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타마리아 해변으로 가기로 했는데,

아침을 먹을 때부터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같은 방을 썼던 혜원이는 오늘 떠난다고 어제 정성스레 빨래를 해서 널었건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그 옷들을 몽땅 적셔버렸다. 서둘러 걷어 방법을 찾아본다.

급한 마음에 류씨언니에게 드라이기를 빌려서 말려보지만 그리 쉽게 마를 것 같진 않다.

어쩔 수 없이 옷가지들을 챙겨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누군가가 떠난다는 사실은 많이 아쉬운거다.

혜원이가 떠났고, 배웅을 해준 경서오빠는 혜원이가 20MN에 공항까지 갔다고 한다.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가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바로 가는 건 아니고 합승은 당연하고 여기저기 들려서 가는데

공항 출국장 입구가 아니라 먼 곳에서 세워주는 곳도 많다고 한다.

돈을 아끼기에는 정말 좋은 방법이지만 사실 무거운 짐을 가지고 가기엔 힘들다.

 

아무든 어린 나이에 혼자서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한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남미를 여행했을 때 23살이었는데 혜원이는 22살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여행 인프라가 정말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이렇게 장기간을 홀로 다닌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쿠바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난 쿠바만 한달 여행을 왔다고 하니 다들 남미로 내려가고 싶지 않냐며

남미가 더 좋다며 꼭 가보라고 하던 이야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운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남미를 무려 9년전에 다녀왔다. 조금만 지나면 10년이다.

그 덕분에 일찍 제 3세계라고 하는 남미를 경험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이 쪽으로)

9개월 간의 남미 여행동안 만났던 한국 여행자가 총 4명이었으니 참 많이도 변했다.

지금은 쿠바의 우리 숙소만해도 엄청나게 많은 한국 여행자가 있다.

 

 

 

 

 

 

아쉽지만 일단 산타마리아로 가기로 한 계획은 취소되었다.

누님들께서 점심 때 수제비를 할거라며 801호로 초대해주셨다.

아침밥을 먹고나서 이오바나 아줌마네 거실에서 빈둥빈둥 거리다가 점심때가 되어서야 밑으로 내려갔다.

 

들어가니 따끈 따끈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파전이 놓여있었고

가지무침과 양배추로 만든 귀한 김치도 있었다.

재료가 없으니 없는대로 준비하셨다고 한다.

 

 

 

 

 

 

국자 대신 커피잔으로 수제비를 그릇에 담아주시는 이선 누님.

한달 동안 더운 나라에 있다보니 따뜻한 국물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것도 비오는 날에 먹는 수제비라니 금상첨화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난 김치를 안먹기 때문에 해외에 나와 있어도 한국음식을 많이 그리워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그리고 쿠바로 올 때는 한식당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음식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님들이 준비해주신 수제비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여기서 한국음식을 먹을 줄은 정말 몰랐었다.

 

감사 또 감사하게 한입 한입 먹었다.

 

 

 

 

어제 체게바라가 그려진 3페소짜리 지폐에 대한 이야기나 잠깐 나왔었는데

나는 구겨진 지폐밖에 구하질 못해서 깨끗한 지폐를 가지고 싶다며

어디서 구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다니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다니엘이 선물이라며 '짠!'하고 무언가를 나누어 준다.

엄머, 3페소짜리 새 지폐다. 함께 적어준 다니엘의 메모가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쿠바에 와서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난다.

이번 여행에 있어서 나의 목표는 여기서 함께한 사람들을 잊지 않는 것이 되었다.

지금도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생각이 나는 대로 계속 전하고 있다.

 

점심식사가 끝났지만, 우리는 어디로도 나가지 않고 모두들 801호에서 떠들고 놀고 있다.

누님들이 정성스레 태워준 모카골드 커피를 후르릅하며 쿠바에서의 여유를 즐겼다.

비는 멈췄지만 우리의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쿠바의 먹거리라고 하면 역시 대표적인 것은 랍스터다.

그만큼 여기가 저렴하기 때문에 얼마에 먹었나, 얼마나 먹었나가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맛있는 랍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다가 다니엘이 추천하는 레스토랑에 전화를 했더니

오늘 랍스터가 들어왔다는 아주 행복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 모두는 박수를 쳤고, 오늘 저녁식사는 랍스터로 정했다.

두시간 정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6시 반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아바나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Los Nardos.

우리가 갔을 때는 줄이 없어서 바로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줄이 정말 길었다.

(가실 분들은 6시 30분 이전으로 가세요!)

 

이유는 홀 서비스가 느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주문하기까지 30분, 그리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30분이 걸렸다.

우리가 식사를 다하니 약 2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더 웃긴 건 계산서를 달라고 하니 1분도 안걸린 것 같다. 하하

 

 

 

 

레스토랑 분위기는 정말 좋다.

쿠바에 와서 가장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인 것 같다.

손님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빵과 함께 먹는 콩요리, 랍스터 구이, 크림소스 랍스터, 빠에야를 주문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빵과 콩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콩 안먹는데 고소한게 정말 괜찮았다.

랍스터는 안타깝게도 오늘 생 랍스터는 없고 냉동만 있다고 하여 그것으로 주문했는데

냉동이다보니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짠 맛이 그대로 난다. 좀 많이 짰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빠에야다.

어제 Europa에서 먹었던 빠에야보다 더 저렴했는데 맛이나 비주얼은 훨씬 뛰어나다.

오늘 저녁 식사는 대만족이다. 기분 넘 좋아!

 

어제 저녁식사가 너무 부족했다며 박수 오빠가 오늘 식사도 사주셨다.

오빠와 언니가 어떻게 여행하는지를 내가 다 봤는데..

얻어먹기가 굉장히 죄송했지만 그래도 넙죽 넙죽 받아먹었다..

사실 오늘이 박수오빠와 류씨언니와 함께 먹는 마지막 식사였다.

우리의 일정도 이렇게 모두 끝나갔다.

 

 

 

 

우리 뒤에 있던 테이블에서 계산서를 두고 가고 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오더니 뚜껑을 연다. 알고보니 피아노였다.

우리 지금 엄청 분위기 좋은데 이 분이 부드러운 음악까지 선사해주셨다.

 

 

 

 

 

 

 

 

 

 

밖으로 나오니 우리 전부다 소리를 질렀다.

마침 해가지고 있는데 석양이 정말 아름다웠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카메라를 들었고 의도치 않게 포토타임이 진행되었다.

다니엘은 능숙한 솜씨를 모두의 전신샷을 촬영해주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슈퍼에 잠깐 들러 누님들이 한국으로 가지고 갈 데낄라를 구입하고

오늘 밤 우리가 먹을 맥주로 대량 구입을 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어제 호아끼나에 머물다 오늘 여기로 옮긴 뉴페이스 2분이 나타났고

우리는 오늘 밤도 역시 801호로 모였다.

 

사진의 순서대로

다니엘-박수오빠-경희누님-진이누님-이선누님-경서오빠-류씨언니-나-뉴페이스1-뉴페이스2

뜨거운 수다의 밤을 보낸 즐거웠던 멤버들이다.

 

알고보니 바텐더를 했었다는 뉴페이스2 분은 트리니다드에서 잠깐 마주쳤던 분이었다.

그 때 다른 일행들과 함께 있는 걸 봐서 친구들과 같이 온 줄 알았는데

호아끼아에서 만난 인연들이라고 했다.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정말 신기했다.

 

저녁때 먹은 랍스터와 칩들을 포장해왔었는데 이 걸 멋진 안주로 바꾸워 주셨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인데, 이렇게 기분 좋을 때 술이 빠질 수가 없다.

계속해서 먹다 보니 술이 부족해졌고 결국 누님들이 한국에 가지고 가려고 했던 데낄라도 오픈을 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각자의 생각이 있다. 모두가 서로의 상황을 들어주고 공감했다.

너무 너무 즐거웠던 밤이다. 이런 시간이 될 수 있게 같은 날 모여준 모두가 고맙다.

 

마지막 기념촬영은 브이를 비롯하여

지긋지긋한(?) 쿠바를 기념하며 1쿡 포즈를 취하고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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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닭이 우는 소리에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났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다시 잠에 드려고 하니 닭의 울음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인데 창문을 열어보니 카페톨리오 뒤로 해가 뜰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정적인 아바나의 모습도 좋다.

 

 

 

 

 

 

 

 

 

 

혁명광장 주변에 있는 중앙우체국으로 향했다.

중국촌 근처에서 P12번을 타면 바로 간다. 버스요금은 1인 0.40MN. (1MN에 2명, 2MN에 5명 탈 수 있다)

목적은 체게바라 기념우표를 사는 것이다.

 

구름조금과 파란하늘까지 가장 예쁜 모습니다.

호세마르티 기념탑, 체게바라와 시엔푸에고스가 그려진 건물을 지난다.

 

호세마르티는 쿠바 혁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인데 1차 쿠바혁명 때 독립을 위해 싸운 영웅이다.

체 게바라를 상징하는 문구인 Hasta la victoria siempre! (승리의 그날까지 영원히!)

까밀로 시엔푸에고스가 피델에게 한 이야기이다. Vas bien Fidel! (피델, 넌 잘하고 있어!)

 

우체국으로 들어가 창구에 있는 직원에서 기념우표 구입하는 곳을 물어보니 그 자리에서 준다.

받고 보니 체게바라 얼굴 옆에 냉장고가 그려진 것인데 울며겨자먹기로 구입했다.

그런데 그 옆으로 가면 더 있다고 해서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기념우표는 여기에 있었다.

4장만 구입을 먼저 했는데 직원이 반대편으로 가면 더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길에 냉장고 우표는 환불을 받았다.

 

다른 쪽으로 가니 기념우표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급된 모든 우표의 컬렉션이 준비되어 있다.

차근 차근 살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우표집을 하나 골랐다.

저 위에 있는 우표가 4장짜리 1.05쿡 + 나머지 2.3쿡 = 총 3.35쿡이다. 횡재했다!

 

 

 

 

 

 

바로 숙소로 돌아가려다가 혹시라도 발레공연이 있을까 싶어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발레학교에서 학생들 공연이 있었는데 매일 4시, 8시에 한단다.

내일로 예약을 하려니 내일은 마지막 날이라서 4시에만 있다고 한다.

일단 내일 발레 공연 보는 것으로 예약했다!

 

좌석 지정은 좌석표를 보고 티켓에 좌석번호를 써 넣은 후 좌석표에 그 숫자를 지우면 된다ㅎ

 

 

 

 

 

 

 

 

 

 

 

 

중앙우체국 앞으로 가면 카피톨리오 쪽으로 가는 버스가 많다.

우리는 올 때 탔던 P12번을 다시 타고 종점에 도착, 중국촌이 바로 보인다.

 

점심을 중국집에서 먹기로 했다. 아는 집도 없으면서 일단 들어가본다.

 

 

 

 

 

 

 

 

골목을 누비다가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집을 보고 일단 들어가 본다.

굉장히 넓은 마당이 있는 곳이 었는데, 여자 직원이 너무 친절하다.

 

메뉴를 고민하다가 질긴 고기가 싫어서 생선튀김을 주문했다.

그 전에 목이 너무 말랐기 때문에 오렌지 음료수부터 하나 주문했다. 나오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원샷했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음료수를 다시 주문하려니 여직원이 자기가 만든 망고주스라면서 준다.

너무 맛있다! 우리는 망고주스도 주문했다.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맛보라고 준 것까지 계산이 되어있었다)

 

생선튀김 너무 맛있다. 밥도 너무 좋고. 익힌 고구마도 너무 좋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친구는 야채와 함께 볶은 돼지고기를 주문했는데, 빨간양념에 맛은 꼭 제육볶음이다.

이걸 먹어보고 싶어서 다음에 찾아갔을 때는 식사시간이 아니라고 안해준단다ㅠ

 

 

 

 

 

 

 

 

뜨거운 햇볓을 피해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

이 후 일몰을 보기 위해 모로성으로 가기로 했다.

 

카피톨리오에서 길을 건넌 후 P8번 또는 P11번 버스를 탄 후 해저터널을 지나자마자 내리면 된다.

언덕에 올라 올라가면 모로성이 나타난다.

단, 6시 전에 가게 될 경우 공원입장료 1CUC, 성안으로 들어갈 경우 6CUC 내야 한다.

 

 

 

 

 

 

모로성 턱에 앉아 일몰을 바라보다-

 

 

 

 

5명이서 2쿡에 말레꼰 치킨집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치맥먹으러!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치맥은 정말 꿀맛이다.

 

치킨은 1인분에 1.9쿡인데 커다란 닭다리 2개와 감자튀김을 준다.

남자가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양이다! (그런데, 닭이 없는 날도 있다고 한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초콜렛 박물관으로 가서 아이스초코를 먹었다.

 

그리고는 밤거리를 걸어본다. 조용한 거리에 은은하게 비춰지는 불빛이 너무 예쁘다.

쿠바의 밤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거리에도, 식당에도, 일반 집에서도 음악이 계속 울려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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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다녀왔다고 하니 다들 어디에서 잤냐고 물어본다.

편하게 호스텔~이라고 대답했으면 좋겠지만 쿠바에는 정확한 호스텔이 없다.

 

일반 가정집에서 비어있는 방을 여행자들에게 빌려주는 시스템을 하고 있는데,

이를 까사 파르티쿨라르(Casa Particular)라고 부른다. 줄여서 까사.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곳으로, 수익금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출발 전에 아바나의 까사를 찾아봤는데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있었다.

정보북으로 유명한 호아끼나 까사에 갈까 고민했지만,

10층에 위치하고 있어 VIEW가 좋은데다 엘레베이터가 있다는 것에 여기로 정했다.

쿠바 여행을 먼저 한 조상님들이 추천해 주신 곳이다.

 

** 아바나 숙소 추천

Ihovanna y Gerardo (이오바나 & 헤랄도)

전화 : (+53) 863-6005

메일 : gera_yovi@yahoo.es -- 여기로 예약 가능 (1인 10CUC)

주소 : Calle San Jose (San Martin) No.202, 10mo Piso, Apto. 1003 e/ Amistad y Aguila, Centro Habana

 

장점 : 카피톨리오 뒤에 위치, 어디로든 이동이 편리합니다, 객실이 많고 시설이 깨끗합니다.

기타 : 친절하지만 의무적인 친절만 있어요. 정이 조금 아쉽습니다, 조식이 조금 부실합니다.

※ 전 여기 숙소가 마음에 들어서 총 14박을 여기서 보냈답니다~ㅎㅎ (숙소대장의 1번이 접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저 마크는 숙박업소를 뜻하는 것인데

Arrendador Divisa - 외환가능 화폐인 CUC로 거래되는 숙박업소이다. 조금 비싼편이지만 시설이 좋다.

 

가끔씩 동일한 마크이지만 빨간색으로 표시된 숙박업소가 있는데

Arrendador Moneda Nacional - 현지 화폐인 CUP으로 이용 가능하지만 시설이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이오바나 아줌마네 건물 1층에 오면 까사마크와 함께 단독 인터폰이 있다.

인터폰을 누르고 한국에서 왔다, 오늘 머무르고 싶다 등등을 말하면 문을 열어준다.

 

 

 

 

이오바나 아줌마네 까사로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방을 배정받았다.

2인실인데, 하루 먼저 도착한 동갑내기 친구가 자고 있다.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했던데 잘하면 공항에서 만났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짐을 풀고 움직이려니 벌써부터 참 덥다.

침대에 누워서 창문을 바라보니 파란 하늘이 보인다. 구름은 재빨리 움직이고 있다.

어서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움직이기가 싫어서 한동안 계속 누워있었다.

이제야 쿠바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들었고, 긴장되었던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우리 숙소는 고층아파트 건물, 그것도 10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방에서 내려다보는 모습 역시 너무 아름답다. 구시가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바나다.

 

 

 

 

 

 

점심때 쯤이 되어서 이제는 좀 둘러봐야 겠다는 마음이 든다.

하얀 피부가 탈까봐 긴바지를 입고 나왔더니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쪄들어갈 것 같다.

물론 눈도 뜰 수 없을 지경이다.

 

아바나의 랜드마크인 카피톨리오, 하바나 대극장, 잉글라떼라 호텔 등

하얀색의 건물들이 알록달록한 올드카와 잘 어울린다. 여기가 쿠바임을 알려준다.

 

2년전에 왔을 때 카피톨리오 공사를 시작하더니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현재 상황으로 리모델링은 반정도를 마친 것 같다. 벽면의 대리석이 매끈하다.

언제 완공되냐고 하니 정확한 기한은 없지만 2년정도가 더 걸리지 않을까 한다. 

 

 

 

 

쿠바를 먹여살리고 있는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BAR인 La Floridita다.

여기 다이끼리가 정말 맛있다고 한다. 한잔에 6CUC.

※ 다이끼리 : 럼에 레몬즙을 넣은 후 얼음과 함께 갈아먹는 슬러쉬 같은 칵테일 (정말 시원하다!)

 

 

 

 

이 날부터 쿠바를 떠나가는 날까지 몇번이고 들렸던 인포메이션 센터다.

사실 한국에는 가이드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생한 정보를 얻기가 좀 힘든편이다. (물론 100배즐기기도 도움 된다!)

노 가이드북으로 온 나로서는 여기 만큼 고맙고 반가운 곳이 없다.

 

지나가면서 종종 들려 아바나 뿐만 아니라

바라데로, 까마구에이, 트리니다드, 산티아고 등의 다른 지역의 지도 및 정보도 수집해서 다녔다.

그리고 관광명소로 갈 때 길 물어보기도 딱 좋다. 바로바로 답변을 해준다!

(그러나, 한 직원은 나에게 귀찮음을 표시하기도 했었다 흑)

 

 

 

 

점심 먹을 곳을 찾아 돌아다녔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엄청 비싸다. 1인분에 6~10쿡 정도..

그래서 목적지 없이 둘러보다 삐끼 아저씨의 소개로 들어간 곳인데 오예 완전 마음에 든다.

식사가 3쿡, 음료가 1.5쿡이다. 돼지고기 요리를 주문했는데 밥이고 샐러드고 너무 맛있다.

 

이런 식당에 사람이 없는게 신기했는데,

나중에 친구말로는 여기가 너무 붐벼서 못 들어가고 다른 곳에서 먹었다고 한다.

내가 조금 일찍 갔다보다. 여기 맛집이었어!

 

 

 

 

 

 

 

 

 

 

예전에 봤던 아르마스 광장을 다시 한 번 보고싶어서 걷던 중 암보스 문도스 호텔이 나타난다.

그냥 지나치려다 지난번에 헤밍웨이가 머물렀다는 객실을 못봤던게 생각이 나서 한번 들어가보기로 했다.

 

철창같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헤밍웨이 방을 찾고 있으니 한 여자분이 오셔서 안내해주시겠다고 한다. 입장료는 2쿡.

작은 방이 나오고 침대와 책들, 그에 대한 설명자료가 진열되어 있다.

 

여자분은 헤밍웨이의 일생, 노벨상에 대한 이야기 등을 알려주시고는

사진을 찍으라고 하고 한쪽편에 서있는다.

방이 별로 안예뻐서 사진 안 찍으려고 했는데...찍었다ㅎㅎ

 

 

 

 

 

 

 

 

 

 

중고서적 및 오래된 골동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체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상징적인 것 들 뿐이다.

실제로 읽을 수는 없는 책들이지만 (언어능력 부족으로) 표지만 봐도 두근거린다.

 

 

 

 

 

 

쿠바의 태양은 정말 대단하다. 뜨겁다 수준이 아니고 정말 타들어 갈 것 같다.

게다가 오늘은 긴바지를 입었으니 그 여파가 더 할 것이다.

나 한국에서도 긴바지 일년에 한두번 입는데.. 곧 포기할까보다.

 

갈증도 너무 심하고, 아이스커피란 건 여기에 없고, 결국 찾아간 곳은 초콜렛 박물관이다.

여기에 아이스 초코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기에 고민하지 않고 지도를 보고 향했다.

시원한 아이스 초코는 1잔에 1쿡, 조그만 초콜렛과 함께 나온다.

 

 

 

 

초콜렛 박물관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타나는 비에하 광장.

내일부터 아바나를 돌아다니며 뻔질나게 오게 될 곳이다.

나는 "모든 길은 비에하 광장으로 통한다"라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햇볕이 굉장히 뜨겁지만 이 곳은 맛있는 커피와 시원한 맥주가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한 2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더위에 지쳐서 너무 힘들다.

일단은 숙소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조금 쉰 후에 움직이는 것으로.

 

아바나의 골목길은 정말 예쁘다.

난 "아바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모습이 바로 이 거리들이다.

좁은 골목에 식민지 풍의 건물들이 놓여있고 관리 되지 않은 낡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거기에 밖으로 널어놓은 빨래들의 색감이 정말 조화롭다.

이것은 분명 아바나의 색일 것이다.

 

 

 

 

 

 

숙소로 가는 길, 알록달록한 올드카들이 너무 예쁘다.

사실 이 올드카는 1일 시내투어를 해주는 차들이다. 이 앞에서 활발한 흥정이 펼쳐진다.

 

그리고 나타난! 방배동으로 가는 버스다.

이 것 타면 서울로 데려다 주는거야? 짱이답!! 히히

 

숙소에 도착하니 조금 전에 자고 있었던 친구가 깨어났다. 그제서야 인사를 했다.

나이는 나와 동갑, 나와 같은 업종이던데 마찬가지로 몸이 좋지 않아 그만두었단다. 그리고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아무런 약속없이 만난 인연이지만 나와 비슷한 점이 참 많았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우린 참 많이 닮았다.

 

멀리서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가 밖으로 나가고 바로 나갔다고 하던데,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둘다 동시에 들어온 것이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숙소에서 에어컨을 쐬니 기분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다시 나갈까.. 생각을 하다가 해가 질 때까지 수다나 떨자 싶어서 한참 얘기하고 놀았다.

 

날씨가 조금 흐리다.

일몰을 보러 말레꼰으로 갈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냥 GO를 외쳤다. 못보면 돌아오지 뭐.

날씨가 참 선선하고 좋았다. 바람도 적당히 불고 더운기가 없어졌다.

그나저나 난 왜 말레꼰에 갈 떄마다 카메라를 두고 가는지.. 모든 말레꼰 사진은 아이폰이다..

 

말레꼰 턱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즈음 한쪽 다리가 없는 아저씨가 다가왔다.

땅콩(마니)를 파는 사람이었는데, 우리는 매몰차게 거절을 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파는 것이 아니라 반가워서 주고 싶다고 한다.

지나가는 다른 상인에게 사탕도 구입해서 우리에게 함께 주었다.

 

얼떨결에 받았는데.. 아저씨는 한국친구가 2명이 있다며 그 친구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엄청난 바디랭귀지와 간단 명료한 스페인어로 설명을 하는데 그게 정말 재미있다.

꼭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이렇게 재밌게 이야기 할 수 있다니 너무 즐겁다.

 

헤어질 때 쯤 우리는 땅콩값으로 1쿡을 드렸다. 완강하게 거부를 하셨다.

돈을 받기위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 아니라고, 정말 반가워서 그랬다는 거다.

우리도 그 마음을 안다고 함께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하며 억지로 아저씨 바지에 동전을 넣어드렸다.

오히려 아저씨가 너무 미안해 하신다..

 

처음에 매몰차게 거절을 했던 것은 어느 여행지에서나 여행자를 호갱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바가지도 많고, 한번 구입을 해주면 다음 사람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한다.

그게 싫어서 웬만하면 돈거래(?)는 피하는 편인데 이 아저씨에게도 색안경을 끼고 봤던 것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찾은 쿠바에서 오히려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내가 그 사람을 겪은 이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물론 사기라면 재빨리 피해야 하지만.

어쨌건, 어떤 것이 맞는지는 남은 시간동안 천천히 생각해봐도 좋겠다.

 

 

 

 

 

 

같은날 숙소에서 박수오빠 & 류씨언니를 만났다.

사실 우리의 인연은 이 전 부터 예상되었던 것이다.

네이버카페에서 댓글을 남겼더니 같은 날짜에 도착한다고 다른 사람이 다시 댓글을 남긴 것이다.

알고보니 내가 예약한 곳과 같은 곳이었고, 우리는 이오바나의 까사에서 만났다.

인사만하고 지나칠 줄 알았던 우리가 한달 동안이나 함께할 줄 누가 알았을까? ^^

 

박수오빠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왔다. 오늘 갔던 살사클래스에서 살사바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저녁에 La Gruta라는 살사바로 이동하여 3쿡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춤을 좋아한다.

 

알고보니 각 살사바에서 유명한 전문 댄서들이 와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입을 다물수가 없다. 바보같이 추는 모습만 바라보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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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나의 복잡한 마음이 섞여있던 멕시코를 떠나면서

다시 여기에 오는 일이 있을까 싶었다. 두번 다시 만나기 싫다는 말을 해댔고.

그리고 이번 출장으로 향한 곳은 멕시코와 그리고 쿠바다.

 

그렇게 미워했던 멕시코시티는 다시 만난 기쁨에 넘쳤고

3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함없이 남겨져있던

익숙한 장면과 사람들이 내 답답했던 가슴을 어루만지는 듯 했다.

이번 멕시코시티는 따로 글을 쓰지 않고 내 마음에 담아둔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쿠바의 아바나.

깔끔하게 정돈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멋드러지게 어울러져있다.

 

 

 

 

 

 

 

 

내 이상형인 체게바라가 남미여행 후에 혁명에 참여한 곳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의 그는

(내가 부에노스에 살던 곳이 게바라가 다니던 대학교 옆이었다)

외모도 굉장히 멋지지만 그의 삶이 너무 아름다웠다.

 

체게바라의 삶이 극적이었던 이유는 항상 바로 여기, 바로 지금을 살았기 때문이란다.

그의 모습을 굉장히 닮고 싶었다. 그래서 현실에 충실하기로 했었다.

지금도 쉽지는 않지만-

 

아바나에 온 이상 게바라의 발자국은 찾기 힘들지만

어쨋든 아름다운 아바나의 모습을 기억하며 글을 남겨본다.

 

 

 

 

이번 하바나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혼자 다닌게 아니라서

충분히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었고, 충분히 그 장소를 보지 못한 거였다.

 

하바나의 대표 사진 포인트인 카피톨리오 (국회의사당)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던 이 건물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아바나는 삼개월정도 두고두고 보면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곳이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다는 점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다를바가 없지만

그 중후한, 오래된 분위기는 분명 아바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기가 있다.

 

8~9월에 허리케인이 닥치면

바닷물이 넘어와서 여기 구시가지까지 들어오게 된단다.

지속적으로 염분이 건물외벽에 닿으면서 많이 녹아내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가 계속 걸어본다.

골목 골목을 지나 나타난 곳은 대성당.

다른 나라들의 성당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쿠바를 대표하는 인물을 말해보자면, 당연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다.

하지만 이 둘 말고도 쿠바를 상징하는 또다른 인물이 있으니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 헤밍웨이이다.

 

쿠바에 반했던 헤밍웨이가 아바나에 정착하기 전 머물렀던 호텔

암보스 문도스에는 지금도 그의 방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그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헤밍웨이는 여기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했다.

 

 

 

 

한참을 걷다가 나타난 오래된 약국.

너무나 예쁜 도자기 병에 각각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것이 뭐냐고 물어보니 약으로 쓰이는 약재들을 모아둔 병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 직접 준비한 약재들로 모든 약을 준비한단다.

 

 

 

 

 

 

아르마스 광장.

중남미 모든 국가에는 반드시 이 이름을 가진 광장이 있다.

 

그 이유는 스페인이 중남미에 자리잡기 시작했을 때

가장 중요했던 힘의 원천은 바로 무력(군대)과 종교였다.

따라서 무력(무기)이 위치한 곳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그곳을 아르마스(Armas)라고 부르고 그 옆에 항상 교회를 두었다.

 

다른 나라들의 아르마스 광장이 넓은 광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곳은 가운데 공원같은 곳을 중심으로 그 가장자리에 오래된 서적을 팔고있다.

여유만 더 있었다면, 여기서 느긋하게 책도 구경했으면 좋으련만.

 

 

 

 

비에하 광장. 해석하자면 오래된 광장이다.

다른 구시가지에 비해 굉장히 한적한 모습이다.

내가 갔을 땐 한낮이라 햇볓이 너무 강해서 눈이 부셨는데

해가 기울면 어느새 레스토랑과 바가 자리를 잡아서 북적인다고 했다.

여기에 굉장한 맥주집이 있다고 하던데 거길 못간게 아쉽다.

 

 

 

 

그냥 지나칠뻔한 호텔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들.

같이 갔던 사람에게 씨디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한곡들려달라고 했더니 그새 아름다운 음을 선보인다.

 

 

 

 

 

 

산 프란시스코 광장.

나에게는 구시가지의 처음과 끝이 되었던 장소다.

너무 아름다운 하바나의 오래된 광장들이다.

 

짧은 구시가지의 만남을 뒤로하고 호텔로 이동한다.

이 곳의 여운이 너무 많이 남아서... 지금도 계속 회상하고 있다.

조만간에 짐을 꾸려 이곳으로 다시 가지 않을까 싶다.

다시 한번 제대로 쿠바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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