를 먹을 때 항상 계란을 어떻게 구울지를 물어본다.

아래의 단어들을 알아가면 매우 유용하다.

 

후라이 = 프리또(Frito) -- 노른자는 안익혀서 나온다.

오믈렛 = 또르띠야(Tortilla) -- 사진에서 보는 것

스크램블 = 레부엘또(Revuelto)

 

택시기사가 찾아왔다. 어제 본 친구가 아니라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왔다.

내일까지 우리와 함께 다닐 호르헤(Jorge)다.

 

 

 

 

 

 

 

 

오늘 둘러볼 다섯군데 중 첫번째 장소인 인디오 동굴이다. 입장료는 1인 5쿡이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분이 입구까지 가이드를 해주신다고 한다.

 

예전에 인디오들이 있었던 곳이라며 그 때 모습으로 조금 꾸며놨는데 조금 억지 스럽기도 하다.

시간에 따라 인디오들이 공연도 한다고 한다.

공연은 못 봤지만 인디오 복장을 한 언니는 잠깐 스쳤다.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가 코스에 대해 알려준다.

 

인디오 동굴은 입구에서 부터 약 200m를 걸어간다.

이 후 보트를 타고 약 225m를 둘러본다. 총 소요시간은 25분 소요.

 

 

 

 

 

 

이번 여행에서는 아이폰 보다는 카메라를 많이 쓰겠다며 계속 들고 다녔는데

동굴속에 들어오니 M모드로 사진을 찍는 나에게 크나큰 문제가 발생했다.

빛이 수시로 변하는데 도저히 포인트를 빨리 빨리 맞출수가 없다.

밖으로 나와서 급히 사진을 확인해보니 모든 사진이 흔들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냥 아이폰으로 찍을걸ㅋㅋ)

 

 

 

  

 

 

동굴을 걸어가다 다다른 곳은 보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보트를 타고 동굴 깊숙히까지 들어갔다가 나온다.

신기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동굴이라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투어가 다 끝나고 밖으로 나가는 중.

25분은 커녕 실제로는 10~15분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동굴의 외부 모습이 보인다. 여기가 참 예쁘다.

택시기사가 여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개의치 않고 계속 인증샷 찍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 온 보트가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두번째 코스인 산미겔 동굴 앞-

현지인들은 여기를 빨렌께라고 부르는데, 빨렌께는 옛 노예였던 흑인들이 숨어 살던 곳을 뜻한다.

 

동굴로 들어가야 되는데 비냘레스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관광은 뒷전이다.

신기한 모양의 모고떼 산들도 바로 눈 앞에 있는데다,

그냥 서 있는 말들도 너무 예쁘다.

 

 

 

 

 

 

 

 

 

 

 

 

 

 

산 미겔 동굴 입장료는 3쿡.

인디오 동굴이 더 낫다는 얘기를 진작 들었기에 패스를 하려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보자 싶어서 입장료를 샀다.

류씨언니는 얼떨결에 같이 간다고 해서 3쿡 지불했다. 후회했을 것 같다. ㅋㅋ

 

동굴을 지나는데 걸린 시간은 약 5분 정도.

정말 볼게 없다고 말하기도 뭣할 정도로 볼 게 없었다.

중간 중간에 있던 뱀 모형, 개구리 모형 등이 그나마 볼거리였다.

 

동굴을 빠져나오는데 갑자기 현지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너무 놀래서 소리를 질렀는데, 정말 허접한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런데 이어서 불쇼를 한다. 입으로 불을 끄는데, 이런거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 뒤에 나오는 다른 팀들은 이들의 퍼포먼스에 꿈쩍도 안한다. 반응 좀 해주지-

 

정신 차리고 동굴 위를 보니 여기가 더 멋있다.

 

 

 

 

 

 

세번째 코스인 시가농장이다.

담배잎이 왜 이리 없는고 물어보니 지금은 수확한 담뱃잎을 건조하는 기간이라서 그렇단다.

밭에 남아있는 애들은 수확 후에 자란애들이란다.

 

 

 

 

창고에 건조 중인 담뱃잎이 가득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담배잎 특유의 케케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담배농장 주인이 나와서 시가 재배과정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맨 위에 가루 같은 것이 담배의 씨앗인데, 잎이 자라면 건조를 시킨 후 말면 시가가 나온다.

 

즉석에서 하나를 말아서 입에 닿는 부분에 꿀을 발라주신다.

예전에 아빠가 시가를 태우실 때 너무 독해서 못 쓰겠다고 하셨는데

웬일인지 나한테 딱 좋다. 호호호

 

그리고 시가 판매를 하는데 누가봐도 엉성한 시가인데 너무 비싸게 판다.

10개피에 40쿡. 박수오빠 지인도 여기서 샀다고 하던데 케이스를 오픈하니 모조품같은 것이 나왔단다.

담배는 믿고 살 수 있는 곳에서 사야겠다.

 

※ 여기서 시가를 직접 판매하는 이유는, 시가는 국영기업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재배된 시가 중 90%는 나라에서 회수를 해가고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를 하는데

이 경우 돈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를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네번째 코스인 Las Jazminas 전망대-

 

비냘레스의 상징인 모고떼(Mogote)는 산이 솟아 오른 것이 아니라 주변의 땅이 꺼져서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산의 옆면이 탄탄하지 못하고 쓸린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쨋든 신기한 산의 모양이 너무 예쁘다. 계속해서 쳐다보기만-

 

택시기사인 호르헤도 함께했다. (내일부터는 호로시키로 이름을 바꿔불렀따)

 

 

 

 

 

 

마지막 다섯번째 코스인 선사시대 벽화다.

벽화 바로 앞에서는 입장료를 받는다. 어차피 벽화야 멀리서 보는 것이 좋으니 길에 차를 세웠다.

 

선사시대에 그려진 벽화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림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을 것이다.

산을 저렇게 깎아 놓은 것도 이상하지만, 색깔로 너무 선명하다.

그 이유는 이 벽화는 선사시대에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산은 피델 카스트로가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50여년 쯤 전에 인위적으로 바위를 깎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잘 보면 원시인, 공룡, 암모나이트 등이 보이는데 이것을 그려넣고 선사시대 벽화라고 이름을 붙이다니.

수많은 여행객들을 무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넘 웃겨ㅋㅋ

 

그 뒤로 보이는 산이 더 작품이다!

 

 

 

 

 

 

 

 

 

 

 

 

 

 

투어를 끝내고 집에와서 에어컨 바람을 맞다가 쓰러졌다.

더운 날씨에 계속 쫓아 다녔더니 너무 힘들다. 그렇게 낮잠시간을 좀 가졌다.

 

비냘레스는 참 예쁜 시골마을이다.

한 쪽 하늘이 회색빛인걸 보니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비가 오기 전에 동네 한바퀴를 둘러보자며 밖으로 나왔다.

 

조용한 거리를 걷다가 비가와서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서 잠시 서있다가 왔다.

참 고마운 것이 나가라는 소리도 안하신다. 비가 좀 그치자 다시 둘러보다가 숙소로 왔다.

 

 

 

 

숙소가 있는 아파트에 들어가니 1층 계단 앞에서 머리를 하고 있다.

그냥 흘러가는 말로 "여기가 미용실이니"라고 했더니 맞다고 한다. ㅋㅋ

생각해보니 어제도 누군가가 여기서 머리를 하고 있었다.

 

흑인이라 머릿결이 곱슬곱슬 한데 고데기로 머리를 펴고 있었다.

한번 하면 얼마정도 가냐고 하니 6개월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매직보다 훨씬 좋은 효과가 아닌가 싶다.

물론 머릿결이 얼마나 상할지는 장담 못하지만!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로 요청 드렸다.

호박죽 같은게 나왔는데 와 정말 우리 입맛이다. 너무 달콤하고 맛있다.

돼지고기는 역시나 질기다. 이제 쿠바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우리가 2일 연속으로 프리홀(삶은콩)을 먹지 않았는데, 아줌마가 눈치채셨는지 다음날은 안주셨다.

 

어쨌든 푸짐한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름 알찬(?) 하루를 마무리 했다.

비냘레스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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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친구가 공항으로 떠났다.

나에게는 첫 여행지역인 아바나가 친구에게는 7개월 여행의 종착지였다.

고생많이 했다고 인사를 전하고 새벽 택시를 타고 떠났다.

친구가 남기고 간 반바지, 샴푸, 린스 등은 내가 다 챙겼다. 후후

 

아침에 짐을 싸고 나서 카피톨리오 옆에 있는 Inglaterra 호텔 앞으로 갔다.

우리는 여기서 버스를 타고 첫번째 여정지인 비냘레스로 갈 예정이다.

 

** 아바나에서 비냘레스로 가는 방법

무엇을 타고가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크게 비아술(고속버스), 택시, 호텔버스 3가지로 나뉜다.

 

- Viazul : 예약하러 미리 터미널에 가야하고, 가는 날 터미널로 또 가야한다. 1인 12CUC

              단, 터미널로 가는 택시비만 해도 어마어마 할 듯하다. 3시간 소요.

 

- 택시 : 출발 전 날까지 카피톨리오 맞은편 택시가 많은 곳에서 흥정하면 된다1인당 15CUC 정도

              올드카 택시를 탈 경우 5명이서도 갈 수 있다. 편리하고 빠르다. 2시간 소요.

 

- 호텔버스 : 여행사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가는 버스. 호텔앞으로 픽업하러 온다. 1인 12CUC

              단, 최3일전에는 예약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많은 여행자에게만 유리하다. 4시간 소요.

 

인원이 3명밖에 되지 않아 택시보다는 이게 낫겠다 싶어서 예약을 한거였는데

각 호텔마다 들러 손님들을 픽업하는데 이게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실제 이동시간은 3시간 정도.

(예약은 Inglaterra 호텔 내 여행사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Cubanacan, Cubatur 둘 다 가능)

 

 

 

 

평소 비냘레스의 사진을 보면 야자수 나무가 참 많이 있어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아바나를 벗어나자마자 야자수 나무들이 펼쳐져 있다.

벌써부터 비냘레스 분위기가 많이 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 후 알게된 건 쿠바 전역에 야자수 나무가 많다는 거다. 쿠바의 국목이기도 하다 (Arbol Nacional)

 

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15분 쉬고 간다고 한다. 밥을 먹는 사람도 있고 화장실 가는 사람도 있고.

딱히 할 것도 없고 상점가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하바이아나스 슬리퍼가 잔뜩 걸려있다.

슬쩍 가격을 보니 6쿡에서 13쿡 사이. 가격이 믿기지가 않는다 너무 저렴해서.

 

사실 오래 걸을생각으로 운동화를 가지고 왔는데 쿠바의 날씨에서는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시원한 신발이 필요했다. 12쿡을 지불하고 슬리퍼를 구입했다.

생각해보니 쿠바에 와서 쓴 돈 중에서 가장 비싼 금액이기도 하다. 헤헤

 

 

 

 

비냘레스의 집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 알록달록한 단층의 건물에 흔들의자가 놓여있다.

 

우리는 이오바나 아주머니가 소개시켜준 집으로 갔는데,

집은 너무 예쁘지만 중심가에서 너무 멀고 비포장 도로이다.

3인실에 1인당 10쿡, 저녁은 8쿡, 아침은 3쿡이란다. 생각보다 요금도 너무 비싸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둘러보겠다고 얘기를 하고 동네투어에 나갔다.

삐끼로 보이는 아줌마가 말을 거는데 3명이서 1박에 15쿡에 해주겠다고 한다.

그냥 집만 한번 보자 싶어서 갔는데, 비냘레스에서 잘 볼 수 없는 3층짜리 건물이다. (사진의 맞은편 건물)

 

3층이면 캐리어를 들고 가기에 힘든건 똑같다. (난 이제 배낭은 안가지고 다닌다.. 어깨아프다..)

객실상태가 나쁘지 않다. 방도 크고. 3층 건물이라 전망도 좋다. 약한 수압은 어쩔수가 없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약한 체구의 아주머니 마음씨가 너무 좋다.

 

 

 

 

 

 

이오바나 아주머니가 소개시켜준 집에는 너무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여기도 할아버지 인상이 좋으시던데, 돈 없는 여행자라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짐을 가지고 숙소로 들어오니 웰컴 드링크라며 과야바 주스를 주신다.

감동이다... 주스 맛이 너무 달콤했던 것도, 목이 말랐던 것도 한 몫했지만 준비해주셨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사실 우리가 삐끼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이 집의 딸이었다.

오해를 사지 않도록 방값, 아침값, 저녁값 모두 다시 한 번 정리를 해주었다.

1박에 3인 15쿡, 아침 2쿡, 저녁 7쿡, 랍스터를 먹을 경우에는 10쿡이다.

 

그리고는 비냘레스에 뭐가 있는지 안내자료를 펼쳐놓고는 하나 하나 설명해주신다.

뭘 하면 되고, 어디가서 뭘 알아보면 되고 이런식으로.

쿠바 사람들은 다 이렇게 착한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내가 머물렀던 비냘레스 숙소

일반적인 비냘레스 숙소와는 외형부터 조금 다릅니다.

마음씨 좋은 가족 덕분에 좋은 시간이 되었어요. 추천은 못하지만 선택은 개인의 자유..^^

 

Tita y Mario (띠따 이 마리오)

주소 : Calle Salvador Cisneros, Edficio 1, Apto 9호 (3층 왼쪽집)

전화 : (+53) 5244-6633

 

메인도로의 이름도 Salvador Cisneros인데, 가다보면 왼쪽으로 꺾이면서 아파트가 있는 쪽입니다.

3층 건물이기 때문에 비냘레스의 산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쿠바에 오면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닐 줄 알았는데

날씨가 정말 더워서 조금만 움직이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 날도 점심때 쯤 도착해서 원래 투어를 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더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체력이 따라오질 않는다. 먹기도 싫고..

 

두시간 정도 쉬다가 마을산책 및 내일 투어나 알아보자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길 한편에 있던 표지판-

위의 그림은 마차일테고, 밑의 그림은 뭔지 도통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쿠바에 많이 다니고 있는 경운기였다ㅎㅎ)

 

 

 

 

쿠바 최신 유행우산이다.

튼튼한 장우산에 반은 컬러, 반은 명화가 그려져 있다.

전 지역에 걸쳐 저런 우산을 양산처럼 사용하고 있다.

나도 하나 사고싶었는데.. 나같은 여행자에게는 짐일 뿐이었다.

 

 

 

 

 

 

나 혼자 보려고 그냥 찍은 사진이지만 공유해본다.

비냘레스에서 출발하는 비아술은 아바나, 시엔푸에고스,트리니다드가 있다.

금액은 위에 적혀있는 대로이고, 터미널이 따로 없기 때문에 비아술 사무실에서 예약, 탑승하면 된다.

 

우리는 시엔푸에고스로 갈 예정이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버스보다는 택시를 타려고 했다.

비아술 사무실에 오피셜 택시 사무실도 같이 있으니 여기에 예약하면 된다.

시엔푸에고스 까지는 1인당 35쿡.

 

그리고 비냘레스 투어도 택시로 가능하다.

시티투어는 1인 6쿡, 까요 후티아스 해변은 1인 15쿡이다.

올해 귀인이 나타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나의 귀인은 박수오빠였다.

 

일반적으로 길을 걷다보면 택시흥정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이상하게 비냘레스는 아무도 없었다.

그 때 박수 오빠가 "택시~ 택시~"하고 불렀고, 놀고 있는 택시 기사가 찾아왔다.

우리가 직접 택시기사를 찾기는 또 처음이다. 박수오빠는 능숙하게 네고에 돌입했다.

분명 공식 택시요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네고를 시도한다.

 

첫번째로 찾아왔던 친구는 네고 불가.

다시 택시를 외칠 때 쯤 한 아저씨가 자기가 택시회사 오너라며 직원을 데려오겠단다.

푸하하 조금전에 네고했던 그 친구가 왔다. 두번째도 네고 불가.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다시 말을 거니 네고 성공했다.

 

비냘레스 투어 1인 6쿡 -> 5쿡으로

후티아스 투어 3인 45쿡 -> 35쿡으로

시엔푸에고스 이동 3인 105쿡 -> 85쿡으로

 

박수 오빠에게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오늘 저녁은 닭고기로 말씀 드렸는데, 마을을 한참 둘러보다 들어오니 저녁식사가 준비되어있었다.

라면수프, 닭고기, 샐러드, 감자튀김, 프리홀(삶은콩), 밥, 과일, 파파야절임까지.

쿠바에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정성스런 식탁을 봤다.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아주머니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행복한 저녁식사를 했다.

 

 

 

 

아주머니가 광장에 음악이 나오는데 왜 놀러안가냐고 물어보신다.

이런걸 놓칠 수가 없다. 음악이 있으면 당연히 사람이 몰리고 흥이나기 때문이다.

 

광장에 다다를수록 소리가 커져간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노래만 있고 사람이 없다.

춤을 추는 사람은 꼬맹이들 둘 밖에 없다.

조금 실망.. 더운데 에어컨이 더 나을 것 같아 그냥 숙소로 들어왔다.

 

 

 

 

낮에 마트에서 구입한 감자칩! 감자알이 엄청 크다!

우리끼리 감자가 아닌거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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