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뭔가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오늘 밤에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바라데로로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나고

나는 까마구에이라는 미지의(나에게) 도시로 쿠바에서의 첫 혼자 여행을 떠난다.

아바나에서 다시 만날거지만, 셋이서 한방을 쓰는 이 만행(?)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은 산티아고에서 그 동안 가지 못했던 곳들을 다닐 생각이다.

역시나 뜨거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계획없이 나갔다간 체력만 방전되기 때문에 살짝 루트를 정리해본다.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오늘 저녁 떠날 짐 채비도 해야하기 때문에 아침 일정은 패스이다.

모자와 선크림으로 단단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 내가 가는 곳은 비밀투쟁박물관이다. (Museo la Clandestinidad)

티볼리 마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 전에 왔던 길을 따라가는 중이다.

 

Balcon de Velazquez를 지나가는 중.산티아고의 내리막과 오르막은 정말 매력적이다.

 

 

 

쿠바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강아지들의 자세.

항상 창 틀 사이로 몸을 꼬깃꼬깃 집어 넣고 밖을 쳐다보고 있다.

 

 

 

 

 

 

 

 

 

 

예쁜 계단길이 있던 파드레 삐꼬(Padre Pico).

전에 왔을 때는 예쁜 차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어서 볼만 했었는데

오늘은 차들 대신에 행인들이 거리를 빛내주고 있다.

이 길이 저 끝까지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다.

 

잠깐 해가 구름에 가려져 어둑해졌을 때 잠깐 한 쪽 벽면에 기대 서 있었는데

저 멀리서부터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분 한분이 다가온다.

나도 동양인의 모습이라 반갑게 웃으며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했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반가워하는 이분.. 정말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신다.

 

- "니혼진데스까?"

- "이이에- 칸코쿠진데쓰..^^"

- "아... 부엔 비아헤!"

- "네 부엔 비아헤!"

 

일본 사람을 기다렸나보다. 정말 아쉬워하곤 그 자리를 떠났다.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동향의 사람을 만난다는게 얼마나 반가운건지 모른다.

처음 마주하는 사이면서도 나도 모르게 툭 터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기도하고.

 

 

 

 

 

 

비밀투쟁 박물관은 2쿡. 당연히 촬영 비용은 별도다.

하지만 발코니/외부 촬영은 무료로 가능하다.

 

가볍게 설명을 해보자면-

이 곳은 예전에 혁명 이전에 경찰서로 이용되었던 건물이다.

멕시코로 망명해있던 피델 카스트로 형제와 그의 혁명군들이 다시 쿠바 땅을 밟기 위해서

산티아고에 있던 "프랑크 빠이스"와 협동작전을 실시하였고,

이 들이 쿠바로 들어오는 날 프랑크 빠이스는 이 경찰서를 습격하여 시선을 돌렸다.

이 후 혁명군은 쿠바땅을 밟게 되었지만, 애석하게도 작전은 실패하여 시에라마에스트라 산맥으로 피신을 하게된다.

프랑크 파이스는 이 후에도 계속 혁명군을 도와 행동하지만,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이 곳은 단순히 당시에 습격했다는 사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쿠바혁명을 승리로 이끌어내긴 위한 하나의 큰 발판이었다는 것이 매우 의미있다.

비록 당시 혁명군들의 작전은 실패하였지만, 이 습격으로 인하여 쿠바에 발을 디디게 되었고,

이 후 재정비하여 정부군에 승리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비밀투쟁박물관에서는 산티아고 출신의 영웅인 프랑코파이스와 그의 동생,

그리고 함께 변화를 지지했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쿠바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지만,

관심이 없다면 가볍게 지나쳐도 좋을 것 같다. (영어X)

 

 

 

 

비밀투쟁박물관 맞은 편에 위치한 피델 카스트로가 학창시절에 살던 집이다.

생각보다 초라한 건물들만 있어서 옆에 앉아있던 주민들에게 여쭤보니 여기라고 알려주셨다.

 

사진을 찍는 동안 뒤에서 들리는 낄낄낄 웃음 소리-

워낙 동양인을 신기하게 보는 쿠바이기 때문에 날 보고 웃나 싶어 뒤로 돌아봤더니

여학생들이 3명이 앉아서 날 보며 웃고 있다.

 

뭐가 웃기냐는 듯이 표정을 지었더니 한 여자애를 가리키며 "널 닮은 애가 있다"라고 한다.

정말 한 학생이 반쯤 동양인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혼혈인 것 같다.

그런데 얼굴이 너무 예쁘다. 한국에서 보면 서양적이다라고 말할 얼굴?

말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그 학생은 그게 너무 싫었는지 약간 숨고 싶어하는 반응이다.

아쉽지만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떴는데 한번 말을 걸어볼 걸 그랬나보다.

 

 

 

 

돌아가는 길에 본 쿠바의 학생들.

표정이 너무 밝은 것이 쿠바의 미래도 밝을 것 같다.

 

사실 쿠바는 관광지나 아름다운 자연 풍경보다는 사람의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

그 모습들을 담지 못한게 아쉽지만... (난 왠지 사람사진은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까 신나게 내리막을 내려왔으니 이제 오르막으로 올라가야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모퉁이를 건너려던 찰나 보이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오토바이 한대가 나타나 부딪혔다.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보호하려고 렌즈를 잡다보니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까졌다.

나에게 소리를 치는 오토바이 운전사. 똑바로 보고다니란다.

열 받아서 나도 너나 똑바로 운전하라고 소리지르니 소심한것, 금방 깨갱한다.

너무 미안하단다. 그럴거면 왜 나한테 소리친거야~ 기선제압인건가?

사실 이미 한번 다친 손가락이었는데 다 낫기도 전에 충격을 받으니 아직까지도 너무 아프다.

 

 

 

 

집으로 가서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와 다시 조우했다.

점심을 먹으러 Fondita 460으로 가서 돼지고기 볶음밥을 우선 먹었다.

휴무였던 일요일을 제외하고 3일간을 여기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어느새 주인할아버지와 여직원과도 친해졌다.

오늘 밤 떠난다고 했다. 남미는 항상 좋은게 헤어질 때 꼭 행운과 조심을 빌어준다.

 

그리고 우리가 바퀴벌레처럼 붙어있던 아이스크림 집으로 향했다.

딸기맛도 맜있었는데 이 날은 Mantecado(우유&버터) 맛이다. 아줌마는 오늘이 더 맛있을거라고 한다.

정말 맛있다. 몇개를 먹냐가 관건인데, 난 이 날도 2개를 해치웠다.

박수오빠는 무려 4개ㅋㅋ

 

 

 

 

 

 

오후 일정인 몬까다 병영으로 가는 길.

어디로 갈 때는 항상 모르는 길로 가라-는 우리의 방침대로 어거지로 일단 발을 옮겼다.

그런데 계속 오르막이다. 찌는 듯한 더위가 우리를 괴롭히지만 지지 않을 것이다.

 

한 판자집을 지나는데 강아지가 보여서 찍은 건데 상황은 우리와 비슷하다.

어서 그늘로 들어가거라.

 

 

 

 

 

 

 

 

 

 

엄청난 오르막을 다 올라오고 나서 잠깐 쉬는 시간이다.

뒤을 돌아보니 가관이다. 이걸 우리가 올라온 거다.

잠깐이지만 셔터를 돌리는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몬까다병영 직전에 있던 아벨산타마리아 공원이다.

쿠바의 국기가 날리고 있었다.

 

한 편에는 호세마르티와 아벨 산타마리아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비 아래에

분수는 아니고.. 아무튼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물이 기념비를 받히고 있는 것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니 조금 당황스럽다.

역시 쿠바는 뭔가 하나가 부족해보여야 멋있는 법이다.

 

몬까다 병영을 눈 앞에 뒀는데 여기에 오면 떡하니 보일 줄 알았던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엄청난 크기여서 입구가 도통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다.

박수오빠의 촉이 가는 대로 향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난 저쪽인 것 같았었다...하하)

아무리가도 나오지 않는 몬까다 병영. 주변에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가란다.

알고보니 우리가 왔던 곳에서 조금만 더 직진을 하면 바로 입구였다. (나의 촉이 가던 곳)

 

 

 

 

이미 지친 우리. 잠깐 건물을 바라보며 쉴 겸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야매(?) 강사는 나다. 헤헤

 

일단 체 게바라 위주에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면

아르헨티나의 부유층에서 자란 체 게바라는 의대를 다니던 중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오토바이 페데로사를 타고 중남미 여행을 하게 된다.

이 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다.

여행을 끝내고 아르헨티나에 돌아온 후에도 게바라는 가슴속에 그 때의 현장을 담고 있었고,

결국 보장되어있던 미래를 버리고 인류를 위해 힘쓰겠노라, 중미로 오게 된다.

과테말라에서 페루 출신의 일다를 만나고 그녀의 소개로 피델 카스트로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일다는 체 게바라의 첫번째 부인이기도 하다)

 

피델 카스트로는 동생일 라울카스트로와 함께 바티스타 정권에 맞서 혁명운동을 한 인물이다.

정부군에 맞선 최초의 시도라고 불리는 이 곳에서 습격을 시도하였지만 실패로 끝나게 된다.

여기서 체포된 혁명군들은 모진 고문을 당하였고, 카스트로 형제는 추후 재판을 받게 된다.

본인 변호를 하게 된 카스트로는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는 말을 남겼고,

카스트로를 지지하던 시민들로 인하여 두 형제는 멕시코로 망명하게 된다.

 

이 후 체 게바라는 카스트로의 뜻을 알게 되고 함께 쿠바의 혁명을 추진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프랑크 파이스와 연락하며 혁명의 시기를 보고 있었고,

마침내 그의 도움으로 혁명군은 그란마호를 타고서 바다를 가로질러 쿠바 땅을 밟게 된다.

하지만 이 날의 습격은 정보가 새어나가며 실패로 끝났으며 단 12명만 살아남아 마에스트라 산맥으로 숨게된다.

살아남기에도 힘들었던 혁명군은 산 속에서 재정비를 하게 되고,

바티스타 정권아래 힘들었던 사람들이 이들의 존재를 알고 하나 둘 혁명군으로 들어오게 됨으로써

다시 혁명에 대한 불씨를 살려내게 되었다. 독재자 바티스타는 이들의 존재가 눈엣가시였다.

 

혁명군들을 모조리 없애기 위한 엄청난 물자를 기차에 실어 보냈지만,

시엔푸에고스-체게바라로 나누어 지휘하던 두 부대가 산타클라라에서 이 기차를 습격함으로써

겁먹은 바티스타는 도미니카로 망명을 하게 되고, 이윽고 혁명군의 승리를 이끌어 낸다.

 

 

 

 

정식 명칭은 7월 26일 박물관이다.

처음 몬카다병영을 습격한 날인 7/26일을 기념하기도 하고, 이 습격의 작전 이름도 7월 26일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박물관과 7월 26일 학교로 이용되고 있다.

몬카다병영 안으로 들어간다. 입장료는 2쿡.

 

혁명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첫 시도 부터 망명, 잠복기, 성공까지.

그 간의 고통들이 모두 담겨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의 역사를 가지고 계속 입에 담았다.

쿠바의 역사는 비교적 얼마 되지 않은 일들이고, 그 당시의 인물들이 아직까지 생존해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

오늘 박물관들을 다니면서 그들의 염원, 피와 땀, 희망들을 보면서

흥미만 가지고 가볍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 졌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쿠바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투쟁의 결과가 지금 현재이다.

 

 

 

 

 

 

 

 

박물관에서 나와 바라보는 운동장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아래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굉장이 자유롭게 느껴졌다.

혁명을 위해 희생했던 그들이 원했던 이 것이 아닐까 하며 잠깐 감상에 젖어있었다.

 

그 순간 내 옆에 와서 계속 쳐다보던 꼬마아이.

사진찍어줄까? 했더니 금새 포즈를 취한다. 찍고 나서 보여주니 만족했다는 표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1쿡을 달라고 한다. 나 지금 엄청나게 센티했는데 한순간에 깨져버렸다.

계속 따라온다... 미안하다. 난 줄 수 없다.

새로운 희망을 바라보며 꿰찼던 자유가 이런 아이러니한 모습을 낳아낼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것은 남아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과제가 아닐까 싶다.

 

건물 가운데에 붙어있는 26이라는 글자를 찍고 싶었는데

경비원이 수업중이라며 학생들이 없을 때 찍으라며 막아선다. 서운했지만 맞는 말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허락받지 않고 그들의 영역에 들어가는 건 잘 못된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에 바라본 곳에 외국인과 여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헬로, 하우알유?"

- "아임 파인 땡큐, 앤유?"

놀라울 정도로 우리와 교육과정이 같다.

학생들의 대답을 들은 외국인은 하하하 웃고 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 쪽에 있는 빵집 위의 온도계는 34로를 가리키고 있다.

쿠바은 온도가 문제가 아니다. 뜨거운 햇볕이 문제이다.

 

 

 

 

길 건너편에 있던 건물.

왠지 혁명과 관련된 중요한 기관처럼 느껴졌지만 도저히 다가갈 자신이 없다.

지금은 두발로 걷고 있는 내가 대견한 상태이다.

 

 

 

 

 

어제 밤에 경서오빠와 혜원이를 만났던 마르티 광장.

저녁에는 사람도 엄청 많고 북적이는 느낌이었는데 낮에보니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아침에 박수오빠가 사먹었다는 굴 가게에 들렀는데,

생굴을 접시에 담아주는 줄 알았더니 요런 잔에 소스를 넣고 지불한 만큼의 굴을 담아준다.

난 5MN를 냈더니 저 정도를 준다. 사실 비쥬얼이 배탈나기 딱 좋은 모양새다.

 

주문은 했는데 먹을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일단 주문한 것 그냥 먹어보기로 했다.

내가 천천히 먹는 동안 3~4명의 쿠바인들이 먹고간 것 같다. 저걸 음료수처럼 한입에 먹고 간다.

맛은 시큼하면서도 약간 쿰쿰한 맛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다.

다행이 배탈은 없었다. (난 여행할 때 만큼은 참 건강한 편이다!)

 

가는 도중에 오렌지맛 슬러시도 시원하게 한잔!

 

 

 

 

너무 더워서 일단 마트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을 좀 쐬기로 했다.

들어온 김에 슬리퍼를 살까 싶어서 슬리퍼를 판매하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서 어슬렁 거리던 찰나, 한쪽에 의자가 있는걸 발견했다.

 

의자에 앉아서 잠깐 쉬고 있을 때 우리 발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류씨언니-박수오빠의 발.

 

나는 도착했을 때 나름 뽀얀 피부로,

장기간 여행했던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막 온 아이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쿠바여행 3주만에 저렇게 현지인 피부로 변해있었다. 슬리퍼의 브이라인이 참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나저나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의 발은 그 동안의 고생을 보여주고 있다.

 

7월의 내가 아직도 저 피부인 걸 봐서는

언니 오빠의 피부는 아마 내년 겨울쯤에야 조금이나마 하애지지 않을까 싶다.

(내년 5월까지 여행할 계획이므로-)

 

 

 

 

아침에 봐두었던 슬리퍼 가게로 가서 Havaianas 슬리퍼 구입!

멀쩡한 슬리퍼를 두고 새로 구입한 이유는 이 브랜드가 쿠바에서는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전에 샀던 것도 12쿡을 줬는데, 지금 한국에서 보니 36,000원에 팔고있다.

이 날 구입한건 6.8쿡을 줬으니 약 8,000원 정도를 주고 슬리퍼를 하나 산거다.

디자인은 그냥 내 발에 맞는 디자인으로- ㅋㅋ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와 조금 이른 마지막 저녁식사를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나갈 채비를 하고 아저씨가 부른 택시를 타고 떠났다.

 

이제 나 혼자다.

혼자를 결심하고 온 쿠바에서 운 좋게 좋은 인연을 만나 지금까지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다시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두근거린다.

 

 

 

 

내가 탈 까마구에이 행 버스는 밤 12시인데,

까사 아저씨가 손님도 없으니 그냥 그때까지 있다가 가라고 한다.

그것도 추가금액 없이! 아저씨 정이 안느껴져서 내내 별로였는데 처음으로 마음에 든다.

 

음악을 들을 겸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갔는데 오늘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잠깐 벤치에 앉아서 글도 쓰며 나름 사색을 즐기고 있는데

옆에 할아버지 한명이 앉더니 자꾸 나를 부르는 소리를 낸다.

(츳츳 거리는 소리, 쿠바에서는 누군가를 부를 때 항상 이 소리를 낸다)

 

옆을 돌아보니 갑자기 입술을 내밀며 Chu~

웩 기분이 급 상했다. 다시 또 부르길래 봤더니 또 Chu~

정말 싫다. 내가 본게 다가 아니겠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입술을 잘 내민다.

오랜만에 혼자가 되어서 분위기 좀 타보려고 했더니 여기 앉아있기가 싫어졌다.

 

분주했던 번화가 거리를 밤 중에 걷는 동안 레게머리를 한 청년이 말을 건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대화가 오가고, 한국에도 Rasta가 있냐고 한다. 당연하지!

그리고 레게를 좋아하냐길래 특히 레게를 굉장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한 레게가수의 음악은 좋다고 했다.

길가에서 내가 스컬(Skull)에 대해 설명하며 붐디붐디를 부르며 빌보드 차트에도 올라갔다고 하며 모르냐고 하니

이 친구 당황한다. 내가 이리도 적극적으로 나올지 몰랐던 것 같다.

어쨌든 얘기가 길어질 것 같고, 이 친구랑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헤어졌다.

 

돌아가는 길에 우리가 매일 가던 저녁식당 앞에서 한 남자애가 밥 먹고 가라고 한다.

내가 아까 여기서 저녁먹었다며 맛있었다고 하니깐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다.

다른 친구도 한명 있었는데 다시 또 기본적인 인사 얘기가 오갔다.

그 때 아까 우리가 식당에 들어갈 때 앉아있었던 아저씨가 나왔는데 아까 왔던 친구라며 날 반갑게 인사해줬다.

그 자리에서 이야기 꽃이 펼쳐졌다.

 

쿠바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가장 주된 것이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처럼 폐쇄적인 분위기였다면 몰랐을 일들이지만 해외에서 찾아오는 외국인들과

매체들로부터 접하게 되는 바깥세계에 대한 내용은 그들에게 신기함과 부러움을 함께 가져다준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힘들었던 그들을 혁명을 통해 구제해준 카스트로는 굉장히 존경하는데다,

굷어죽을 일도 없지만, 희망없이 살아가는 삶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 여행을 하고 싶어했다. 큰 욕심도 없고 단지 다른 세계를 보고싶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아까 그 아저씨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친구를 가리키며

얘가 너보다 스페인어를 더 잘한다며 얘기하신다. 푸하하하

 

여기서 거의 한시간을 보낸 듯 하다. 이제 나도 떠날 준비를 해야한다.

아쉬운 이별을 하며 메일주소를 주고 받았는데, 그저께 보니 이 친구에게 메일이 와있었다.

답장이 늦어 미안하지만, 나도 얼른 보내줘야겠다.

 

산티아고는 내 계획에서 그저 들러야 할 도시 중 하나에 불과했다.

사실인게 Morro와 몬카다병영을 제외하고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직접 겪은 산티아고는 도시의 분주함, 엄청난 삐끼들, 국경없는 Amigo의 드립(?),

아무데서나 들려오는 즐거운 음악소리, 그리고 역사와 함께 쿠바인들이 살아가는 모습.

이 모든 것들이 담겨있었다고 본다.

 

여행의 즐거움을 이렇게 또 느껴본다. 

,

전날 밤 새벽 4시가 다되도록 엄청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남들은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나도 그동안 살면서 서러웠던 일들,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다.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털어놓았다. 이야기 중간에 울컥울컥하면서.

내가 이야기할 동안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하지 않고 계속 들어만 주던 박수오빠가

그래도 나의 삶은 나의 이야기가 있어서 가치가 있다고 잘 살아온거라고 말해줬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 동안 힘들다고만 느꼈었던 나에게 이렇게 희망을 주는 응원이 필요했다.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을 박수오빠가 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뒹굴 뒹굴거리다가 문득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세스페데스 광장쪽으로 가서 집에 보낼 예쁜 엽서와 우표를 구입하고

관광안내소(Infotour)에 갔는데 점심시간이라며 직원이 없다.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택시 삐끼들과 가지 않을 장소들에 대해서 네고도 좀 해보고.

 

기다리다 지쳐 그냥 Cubanacan 여행사 직원에게 갔는데

산티아고에서도 현재는 Caimanera(관타나모) 감옥을 보러가는 투어가 없다고 한다.

여기에 가면 있을거라고 했는데 여기도 없다니, 이건 도대체 어떻게 봐야 되는거야~~

아마도 무작정 찾아가면 되지 않나싶다. 괜히 소심하게 마음먹었다가 중요한 곳을 놓친 기분이다.

 

아무튼 까이마네라는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월요일이었는데 슈퍼에 사람들이 정말 많다. 줄을 길게 서있는데 아까부터 줄어들지를 않는다.

사람들은 종이티켓 같은 것을 내고 그러면 쌀로 보이는 것을 저울에 올린 후 담아서 준다.

아! 배급인 것 같다. 주말 새 받지 못한 쌀을 받는 것 같았다.

배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하는가보다.

 

 

 

 

숙소로 돌아와서, 주인 아저씨에게 모로성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봤다.

택시를 타면 쉽게 이동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최저가로 이동하는 방법을 원했다.

까미욘을 타겠다고 했더니 아저씨도 놀랜다. 그래도 자세하게 알려주신다.

 

까미욘은 우리 숙소에서 두블럭 정도 떨어진 곳의 한 모퉁이에 선다.

일단 까미욘을 타기 전에, 딴짓을 하기로. (언니는 가짜손톱을 제거하려다 크게 다칠뻔했다)

한쪽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곳에서 2개를 게눈 감추듯 흡입했다 캬캬

 

다시 까미욘을 타러 고고고

우리와 같이 까미욘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확인차 다시 한번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까미욘도 다 같은 까미욘이 아니고 차량의 상태에 따라서 1MN, 2MN, 5MN짜리가 있다며

너네같은 여행자들은 힘들다고 5MN 버스를 타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최저가 이동이다. 1MN 까미욘을 택했다.

 

** 모로성으로 가는 방법

행선지는 까미욘 위의 돈 받는 직원이 크게 소리치니 잘 듣고 타면 된다.

1. 베르사예(Versalle) 행 까미욘을 잡아 탄다. -- 1MN

2. Versalle에 도착하기 전에 내린다. (반드시 물어보세요!)

3. 시우다마르(Ciudamar) 행 까미욘을 잡아 탄다. -- 2MN

4.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내린 후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는게 단점이다.

 

** 모로성에서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오는 방법

1. 아까내린 그 곳에 서있는 까미욘을 잡아탄다. 사람이 다 차야지 출발한다.

2. 세스페데스 광장 직행이니 그냥 쭉 타고가다가 광장이 보이면 내리면 된다. -- 2MN

 

** 택시로 가는 모로성

아침에 여행사 직원을 기다리면서 택시삐끼들과 네고를 해 본 결과

택시 1대에 왕복 15쿡에 가능하다. 가서 관광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약 3시간 정도 소요.

 

이렇게 우리는 왕복 5MN의 금액으로 모로성을 왕복했다.

물론 엄청난 고행길임에는 틀림없다.

 

 

 

 

 

 

빨래를 숙소에 부탁해두고 나왔는지라 겨우 남아있는 옷을 입고왔더니 패션 테러리스트다

그동안 입은 옷들도 그닥 멀쩡한 스타일은 없었지만 이 조합은 너무 웃긴 헤헤

두번 볼 사람 아니라면서 뻔뻔하게 입고 나왔다.

 

계속 손빨래만 하다보니 세탁기로 빨래를 한번 돌리고 싶었다.

마침 우리 숙소에 세탁기로 추정되는 기계가 있었고 일하는 아주머니께 빨래를 해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옷 1개당 0.3쿡을 달라고 한다. 아바나에서는 한 뭉치가 1쿡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 비싼 금액이다.

그래서 비싸다고 했더니 그러면 1개당 0.2쿡을 달라고 한다. 비싼게 아니라고 한다.

그냥 한번 하자 싶어서 10벌을 맡겼는데, 왔다갔다 거리면서 눈에 띈 장면은

무려 내 옷들을 손으로 빨래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럴거면 안 맡겼는데...ㅋㅋ

세탁기로 보이던 기계를 물어보니 탈수기라고 한다. 휴-

 

시우다마르로 가는 까미욘이 도통 오질 않는다.

중간중간에 우리를 실어갈려고 택시 탈거냐고 물어본다.

네고를 시도했다가 3쿡이라는 금액에 패스, 우리는 최저가를 원한다!

 

 

 

 

20분쯤 기다렸을까- 시우다마르로 가는 까미욘이 도착했다.

이미 엄청난 인파가 탑승을 한 사이에, 사람들은 더욱더 끼여 타기 시작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고. 이 버스를 놓치면 언제 탈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꽉 낀 버스 안.

손잡이라고는 천장에 천막을 받치고 있는 철봉(?)밖에 없다. 팔을 쭉 뻗고 겨우 몸을 세운다.

평소 같으면 좀 힘들다고 생각했을 건데, 날씨가 더운터라 겨에서 다양한 냄새들이 난다.

내 앞에 4명의 남자들의 겨가 있었는데 그 순간 류씨언니가 한 남자의 겨를 가리키며

"그래도 박수오빠의 겨가 가장 청정해~ 이리로 기대~"

푸하하하 정말 힘들게 내 몸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버스를 타고 덜컹 덜컹 거리는 순간에도 화는 커녕 웃음이 너무 나와서 참느라고 애썼다.

 

이윽고 시우다마르에 도착하고 모든 무리가 버스에서 내렸다.

휴~ 살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땡볕은 시작이었다.

 

 

 

 

 

 

박수오빠의 안내에 따르면 옆에 있는 오르막이 모로성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눈 앞이 깜깜했다. 이 높이를 올라가자니 너무 막막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쩔수 있나, 열심히 계단을 올라갔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박수오빠는 집에서 얼려온 생수를 너그러이 배급해주셨다.

이것은 정말 축복의 물이며, 생명의 원천이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아래로 보이는 모습이 정말 절경이다.

강한 햇볕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기쁨도 잠시, 우리는 이 오르막길이 다시 내리막으로 바뀌면서 처음 그 길목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또 걸어가는 길-

현지인들이 우리더러 해변(Playa)로 가냐고 물어봤었는데 와서 보니 그 해변이 이 해변이다.

물의 색이 쿠바에서 봤던 곳 중에서는 가장 탁한 물이라고 느껴졌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 더위에 가장 반가운 물이기도 하다.

현지인들은 여기서 시원하게 일광욕도 하고 물에서 헤엄도 치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뒤로 가면 더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왠지 이 방향이 그 쪽인 것 같았다.

가는 길에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 쪽 방향이 맞단다.

하지만 풀숲이 관리가 되지 않았고 길이 험하니 조심하라고 한다.

 

길 같지 않은 길을 걸었다. 해변을 돌아 모로성으로 가기 위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응? 여기가 맞을까?

그나마 성벽같이 생긴 형체가 보여서 조금 안심이 되긴하다.

햇볕은 너무 뜨겁고, 힘이 빠져서 걸음은 계속 쳐지고, 목은 마르고, 목소리는 나지도 않는다.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걸어가는 이 길이 너무 재미있다. 속으로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요새 아랫부분으로 추정되는 곳에 인공 동굴이 있다.

미리 앞서가던 박수오빠가 자리를 잡고 있다. 끝이 보이리라.

 

 

 

 

아래에서 본 모로요새의 전경-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옛 모습이 남겨진 모로 요새의 모습이다.

지하 4층까지 만들어져 있다던데 그 모습을 실감케 한다.

 

혹시라도 관리가 소홀하지 않을까 싶어 박수오빠가 대표로 뒷문으로 갔더니 문은 잠겨있다. 헤헤

 

 

 

 

 

 

성벽의 한 부분.

폐허처럼 변한 곳이지만 그래도 옛 모습은 가지고 있다.

 

 

 

 

 

 

 

 

 

 

 

 

 

 

왔던 길을 반쯤 되돌아가 다른 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니 정문이 나온다.

 

여기가 모로성이다.

생각보다 큰 규모이고 높이 위치해 있어서 전경이 아주 멋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따라다니는 현지인 한명-

왜 따라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좀 찍으려는데 자꾸 알짱 거려서 한대 치고 싶었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 곳 마다 포인트에 서서 저러고 있었다. 왜 때문이지?

 

 

 

 

작게보는 모로성의 파노라마 사진-

 

 

 

 

모로성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는 길에 문을 닫으려고 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야외에 자리가 있었고 음료수를 하나씩 주문해서 마셨다.

평소에 캔 1하나로 3명이서 나눠 먹었지만 이 날은 특별히 1인 1병이다.

 

아까부터 따라다니던 흑인 친구는 여기까지도 따라온다.

사실 미안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너무 지쳐서 말을 시켜줄 힘이 없었고

그냥 신경쓰이는게 너무 귀찮기도 했다.

 

이 친구는 25MN를 내고 맥주를 주문했는데, Bucanero 맥주는 Divisa 화폐, 그러니까 쿡으로만 먹을 수가 있단다.

24MN=1쿡이니, 오히려 1MN를 더 주고 먹겠다는데도 화폐가 다르다며 팔지를 않는다.

알면 알수록 아리송한 나라다 여기는. 결국 박수오빠가 쿡으로 바꿔주니 그제서야 맥주를 구입할 수 있었다.

 

바닷바람과 선풍기 아래에서 바람을 실컷 쐰 다음 돌아가기로 했다.

흑인 친구는 가는 길이 어렵다면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대답도 뭣도 안했는데..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마침 도착해있던 까미욘에 올라탔다.

흑인 친구도 같이 올라탄다. 같은 곳에 가는 길인가? 싶었는데 돈도 내지 않는다.

박수오빠가 그냥 안내해준 셈 치고 차비 2MN를 대신 내주었다. (오빠가 냈다는건 정말 인심쓴거다)

 

그리고 세스페데스 광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내리니 같이 내린다. 어디가냐고 하니 갈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박수오빠가 이것도 인연이라며 사진 하나 같이 찍자고 했더니

그제서야 1쿡만 달라고 얘기한다. 이 얘기가 하고싶어서 여기까지 온건지..

안그래도 몸이 지친 상태였는데 마음까지 지치게 만든다.

 

 

 

 

 

 

저녁은 산티아고를 돌아다니면서 눈여겨 봐두었던 곳인 "Fonda Sabor Tropical" 식당으로 갔다.

MN로 지불할 수 있는 식당인데다 왠지 양심적으로 할 것만 같았던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건 밖에 걸려져 있는 메뉴판이다.

무슨 메뉴인지 다 알겠는데, 저 "Palomilla"는 도무지 무슨 요리인지를 모르겠다.

트리니다드에서 비둘기를 한상자 실어가는 모습을 봐서인지 비둘기(Paloma) 고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들어가려다가.. 너무 궁금해서 밖에 호객하고 있는 여직원에게 이거 정말 비둘기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직원이 경악을 한다. 저건 그냥 소고기란다. 내가 실수를 했구나 하하

 

3층에 위치한 식당은 발코니가 있었고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이 앉아있어서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럽이라고 거짓말해도 모르겠다며 키키

 

돼지고기 튀김요리를 내어왔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어떻게 튀김옷을 이렇게 감쌌는지, 먹기도 전에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실망감이 먼저 다가왔다.

배가 고프니 그래도 먹겠다며 한입을 먹은 순간-

이건 천국이다.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간이 너무 잘되어 있어 돈까스 먹는 기분이 난다.

눅눅할 줄만 알았던 튀김옷은 바삭한게 돼지고기와 정말 잘 어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했다. 점심은 Fondita 460이고, 저녁은 여기라는 것을.

거리를 걷다보면 쉽게 눈에 띄니 들어가서 먹어보세요 강추강추!! (Jose A Saco길에 위치)

 

 

 

 

그리고 더운 하루의 마지막은 역시 Cafe Ven의 Cafe con Vatido다. (아이스크림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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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오늘 아침에는 벨라스케스의 집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는데 몸도 마음도 참 무겁다.

일단 몸을 일으키고 서둘러 준비한다.

 

 

 

 

상대적으로 아침식사가 부실했던 바라코아에 비해 산티아고는 천국이다.

정말 맛있고 달콤한 과일들이 한가득이고 빵과 소세지까지.

예쁘게 구운 계란까지 너무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

 

쿠바는 희한하게도 파파야가 맛있다.

다른 곳에서의 파파야는 약간 역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튼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공연이 있다고 한 곳은 세스페데스 광장 한켠에 있는 벨라스케스의 집이다.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아침에 오케스트라가 열린다고 한다.

박물관 입장료 2쿡을 내면 공연은 무료로 볼 수 있다.

 

맑은 오케스트라 음악에 쿠바의 퍼커션이 더해서 색다른 음악이 펼쳐진다.

나는 이 퍼커션의 소리를 참 좋아한다. 이 소리가 들리면 여기가 쿠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서오빠와 혜원이가 추천해준 곳인 Cafe Ven.

여기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커피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이름은 Cafe Vatido이다.

차가운 커피에 코코넛맛 아이스크림을 넣어주고 그 위에 시나몬가루를 뿌려준다.

정말 맛있다. 내 타입이다! (0.85쿡)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에스프레소도 먹어보자 싶어서 주문했는데 진한 커피향이 너무 좋다. (0.45쿡)

특별한 커피는 아니고 쿠바에서 많이 팔고있는 그 빨간색의 커피이다.

 

여기서 경서오빠와 혜원이를 다시 만나고 수다 삼매경에 다시 빠졌다.

 

다음 일정에 대해서 상의를 했는데, 일단 더위에 너무 지쳤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고 나오기로 했다.

우리는 숙소에서 빨래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인터넷에서 보고 적어온 곳 중 산티아고 추천 피자집인 Teresina.

돌로레스 광장 옆에 위치한 이 곳은 정직한 CUC 가격이 마음에 들었고 깨끗한 인테리어도 좋았다.

직원의 추천에 따라 테레시나 피자를 주문했는데 완벽한 맛의 토핑에 비해서 퍼석한 도우가 너무 아쉽다.

쿠바도 질좋은 밀가루와 음식재료를 얼른 도입해달라!!!

 

 

 

 

 

 

 

 

 

 

돌로레스 광장에서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오던 길에 본 오래된 서점 La Escalera.

이 서점의 가운데에 계단이 있어서 이름이 Escalera라고 한다.

가끔씩 공연도 있다고 한다.

 

엄청나게 오래된 분위기의 내부에 잘 찾아보면 역사적인 내용들이 눈에 띈다.

세계 각국의 화폐도 있으며 여기에 들린 사람들의 사진, 체게라라 화폐 컬렉션, 중요한 신문 스크랩까지.

한쪽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라울 카스트로의 만남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류씨언니가 책을 조금 둘러보았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한국에 대한 책도 있다며 보여주는 것이 태권도 교습서를 보여주신다ㅋㅋ

 

 

 

 

 

 

원래 Patio Artex에 춤을 배우러 가려고 했는데, 모여든 사람이 없다.

사람이 많아야 재미있는데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어찌 춤을 추랴.

그래서 일단 동네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정처없이 걸어가다가 어제 봤던 그 길로 들어섰다. (Valcon de Velazquez 옆 길)

멋드러지게 펼쳐진 내리막을 따라 걸어와서 뒤로 돌아서니 역시 오르막이 보인다.

 

 

 

 

 

 

 

 

엽서에서 보던 그 장면이다. Padre Pico.

사실 쉽게 볼 수 있는 계단의 모습이지만 파란 차와 옆에 서 있는 아가씨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계단을 올라와 걷다보면 비밀투쟁박물관이 나타난다.

옛날에는 경찰서로 이용됬던 곳인데 혁명 이 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맞은 편에는 피델 카스트로가 학생시절에 살았던 집이 있다.

이 곳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마을 한 켠에 있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이런 절경이 펼쳐진다.

난 왜 이렇때마다 카메라를 안들고 오는지 모르겠다.

이 날은 커피만 카메라로 찍고 나머지는 아이폰으로 찍었다. 에휴

 

 

 

 

그리고 우리는 티볼리 마을로 향했다.

티볼리 마을은 산티아고 내에서 약간 빈민가(?)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번잡했던 도시에서 약간 벗어난 분위기이다.

 

사실 좀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오히려 순수한 모습의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것 같다.

아무런 사심없이 다가와서 인사는 사람들,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꼬마들의 호기심,

그리고 치노? 하폰?을 물어보며 말을 걸고 꼬레아라고 답하면 꼬레아!라고 답해주는 사람들.

그냥 이 동네를 걸어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해가지는 가운데 펼쳐진 말이 필요없는 티볼리 마을의 소소한 모습이다.

 

 

 

 

 

 

 

 

 

 

 

 

 

 

 

 

 

 

 

 

 

 

목적지 없이 그냥 걷는 거리가 너무 좋았다.

티볼리 마을은 그런 곳이었다. 그냥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 자체가 좋았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갈 때 쯤 보였던 일몰.

아이폰의 한계를 드러낸 사진이지만, 구름 사이로 보이던 붉은 햇빛은 정말 아름다웠다.

박수오빠는 쿠바에서 가장 멋진 일몰이라고 했다. (물론 그 뒤로 아바나의 말레꼰으로 바뀌었지만 헤헤)

 

 

 

 

 

 

어제 La Esperanza 레스토랑으로 찾아갔었는데 재료가 없다고 해서 못 먹었는데,

오늘 다시 가보니 저녁식사가 된다고 한다. 오예!

 

그런데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이 문을 열면 BAR가 먼저 나오는데 여기서 댄스타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민망하지만 BAR를 지나 식당으로 와서 밥을 주문했다.

돼지고기와 샐러드, 볶음밥이 모두 30MN! (돼지고기는 조금 질기다)

 

밥을 먹는 중에도 댄스타임은 계속되었고 우리에게 자꾸 춤을 추자고 말을 건다.

호루라기까지 불면서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우리에게는 센세이션이었다.

다 먹고 출께~ 라고 몇번이나 대답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밥 먹을 분위기가 아니다.

결국 계산을 끝내고 나가는 길에 붙잡혀서는 광란의 밤이 시작되었다.

난 정말 몸치라서 뒤뚱거리며 춤을 추었는데, 박수오빠와 류씨언니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엄청난 댄스 실력에 쿠바인들이 모두 엄지를 치켜든다.

 

특히 박수오빠의 막춤에 쿠바에서는 볼 수 없는 춤이라며

판타스틱, 마라비요사 등등의 극찬을 쏟아낸다. 하하하

 

 

 

 

흥이 나던 시간을 보내고 세스페데스 광장으로 오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진다.

어제 인사했던 룩셈부르크 출신의 아저씨가 계속 나를 쳐다본다.

 

공연이 끝나고 아저씨와 다시 인사를 하고선 씨디를 파냐고 물어보니 있단다.

정말 음악이 좋아서 사려고 했던건데, 씨디케이스에는 4CD라고 적혀있는데 안에는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CD를 팔고있는 직원의 손에 들린 것과 다르다. 이거 뭐지??

다른 외국인이 사가는 CD를 보니 또 다르다.

 

갑자기 사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결국 구입은 안했는데

정말 사기인지, 아니면 케이스만 다른거고 안에 있는 CD는 진짜였는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사실 이 날 경서오빠와 혜원이와 식당, 광장 등등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우리가 번번히 늦는 바람에 미스가 났었다.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연락도 하질 못하고.

결국 만나기로 한 장소 중 마지막 곳인 마르티 광장에서 만났다.

 

여기에서도 공연이 있을 것 같았는데, 이 날은 없는 날.

수다만 떨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Cafe 34에 들려 Cafe cin Rocio를 한잔씩 마셨다.

둘은 내일 떠난다고 한다. 잘하면 아바나에서 볼 수도 있겠다 싶어 우리 숙소를 알려줬다.

그리고 아쉬운 이별을 했다.

 

거리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흥에겨워 그 리듬에 맞춰 들썩이는 몸들,

골목마다 반겨주는 사람들, 꾸밈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진한 커피향과 웃음 소리들-

 

쿠바가 너무 즐거웠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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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코아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는 오전 8시, 오후 2시 두번 있다.

우리는 산티아고로 가는 택시를 구하지 못해 비아술을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기예르모 아저씨는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고 새벽같이 준비를 해주셨다.

하지만 아저씨의 마음과 다르게 바라코아에서의 아침식사는 뭔가 부족하다.

허기지지 않기 위해서 빵과 과일을 꼭꼭 씹어먹었다.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우리는 비아술 터미널로 간다.

 

어제 길에서 만난 비시택시 기사에게 아침에 와달라고 했더니 일찍이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짐에 놀라는 모습이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 무게를 자전거에 실었다.

비시택시 기사는 그래도 열심히 달려준다.

 

약속했던 30MN를 주고...

미안한 마음에 내가 더 주려고 생각한 찰나 박수오빠가 고맙다며 돈을 얹어준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우리에게 불평하지 않아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터미널의 사무실로 가서 지금 출발하는 버스에 자리가 있냐고 하니 예약여부를 물어본다.

예약은 안했다고 하니 공책을 주며 이름을 쓰라고 한다.

설마 자리가 없나싶어 잠깐 두근거리긴 했는데, 이름을 쓰니 바로 티켓을 준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너무 놀랬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에 짐을 싣고 올리는 아저씨는 여전히 돈을 요구한다.

그의 손바닥에는 1쿡짜리 동전이 붙어있다. 짐을 올리거나 내릴 때 손도 못대게 하곤 1쿡을 달라고 한다.

아저씨가 다른 일을 할 때 우리짐을 올렸더니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선 뭐라한다.

 

그 순간 기예르모 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

알고보니 박수오빠의 아이패드 충전기를 두고갔다며 터미널까지 가지고 오신거였다. 눈물이 글썽 글썽..

아저씨한테 짐꾼에게 1쿡을 줘야하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 사람도 이게 직업이기 때문에

댓가는 줘야하지 않냐고 그러신다.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강압적이라..

아침에 우리를 태우고 온 비시택시 아저씨도 그렇게 일하고 1.5쿡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었는데

이렇게 버스에 짐을 올리고 내리는 일이.. 과연 그 아저씨보다 많이 벌 일인가 싶었다.

행복했던 바라코아는 버스 내릴때와 탈때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바라코아에서 산티아고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 (비아술은 1인 15CUC)

원래 내가 원했던 예상경로는 산티아고-관타나모-바라코아였는데,

관타나모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기지(감옥)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 곳은 미국땅이기 때문에 당연히 들어갈 수는 없고, 쿠바의 땅에서 멀리 지켜볼 수만 있었다.

알아보니 개인적으로는 갈 수 없고 여행사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고 한다.

바라코아의 여행사에서는 여기가는 투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산티아고로 가보기로 했다.

(감옥이름 : Presion Naval, Caimanera에 위치, Caimanera 호텔 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중간에 관타나모에서 버스는 잠깐 멈춰섰다.

여기서 사람들이 더 올라탔는데, 버스는 금새 만원이 되었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전기설계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주로 전봇대 쪽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집은 관타나모이고, 아바나로 출장을 가는 길이라고 한다. 그러니깐 이 버스를 타고 1,000km 정도를 가는거다.

굉장히 지루한 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나를 만나서 너무 반갑다고 한다.

 

관타나모에서 산티아고까지 가는 2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체스가 취미라고 하고 한국에서도 체스를 하지 않냐고 한다. 한국은 체스와 비슷한 바둑(GO)를 한다.

쿠바는 일을 장려하는 나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하고 있다. 아저씨의 월급은 20쿡이다.

일주일에 4일을 출근하는데, 근무시간은 하루에 8시간이다. 그런데 4시간은 일하고 4시간은 휴식시간이라고 한다.

여기 휴대폰은 충전식인데, 보통 한달 5쿡정도를 사용하는데 월급으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기가 어렵다.

여기 망고가 맛있다고 하니 지금은 별로 없는 시기이고 여름이 되면 많다고 한다.

우기는 4~5월인데, 거의 비가 안온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겨울도 있지만 20도 내외로 춥지 않단다.

 

이런 사심없는 대화가 너무 좋았다.

아저씨는 나에게 주소를 적어줬다. 계속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내가 쿠바여행을 하면서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 때 알았다.

아저씨가 주소를 적어주는 순간, 나에게 뭘 바라는 건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확한 아저씨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주소만 받고도 의심을 하게 된 내가 너무 싫어졌었다.

그래서 산티아고에서 부터는 조금 마음을 열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기예르모 아저씨가 소개해 준 까사에서 보낸 택시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내린 산티아고의 숙소는 지금까지 우리가 본 숙소 중에서 가장 부자집으로 보였다.

엄청난 방 크기에 욕조달린 화장실, 넓은 거실과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들 등 새로운 모습이다.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이 집은 그닥 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의무적인 친절한 안내가 끝나고 짐을 정리했다.

 

** 내가 머물렀던 산티아고 까사

 

Ilia (Sr. Luciano J. Batista Deas)

주소 : San Felix #362, e/San German y Trinidad, Santiago de Cuba

전화 : (+53) 22-654133

휴대폰 : (+53) 1-54398353

이메일 : iliacuba2012@gamail.com

 

장점 : 아침식사가 좋다 (산티아고는 물자가 풍부해서 모든 까사들이 다 좋은 것 같다.)

         넓은 객실, 깨끗한 시설, 주인의 터치가 없다.

단점 : 중심가인 세스페데스 공원에서 4~5블럭 정도로 약간 먼 편이다. (더 가까운 곳으로 가세요!)

         친절하지만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섬주섬 짐 정리를 하고 우선 필요한 물건들을 좀 사기로 했다.

여기 산티아고의 좋은 점은 물자가 풍부하다. 물, 음료수, 공산품 등등을 구하기에 너무 좋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먹을 것도 엄청 많다. 대도시인 만큼 식당들과 간식거리가 정말 많다.

 

슈퍼마켓을 찾던 도중 삐기 한명이 자꾸 식당으로 오라고 한다.

마침 배가 조금 고프다고 생각했던 참이라 얼마냐고 하니 1접시에 25MN라고 한다.

와 이런 곳이 있다니! 일단 반가움 반, 의심 반의 마음으로 들어갔다.

 

멋진 몸매의 여자직원이 와서 정말 친절하게 메뉴 설명을 해준다.

나는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서 볶은 요리(25MN)와 생과일 주스(2MN)를 주문했다.

와 샐러드와 볶음밥까지 함께 나오는데 맛이 정말 기가 막힌다.

이 요리가 한국돈으로 계산해보면 1,500원 정도 밖에 안되는거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산티아고에 머문 4일 동안 이 집을 찾게 되었다.

 

** Fondita 460

주소 : Santo Tomás No. 460 e/ San Francisco y San Gerónimo.

영업시간 : 월요일~토요일 (일요은은 휴무) / 12:00-16:00 (점심만 합니다!)

강추이니! 산티아고에 가시면 들려보세요!

 

 

 

 

 

 

산티아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스페데스 광장.

파란 하늘아래에 대성당이 위치해 있고, 그 맞은 편에는 시청이 위치하고 있다.

 

혁명이 성공한 후 1월 1일 피델 카스트로는 여기 시청에서 혁명성공을 선언했다.

 

 

 

 

 

 

 

 

 

 

목적없이 길을 둘러보다. 오랜만에 슈퍼마켓과 잡화점 등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먹을거리도 참 많고 볼것도 많다. 도시의 활기참이란 이런 것이다. 후후

 

산티아고에는 영화관이 참 많다. 그리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커피숍도 많다.

길거리에는 닭을 튀겨파는 치킨집도 많다.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도 많고.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한다. 5MN를 내고 먹은 아이스크림. 맛은 별로지만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 

 

 

 

 

 

 

산티아고에는 음악 들을 곳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세 곳이 Patio Artex, Museo del Carnaval, Casa de la Trova이다.

Patio Artex에서는 매일 1~2회의 공연과 함께 댄스교실도 함께 열리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가 찾아갈 때 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분위기가 그저그래서 그냥 패스-

 

Museo del Carnaval은 매일 4시에 공연이 있다. (입장료 1쿡)

마침 시간이 알맞아서 여기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아프리카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

그냥 자기들끼리 춤추고 노래부르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같이 춤도 추고하는 식이라 정말 재밌었다.

 

Casa de la Trova는 우선 가봤는데 아직 낮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저녁에 다시 찾아가기로!

 

 

 

 

 

 

Valcon de Velazquez.

바다에서 한 참 오르막에 위치한 산티아고에서 그 아래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무료입장이 가능한다 사진촬영은 1쿡을 내야한다.

엄머, 나는 무료로 들어왔다고 아무도 안 보는데 사진을 하나도 안찍었다.

이런 너무 정직해서 탈이다.

 

 

 

 

 

 

산티아고의 멋진 골목길.

급격한 내리막으로 떨어지는 이 길이 너무 좋다.

 

 

 

 

 

 

어느 정보북에 괜찮다며 추천하던 레스토랑 Bar Fontana.

마침 숙소에서 가깝길래 찾아갔더니 꽤 괜찮은 분위기에 에어컨까지 나온다.

좋다하며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도무지 깨끗한 곳이 없다.

직원이 앉으라는데 더럽다고 정리를 해달라고 하니 손으로 흘려져 있는 음식들을 주워서 가져간다.

순간 여기가 쿠바라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제정신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자리를 잡고 피자와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맛이... 지금까지 먹은 곳 중에서 가장 최악이다^^

스파게티는 모두 부숴져 있었고 찰진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피자는 말 할것도 없지만!

 

이 날의 가장 잘한 선택은 맥주다.

Casique라는 맥주인데, MN로 결제가 가능한 현지인들이 마시는 맥주다.

일반적으로 Cristal과 Bucanero만 마실 수 있는 쿠바에서 Casique를 먹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물론 맛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시원한 맛이다! (거품의 모양만 봐도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낮에 이렇게 새하얗던 대성당 앞에서 저녁에는 음악회가 펼쳐진다.

저녁을 먹고 왔더니 공연을 놓친 상태. 물어보니 매일밤 8시쯤 음악회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느 한 할아버지를 소개시켜주면서 룩셈부르크 출신인데 이 사람이 메인이라고 한다.

인사를 하고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Casa de la Trova.

뜨로바 음악을 연주하는 곳인데 마침 음악이 흐르고 있다.

 

사실 박수오빠가 저녁을 너무 부실하게 먹어서 다른 식당을 알아보던 차

이쪽으로 온건데 정말 엄청난 삐끼들이 몰아친다. 떨어져도 계속 달려와서 오라고 한다.

음악을 듣고싶다고 하니 자기 레스토랑에서도 음악 연주한다고ㅋㅋ

 

입시름을 하다가 얼떨결에 여기서 춤도 추고ㅎㅎ

 

 

 

 

조금 더 걸어가니 레게음악이 짜잔~~

흥이 절로난다. 음악을 들으며 어깨를 들썩들썩!

 

갑자기 박수오빠를 부르는 한국어가 들린다.

알고보니 중미여행을 할 때 만났다는 친구였는데, 여기 쿠바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연락도 안되는 이런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고 재밌다.

그리고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22살의 당당한 어린친구도 만나고.

까미욘을 타고 산티아고까지 왔다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다!

 

오랜만에 한국사람들과 잔뜩 수다를 떨었다. 그 자리에서 거의 2시간을 떠든 듯.

그 동안 여행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서로가 알고있는 깨알팁들을 주고 받으며.

내일도 산티아고에 있을거라고 해서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있던 Cafeteria 34.

산티아고에는 럼을 탄 커피가 유명한데 우리도 가는 길에 마셔보기로 했다.

종류는 4가지 정도가 있었고, 1잔당 가격은 0.8MN이다. 한국돈으로 20~30원 정도 하는 커피이다.

 

우선 잘 알지 못하기에 Santiago 럼이 들어간 커피를 주문했다. (Cafe con Santiago)

사실 가장 유명한 커피는 Cafe con Rocio이다. 다음부터는 이것으로 주문했다.

아무튼 입에 한모금 넣는 순간 럼이 너무 쎄서 독하다.

커피를 조금 더 넣어줄 수 있냐고 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넣어준다.

 

3잔이면 분명 2.4MN인데, 5MN을 냈더니 거스름돈을 주질 않는다.

거스름돈을 달라고 하니 달랑 1MN만 준다. 2.6MN을 줘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커피를 더 줬기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이런 억지가 어디있는지..

 

쿠바는 내가 정말로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뭐든 좋았다.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그냥 그게 쿠바인가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뭘 해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 그냥 그대로가 좋았다.

하지만 이 날은 겨우 1~200원 하는 돈 때문이 아니라, 정말 장난친다는 마음이 많이 들어서 너무 짜증이 났다.

그냥 너무 싫었다. 이렇게 날 속이는게. 이건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쿠바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이 날 처음으로 여행하는게 싫어졌었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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