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자유시간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었다.
너무 머리가 아파서 도망가고 싶었을 뿐인데..
서점에 가서 어디로 갈지 막 뒤졌다. 정말 막 뒤지다가 마음에 들어온 곳-
교토의 근교에 있는 아라시야마다. 거기에 너무 가고 싶어졌다.
조용해보이고 편안해보이는 곳으로 도망가기에는 제격인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날 비행기를 예약하고, 휴가를 내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그렇게 날은 다가왔고 애석하게도 하늘도 내 마음과 같은지
잔뜩 찌푸리며 비만 흘려보냈다.
지금 이 글을 적기 전에 깜짝놀랬던건-
notice에 여행기록을 써넣는데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도쿄여행으로부터
딱 7년만이며, 출발날짜와 도착날짜가 모두 같았다. 여정도 3박 4일이고.
너무너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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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정말 많이 오길래 결항이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그 비를 뚫고 비행기는 열심히 달려줬다.
구름모양 보기가 이렇게 어려웠다니, 그저 뿌연 하늘만 가득했다.
간사이 공항에 내려서 티켓을 사고 난바역으로 이동!
교토만 계획을 잡았지만, 지나가는 길에 오사카라도 보기로 했다.
코스는 도톤보리-오사카성-도톤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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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비즈니스 킷푸를 구입하니 라피도기차와 오사카 1일 패스권을 준다.
오늘은 이걸타고 슝슝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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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사카에 가면 모든 지역이 다 이런 간판으로 꾸며져 있을 줄 알았는데,
딱 여기만 화려하고 앵글 밖은 조용한 풍경만이 이어진다.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과 여기가 대도시였구나하는 새삼스러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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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야마라면 기차 시간까지 모조리 다 외우고 출발을 했는데,
그 외의 지역은 공부를 하나도 하질 않아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다 간 곳의 이름은 신사이바시.
세일기간의 즐거움과 일본스러움의 화려함.
굉장히 활기찬 시장의 풍경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유럽여파로 인한 엄청난 환율의 타격으로 많이 지르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즐거운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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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픈데 딱히 먹을만한 건 눈에 들어오질 않고. 헤매다가 뭔가 되게 좋아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밖에 오늘의 메뉴라고 적혀있는데 금액도 1000엔 안이라서 부담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진짜 여기가 일본이구나-스러운 종업원들의 멘트까지.
한문을 잘 못 읽으니 밖의 모형을 보여주며 "고레 구다사이" 했더니 이렇게 잘 나온다.
소면과 튀김 너무 좋았지만 우엉밥은 정말 눈물나게 맛있었다.
가게 이름도 한자라서.. 읽을 수 없는게 슬프다.
나니와소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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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는 분명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코인락커에 우산을 넣어두고 와서 내손에는 우산이 없었는데
지하철 역에서 위로 올라와보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급하게 뛰어들어간 옆 건물에서 비가 그치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질 않았고 나는 그 비만 바라봤다.
그때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곳이 NHK방송국이란다.
9층으로 올라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봤더니,
드라마 홍보관이 있고 그 아래에는 방송 촬영을 하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갔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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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비가 잦아들고 급하게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들고 오사카성으로 갔다.
많이 보던 모습이 나를 반기고-
그런데 너무 많이 본 모습이라.. 이미 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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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로 올라가 오사카의 전경을 바라보다.
저기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NHK방송국이 있던 곳.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이런 숲은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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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톤보리의 야경을 보기위해 다시 돌아왔다.
해는 점점 저물어가고, 다시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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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의 맨홀뚜껑 디자인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오사카는 역시 오사가답게 오사카성의 모양이 있었다.
게다가 예쁘게 색칠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 색의 바래짐은 있지만,
그래도 여기가 오사카임을 밝히는 세세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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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야끼의 고장 오사카에서 무조건 먹어야 하는 것!
친구의 추천으로 더운 날씨에도 먹었지만,
난 역시 한국에서 만든 타코야끼가 좋다. 한국식이 잘 맞다.
큼직한 타코야끼는 좋지만 너무 뜨거워서 먹기 힘들어.
그리고 날 정신없게 만든 오사카의 재미있는 간판들.
카메라 없이 아이폰하나만 들고 떠났는데,
그 아이폰을 하루종일 공간에 배경에 대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아이폰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하러 애플스토어에 찾아갔더니
충전이 안된다며 휴대폰 통신사로 찾아가라고 한다. 에효
어쩔 수 없이 되돌아 왔는데, 소프트뱅크가 보여서 들렀더니 충전을 해준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무려 서비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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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일인지 구리코 간판은 결국 불이 켜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분주한 느낌의 오사카를 간직하고 교토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